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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이 무슨 수선을 해?/줄거리/2부 대학편/만법대학 토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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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1–510장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물의 경지·소속·생사와 사건의 결말이 직접 서술됩니다.

전체 줄거리

2부 만법대학 토목과 ①: 토목과 1학년 (제271~350장)

개요

수능이 끝났고, 축기가 끝났고, 왕윤전이 끝났다. 장우는 곤허 1층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을 전부 이루고 2층으로 올라왔다. 통장에는 1층에서 목숨 걸고 모은 5천여만 위안이 있었고, 그 돈은 2층에 도착하자마자 영폐 5개가 되었다. 백진진은 칠정신군의 제자가 되어 천검대학으로 떠났고, 곁에 남은 것은 같은 만법대학에 붙은 옥성한과 악목람, 그리고 먼저 올라와 있던 누나 장편편이었다.

이 문서는 만법대학 토목과의 1학년 한 해를 다룬다. 앞 문서 1층 대격변과 왕윤전(제233~270장)에서 이어지며, 다음 문서 토목과 2학년(제351~420장)으로 이어진다.

줄거리

백진진: 내가 먹여 살릴게 (271장~274장)

곤허 2층으로 오르는 통로에서 복희가 먼저 좋은 소식을 전했다. 오래 잠들어 있던 그녀는 주양의 사신을 소화해 2급 사신 유탕사영으로 승급해 있었고, 이제는 목걸이 밖으로 나오지 않고도 장우의 머릿속에 직접 말을 걸 수 있었다. 그러나 입경 창구의 요예 직원은 장우 일행의 서류를 던지듯 처리하면서, 자기도 요예인데 요예를 차별하겠느냐고, 자신이 차별하는 것은 너희 모든 1층 놈들이라고 선언했다. 10대 대학 합격생이든 전문대생이든 그 창구 앞에서는 똑같은 1층 사람이었던 것이다.

환전소에서 5천여만 위안은 영폐 5개가 되었고, 통신비와 교통비와 의료보험 같은 필수 요금을 떼고 나니 4.941개가 남았다. 자꾸 위안화로 환산해 보는 장우에게 이설련은 영폐 벌어서 영폐 쓰는 거니까 환산하지 말라고 일러 주었다. 1층에서 쓰던 시잔마동을[1] 2층 영계 네트워크에 연결하자 전체 화면 광고부터 떴다. 광고를 피해 시선을 돌리면 움직임 감지 광고가 따라왔고, 눈을 감으면 눈꺼풀 안쪽에서 광고가 재생되었으며, 차단료는 월 0.001영폐였다. 안 끼느니만 못한 물건이라고 투덜대 봤자 법해 없이는 밟는 순간 목숨이 위험한 길바닥의 사유지 경계선조차 보이지 않았으니, 결국 광고까지 통째로 끼고 사는 수밖에 없었다.

천검대학의 백진진에게서는 영폐 5개가 송금되어 왔다. 통신 투영 너머에서 한껏 의기양양해진 그녀가 걱정 마 아들, 엄마 이제 출세했으니까 앞으로 엄마가 먹여 살릴게, 자 아들 엄마한테 안겨, 하며 두 팔을 벌리는 바람에 장우가 마주 껴안은 것은 그 옆에 겹쳐 서 있던 악목람의 투영이었다. 같은 통화에서 백진진이 필요하다면 그분을 위해 죽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칠정신군을 향한 충성을 소리 높여 맹세하자, 장우는 칠정신군이 지금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속으로 잠깐 진지해졌다. 두 사람은 매일 새벽 2시에 통화하기로 약속을 정했다.

만법대학 토목과 면접장에 들어선 장우는 세 면접관을 향해 무심하게 웃어 보였다.[2] 학습과 휴식 시간을 어떻게 배분하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휴식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했고, 불임 수술 이력을 묻는 질문에는 불임 수술은 약자의 도피이며 자신은 씨앗을 판매한 적이 있다고, 씨앗 판매 거래 증명서가 자신의 도심을 증명한다고 답했다. 이력서를 넘겨 보는 면접관들의 시선이 갈수록 만족스러워졌고, 면접이 끝났을 때 세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눈에 한결같은 찬사를 담았다.

합격자들에게 배정되는 하등 기숙사는 스무 명이 20평방미터를 나눠 쓰는 방이라, 양계장도 이것보단 넓겠다 싶어진 네 사람은 돈을 모아 125층의 5평방미터 4인실 중등 기숙사를 임차했다. 먼저 와 있던 장편편이 기숙사 들어갈 때 몸 수축하는 걸 잊지 말라고, 대학 도시에서는 이것도 필수적인 돈 아끼는 기술이라고 일러 주었기에 장우는 근육과 관절을 최대한 수축시켜 170센티미터의 마른 체형으로 문을 통과했다. 장편편은 제 동기들 대신 장우 일행과 방을 합쳤고, 연이율이 자선사업 수준인 학자금 대출을 권하면서 그게 자기 실적이 된다는 것도 숨기지 않았으며, 저녁 식탁에서는 토목과 학생이라면 시멘트를 먹을 줄 알아야 한다며 시멘트 식사법을 시연해 보였다.

재능은 최악, 순전히 배경빨 (275장~280장)

개강한 축기반의 강의실에는 상시 갱신되는 종합 순위표가 붙어 있었는데, 13위로 출발한 장우의 이름은 일주일 만에 14위로 미끄러져 있었다.

담임 초뢰진인은 토목과의 앞날부터 소개했다. 반에서 1등을 하면 해마다 영폐 3개에 토목칠절 한 가지를 상으로 받고, 칠절 일곱 가지에 군사 토목 자격증까지 갖추면 군용급 공법 천곤륜이산신력을 이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먹고 뱉기를 반복하면 한 달은 위장을 보호할 수 있다느니 시멘트를 싸다가 파산한 놈도 있다느니 하는 시멘트 훈시도 곁들여졌다. 같은 교실에서 6층 출신 희원추와 4층 출신 공수신은 처음 얼굴을 마주치고도 몇 마디 만에 합의를 봤다. 앞의 3년은 희원추가 반 1등을 하다가 금융과로 전과하고, 뒤의 7년은 공수신이 가져간다 — 얼굴 한 번 마주쳤을 뿐인데 앞으로 10년 치 1등 포상의 주인이 정해진 듯했다. 그 희원추는 2층의 공기조차 만지기 싫다며 정풍주 기포 속에서 생활하는 인물이었다.

공수신은 장우를 유심히 뜯어보았다. 왕윤을 패고도 무사히 대학에 온 1층 출신이라니, 배경이 보통이 아니라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았다. 재능은 최악, 순전히 배경빨. 실은 영근 살 돈이 없어 축기가 늦었을 뿐이었지만, 공수신은 제 척추 법해 가격을 자랑하고 장우의 침묵을 품격으로 읽더니 시잔마동을 확인하고는 친구로 승인했고, 같은 자리에서 옥성한을 소리 없이 친구 목록에서 지웠다. 한편 같은 1층 출신인 이소는 공수신 무리에 끼려고 왕윤 사건을 각색해 바치면서 자신의 1층 출신 신분을 더욱 증오하게 되었다.

첫 축기 시험 합격자에게는 공법 교환 가격을 크게 깎아 주는 특전이 있었다. 장우는 대서고에서 가장 싼 축기 기초 공법부터 열 권을 골라 담다가 고교성체의 상위 호환이 있지 않을까 하는 데 생각이 미쳤고, 검색 끝에 대학성체라는 것이 실재함을 확인했다. 그 무렵 백진진이 통화에서 누가 널 괴롭히면 우리 엄마 칠정신군 이름을 대라고 일러 주자 장우는 뒤늦게 깨달았다. 씨발, 내 배경이 이렇게 든든한데 너무 조용히 살았네.

신군이 백진진의 송금을 금지했다는 소식은 그 직후에 왔다. 대신 극정검도를 위한 준비라는 명목으로 상시 통신이 허가되었기에, 두 사람은 통화를 켜 놓은 채 각자 수련하는 밤을 보내기 시작했다. 1층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밤이었지만 데이터 요금이 나갔다. 절친과의 우정을 유지하는 것도 비싸구나. 장우는 누나와 악목람을 거치는 우회 송금 길을 짜 두는 한편 백진진에게는 신군을 화나게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대학 과정 안내에 스승 지정 보상이라는 것도 나왔지만 아는 스승이 없어 1학년 말까지 결정을 미뤘고, 100층 아래 범인 구역이 어떤 곳이냐고 묻자 장편편은 그냥 아주 즐겁다고만 해 두겠다며 관심 있으면 직접 가서 보라고 답을 아꼈다.

정식 수업도 시작되었다. 도심 수업의 스승 봉구는 봉황의 모습으로 강의하다가 수업 종료 1초 후에 사라지는 스승이었는데, 영계 깊은 곳에서는 한 소녀가 그 기령에게 네가 기령인 거 아무도 못 알아봤지, 앞으로 네가 나 대신 수업해, 내 일에 방해되지 않게, 하고 말을 걸고 있었다. 법력 수업의 이명파는 친절하게 첫인사를 건넨 뒤 너희 둘은 뒤로 가라고, 더 뒤로 가라고 자리를 정해 주었다. 좌석은 층수 순이라 장우와 옥성한은 맨 뒷줄이었고, 앞줄 학생들이 돈을 쏟아부어 수련하는 동안 뒷줄 학생들은 수련 자원을 팔아 돈을 벌었으니 양쪽의 격차는 벌어질 일만 남아 있었다. 연체 수업의 낭우공은 학생들의 법해 브랜드를 훑어 지도 순서를 정하는 스승이라, 시잔마동 덕에 지도를 얻어걸린 장우는 이 스승 무슨 뜻이냐고 묻는 옥성한에게 사람 보는 눈이 있고 재능에 따라 가르칠 줄 아시는 분이라며 능청을 떨었다. 그 낭우공에게서 영근-신체 융합도라는 과제도 나왔다. 장우는 아직 7할이 못 되었고, 10할에 이르면 효율이 뛴다고 했다. 그리고 우서의 손바닥 부호가 조용히 차오르고 있었다.

우서가 열리다 (281장~285장)

천검대학에서 칠정신군은 제자에게 감정과 돈의 이치를 가르치고 있었다. 가난한 사람의 감정은 한순간일 수밖에 없고 돈이 있어야 감정도 유지되는 법이니, 네 그 친구를 너의 숫돌로 삼아 장차 극정검도를 이루는 데 밑거름이 되게 하라는 지시였다. 백진진은 상시 통신 허가에 데이터 요금으로 장우를 압박하려는 속셈이 깔린 게 아닌가 의심했지만, 스승 앞에서는 저는 장우를 믿는다고 짧게만 반박했다. 정작 장우는 통화가 자꾸 일찍 끊기는 것을 제 데이터 요금을 아껴 주려는 배려로 여기고는, 절친이랑 통신 자유도 누리지 못하다니 데이터 요금 자유를 향해 분발하자며 주먹을 쥐었다. 같은 무렵 이소는 첫 인터넷 대출을 받았는데, 링크를 보내 준 삼촌의 말이 걸작이었다. 대학 다니면서 인터넷 대출도 못 받을 거면 무슨 놈의 대학을 다니냐.

공정진법제도 수업이 끝난 뒤에는 토목과 교사 토력산이 장우와 옥성한에게 다가와 타고난 토목 인재라고 치켜세우며 공사장 실습을 권했다. 소식을 들은 이소가 스스로 뒤쫓아 가 기회를 청하자 토력산은 너를 더 기대한다며 받아 주었는데, 속으로는 가난한 놈들이야말로 대토목계의 진정한 중추 세력이라고, 안 그러면 누가 일하겠느냐고 정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틀 뒤, 수련 중에 손바닥의 부호가 가득 차며 우서의 두 번째 장이 열렸다. 제이장, 도종보.

도종보는 남의 도종, 곧 잠재된 선도 재능의 정수를 개발하도록 도우면 그 재능이 자신에게도 복제되는 물건이었다. 목록에는 이미 두 사람이 올라 있었는데, 옥성한의 삼안신통을 열려면 영근 융합도 9할이, 악목람의 심한법맥을 열려면 법력 품질 150%가 필요했다. 당장 뛰어들고 싶은 유혹을 장우는 칼을 가는 것이 땔나무를 베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 법이라며 눌러 두었다. 순서는 자기 수련이 먼저였다. 그 무렵 기숙사의 식탁에는 하루 여섯 끼에 월 0.02영폐짜리 공동구매 할부 약이 배달되기 시작해서, 악목람은 발암 성분을 경고했고 장편편은 최대 5년까지만 먹으라 했으며 복희는 제약 회사가 한 사람으로 두 번 장사한다고 촌평했다. 백진진의 소포도 도착했다. 먹으면 기분이 북돋는 행복 육포였는데, 너희 넷만 먹고 절대 남에게 보여주지 말라는 당부가 붙어 있었다.

스무날 남짓 그렇게 아낀 끝에, 가장 싼 공법 열 권이 전부 20급에 이르자 우서에 궁극의 대학성체(10/10)가 떴다. 모든 축기 공법의 수련 효율과 효과가 두 배가 되는 것이다. 그사이 이소가 몰래 찍어 올린 장우의 수련 영상이 단체방에서 광대 취급을 받았는데, 정작 영상을 본 공수신은 웃지 못했다. 재능이 이 정도인데도 만법대학에 다니다니, 배경의 크기를 새로 가늠한 그는 단체방에 장우 조롱 금지령을 내렸다.

혼원태식경이 20급에 이르러 법력이 286을 넘겼을 때, 장편편이 동생을 따로 불러 앉히고 물었다. 네 혼원태식경, 도대체 몇 급이야? 15급이라고 낮춰 부른 거짓말에도 누나가 경악했고, 그대로 교육이 시작되었다. 곤허는 한 층 올라갈 때마다 정보의 감시가 겹겹의 거미줄처럼 엄격해지니, 시험 신청은 늦게 하고 수련은 100층 이하에서 하며 기숙사의 영기 소모 데이터는 도령부로 위조하라는 것이었다. 막힘없이 부적을 그리는 누나를 보며 복희가 쟤 지금은 사람이냐 신이냐 감탄하는 사이, 그 손목에서 도종 태청부록이 잠깐 번쩍이고 사라졌다. 이날부터 장우가 신경 써야 할 것은 성장이 아니라 성장을 숨기는 일이 되었다.

시험을 망치고, 공사장에 초대받다 (286장~290장)

식토신공을 시작으로 토목성체 수집에 들어갔다. 수련 장소를 찾아 내려간 99층에는 광고도 사람도 없어서 답 없는 정적만 확인하고 올라왔지만, 순위표에서는 장우의 이름이 16위, 14위, 12위, 11위로 다시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새벽마다 순위를 새로고침하는 사람이 하나 더 있었으니 이소였다. 인터넷 대출로 천공 안구법해를 사고 담보 기능까지 열어 둔 그는 순위가 오를수록 지출도 커져서 마침내 안구 한쪽을 팔았고, 비슷한 무렵 옥성한은 두 달간 백여 개 모델을 연구한 끝에 "개인 사용 99% 신품" 한쪽짜리 안구법해를 낙찰받아 수업 때만 끼고 평소엔 보존액에 담아 아껴 썼다. 연체 수업에서 두 사람의 법해를 번갈아 보던 낭우공이 갸웃했다. 그의 안구법해는 이소와 한 쌍인가?

전마운수공을 사러 간 장우는 사용자 후기부터 읽었다. 한때 목숨 걸고 적을 죽이던 공법이 이제는 목숨 걸고 야근하는 공법이 되어, 젊을 땐 목숨이 값싸다느니 몇백 년 전 우리 업계는 요역이라고 불렸는데 곤허도 발전했다느니 하는 후기가 달려 있었다. 장우의 감상은 다 알바들이겠지, 한마디였다. 한편 약리학 교실의 악목람은 오빠 악경진에게서 2층의 회사가 '우즙'에 관심이 있으니 수집해 오라는 지시를 받고 있었다.[3] 주머니 속 물건 꺼내듯 불 속에서 밤을 줍듯 하면 된다는 오빠의 말에, 악목람은 그렇게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며 망설였다.

복희는 2급 사신이 된 김에 의식을 치러, 장우의 안구법해를 거쳐 영계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로밍 의식과 반경 안의 카메라 한 대를 다루는 감시 의식, 그것을 잠시 차단하는 반감시 의식을 갖췄다. 그러는 동안 약리학과의 현과는 축기생 셋이 사는 기숙사에 연기 경지의 악목람이 계량컵을 들고 드나드는 것을 지켜보다가 무서운 결론에 다가가고 있었다. 여기는 합환 스터디 그룹인가? 사수(四修)?!

기초 과정 수료 시험 날, 장우는 이소를 실력을 숨긴 강자로 여겨 그를 기준 삼아 답안을 조절했고, 이소는 이소대로 장우의 상승을 대출과 담보의 결과로 여겨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서로를 잘못 읽은 채 치른 시험에서 장우는 6위, 이소는 7위가 되었는데, 내가 공사장에 들어가는 게 이렇게 힘드냐고 탄식한 쪽은 오히려 이소였고, 장우가 누나에게 남긴 소감은 참고 대상을 잘못 골랐다는 한마디였다. 토력산은 약속대로 세 사람의 공사장 실습을 확정했지만, 그날 밤 이소에게는 성적이 낮아도 넣어 줄 테니 매달 버는 돈의 2할을 보내라는 통화가 따로 걸려 왔다. 같은 밤 기숙사에서는 사정을 모르는 옥성한이 장우에게 물었다. 그런데 토력산 선생님이 너한테 돈 부치라는 얘기는 안 했어?

지하 법력 거래 (291장~295장)

답은 그 자리에서 나왔다. 돈을 부치라고? 그런 일도 있었어? 장우는 아무 요구도 받지 않았고 옥성한은 소개비 명목으로 0.01영폐를 냈으며 이소만 월수입의 2할이었으니, 옥성한은 이 늙은이가 역시 사람마다 부르는 값이 다르다고 정리하고는 이설련에게 소개비를 깎을 길이 없는지 물었다. 그런데 성적부터 물어본 이설련이 아예 더 싼 길을 제안하며 두 사람을 85층 지하로 데려갔다. 공수신과 희원추의 얼굴로 변장한 채 인적 없는 범인 구역의 거리를 지나 약속 장소에서 검은 그림자와 암호를 주고받자, 품질 175%의 법력을 플랫폼보다 훨씬 싸게 받는 월정액 계약이 성사되었다. 보장은 없고 적발되면 교칙 위반인 거래였다. 두 사람이 먼저 자리를 뜬 뒤 거래상이 방주, 친구분들께 할인을 좀 드릴까요 하고 묻자, 이설련은 한 번 할인은 해줄 수 있어도 평생은 못 해준다고 답했다. 가자, 출근해야지.

악목람과의 거래도 시작되었다. 법력을 주입해 주겠다는 제안을 한참 다른 쪽으로 알아들은 악목람은 얼굴이 붉어진 채 가격을 묻더니, 흥정 끝에 마지막에 내 몸 안에 남는 그건 내 것이 될 수 있느냐는 확인까지 받았다. 네 몸에 들어간 건 네 거지. 그녀의 결론은 돈은 장우에게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게 무슨 친구란 말인가. 천검대학에서는 신군이 백진진에게 그들의 거래 방식이 쌍수라면 넌 어떤 느낌이겠느냐고 떠보았는데, 돌아온 답이 이랬다. 그건 장우가 돈을 얼마나 받았는지에 달렸죠.

공사장 첫 출근 날, 장우는 석 달 만에 밤하늘을 보았다. 666층 꼭대기의 밤바람 속에서 작업이 배정되었고, 머리 위에 뜬 광채의 색이 곧 신분이었다. 금은 간부, 청은 기술직, 황은 연기 잡역부인데, 잡역부들의 머리 위에는 배상 가격까지 함께 떠 있었다. 사람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면 전부 돈으로 물어줘야 하게 되면서 사상 사고가 크게 줄었다는 설명에 장우는 요점을 정확히 짚었다. 우리더러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는 게 아니라, 사람 다치게 하지 않게 조심하라는 거잖아. 갓 졸업한 선배 황운도 소개받았는데, 혼백은 황건역사에 들어가 공사장에서 일하고 육신은 약리학과에 약물 실험용으로 대여 중이라 졸업하자마자 일자리를 두 개나 구한 대단한 녀석이라고 했다. 콘크리트 타설이 시작되자 시야 구석에서 급여가 0.000001영폐씩 차오르기 시작했고, 그 카운트를 지켜보던 장우는 드디어 대학에서 돈을 벌었다는 실감에 젖었다.

타설 자세가 그대로 무극진선의 투로가 된 덕에 새로 들인 무극진선은 며칠 만에 20급에 이르렀는데, 몇 초 안에 비할 데 없는 살상력을 뿜는다는 완성 문구를 읽은 장우는 일하는 데는 못 쓴다며 아쉬워했다. 감시 카메라 너머에서는 토력산이 속으로 값을 매기고 있었다. 혼자서 연기 잡역부 스무 명의 효율을 내는데 급여는 겨우 열 배, 자질은 떨어지고 몸은 좋고 고생을 잘 견디고 집은 가난하니, 이것이 토목 성체가 아니면 무엇인가. 악목람에게 하던 법력 주입은 곧 약독을 제 몸으로 걸러낸 피를 주는 데까지 나아갔다. 그 피를 받으며 악목람은 우정의 따스한 물결을 느꼈고 장우는 속으로 심한법맥 생각뿐이었는데, 악목람의 머릿속에는 장우의 오줌이 범인의 뇌척수액보다 깨끗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스쳐 갔다. 마사지 가게에 간 옥성한은 여자 기술자가 있느냐고 물었다가 근육질 기술자에게서 내가 여자라는 답을 들었다. 그 뒤로 그는 38번 기술자만 지명했는데, 그때마다 안구법해에는 이설련 모습의 영계 투영 서비스가 켜져 있었다. 기숙사 쪽에서는 계량컵을 다시 목격한 현과가 여기가 만법대학이 맞나, 내가 지금 합환대학에 와 있는 건가 하는 확신을 굳히고 기숙사 이사를 신청했다.

빨리 타! 문이 용접되기 직전이야 (296장~300장)

개강하자 연기과 대학원 정원이 줄었다는 소식이 떴다. 연기과 전과 응시 기준도 토목과 전체 학년 상위 20위로 올라 있었다. 겉으로 내세운 이유야 교육 자원과 학생 자질이었지만, 녹서로 영계 심처까지 뒤져 본 장편편의 결론은 아마도 십대 최상위 대학 연합이 정원을 묶어 두고 있으리라는 쪽이었다. 작년에 십대 종문이 모든 대학의 연기과 박사 가운데 뽑은 인원이 원영 넷에 금단 하나, 도합 다섯 명이었고 그나마 토목과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모집과 전과의 기준이 해마다 오르고 있었으니 언제 문이 닫혀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건 버스에 타자마자 문부터 용접해서 막아버리는 거잖아? 장우의 비유에 장편편이 답했다. 종문 위와 종문 아래는 완전히 두 개의 세계가 될 거다. 우리는 결국 좀 늦게 태어났다는 걸.

장우에게 그것은 진로 문제가 아니라 목숨 문제였다. 그의 몸에는 대학에 가고, 종문에 들어가고, 종문의 봉록으로 골동품을 산다는 의식의 소원이 1층 시절부터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나 졸업하자마자…… 의식의 역공으로 죽게 되는 거 아니야? 굳은 얼굴로 묻는 장우에게 복희가 확인해 주었다. 취소는 불가능하다고, 사신왕들이 정한 의식 규칙이라고. 복희는 수백 년 주기설을 꺼내 위로해 보려 했지만 선인에게는 짧은 변동이 아래에서는 수십 세대였으니, 결론은 문이 닫히기 전에 올라타야 한다는 것 하나뿐이었다. 장우는 방침을 세웠다. 돈으로 성장을 사고, 그 성장을 공사장 효율 향상으로 위장해 더 벌고, 다시 성장에 쓴다. 그날부터 돈이 물처럼 나가기 시작해서, 하품 영석을 한 번에 23알까지 삼키자 배 속에 작은 영맥이 자라난 것 같았고 잔고는 9.45에서 8.1로, 다시 7.3으로 미끄러졌다.

쉬는 시간마다 장우는 영계 시뮬레이션 속에서 불에 타고 으깨지고 썩어가며 열 번 넘게 죽다가 수업 10초 전에 눈을 떴다. 젠장, 정말 돈 주고 사서 고생하는구나. 그 대가로 열네 가지 저항력이 오르고 초급 토목성체(6/6)가 완성되었다. 목숨이 어찌나 질긴지 자살조차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 되리라는 완성 문구였다. 그리고 잔고가 2.69까지 떨어졌을 때 공지가 떴다. 명심 그룹 약 공장 폭발 사고, 복구 인력 모집, 급여 5배.

현장은 이상했다. 폭발 사고라던 폐허에 손바닥 자국과 주먹 자국과 검흔이 찍혀 있었던 것이다. 이건 젠장 누가 여기서 전투를 벌인 거잖아? 복희도 누가 알겠느냐며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유독 물질이 새어 나온 구역에서는 인부들이 쓰러졌고 그 안에 이소가 있었다. 중독으로 의식이 흐려지는 순간의 후회는 진심이었다. 조금 덜 벌고, 조금 덜 쓰고, 그게 어때서. 장우가 쓰러진 사람들을 반복해서 업어 날랐지만, 깨어난 이소를 기다린 것은 의료비 0.78영폐 청구서와 보험 거부, 그리고 겨우 5개월 만에 30영폐를 썼느냐는 삼촌의 손절이었다. 삼촌의 답장이 끊긴 직후 위험 수당 8배 공지가 떴고, 이소는 다시 현장에 서 있었다. 이 돈만 벌면…… 난 분명히 이겨낼 수 있을 거야.

폭발은 감시 카메라와 인터넷까지 마비시켜 놓았고 복구에는 보름이 걸릴 예정이었으니, 공사장 재료를 주워 먹으려던 오랜 계획이 아무도 말리는 사람 없는 뷔페로 실현된 셈이었다. 장우는 휴가까지 내 가며 폐허의 재료를 흡입했다. 3등급 영성 합금으로 뼈를 강화하고 반제품을 복권 긁듯 삼키는 동안 비늘이 돋았다 들어가고 키가 3센티미터 자랐으며, 20급 식토신공으로도 소화하지 못한 재료 세 가지만 뱉어냈다. 그러다 생산 목록에 없는 완제품 알약까지 주워 먹었는데, 수명이 1년 늘어나는 연수약이었다. 장편편의 반응은 처음으로 단호했다. 연수는 매우 특별한 자원이고 중대한 관계가 있으니, 더 묻지 말고 더 신경 쓰지 말고 더 생각하지 마. 그 무렵 검문소에서는 두 봉지를 들킨 인부가 저는 이 두 봉지밖에 안 훔쳤다고, 2톤이나 훔치지 않았다고 항변하고 있었고, 살이 찐 것 아니냐는 물음에 장우는 과로로 살쪘다고, 공법 수련이 잘 돼서 2차 성장했다고 능청을 떨었다. 보름을 정산하니 잔고는 2.69에서 12.51이 되어 있었다. 복구가 끝나자 공지 두 개가 나란히 붙었다. 물자 300톤 도난, 노동자 장학천·증회안 등 십여 명 시인 — 그리고 이달의 모범 노동자, 쓰레기 1,200톤을 처리한 장우. 두 공지를 나란히 본 장우는 갸웃했다. 정말 이 십여 명의 노동자들이 가져간 건가?

표창과 함께 고 주임이 낙점한 야외 프로젝트 선발 소식이 내려왔고, 명단에서 밀린 영심이 토력산을 찾아가 따졌다. 주임께서 찾으시는 건 쓰기 좋은 도구지 귀한 도자기가 아니라고, 대학이 어쩌면 너희 인생에서 가장 가까웠을 때라는 건 모른다고, 토력산은 속으로만 답했다. 물러서는 대신 영심은 선언했다. 저는 장우와 승부를 겨루겠습니다!

장우 대 영심 (301장~304장)

토력산이 설계한 승부는 건축 폐기물 운반이었다. 5시간 동안 666층에서 지하 1층까지 21킬로미터를 오가며 처리장의 중량 통계로 승패를 가리는, 시합이라는 이름의 공짜 노동이었다. 개막 전에는 선도의 본질은 운반이라 할 수 있다는 설법까지 곁들여졌는데, 이소가 그 말에서 깨달음을 얻는 동안 옥성한은 몸으로 나르는 것 말고 정보를 운반하면 어떨까 하는 전혀 다른 것을 얻었고, 복희는 저 인간이 사신이 되지 않은 게 아깝다고 감탄했다. 장우는 손을 들어 선생님, 이 시합에 급여가 있습니까부터 물었고, 없다는 답이 돌아오자 영심에게 패자가 승자의 급여를 두 배로 무는 내기를 걸었다. 시합이 시작되자 영심은 안구법해가 그려 주는 최적 경로 위에서 25톤을 지고 초속 200미터에 가깝게 내달렸다. 오랜 수련과 무수한 자금을 쏟아부은 선도 기술의 결정체다운 질주였는데, 그런 그녀가 경악한 것은 장우가 전마운수공까지 꺼내 드는 것을 본 순간이었다. 미친 거 아니야? 시작부터 목숨을 걸고?

장우는 목숨을 걸고 있지 않았다. 뷔페에서 주워 먹은 연수약이 수명을 1년 늘려 놓은 데다 잔우사신심결의 육체 활성화와 몸에 남은 약효가 소모를 메우고 있었지만, 그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영심은 네가 저 1층 놈들만큼 가난하냐, 네 목숨은 놈들보다 훨씬 비싸니 놈들과 목숨 걸고 싸우는 건 수지가 안 맞는다는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정석으로 싸웠고, 부적을 과금하며 따라붙다가 비용이 눈덩이로 불어나자 손을 멈췄다. 토력산이 관전평을 내놨다. 한 놈은 목숨을 걸고, 한 놈은 돈을 걸고! 과연 우리 토목계의 천재들이자 인재들이로구나. 순위표가 뒤집혀 장우가 3등, 영심이 4등이 되었고, 패배를 곱씹던 영심은 이 싸움에서 약자는 바로 나였다고 인정했다. 장우의 마무리 인사는 한결같았다. 돈 부치는 거 잊지 마. 중재를 자처하다 헛발을 디딘 이소는 네놈 체면이 뭐냐는 면박만 들었고, 시합에서 이긴 날 밤에도 장우가 야근을 나가자 옥성한이 해설을 붙였다. 시합에서 이긴 기념으로 자기 자신한테 상 주는 거지.

승리 직후 토력산이 물었다. 대학 전쟁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대학 간 경쟁은 국지 무력 충돌로 번지는 중이었고, 10대 대학은 직접 나서는 대신 중재와 대리전을 맡으며, 만법은 형제 학교를 지원하고 물자를 파는 위치였다. 야외 공사가 그 뒷받침이라는 이야기에 복희가 요약을 얹었다. 다른 학교를 행동대장으로 내세우고, 겸사겸사 팔아먹겠다는 소리네. 그 무렵 새벽 대련장에서는 옥성한의 영근 융합도가 9할에 이르러 삼안신통이 각성했다. 상대의 동작을 복제하고 허실과 영기의 흐름을 간파하는 힘이었다. 거울처럼 초식을 되받게 된 옥성한은 지금의 나는 좀 무서울 정도로 강할지도 모른다며 진지해졌다가 곧바로 덧붙였다. 싸움 잘해서 뭐해? 복제는 학습과 수련에 써야지. 그 곁에서 장우의 도종보가 재능을 소리 없이 베꼈다. 괜찮은 재능이군. 이제 내 거야. 한편 토력산은 법해 속에 두 학생의 자료를 펼쳐 놓고 있었다. 장우는 아주 유용한 소모성 인재로 단기 투자 대상이고, 공수신은 고 주임 쪽에서 이미 장기 육성 목표로 정해 둔 천곤륜이산신력의 차세대 전수자 내정자이며, 희원추는 금융과 전과 예정자다. 장우가 받는 호의 뒤에 무슨 계산이 붙어 있는지 아는 사람은 그들뿐이었다.

금융과에 대출을 받으러 간 날, 장우는 광고 없는 복도의 정적과 영석을 박아 넣은 바닥 타일에 압도되어 주저앉아 줍고 싶은 충동과 싸웠다. 담당자 허령자가 내민 조건은 원금 10영폐에 월 이자 0.01, 상환은 10년 뒤로, 거의 자선사업 수준이라 서류를 처리하던 허령자가 보아하니 이 학생을 키우려는 모양이라고 중얼거릴 정도였다. 같은 무렵 악목람이 축기를 통과했고, 숭양 동창 채팅방에는 금주 학원의 유분이 나타나 살려 달라고, 3.2영폐만 있으면 부활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사기가 아니라 육체가 잠시 사망하고 의식은 살아있는 상태라고 했다. 그리고 백진진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아들아, 엄마가 지금은 돈을 보내줄 수가 없어서, 대신 비검 한 자루를 준비했어. 이 비검은 좀 특별해. 받아보면 알게 될 거야.

사망률과 질병률 (305장~310장)

12월의 야외 프로젝트 출정 회의는 두 개로 나뉘어 열렸다. 장우와 차우비가 앉은 가난한 반의 회의실과, 공수신과 묵상신이 앉은 유료 육성반의 회의실이었다. 단상의 토력산은 학생들의 빚과 예금 숫자를 읽어 내려가며 비범한 선도 잠재력이라 부르더니 담담하게 공지했다. 위에서 사망자 명단을 배정했습니다. 신입의 낯빛이 굳는 것을 본 6학년 백발 노학생 차우비가 웃었다. 과로사율 1위…… 우리 같은 일을 하는 놈들이 죽음을 두려워하겠습니까? 영폐가 전부다! 하는 구호 속에서 가난한 반에는 하루 여섯 끼 약물이 급식되었는데 첫 끼부터가 수명을 깎아 힘을 짜내는 삼충역근환이었고, 의사는 자비 부담으로 동행했다. 임무는 산하대학의 괴뢰 공장 폐허를 3개월 안에 재건하는 것. 출정길에 백진진의 소포가 도착해 열어 보니 청사비검이 나왔다. 그녀의 머리카락 일곱 가닥으로 만든 비검으로, 검격마다 상대의 감정 하나를 잠시 지우고 하루 일곱 번 충전되며, 천검대학 순천비검 팔만 사천 자루의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단말이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7학년 묵상신이 군용급 공법을 시연해 사람과 짐과 폐허 더미를 통째로 들어 옮겼다. 이게 씨발 축기라고? 공수신의 눈이 갈망으로 타올랐지만, 자신이 이미 그 공법의 내정자라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식당의 약물 선택기에는 조합별로 【과로사 확률 0.06%】 같은 숫자가 실시간으로 떴고, 복희는 몸의 한 군데만 집중해서 망가뜨리지 말고 균등하게 압박해서 더 오래 살라는 뜻이니 토목과는 그래도 꽤 인간적이라고 감상을 남겼다. 화장실 위치를 묻는 신입에게는 공사장에 화장실이 널렸으니 싸고 싶은 데다 싸면 된다는 안내가 돌아왔다. 옥성한은 본진에서 92번 시멘트를 먹습니다, 하는 공사장 브이로그를 이어 갔는데 조회수 1위는 언제나 영심 직캠이었다.

장우의 진짜 일과는 따로 있었다. 폐허에서 나온 재료의 5할은 선생님 쪽, 남은 5할은 나눠 갖는 잿돈의 규칙을 익히고 첫 수확물을 자진 상납하자 차우비가 규칙을 잘 안다며 흐뭇해했고, 장우는 남는 시간마다 현장을 먹었다. 식연교막으로 식도와 위장을 강화하고 — 내장을 일시로 넓히는 것은 20급 산악진형편의 몫이었다 — 15호 비강을 삼키고 20호 비강까지 나아갔다. 현장 물이 드는 데는 보름이면 충분해서, 여기 1.3밀리미터는 안 된다던 신입이 어느새 겨우 2밀리미터 차이인데 대충 넘어가자며 검사관에게 뇌물 재료를 찔러 주고 있었다. 상급 토목성체(8/8)가 열리며 뜬 완성 문구는 이랬다. 당신이 늙어서도 일할 수 있게 하고, 영원히 일하는 길 위에 있게 한다.

20호 비강을 몸에 융합하던 날이 이 석 달의 유일한 전투였는데, 상대는 소화되지 않는 합금 뼈였다. 식토신공과 전마운수공의 이중 폭발에 무극진선 20급까지 얹은 3분의 전력전으로 비강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폭발과 휴식과 성체 전환을 거듭한 끝에 오른손 뼈가 합금과 융합되었다. 약물이 열 가지 세트로 불어나던 날 장우는 속으로 답을 정리해 두고 있었다. 종문이 언제 사람을 안 뽑을지 모른다. 이 빌어먹을 의식을 이기고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 나는 하루하루를 아껴 싸울 뿐이야. 닷새 뒤 약량이 두 배로 뛰고 선택기의 숫자가 【과로사율 32%!】로 갱신되자 복희가 처음으로 빌었다. 장우, 우리 이렇게 먹지 말자, 응? 나 무서워. 속마음은 조금 달라서, 네가 먹다 죽으면 내 투자는 다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니냐는 쪽이었다. 그리고 장우는 방침을 바꿨다. 숨기면 숨길수록 더 의심스러워 보이니, 당당하게 먹는다. 약량 폭증을 본 토력산은 설마 도박했느냐고 조심스레 물었고, 불려 간 의무실에서는 의사가 채혈관을 들여다보며 이거 무슨 신약이냐고, 성분 검사를 해야 하냐고, 이게 피라고요, 하고 되물었다. 판정은 무이상이었다. 보고를 받은 고 주임은 상한선이 좀 낮을 수는 있어도 시공에는 딱 좋고 우리를 위해 몇 년 더 일해줄 수도 있겠다고 결론지은 뒤 지시를 덧붙였다. 자네가 장우한테 가서 걔 신체 표본 좀 사 와 — 생물학과, 의학과 사람들에게 샘플을 팔 의향이 있는지 물어봐라.

궁극의 토목성체 (311장~312장)

새로 지은 법해 공장에서 연기과 생산 라인 구역만은 봉쇄되어 기밀이었다.[4]

열 번째 공법이 20급에 이르던 날 우서에 궁극의 토목성체(10/10)가 떴다. 상처가 심할수록,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효과가 강해진다. 매일을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일하라. 빨리 죽을수록 안 죽는다는 거냐고 요약한 장우는 그날부터 자가 치유를 끄고 자신을 죽음 언저리에 붙들어 두는 운용을 시작했고, 머리가 하얗게 셌다. 그러자 매일 안부를 확인하러 오는 사람이 생겼다. 차우비였다. 매일 0.13영폐 벌자고 그렇게 목숨 걸 필요 있느냐고, 수명은 그렇게 현금화하는 게 아니라 너 같은 건 자살이라고 하는 거라며, 그는 매일 마사지 한 번에 수명 약물 한 번, 야근은 24시간 이내라는 양생의 도 3계명을 전수해 주었다. 경청을 마친 장우가 약을 두 번 더 주문하자 차우비는 결론지었다. 분명 돈을 엄청 많이 빚졌을 거야.

토력산은 일찌감치 장우의 앞날을 두 갈래로 정리해 두고 있었다. 파산하여 영원히 초생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승승장구하거나, 세 번째 가능성은 없다. 보고를 받은 고 주임의 처분도 금지가 아니라 하루 최대 10번까지만 먹이라는 것이었는데, 열 번을 넘기면 약효 없이 수명만 소모되기 때문이었다. 나는 학생들에게 목숨 걸 기회를 주는 데 인색하지 않아. 그 말에 토력산은 역시 주임님은 대범하시다며 감동했고, 소식을 들은 공수신은 다행히 나는 부자라며 새삼 가난의 무서움을 곱씹었다.

2월 말, 3개월의 야외가 끝났다. 철수하는 장우의 몸에는 벽령고의 반포로 도달한 영근 융합도 10할과 품질 157%의 법력 546.8, 그리고 전부 20호 비강으로 갈아 끼운 206개의 뼈가 실려 있었고 예금은 22영폐였다. 하얗게 센 머리로 그는 대여한 현조사리와 벽령고를 꼬박꼬박 반납한 뒤, 기말까지 남은 일주일을 회복과 학습과 수련에 썼다.

천재는 천재와 싸워야 제맛 (313장~316장)

연체 기말 시험은 도시 전장을 본뜬 모의 지형에서 치러졌다. 속도 관문은 450층, 중력 관문은 463층이었다. 시험 전 공수신이 목에 주사 세 대를 꽂는 것을 보고 바닥에 떨어진 주사기를 주웠던 장우는, 다른 사람의 선도 잠재력을 훔치는 것으로 간주되어 부정행위라는 복희의 제지에 투덜댔다. 씨발 곤허…… 한 층 한 층이 더 비정상적이네. 속도 관문에서 공수신은 체온 115도로 최적화된 척추 법해 위에서 만리비검보를 몰아 음속을 돌파했다. 다 돈으로 쌓아 올린 수위 아니냐고 중얼거리며 뒤쫓은 장우가 근소하게 밀렸는데, 종점에서 먼저 놀란 쪽은 오히려 공수신이었다. 저 가난뱅이가 여기까지 따라붙었다고?

중력 관문에서 판이 뒤집혔다. 뼈는 철근이고 혈육은 시멘트라는 듯 몸을 건축물처럼 다루는 운용으로 장우가 배율을 견디며 올라가자, 공수신의 표정이 개탄에서 조소로, 경악으로, 망연자실로 바뀌어 갔다. 온몸이 피로 물든 장우가 하늘과 땅을 떠받치는 거대한 붉은 거인처럼 버텨 선 곳에서 시험이 끝났을 때 배율은 64배였다. 관전하던 고 주임은 목숨을 거는 천재 하나에 돈을 쓰는 천재 하나라고 정리하더니 잇달아 지시했다. 자네가 장우한테 가서 걔 신체 표본 좀 사 와. 시험이 끝나고 비결을 묻는 공수신에게 장우는 사실대로 답했다. 매일 배 터지게 먹고, 매일 꼬박꼬박 수명 단축 약 챙겨 먹고, 하루 24시간 넘지 않게 야근만 하면 돼. 석 달만 버티면 이렇게 되지. 우리 토목과가 공사장에서 야근 안 하면 뭘 하겠어? 공수신은 믿지 않았다.

패배를 곱씹은 공수신의 정리는 이랬다. 한 사람의 진짜 수명 한계는 자신의 수입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명 연장의 한계이니, 장우의 길은 수지가 맞지 않는다. 그는 스승을 찾아가 스승님, 제가 졌습니다 하고 고개를 숙였고, 돌아온 답은 돈 얼마나 필요하냐는 것이었다. 이윽고 1학기 최종 순위가 갱신되었다. 희원추 1228, 장우 1201, 공수신 1183 — 반 2등이었다. 발표 순간 영심이 장, 장우?! 지난 석 달 동안 프로젝트에서 대체 얼마나 번 거냐고 소리를 질렀지만, 정작 장우는 공사장에서 콘크리트를 붓느라 순위표를 보지도 못했고, 그 모습을 본 이소는 큰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대인의 풍모라며 감복했다. 공사장 입구에는 1층 시절의 얼굴도 나타났다. 선도 출신에 왕윤의 옛 수족, 지금은 만법 보안과 2학년인 성걸이었다. 그는 28위의 장우를 동정하며 개가 되는 첫 번째 비결은 주인을 잘 고르는 것이라는 처세 철학을 폈다가, 다음 날 반 2등이 된 장우 앞에서 얼어붙었다.

풍도의 혼수생 조천행은[5] 댓글 검열 노동 사이에 친구 순위 알림을 받고 문서로 축하말을 몇 개나 초안 잡은 끝에 대단하네, 한 마디를 보냈는데 두 번째 문장은 【근무 시간 중 업무와 무관한 채팅 금지】 경고창에 막혔다. 장우의 답장은 어차피 혼수생은 바쁘다며 무심했다. 장편편은 축하마저 위장술 점검으로 해서, 연기 잘하더라, 다음에는 피를 좀 더 흘리는 게 좋겠어, 2등 자리는 아주 좋아 1등은 너무 눈에 띄니까, 하고 보내왔다. 아니, 나 진짜 X나게 목숨 걸고 한 건데. 장우는 속으로만 항변했다. 축기반 9위의 옥성한은 토목과 이 새끼들은 학생을 소나 말이 아니라 완전 혼수생 취급한다는 총평을 남겼고, 복희는 설마 선인이 환생한 건가 하는 가설을 혼자 세웠다가 선인 환생이 어디 이렇게 가난하겠느냐며 혼자 접었다. 그리고 주변의 태도가 일제히 공손해진 것을 두고 장우가 감상을 남겼다. 이 대학 순위라는 거, 사람과 사람 사이를 더욱 존중하게 만들어 주잖아.

선문 공법 (317장~320장)

방학의 통화에서 백진진이 새 판을 꺼냈다. 십대 대학이 맞붙는 10대 리그에는 전공별 경연도 있지만 가장 무게가 실리는 것은 군사 경연으로, 개인전 1위를 전부 쓸어 담는 그랜드슬램에는 10대 종문의 선문급 공법 사용권이 걸려 있다는 것이었다. 기초, 진계, 전문가, 군용, 선문으로 이어지는 공법 다섯 등급의 꼭대기였다. 부잣집 학생들을 모조리 짓밟고 정점에 서는 거야. 백진진의 설교에 장우는 듣기만 해도 피가 끓는다며 달아올랐다. 다만 참가하려면 학교 선발을 통과해야 했고 보통 과 상위 10위는 되어야 기회가 있었으며, 군사류 자격증과 군용급 공법도 필요했다. 토목과의 군용급이 7년 연속 반 1등 조건이니 전과할 자신은 연기과의 군용급 공법을 알아봐야 하나 고민하는 장우에게 복희가 찬물을 끼얹었다. 수십 년 동안 아무도 해내지 못한 일이야. 물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깊어. 그래도 통화의 끝에 두 사람은 누가 먼저 최강의 자리를 차지하는지 보자며 영계 너머로 손바닥을 마주쳤다. 1층 시절의 약속이 한 계단 위에서 다시 맺어진 것이다.

토목과에는 군사 투자를 늘리려는 전쟁파의 고 주임과 상업 부동산과 약 공장에 금융과 제휴를 얹은 평화파의 임 주임, 두 파벌이 있다는 사실도 이 무렵 드러났다. 학생들의 성적과 순위가 곧 배후 회사의 주가 지표였다. 한편 번식과에서 나온 장우의 혈액 표본 보고서는 특이 체질이 유전과 무관하고 번식으로도 재현되지 않는다는 판정이어서, 고 주임은 비용과 전문성을 이유로 연구 투자를 접었고 채혈도 그것으로 끝났다. 기숙사 문지기가 다 된 현과는 사수가 아니라 오수(五修)였을지도 모른다는 새 가설을 세우고는 반 이동 전에 318층으로 이사할 계획부터 잡았다. 오수 생활을 시작하고 수선 고속도로에 올라타는 거야!

개학하자 고 주임이 장우를 불렀고, 장우는 처음으로 야심을 입 밖에 냈다. 10대 리그에 참가하고 싶습니다. 실험용 약물 할인에 반중력 통로 사용권, 318층 스위트룸까지 혜택이 쏟아졌고, 이번 학기 기말에 1학년 반 1등을 차지하면 기명제자로 거두겠다는 약속 하나가 얹혔다. 곁의 토력산은 속으로 기대 없는 미끼라고 잘라 말했고, 계약서가 없다는 점은 복희가 짚어 주었다. 그가 약속을 지키고 싶지 않다면 넌 아무 방법도 없지. 매 학기 공사장 프로젝트도 의무가 되었는데, 전장 최전선 전쟁 보루니 깊은 산속 묘지 수선이니 데이터 센터 개조니 하는 목록을 훑던 장우의 눈이 합환대학 놀이공원 확장이라는 한 줄에 박혔다. 설마 이런 것까지 있어? 여긴 꼭 한번 가봐야 해!! 이사 소식을 들은 옥성한이 단체방에서 15평 대저택?! 하고 먼저 외친 그날 밤에 이사가 이루어졌고, 같은 시각 450층의 100평방미터 스위트룸에서는 희원추가 금융과 일대일 수업을 마치고 있었다.

희원추 쪽에도 명령이 내려와 있었다. 1학년 최종 종합 점수에서 2등을 100점 이상 앞서라는 임 주임의 지시였고, 거절할 권리는 없었다. 그녀의 무기는 동전 법보로 사람들의 믿음을 거두어 법력과 도심과 기혈에 가호를 두르는 기운 도술이었는데, 기운 점복 서비스는 이미 장우와 공수신의 소비 목록과 대출과 건강과 수명 예측까지 전면 조회를 마친 뒤였다. 반 채팅방에 도발이 올라오자 복희가 주식에 빗대 해설해 주었다. 모든 주주가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면 그 주식은 떨어져. 이게 인심이 향하는 곳, 기운이 돌아가는 곳이지. 장우는 채팅방에는 너와 한판 겨루는 걸 기대하겠다고만 짧게 답한 뒤 창을 닫으며 중얼거렸다. 너에겐 기운이 있고, 나에겐 우서가 있다. 이번 학기에 내가 너 제대로 한번 따주마. 회복 지출로 잔액이 18.03을 거쳐 10.26까지 내려가는 사이 백초환단욕 탕에 들어간 장우가 보라색 약액을 무색으로 만들어 버리는 바람에, 업주는 하나도 회수할 수가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그리고 4월 초, 안구법해로 초대장 한 통이 날아들었다.

장우의 식사량 (321장~323장)

초대장은 공수신이 묵상신을 거쳐 보낸 것으로, 연기과 야성리의 법보 제련 성공을 축하하는 감보연 초대장이었다. 초대가 온 경로를 되짚던 장우는 그제야 자신이 어느새 고 주임과 토력산이 속한 파벌의 일원이 되어 있고, 묵상신도 공수신도 같은 파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답장 대신 그가 확인한 것은 하나였다. 먹을 거 있어?

568층의 연회장에서 주최자 야성리는 온몸에 법해 브랜드와 모델명이 떠다니는, 부딪히면 파산할 배상가의 걸어다니는 명품관이었고, 그 옆의 창람어는 정신(正神)이 수여한 광고부를 두른 광고판 인간이었다. 보기만 해도 그는 돈을 벌고 있고, 보기만 해도 그는 강해지고 있다! 장우는 몇 번 쳐다본 것만으로 그의 광고 수익을 올려 줬을까 봐 시선을 피했다. 이 세계의 연회에서 음식은 사치품이었고, 취하도록 먹이는 훈반과 존경을 담아 올리는 경반과 벌밥까지, 밥으로 사람을 올리고 내리는 법도가 따로 있었다. 연회장에 들어설 때부터 공수신은 야성리와 한 번 쌍수할 수 있다면 돈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계산을 속으로 굴리고 있었다. 지각한 장우 앞에 놓인 것은 벌밥, 한 톨로 연기 수사가 사흘을 포만하게 지낸다는 천정미였다. 골탕용이었지만 장우는 십여 번 씹어도 부서지지 않자 그대로 삼키고는 그릇을 내밀었다. 밥만 있고 고기가 없으니 먹는 재미가 없네. 밥 세 그릇 더, 용간봉담 세 접시 더! 좌중이 굳은 것을 묵상신이 내 이 후배는 체질이 특별하다며 웃어 수습했고, 공수신은 과연 내 친구라며 감탄했다. 식사가 끝나자 야성리가 장우에게 평가를 내렸다. 네 그 식사량은, 부자의 식사량이야. 미래에는 반드시 부자가 될 거야.

한편 450층에서는 희원추의 기운 점복이 조용히 돌아가, 장우가 밥 먹는 저조회수 영상 하나까지 잡아내 승률 변동을 계산하고 있었다. 결론은 결국 아주 조금의 기회가 더 생긴 것뿐이라는 한 줄이었다. 프로젝트 선택의 날, 장우는 목록의 합환대학 놀이공원 확장에 세 문장 연속으로 미련을 보이다가 — 거기가 왜 고위험 프로젝트로 분류됐는지 생각도 안 하느냐고 복희가 물었다 — 결국 장편편이 추천한 지하 10층 회룡원 묘지 수선을 골랐다. 토납 명당인 데다 옥성한과 악목람의 도종을 계속 부화시킬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묘지가 왜 회사냐고 묻는 동생에게 누나는 채팅으로 일러 주었다. 가난한 자만 죽은 뒤 육신의 소유권을 잃고 토납 시신이 되어 저품질 법력을 생산하며, 부자는 두 번 죽는다 — 첫 번째는 육신이 죽을 때, 두 번째는 재산이 다 떨어졌을 때. 장우는 이해했다. 그래서 묘지에는 가난한 자의 시체만 있는 거구나.

2주 뒤 도착한 지하 10층에는 【회룡원 법력 생산 유한 책임 회사】 간판이 걸려 있었다. 안내 화면의 메뉴를 직접 열어 보니 시신을 압축 보관하는 절약구와 시신 부위 블라인드 박스가 나왔는데, 굿즈 구매와 채용 정보가 같은 화면에 나란히 떠 있었다. 뒤늦게 나타난 손 부장은 우리는 활인을 시신으로 파는 유명대학 같은 곳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동행한 요족 동기 사운상은 묘지가 뭐가 무섭냐고, 자기는 사람이 무섭다고 했다. 해마다 혼자 다니는 요족이 잡아먹히는 세계에서 그녀가 장우를 호위로 고른 기준은, 네가 날 보는 눈빛에는 그런 욕망이 없는 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파괴된 구역에 대한 공식 설명은 영기 농도 과다로 시변이 일어나 강시가 생겼다는 것이었지만 장우는 믿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뒤, 감시가 닿지 않는 구역에서 누군가 장우를 덮쳤다.

모두가 왕총을 그리워한다 (324장~327장)

습격자는 토목과 6학년 전양이었다. 공사장 먼지에서 착안한 대풍천진장이 상상 못 할 각도로 쏟아졌지만 장우의 몸은 뚫리지 않았다. 장우의 응전은 그가 55개 전법이라 이름 붙인 방식으로, 누구와 싸워도 55 대 50으로 비긴다는 뜻 그대로 전마운수공으로 육체를 끌어올리고 삼안신통으로 상대의 초식을 복제해 정면으로 되받는 것이었다. 거울과 싸우게 된 전양이 먼저 절규했다. 이 자식, 너무 씨발 딴딴하잖아. 누가 씨발 쟤 전투 시스템을 설계한 거야? 그러더니 그는 싸움을 접고 동업을 제안했다. 모두 고 주임님 문하인데 자기가 어떻게 외부인을 도와 너를 상대하겠느냐고, 오히려 왕윤에게서 좀 이득을 챙기는 쪽이 흥미롭다고 했다. 의뢰인은 왕윤이었다.[6] 1층에서 장우에게 모든 것을 잃고 유명대학 쪽에서 요양하며 천령근으로 재축기 중이던 그는 제자황심이라는 황제의 심법을 익히다 심마에 막혀 있었는데, 그 심마의 이름이 장우여서 장우가 비참해질수록 심법이 돌고 장우가 잘 지낼수록 도심이 막혔던 것이다. 전양의 영업 방식은 협박이라, 동의하지 않으면 장우가 매일 야근하고 예금이 매일 늘게 만들겠다고 왕윤을 찔렀다.

그렇게 왕윤의 돈으로 장우를 폐인으로 만드는 사업이 개업했는데, 문제는 패키지의 내용물이 곤허에서 돈 주고도 못 사는 것들뿐이라는 데 있었다. 삼시 세끼 밥을 먹여 밥에 중독시키고, 8시간을 재우고, 마사지로 몸을 무르게 하고, 칭찬으로 투지를 부식시키는 것이다. 시공 오차를 봐주는 검수관은 10센티미터 차이도 통과라며 눈을 감아 주었다. 장우는 카메라 앞에서는 시들어 가는 폐인을 연기하고 카메라 밖에서는 밥그릇에 약을 숨겨 수련했다. 갑질 체험의 절정에서 전양이 왕윤에게 판 대본은, 오늘부터 네가 매일 정시에 퇴근하게 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매일 10분씩 일찍 퇴근하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조기 퇴근이 이 세계 최악의 형벌이었던 셈이다. 옥성한은 밀려드는 마사지 공세를 왕윤의 투지 부식 음모로 읽고 좋은 형제를 위해 자기가 막아 줘야겠다며 비장해졌고, 이소는 마사지사들에게 둘러싸인 장우를 보며 설마 이것이 성적 급상승의 비밀인가 중얼거렸는데, 둘 다 왕윤의 돈으로 받는 마사지였다. 정산일에 잔고 29.1영폐를 확인한 장우는 경건해졌다. 왕윤은 정말이지 거대한 호구야. 이놈 하나가 도대체 몇 명을 먹여 살리는 거지?

그러던 어느 날, 폐인이어야 할 사내가 감보연에서 천정미 다섯 그릇과 용간봉담 세 접시를 비우는 영상이 왕윤의 안구법해에 재생되었다. 날 갖고 놀아? 제자황심이 역류해 도심이 16급에서 15급으로 부서졌고 왕윤은 피를 토했다. 그때 귓가에 어머니의 목소리가 내려앉았다. 유명대학에서 일하는 그 여인은 아들의 붕괴 앞에서, 이 일은 자기가 막흥자에게 시킨 것이라는 자백부터 했다. 전양을 소개한 막흥자가 그녀의 하수인이었던 것인데, 다만 장우 같은 자를 찾아 너를 자극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리고 실패를 가르쳤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 속에서 다시 일어서는 법이며, 심법은 수사의 조력자이지 족쇄가 아니다. 1층의 패배도 다시 짚었다. 너의 대사를 망친 것이 과연 그 칼이더냐? 아니면 그 칼을 쥔 사람이더냐? 처방은 마음의 허점을 메우고 남은 1년간 대학원 시험을 준비하라는 것으로, 메우면 스승을 배정받고 메우지 못하면 평생 금단은 바랄 수 없었다. 미래에 금단을 돌파하고 원영에 도전하게 되면, 그때 가서 하찮은 장우 하나를 돌아보아라. 왕윤은 인터넷을 끊고 수험 모드로 퇴장했다. 장우 쪽에서는 이 배후 사슬이 보이지 않았으니, 장님이 코끼리 만지기였다.

후원자가 사라진 다음 주, 묘지 일대에는 이상한 상실감이 돌았다. 왕총 소식 아직 없어? 장우가 물었고 곁의 옥성한도 물었다. 왕총 소식 아직 없어? 큰손 형님을 잃은 스트리머들의 심정이었고, 스트리밍이 막노동보다 훨씬 돈벌이가 빠르다는 교훈만 남았다. 그사이 장우의 토납 공법 여섯 개가 모여 초급 기맥장류(6/6)가 열려 익힌 토납법이 많을수록 법력 회복이 빨라졌고, 옥성한은 이설련의 주선으로 어둠의 마사지 세계에 입문했다. 삼안신통으로 기술자들의 손기술을 훔쳐 배운 무면허 마사지사의 첫 일터는 100층 아래 야외였다. 기숙사 앞에서는 현과가 악목람의 쌍수 구애자를 쫓아내는 경호 실무를 서며 언제쯤 자기 차례가 올까 기다렸지만, 그날 그에게 돌아온 보상은 이랬다. 현과, 쓰레기 좀 버려줄 수 있어?

비밀 무기, 심한법맥 (328장~330장)

묘지 수선이 절반을 넘긴 무렵, 장우는 파괴 구역의 벽 뒤에서 여러 각도를 비추는 숨은 카메라 한 대와 몰래 판 통로를 발견했지만,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알 수 없으니 일단 모른 척하기로 했다. 그 무렵 학과에는 건축대회 공고가 붙었다. 건축 설계에 토목 공학을 겹쳐 해마다 한 번 열리는 대회로, 학과 내 선발전을 거쳐 연말에 천요대학에서 결승이 열리며 시험 항목은 전시 상황을 본뜬 것이었다. 그리고 토력산의 추천을 받았다는 4학년 총나가 장우를 시험하러 왔다.

장우가 무상운강과 구소운공경으로 빚은 인간 형태의 강기로 초식을 복사해 되받자, 팀장 마현이 네 성소팔 외피가 좀 닳지 않겠느냐며 싸움을 중재했다. 전투의 승패보다 법해 수리비가 먼저였고, 장우를 영입하려는 마현의 계산도 같은 셈법이었다. 이 장우라는 놈은 싸우는 데 시간도 힘도 돈도 많이 드는 타입이니, 상대방의 최강자를 묶어두는 비밀 무기로 쓴다.

그리고 몇 달째 법력 주입을 받아 온 악목람의 법력 품질이 마침내 문턱을 넘으면서, 심한법맥이 각성했다. 한기가 방을 삼키는 것과 동시에 장우의 도종보에는 두 번째 도종인 심한법맥(법력) 1급이 등록되었고, 곁에 있던 장우는 통째로 얼어붙었다. 악목람은 얼어붙은 친구를 문어처럼 감긴 자세로 몸을 붙여 녹였는데, 하필 체온을 나누던 중에 새벽 2시의 통화가 연결되었다. 상반신만 송출되는 화면 너머로 수상한 기척과 신음을 들은 백진진은 설마 또 그거 하고 있는 건 아니냐고, 화근부터 잘라 줬어야 했다고 확신하더니 이내 관대해졌다. 내가 하는 거 보고 싶으면 해. 우리가 형제인데 어쩌겠어? 해동된 장우 옆에서 악목람의 첫마디는 여전했다. 진작에 돈 줬어야 했는데. 얼마 줄까? 마무리는 복희의 촌평이었다. 이 정도 정력으로 합환대학에 가겠다고? 완전 풋내기잖아. 새 도종은 한독을 쌓았다가 터뜨려 얼리고, 병균을 죽이고 상처를 동결하는 힘이었다.

웃음이 가라앉은 자리에서 장우는 몸의 이상을 감지했다. 수명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미세하게 느려져 있었던 것이다. 이 심한법맥이…… 수명 유실을 늦출 수 있다고? 수명이 화폐인 세계에서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두 사람 다 알았기에, 악목람이 약학원 시설로 실험해 보기로 하고 확인될 때까지는 함구하기로 합의했다. 백진진 쪽에서도 천검대학에서 검을 수련하고 있다는 소식이 왔다. 그리고 며칠 뒤, 작업 중이던 강기 사이에서 밀가루 한 줌이 걸려 나왔다. 사적 재배는 퇴학급 중죄이고 재배는 오직 대학과 회사만 할 수 있다던 1학년 초의 경고가 스쳤다. 암흑 경작계?

농사 소굴을 발견하다 (331장~334장)

복희의 감시 의식이 통로 안쪽의 카메라를 잡자 화면에는 형광빛 밀가루가 제분되고 벽돌 모양으로 압축되어 출하되는 광경이 떠올랐다. 이틀을 관찰한 장우가 밀가루 한 줌을 들고 찾아가자 장편편은 순도 99%의 지기맥이라는 감정을 내리고 즉시 판을 장악했다. 법안부와 감시부로 소굴의 규모와 동선을 훑은 뒤 소탕하고 압수하고 착복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거사 전에는 옥성한과 악목람의 통신 기록을 몰래 훑어 신뢰도부터 확인했다. 제안을 받은 옥성한은 정신(正神)이 가담했을 가능성부터 추리한 끝에 수락했고, 악목람은 위험을 짚으며 잠시 망설였지만 왕윤전에서 장우를 믿었던 기억을 떠올리고 함께하기로 했다.

행동 당일 장편편의 원격 지원 아래 셋이 진입해 보니 안쪽에는 지기맥 재배실이 따로 숨어 있었다. 연기급 조직원은 하나도 살려 두지 않았고, 마지막에 막아선 것은 축기 경지의 거한 적지였다. 그도 원래는 만법대학의 학생이었다. 제약 회사에 취직했다가 18호 살기의 직업병을 얻고, 치료비가 부채가 되고, 해고되고, 그렇게 맥영회라는 범죄 조직의 재배 노동자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교전 끝에 장우의 열기와 악목람의 한기가 협공해 적지는 죽었다. 압수물의 시가는 100여 영폐로, 1할은 순찰대에 신고하고 9할은 뼛가루 포대로 위장해 빼돌리기로 배분이 정해졌다.

반출 당일 장우는 근육을 움직여 얼굴을 바꾸고 은닉부로 안구법해의 신상 표시를 10분간 가린 채 포대를 날랐다. 정문 검문소의 경비원 성걸이 포대를 열어 가루를 한 움큼 쥐고 입에 털어 넣더니, 돼지 요괴 맛이라며 통과시켰다. 뼛가루를 덮어쓴 밀가루 상자들은 45층 방에 은닉되었고 현금화까지는 두세 달이 걸릴 예정이었다. 신고는 장편편이 미리 넣어 둔 터라 현장 조사가 끝나자 세 사람에게는 범죄 조직 소탕에 협조한 열혈 시민 표창과 포상금 각 1영폐가 고지되었고, 목숨을 건 강탈이 사기보다 못 벌었다는 결산에 복희는 사기가 선도의 지름길이라고 설교했다. 그 며칠 사이 장우의 감각에는 이상이 하나 생겼는데, 장편편의 도종 태청부록이 지속적으로 감지되기 시작했고 활성화 조건까지 읽혔던 것이다. 50영폐. 돈이 많이 필요하냐는 물음에 누나의 답은 짧았다. 돈을 모으고 있어.

영육합일의 여정 (335장~342장)

경시대회 팀 채팅방에 초대된 장우는 며칠간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 투명 인간 신세였고, 융태보건안마회소에서 열린 첫 대면 모임의 몸풀기는 30분 풀파워 안마였다. 세게 받을수록 인정받는 판에서 끝까지 버틴 덕에 복자연을 비롯한 선배들의 인정을 얻었고, 팀장 마현은 세 가지 토목칠절을 겹친 소삼합을 실연해 보였다. 장우는 지하 거래망에 자기 법력을 팔기 시작해 검수를 맡은 이설련이 품질에 감탄했고, 옥성한은 변장한 채 그녀가 주선한 일감을 뛰었다. 심한역사를 검증하는 대련 끝에 옥성한은 장우와 싸우는 모든 방법을 비용으로 따져 보고는, 어떻게 싸워도 적자니 좋은 형제인 것이 다행이라고 결론지었다. 6월 말에는 묘지 프로젝트가 끝나고 기맥장류가 상급(8/8)에 이르러, 전력으로 부릴 수 있는 무상역사가 세 구에서 다섯 구로 늘었다.

7월에는 순위가 더 높은 희원추가 팀에 합류하면서 장우가 주전에서 후보로 밀렸고 훈련에서도 배제되었다. 마침 밀가루 판매 대금이 입금되어 잔액이 42.9영폐가 되자 장우는 태청부록의 50영폐 대신 다른 쇼핑을 골랐다. 추심거의 영육합일 보장 서비스, 30영폐에 12회 할부, 적합도 테스트 무료권까지 딸린 상품이었다. 영육합일은 혼수상태에서도 심법이 호흡처럼 도는 경지이고, 서비스의 내용물은 죽음의 시뮬레이션이었다. 첫 여정에서 그는 영근 양식장의 요예로 살았고, 두 번째 여정에서는 약초밭과 노예를 거느린 부자로 살다 지살기에 침식되었으며, 세 번째는 기령의 실험체, 네 번째는 선인의 의지 아래 놓인 무기 판매상이었다. 시뮬레이션 속 세계는 높은 현실성을 자랑한다고 했다. 그러는 동안 공사장에서 무상역사들을 부리는 작업 효율을 본 영심이 경악했고, 기운 감시로 지켜보던 희원추는 위협이 아니라며 넘겼다.

그사이 등병정의 중개로 장우는 자극진군의 비공개 임시 학생이 되었다. 조건은 3학년 때 토목과 20위 안에 들고, 연기과 3학년 과정을 이수해 기말을 통과하는 것이었다. 백진진에게서도 다음 학기에 대학생 비검 경기로 만법대학에 온다는 예고가 왔다. 8월에는 기맥장류의 마지막 경지가 완성되고, 옥성한의 삼안신통이 몸 안을 들여다보는 내시 기능까지 갖춘 2급으로 올라섰다. 궁극의 기맥장류(10/10)가 체력과 정기를 법력으로 바꿔 준 덕에 손수천기산으로 위장한 채 무상역사 열 구를 돌리자 야간 월급이 밤당 0.1영폐를 넘겼다. 나 자신이 바로 내 십장이다. 장우는 만족했지만, 추심거의 담당 매니저 유천은 이 고객을 최단 기록 29일을 넘어설지도 모르는 대적으로 보고 있었다.

유천은 심층 연결에 0.3배속 반복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 여정에서 법해 노동자로 살던 장우의 돌파가 눈앞에 온 순간 시뮬레이션 밖의 무언가가 끼어들었다. 영계 깊은 곳에서 나를 찾아라 하는 목소리가 울리고 URL 하나가 남은 것이다. 시뮬레이션이 붕괴했고, 그 붕괴의 충격 속에서 오히려 영육합일이 완성되었다. 사고 책임을 묻는 협상에서 흠 잡히지 않을 논리로 밀어붙인 끝에 유천이 개인 돈으로 할부금 전액을 월 3.3영폐씩 열두 번에 걸쳐 물어 주게 되었으니, 이번에 크게 번 셈이었다. 남은 것은 URL이었다. 접속해 받아 낸 심법 무량심내법신을 장편편이 감정한 결과는 출처도 판권 기록도 없는 흑공법이었다. 위험한 것은 공법이 아니라 출처야. 영계에 노출하지 마. 장우는 숨겨서 수련하기로 했다.

제1학년, 최종 전공 시험 (343장~348장)

8월 말의 장우는 도심 15급에 흑공법 무량심내법신 10급의 일심이용, 법력 752.8과 잔액 46영폐를 갖추고 학년말 시험을 맞았다. 도심 시험의 채점은 봉구의 기령이 맡아 무작위 추첨과 공개 데이터를 섞어 수험생마다 다른 시험 세계를 열었는데, 이소에게는 죽음이, 영심에게는 가문의 관 여섯 구가 늘어선 파산이 왔다. 옥성한의 시험 세계는 부잣집 파혼극이었지만 그는 내가 데릴사위로 들어가겠다며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했고, 장우의 세계는 벼락부자가 되는 시험, 공수신의 세계는 전장이었다. 법력과 육체 시험에서 장우가 공수신을 제치고 희원추와 백중까지 가자 기운 점복의 승률 숫자가 흔들렸고, 희원추는 투자를 추가했다. 그리고 최종 전공 시험의 규칙이 공지되었다. 30분의 재료 선점, 세 시간의 토치카 시공, 그리고 열 차례의 실공격 타격 평가였다.

재료 쟁탈전의 함정은 재료 자체가 전부 저급품이라는 데 있었다. 영심은 현장에서 재료를 다시 제련하는 현지 조달로 응수했고, 공수신은 돈으로 진지비를 두르고 영맥 자리를 노렸지만 그 영맥은 희원추가 20급 진지장으로 빼앗아 갔다. 기운을 옮겨 실으면 10급 혼응강기도 20급의 위력을 냈던 것이다. 장우의 방식은 학년 내내 해 온 그대로여서, 저급 자재를 입에 넣고 위장 속에서 세 시간 동안 재련한 재료를 시공 부위로 올렸다. 시험이 끝난 뒤 현장을 견학하던 이소가 세 시간 내내 건축 자재를 쌌냐고 묻자 토력산이 정정했다. 그것도 운반이다.

열 차례의 타격이 시작되자 토치카들이 차례로 무너져, 여섯 번째 타격 이후 서 있는 것은 희원추와 장우의 두 채뿐이었다. 희원추의 수는 상식 밖이었다. 자기 자신을 인신공양으로 바치고 그 시신을 토치카 아래 묻어 부지 영기의 9할을 독점한 것인데, 의료진은 부자는 몇 번이고 죽었다 되살아날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은 그럴 수 없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심사석에서 고 주임과 임 주임의 설전이 반복되는 사이 여덟 번째 타격에서 희원추의 토치카에 첫 균열이 갔고, 장우의 토치카는 흠집조차 없었다. 검수 기록을 열람한 임 주임은 서른 겹의 방폭 장갑과 남들의 두 배가 넘는 시공량 앞에서 입을 다물었다. 열 번째 타격이 끝났을 때도 장우의 주체 구조는 온전했고, 토력산은 속으로 되뇌었다. 이 아이는 타고난 토목 성체로다.

삼킨 자재를 위장에서 재가공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시험장의 촬영 화면이 돌았고, 승부는 장우의 승리로 확정되었다. '죽었나요' 의료팀에 부활된 희원추는 각본의 역효과를 실감했다. 인신공양까지 하고도 졌으니 사람들의 믿음이 무너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순위가 뒤집혀 갱신되는 순간 기운의 반격이 올 수도 있었다. 그녀는 역풍을 예감했다. 한편 심사석의 고 주임은 기명제자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것과 천곤륜이산신력의 차세대 전수자를 공수신에서 장우로 바꾸겠다는 것, 두 가지를 결심했다. 두 번째 결심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장우의 두 스승 (349장~350장)

고 주임은 순위표가 갱신되기를 기다리지 않고 장우를 불러 직접 수석을 알렸는데, 정작 장우는 그 말을 듣자마자 스승 앞에서 조용히 알람부터 맞추고 있었다. 순위표가 뒤집히는 순간을 캡처해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약속된 보상은 한꺼번에 내려왔다. 약학원의 실험실 약물이 열리고 학자금 대출 10영폐가 더해졌으며 기숙사는 30평방미터 호화실로 넓어졌고, 무엇보다 약속대로 기명제자로 거두겠다는 말이 나왔다. 그 순간 장우는 자신을 이미 비밀리에 거둔 자극진군을 떠올렸지만, 지금 그 말을 할 수는 없어 공손히 고개만 끄덕였다. 고 주임은 이제 첫 칠절 현황진악인을 전수받는 일이 남았다며 앞으로의 길을 일러 주었다. 군사증을 따고 토목칠항을 통과하면 칠절법해까지 갈 수 있고, 2학년과 3학년에도 수석을 지키며 토목삼절을 이루면 그때는 친전제자로 거두겠다는 것이었다. 연기과로 가려던 발걸음이 그만큼 무거워졌다.

그날 밤 고 주임이 영계 네트워크에서 오랜 친구 자극진군에게 자랑을 늘어놓았다. 오늘 1학년 좋은 싹 하나를 거뒀다며 순위표에 화가 잔뜩 난 임 주임의 영상까지 곁들이자, 자극진군은 형님 대단하시다고, 그런 우수한 제자를 얻으셔서 정말 부럽다고 받아 주는데 고 주임이 느끼기에 어쩐지 말에 가시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자기도 최근에 제자를 하나 들였다며 덧붙였다. 뒷문으로 찾아온 녀석이라 언급할 가치도 없습니다. 나중에 그 녀석이 출세하면, 그때 형님께 소개해 드리죠. 그 뒷문으로 찾아온 녀석이 누구인지, 고 주임만 모르고 있었다. 이윽고 순위표가 갱신되었다. 1위 장우 2553점, 2위 희원추 2551점, 2점 차였다. 새로고침을 거듭한 것은 희원추였고, 갱신을 확인한 영심은 축하 메시지와 함께 호칭부터 대사형으로 바꾸더니 입문 축하 선물로 가문의 유골을 보내겠다고 했다. 토목과다운 예물이었다. 그리고 여름의 끝에서 야성리와 이야기를 나누던 장우의 손이 한 가지 사실 앞에서 멎었다. 연기과 15위 야성리의 사부가 자극진군이었던 것이다.

토목과 2학년

1학년 수석이 되어 고 주임의 기명제자로 들어간 장우는 토목과 공부와 함께 연기과 과정을 배우기 시작했다. 새 학년의 목표에는 토목 경연 출전도 있었지만, 마현의 팀에서 그의 자리는 여전히 후보석이었다.

두 학과의 수업

야성리에게 연기과 수업을 묻던 장우는 그녀의 스승도 자극진군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고 주임이 새 제자를 자랑하자 자극진군이 이름까지 물어봤다는 이야기에, 장우는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자신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자극진군은 이미 그를 알고 있었다. 모르는 척 고 주임의 자랑을 듣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도 그 장난에 한몫하고 있다는 생각에 찔렸지만, 당장 급한 일은 수업이었다. 자극진군이 요구한 대로 3학년이 끝나기 전까지 연기과 3년 과정을 모두 마치고 시험에도 통과해야 했다.

야성리가 보내준 시간표에는 법보 설계, 부문 식각, 재료 가공 같은 수업이 빽빽했다. 같은 학기의 토목과보다 시수가 거의 세 배였고, 여러 수업이 같은 시간에 잡혀 있었다. 잘못 짠 시간표도 아니었다. 연기과에서는 학생이 여러 과목을 동시에 듣거나 나중에 인터넷 강의로 보충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야성리는 필요한 몇 과목만 고르라고 했지만 장우에게는 전부 필요한 과목이었다. 일심이용을 더 발전시키고 영계 가속도 써야 할 판인데, 교재와 강의뿐 아니라 그 가속에도 돈이 들었다.

돈이 아쉬워지자 왕윤 생각이 났다. 장우는 지하 묘지에서 함께 왕윤의 돈을 받아냈던 전양에게 수석 성적표를 보내며, 연락이 닿거든 꼭 보여 달라고 부탁했다. 전양 역시 연락은 안 된다면서 그가 그립다고 했다. 혹시 왕윤의 옛 수족 야능소라면 알까 싶어 친구 신청을 보냈더니 곧바로 수락됐다. 그러나 야능소는 왕윤이 오해할까 무섭다며 앞으로 연락하지 말라는 말만 남기고 장우를 삭제했다. 자기 기말 3등 성적에 만족하던 참에 장우의 수석 소식을 듣고 기분을 망친 쪽은 야능소였다.

마현은 그 성적표도 보지 않은 채 희원추에게 칠절 입문을 축하하고 있었다. 현황진악인은 기초를 다지는 데 중요하고 자신이 조언해 줄 수 있다며 이야기를 늘어놓자, 총나가 개인 메시지로 그만하라고 말리며 순위표를 보냈다. 희원추가 졌다는 것을 뒤늦게 안 마현에게 총나는 주전을 장우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마현은 훈련 호흡을 다시 맞추기 번거롭다며 거절했지만, 속으로 따지는 것은 파벌이었다. 그가 속한 영악진군 문하는 수명 연장에 필요한 금융과 대출 때문에 평화파에 서기로 했다. 그는 희원추를 그대로 주전에 두었다.

희원추는 단톡방의 축하를 읽다가 피를 토했다. 자신을 1등으로 믿던 사람들의 기대가 무너지자 기운이 흩어졌고, 그동안 받던 가호가 사라지는 데 그치지 않고 법력 운용과 육체 반응, 기억력까지 떨어졌다. 익혀 둔 공법도 제 효능을 내지 못했다. 그런 상태에서 임 주임은 금융과 전과를 보류하고 토목 공부에 전념하라고 지시했다. 다시 장우에게 수석을 내주지 말고, 훗날 군사 자격증 시험에서도 그를 밀어내라는 명령이었다.

토목칠절 세 개를 배운 뒤 금융과로 옮기려던 계획은 깨졌다. 희원추는 장우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지만, 그렇게 해서는 스승의 기대를 되찾을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정면으로 이기고, 토목과 수석으로 졸업해 금융과 대학원으로 가겠다고 마음을 다잡은 그녀의 안구법해에 기이한 대화창이 떠올랐다.

희원추: 네가 말한 소원, 내가 들어주지. 희원추: 의식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알려줘.

남매의 유대와 사심합일

장우가 장편편에게 돈이 부족하냐고 먼저 물었을 때, 그의 잔고는 56영폐였다. 장편편은 평소 좋은 성적에 비해 소박하게 살았고, 장우는 그녀가 큰돈을 모아 쓸 일이 있다고 짐작했다. 누나의 도종 태청부록을 열려면 50영폐를 주어야 한다는 조건도 알고 있었다. 장편편은 25영폐만 빌려 달라고 했지만 장우는 50영폐를 보내 버렸다. 돈을 빌려주겠다는 말부터 낯설었는데, 가진 돈 대부분을 바로 송금하자 장편편은 그를 바보 보듯 쳐다보았다.

그녀에게 그 돈은 동생이 모은 잠재력과 생명, 미래였다. 장우가 자신에게 그것을 맡겼다는 생각에 마음이 움직인 장편편은 돈을 받고 상환 계약서를 보냈다. 다음 달부터 매달 5영폐씩, 총 열두 번 갚겠다는 계약이었다. 장우는 이자를 요구하지 않았지만 장편편이 서명을 고집했다. 자신에게 돈을 빌려주는 동생과 기꺼이 이자를 갚는 누나, 그녀는 그 계약을 남매의 유대로 받아들였다. 곧 장우의 눈에 태청부록 1급이 밝혀졌지만 자세히 살펴볼 틈도 없이 2학년 첫 수업에 가야 했다.

교실에서는 영심이 앞줄 가운데 자리를 비워 놓고 기다렸다. 그녀가 선물로 건넨 정력제 약병에 흰 가루가 들어 있는 것을 보고 장우는 놀랐다가, 증조할아버지의 유골이라는 것을 알고 안도했다. 콘크리트에 넣으면 건물을 단단하게 만드는 가보였다. 영심은 고 주임의 기명제자가 된 장우에게 증조부를 맡기며 자기 앞날도 잘 보살펴 달라고 속으로 빌었다.

그날 밤 태청부록을 시험한 장우는 영계의 도관 태청경에 도착했다. 자기 동부가 생길 줄 알았는데 안에는 장편편이 있었다. 그녀는 동생이 여기에 올 리 없다고 생각해 즉시 공격했고, 장우의 신분 계정부터 열람 기록과 은행 계좌까지 몸 밖으로 흩어졌다. 그 정보들을 보고서야 진짜 동생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장우는 우서 이야기를 할 수 없어 영계에 들어왔다가 우연히 느껴졌다고 둘러댔다. 장편편은 혈연 때문인지, 둘 사이의 유대 때문인지 생각해 보았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태청경은 고인이 남긴 영계 동부로, 정신의 관측까지 막을 수 있었다. 지금 가동할 수 있는 태청전 하나만으로도 사고를 스무 배 가속할 수 있었다. 육신과 영기가 따라오지 못하니 모든 수련이 빨라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순수하게 정신을 단련하는 무량심내법신에는 그 가속이 통했다. 장우는 그날 밤 무량심내법신을 11급에서 20급까지 올려 생각을 네 갈래로 나눌 수 있게 됐다. 장편편 역시 이 심법을 익혔고, 학습뿐 아니라 영계에서 여러 부주를 동시에 다룰 수 있게 된 것을 기뻐했다.

네 갈래 생각을 얻은 직후에는 사고가 났다. 기숙사에서 백진진의 영계 투영과 대련하던 장우가 서로 엇갈리는 판단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악목람과 부딪쳤고, 악목람이 기절한 것이다. 백진진은 서둘러 사진부터 찍으라고 했다. 상처를 확인하고 충돌 흔적을 남겨야 나중에 덤터기를 쓰지 않으며, 내상이 있다면 늦게 치료할수록 의료비가 커진다는 설명이었다. 장우가 배를 만져 보고 차갑고 미끄럽다고 감상을 말하자 백진진이 호통쳤다.

“내가 씨발 보라는 건 그녀 내장에 내상이 있는지 없는지야!”

백진진은 투영으로 장우의 손과 자기 손을 겹쳐 응급 처치를 가르쳤다. 한빙 법력으로 상처를 얼리는 동안 깨어난 악목람은 평소의 법력 주입인 줄 알고 장우를 껴안았다. 장우는 상처를 누르고, 법력을 넣고, 추워하는 악목람을 데워 줘야 했는데 네 갈래 생각에 잡념까지 네 배로 늘어 집중할 수가 없었다. 백진진은 대련 때도 초식이 하나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아무리 생각이 많아도 하나의 의지가 지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우는 한 사고를 중심에 세우고 나머지 셋에 일을 나눴다. 사심합일을 깨달은 뒤에야 손과 법력, 체온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완전히 정신을 차린 악목람에게는 네가 나한테 부딪쳐 기절했다며 책임을 슬쩍 뒤집었다. 악목람은 치료해 준 것은 고맙지만 부딪친 것도 장우라며, 앞으로 기숙사에서 그렇게 크게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다음 날 고 주임이 전수한 첫 칠절은 현황진악인이었다. 현황지기를 붙인 물체의 무게를 조절하는 공법으로, 앞으로 배울 대규모 시공의 바탕이 됐다. 장우는 몇 분 만에 익혔지만 곧바로 드러내지 않았다. 한 시간이 지난 뒤 역대 가장 빠른 사람은 얼마나 걸렸느냐고 묻자 고 주임은 최단 기록이 30분이고 자신도 거의 한 시간이 걸렸다고 답했다. 장우는 15분을 더 기다린 다음 첫 현황지기를 응축한 척했다. 고 주임의 실제 기록은 거의 두 시간이었다. 제자 앞에서는 꾸준히 노력하라는 말만 했지만, 그가 떠나자 곧 자극진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고주임: 내 새로 거둔 제자가 현황진악인 입문하는 데 얼마나 걸렸는지 맞춰봐. 고주임: 1시간 15분! 자극진군: 형님 제자 정말 대단하네요! [미소]

탈퇴와 새로운 팀

고 주임 앞에서 입문하는 척하던 동안 현황진악인은 이미 2급이 되어 있었다. 연법도를 열어 보니 이 공법은 도번곤륜이라는 세트에 속했다. 장우는 나머지 칠절도 같은 세트일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대서고를 뒤져도 추가 공법을 찾지는 못했다. 당장 모을 수 있는 무도성체를 먼저 완성하고, 그에 속하는 대규모 시공 공법을 골라 배우기로 했다. 시공에 쓰면서 수련할 수 있고 작업 효율이 오르면 임금도 늘어날 터였다.

토력산은 선행 학습에 쓰라며 교재와 인터넷 강의를 80% 할인받을 수 있는 운수서원 회원권을 선물했다. 장우가 연기과 공부까지 할 줄은 몰랐지만, 그에게는 아주 요긴한 선물이었다. 토력산은 마현이 아직 장우를 후보로 두고 있다는 말을 듣고 평화파에 줄을 선 것이라 설명하며 다른 팀을 소개했다. 5학년 시회옥의 팀이었다. 10위권은 보장하고 6위권을 노린다는 말에 장우는 주전으로 뛸 수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확답을 받고 마현의 팀을 나갔는데, 막상 새 팀에 가니 시회옥과 차우비, 사운상 셋뿐이었다. 시회옥은 자기를 가리켜 실력이 뛰어나다고 하고, 다른 둘을 가리켜 경험이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시회옥은 토력산의 제자였다. 원래 팀에서 훈련하다 주장과 부딪쳐 신장을 다쳤는데, 통째로 교체할지 수리해서 쓸지를 놓고 배상 협상이 틀어져 소송까지 갔다. 지금은 중고 귀신(鬼腎)을 달고 다녔고, 가끔 이전 주인의 잔념이 보였다. 악목람을 다치게 했던 일을 떠올린 장우는 등에 식은땀이 났다. 그나마 토력산이 사람을 계속 모아주고 있었다. 전양은 출전비부터 물었지만 팀 구성을 보고 10위권을 노려볼 만하다고 판단하자 돈 이야기를 거뒀다.

마지막으로 소청현이 나타났을 때는 접근 경고가 먼저 떴다. 채무가 1만 영폐를 넘으며 어떤 손실도 배상할 수 없으니 거리를 유지하라는 경고였다. 팀원들이 물러서는 가운데 시회옥은 회사 법인이라 그렇다고 설명했다. 고대 무덤에서 몸을 빼앗길 뻔했다가 상대를 회사 법인으로 만들어 빚을 떠넘겨 쫓아냈다는 사연이었다. 소청현은 자기 사정에는 말을 보태지 않았지만, 막 2학년이 된 장우를 출전시키는 데는 이의를 제기했다. 고 주임의 제자라는 소개에도 특별히 부자라는 뜻이냐고 되물었다. 장우는 돈 때문이 아니라 실력으로 들어왔다며 시험을 받아들였고, 구룡천강장을 막은 뒤 구소운공경으로 그 힘을 되돌려 주었다.

정식 선수는 겨우 여섯을 채웠는데 후보 자리를 사겠다는 사람은 넘쳤다. 장우는 0.0001영폐를 보낸 이소에게 돈을 돌려주며 학업에 집중하라고 하고, 옥성한·공수신·영심에게 세 자리를 팔았다. 주전 여섯은 판매 대금을 0.2영폐씩 나눠 가졌다. 장우와 전양이 방어를, 시회옥과 소청현이 적과의 대결을, 차우비와 사운상이 시공을 맡는 팀이 갖춰졌다.

훈련에서 소청현은 장우를 정면으로 꺾으려다 자기 손 법해를 망가뜨릴 뻔한 뒤 그를 우회하거나 묶고 건물을 노리는 쪽으로 바꿨다. 시회옥은 장우를 맨 앞에 세울 생각으로 보안과에서 배운 도발 대사까지 보내주었다. 장우가 맞아 죽으라는 소리냐고 하자 동급생을 죽이면 전액 배상해야 하니 초갑부가 아니면 걱정 없다는 답이 왔다. 초갑부를 만나면 어쩌느냐고 되묻자 그때는 즉시 항복하라고 했다. 함께 할인과 절약 정보를 나누고 훈련장 대여료를 나눠 내는 이 팀에서는, 장우도 전 팀에서보다 훨씬 편하게 말을 섞을 수 있었다.

오늘부터 금딸이다!

수업과 훈련 사이에는 태청경 공부와 공사장 일이 들어찼다. 우서는 법보 설계 같은 지식을 읽는다고 숙련도를 올려주지 않았으므로, 장우는 스무 배 가속과 사중 사고를 써서 교재를 직접 익혔다. 어느 날 가져온 자료가 사라져 항의하자 장편편은 쌍수도 안 하면서 합환종 인플루언서 영상을 쌓아두는 것은 시간과 공간 낭비라며 자신이 지웠다고 했다. 장우는 십대 리그의 가상 적을 연구하는 자료라고 우겼다. 사생활을 지켜달라는 요구에 장편편은 파일을 복구하고, 앞으로 못 본 척하겠다고 약속했다.

현황진악인과 번천인은 빠르게 늘었지만 장우는 스승 앞에서도 공사장에서도 3급 정도만 내보였다. 고 주임은 그것만으로도 옛날의 자기가 보인다며 만족하고 자극진군에게 또 사진을 보냈다. 실제로는 두 공법 모두 10급에 올라 있었다. 대규모 시공 덕분에 수입이 늘어도 강의료와 장비 대여료, 영석값이 잔고를 계속 깎았다.

그런 날 백진진이 보낸 육포를 전부 먹어 치운 장우는 배 속에서 불이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문의를 받은 백진진은 자음장양 효과가 있는 고기가 잘못 간 것 같다고 했다. 원양을 참으면 육체를 기르고 도심을 단련하지만, 참지 못하면 원기가 상할 수 있는 고기였다. 절육 수술을 받은 백진진에게는 좋은 수련식이었지만 장우에게는 문제가 달랐다. 빈 봉지를 본 백진진은 그만큼 먹었으면 한두 달은 참아야 한다며 양손부터 들어 보이라고 했다. 쌍수를 하는 천검대학 학생도 있고 비검과 인검합일을 하는 학생도 있다는 말에 장우의 표정이 흔들리자, 역시 못 믿겠다며 수시로 통신을 걸어 검사하겠다고 나섰다.

장우는 금딸을 선언하고 공법과 일에 매달렸다. 실험약으로 장양육 소화를 돕는 방법도 있었지만 꾸준히 쓰기에는 비쌌다. 현과의 몸에서 발견한 도종 염양법맥을 열기 위해서는 그의 법력 품질부터 높여야 했고, 장우는 월 1영폐에 법력을 공급하는 개인 거래를 시작했다. 현과는 쌍수 공략집대로 씻고 와야 하느냐고 물었다가 법력 거래라는 설명을 들었다. 상대가 남자인지 영상으로 확인한 백진진은 안심했다.

금욕 보름을 넘겼다고 자랑하자 빅데이터는 오히려 선정적인 광고를 집중해서 보냈다. 광고를 본 뒤 악목람에게 법력을 주입하던 장우가 흔들릴 때마다 백진진의 통신이 걸려왔다. 백진진은 지금 안고 있는 것이 악목람이 아니라 성적 하락행 급행열차라며, 앞으로 거래 전 과정을 촬영해 보내라고 요구했다. 장우가 마침내 동의하고 통신을 끊자 악목람이 오래 품고 있던 질문을 꺼냈다. 아이를 낳고 싶으냐는 말에 장우가 놀랐지만, 오빠의 회사에서 번식 판권을 사고 싶어 한다는 뜻이었다. 그는 즉시 거절했다.

천검대학에서 그 영상을 보던 백진진은 장우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즐거워하는 것 같다고 의아해했다. 칠정신군은 그것이 정욕이라며 복원 수술을 받아보라고 권했다. 백진진이 수련에 쓸모없다며 거절하자, 스승은 장우가 언젠가 가정을 꾸리면 둘의 우정도 옅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백진진은 함께 십대 리그에 가기로 한 장우가 지금 그런 데 정신을 팔 리 없다고 웃었다. 만약 그러면 어쩌겠느냐는 질문에는 직접 절육 수술을 해주겠다고 답했다. 칠정신군은 잠시 침묵했다가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이 과거와 다르다고 했다. 백진진은 비검대회를 준비하러 다시 수련에 들어갔다.

백진진과 장우의 재회

11월 하순, 장우가 연기과 1학년 이론 대부분을 마쳤을 무렵 백진진이 만법대학에 도착했다. 거의 17개월 만의 재회였다. 은밀한 장소를 골라달라는 부탁을 받고 66층 구석에서 기다리는 장우에게 복희는 심장이 빨리 뛴다고 놀렸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백진진이 화신의 제자가 된 뒤 둘의 격차가 너무 커졌으며, 이제 장우와의 관계를 남에게 보이기 싫어진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장우가 백진진에게 쏟은 시간과 자원이 헛되지 않도록, 관계가 끊기기 전에 그녀에게서 챙길 것을 챙겨야 한다고 계산하던 순간, 백진진이 장우를 뒤에서 껴안았다.

백진진은 시간이 없으니 바로 시작하겠다며 자신의 진영근을 장우의 단전으로 밀어 넣었다. 신령근으로 진화한 영근은 기존의 기해영근을 억누르고 잠시 그 자리를 대신했다. 오랫동안 따로 수련한 두 사람의 몸을 맞추는 과정은 고통스러웠지만, 백진진은 영근이 있는 장우에게도 빌려줄 방법을 계속 찾아왔다며 격려했다. 장우가 너무 위험한 일 아니냐고 걱정하자 그녀는 그래서 사람 없는 곳을 찾으라고 했다고 답하고 다시 껴안았다.

“우자…… 엄마가 보고 싶었어.” “아진, 아빠도 네가 보고 싶었어.”

옆에서 복희만 빨리 신령근을 시험해야 하는데 시간을 낭비한다며 초조해했다. 두 사람은 경기 전에는 백진진에게 영근을 돌려주고, 경기가 끝나면 다시 장우에게 빌려주기로 했다. 당분간 관계를 밝히지 않기로 한 이유도 교환을 쉽게 하기 위해서였다. 개막식에서 인기 선수 백진진을 보며 조천행과 옥성한이 둘 사이가 예전 같지 않다고 생각할 때, 장우는 야근 중에도 빠져나와 영근을 돌려주고 있었다.

우서에 드러난 영근의 도종 이름은 청련검태 2급이었다. 복제하려면 빌린 신령근을 쓰는 동안 심법을 제외한 20급 공법 열 개를 각각 30시간씩 운용해야 했다. 백진진이 떠나기 전까지 하나씩 차례로 할 시간은 없었다. 장우는 수업을 빠지고 공사장 야근을 신청해 토납과 번천인을 동시에 운용하고, 부담이 적도록 출력을 낮춘 전마운수공까지 더했다. 영근은 두 몸을 오가며 서로의 장점을 가져왔다. 장우는 백진진의 반응과 사고, 법력 운용에서 도움을 받고, 백진진은 장우에게 길러진 체력과 저항력을 돌려받았다.

비검대회에서는 먼 표적을 맞히는 경기부터 속도와 파괴력을 겨루는 경기까지 이어졌다. 특히 반경 10킬로미터 안에서 비검으로 싸우는 두검 종목에서 백진진이 두각을 나타냈다. 평소에는 머리카락으로 만든 정금 비검 일곱 자루로 상대를 꺾었고, 군용급 비검을 가진 적에게는 108자루의 검진을 펼쳤다. 72자루로 상대의 검을 막는 사이 36자루를 숨겨 본체를 제압했다. 야성리는 첫 공개 때는 유리하지만 다음 상대들은 방비할 것이라고 보았다.

백진진을 칭송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옥성한은 칠정폐를 사들였다. 제자를 띄워 스승의 자산과 화폐 가치까지 올리는 수법을 성화진인에게 배웠던 것이다. 가격이 오르자 언제 팔아야 할지 고민하며 장우에게 백진진의 예상 순위를 물었다. 마침 영근을 돌려받고 있던 백진진은 자신의 목표가 20위 안이라고 답했다. 군용급 공법과 비검, 신령근까지 모두 가진 선수도 있는 대회에서 자신은 신령근 하나뿐이니, 칠정폐를 샀다면 늦어도 모레에는 팔라고 했다. 며칠 뒤 백진진은 18위로 대회를 마쳤다. 뒤늦게 대출받아 코인을 산 사람들은 그녀와 칠정신군을 욕했다. 백진진에게 쌍수를 청하려던 천검대학 선수 문무애는 평판을 다시 띄워주겠다고 위로했지만, 백진진은 배고프니 만찬부터 가자고 했다.

나 문무애는 쪼잔한 사람이 아니다

천검대학의 주력 선수 문무애는 곤허 10층 출신이었다. 백진진의 신령근과 화신 제자 신분에 끌려 쌍수를 제안하려 했으나, 칠정신군에게 돈을 쓰지 않고 깊은 감정을 맺어야 한다는 조건을 받았다. 돈이 감정인데 돈 없이 어떻게 감정을 만드느냐는 의문 끝에, 그는 고서와 가난한 사람들의 자료에서 안부를 묻고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며 장점을 칭찬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가 칭찬한 장점은 신령근, 부유한 스승, 비싼 머리카락과 높은 대출 한도였다. 1년 반이 지나도 백진진의 답장은 짧았고, 백진진은 돈 한 푼 안 보내면서 호의를 표하는 그를 불편해했다.

대회 중 백진진이 자꾸 사라지자 문무애는 행방을 쫓았다. 처음 길에서 장우에게 사진을 보여줬을 때는 못 봤다는 대답을 그대로 믿고 보내주었다. 토목과 학생과 백진진을 연결할 생각을 못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칠정신군이 장우는 백진진에게 돈을 쓰기는커녕 5영폐를 받았다며 그에게 배우라고 하자 달라졌다. 연회에서 두 사람이 시선을 주고받고 함께 자리를 비우는 것을 본 문무애는 장우를 골목에서 붙잡았다.

백진진은 쌍수나 입막음 비용을 핑계로 댈까 궁리했지만, 복희는 동향에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사실은 조금만 조사해도 나온다고 말렸다. 장우는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밝혔다. 문무애가 돈을 주겠다고 말을 꺼내자 백진진에게서 떨어지라는 뜻인 줄 알았는데, 뒤이어 나온 요구는 친해지는 법을 가르쳐 달라는 것이었다. 쌍수 경험까지 있었다면 돈을 더 줄 용의도 있었다.

장우가 상황을 전하자 백진진도 협력했다. 장우는 문무애에게 만법대학의 콘크리트 배합을 물어보라고 시켰다. 백진진은 고교 때부터 토목에 관심이 많았다는 거짓 설명도 붙였다. 반신반의하며 질문을 보낸 문무애에게 백진진 계정으로 긴 답장이 왔다. 장우가 직접 쓴 답장이었다. 처음 받은 이모티콘과 장문의 설명에 감탄한 문무애는 월 10영폐의 지도료를 그 자리에서 송금했다. 장우가 반을 나눠주려 하자 백진진은 돈이 부족하지 않다며 거절하고, 앞으로 문무애와의 대화를 통째로 맡겼다. 장우는 첫 지도라며 12시간 동안 연락하지 말라고 해놓고 마지막 밤의 수련으로 돌아갔다.

그 밤 청련검태 2급의 복제가 끝났다. 장우가 얻은 첫 군용급 힘이었다. 그는 여러 연법도 세트를 바꿔가며 영근의 적응을 시험했고, 오래 사용하면 세트를 바꾼 뒤에도 일부 효과가 육신에 남을 가능성을 확인했다. 당장 백진진의 영근을 한 단계 더 올리는 일은 미뤘다. 30급 공법 열 개라는 조건도 먼데다 갑작스러운 변화를 칠정신군이 주목할 수 있었다.

문무애는 장우의 수업 장소까지 찾아왔다. 희원추는 화신 제자와 인맥을 트고 함께 사진을 찍어 기운을 모을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문무애가 붙인 정신부에 몸이 묶였다. 3분 동안 3영폐라는 표시를 본 뒤에는 굳이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돈을 받고 보내준 셈이라고 자신을 납득시켰다. 한편 마지막으로 영근을 돌려받은 백진진은 이번에는 변화가 유난히 크다고 물었다. 장우는 떠나기 전에 열심히 수련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십대 리그에 참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최강이 되어 선문급 공법 사용권을 얻겠다는 장우의 말을 백진진은 웃어넘기지 않았다.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곳에서 기다리겠다고 말하고 떠났다.

공사장에서 문무애가 장우에게 계속 잘 부탁한다며 작별하는 모습은 공수신을 거쳐 토력산과 고 주임에게 보고됐다. 장우는 토목에 관심이 있어 질문을 주고받다가 친해졌다고 설명하고 실제 채팅 기록을 보냈다. 고 주임은 훌륭한 토목 인재가 천검대학에 갔다며 아쉬워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두 제자의 접촉을 배후 사문의 관계로 오해할 것은 알고 있었다. 그는 장우에게 친분만 인정하고 소개 경위는 자신이 함구시켰다고 하라고 지시했다. 자극진군이 천검대학 화신과 선이 닿았느냐고 묻자 그런 셈이라고 답했다.

임 주임도 같은 의심을 품었다. 그는 희원추에게 토목 경연의 대진을 배치해 줄 테니 첫 경기에서 장우의 팀을 떨어뜨리라고 명령했다. 희원추는 여러 플랫폼에서 대출을 받아 전투 준비에 남은 자금을 모두 쏟아부었다.

장우를 던져라

희원추는 장거리 포격과 자동 조준, 음속 세 배의 기동이 가능한 법해를 갖추고 출전했다. 기말고사 뒤 기이한 대화창의 의식을 치렀고, 그 힘으로 다시 팬을 늘리며 기운을 모아온 참이었다. 신용카드 모양의 백금진운패는 기운이 거꾸로 덮칠 때 두 달 동안 받을 충격을 열두 달로 나누어 주었다. 그녀는 그 법보까지 믿고 예금과 대출을 썼으며 정풍주도 팔았다.

장우의 동료들도 각자 준비해 왔다. 7학년 차우비는 대학에 들어온 뒤 처음으로 사흘 동안 일을 쉬었는데, 경기에 대비해 체력을 비축하는 동안에도 잔고가 계속 줄어드는 것을 보니 일할 때보다 괴로웠다.

“역시 휴식이라는 것은, 가장 도심을 단련하는 것이구나.”

사운상은 왼손 혈육을 팔아 새 오른손 법해를 사고, 쓰던 오른손을 왼쪽에 달았다. 시회옥은 옥성한의 조언대로 칠정폐를 사고 토력산이 소개한 대출까지 받아 번 돈으로 신장을 안정시켰다. 신장 원주인의 혼수를 고용해 관리도 맡겼는데, 혼수가 접속해 있는 김에 다른 일도 하려 하자 오늘 일당을 받았으면 자기 신장에 집중하라고 막았다.

장우는 여섯 번째 무공을 20급까지 올려 초급 무도성체를 완성했다. 경연에서 상위 일곱 팀 안에 들면 팀마다 두 사람에게 칠절 하나씩을 배울 기회가 주어졌다. 첫 관문은 중력장이 변하는 1,000미터 코스를 달려 여섯 명의 시간을 합산하는 예선이었다. 숙염양은 시회옥에게 돈을 내고 자기 팀 후보로 돌아오라고 빈정거렸고, 시회옥은 신장 소송에서 지면 배상금부터 갚으라고 응수했다. 숙염양은 음속 다섯 배로 코스를 통과한 뒤 다음 경기에 쓸 법해를 갈아 끼웠다. 그를 위해 계산한 혼수 다섯에게는 가장 잘한 하나를 정규직으로 쓰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남겨둘 생각은 없었다.

장우는 지금까지의 수련 기간과 다른 학생들의 사례를 조사해 전마운수공 20급까지는 밝혀도 된다고 판단했다. 전마운수공을 이중으로 폭발시켜 육체를 끌어올리고 네 갈래 생각으로 중력 변화에 대응했다. 춘추무진선으로 몸에 쌓인 단독(약독)을 터뜨리는 수단은 다음 경기를 위해 남겨두었다. 더 비싼 법해를 단 희원추에게는 속도에서 추월당했다. 여섯 명의 기록을 합친 결과 팀은 15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이어진 20강 대진의 상대는 마현의 팀이었다.

본선은 한 시간씩 공수를 바꾸며 보루의 완성도를 겨뤘다. 먼저 공격하게 된 장우의 팀은 흙먼지 너머로 돌진하는 대신 장우를 집어 던졌다. 공중에서 적진으로 날아든 그는 시회옥에게 배운 도발법을 자기 탈퇴 사연에 섞었다. 아직 후보로 남아 있었다면 뛸 기회조차 없었을 사람의 등장에 마현과 옛 동료들이 반응했다. 장우의 몸에는 출발 전에 소청현에게 받아둔 구룡천강장 스무 번의 힘이 쌓여 있었다. 열 번으로 총나를 날리고 나머지 열 번으로 시공 현장을 덮쳤다.

장우가 구소운공경 20급을 드러내자 마현은 함부로 공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장우는 무상운강으로 자기 모습을 한 역사를 만들어 섞어놓았다. 적들은 본체인 줄 알고 역사를 때렸다가 다른 곳에서 그 힘을 돌려받았다. 마현은 장우를 땅속에 묻어 움직임을 제한하고, 희원추의 장거리 포격과 함께 바깥에서 오는 팀원들을 막았다. 위에서는 차우비와 사운상이 충돌할 때마다 자기 법해가 상대보다 약하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었다. 동료들의 예금이 깎이는 동안 땅속에만 있을 수 없었던 장우는 차가운 역사 아홉을 만들어 굴을 팠다.

역사들은 시공 현장으로 솟아올랐다. 부수면 한독이 퍼지고, 놔두면 일을 방해했다. 마현이 장우를 직접 막으면서도 바깥을 견제하려 하자 이번에는 땅굴로 연결된 소청현이 나타나 보루를 공격했다. 마현은 결국 멀리 있던 동료들에 대한 지원을 거두었고 시회옥 일행도 적진에 들어왔다. 공사장은 싸움터로 변했다. 마현이 장벽을 세워 보호한 보루는 한 시간이 끝날 때 42%까지 완성돼 있었다.

돈 없으면 무슨 시합을 해

공수를 바꾸자 마현은 가장 약한 차우비를 끌어내 장벽 안에 가두었다. 네 명이 스무 초 안에 처리하고 돌아가면 장우 팀의 시공 능력을 크게 깎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갇힌 차우비의 모습이 풀리며 장우가 나타났다. 밖에 남은 장우는 진짜 차우비에게 무상운강을 씌운 것이었다. 양쪽 모두 상대가 약한 팀원을 노리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현은 계획을 바꿔 이번 기회에 장우부터 쓰러뜨리기로 했다.

적들은 휴식 시간에 구소운공경에 맞설 준비를 했다. 마현은 몸에 사은을 입히고 손을 늘렸으며, 양염은 피를 탄환으로 쏘는 공격을 꺼냈다. 길소소는 대출까지 받아 공후검을 빌렸다. 보험사가 경기용 가입을 거절했으므로 내구도가 95%에서 94%로 내려가는 숫자 하나에도 속이 쓰렸다. 복자연은 아까 망가진 손 대신 내구도 33%짜리 예비 질검을 끼웠다. 이들은 한번에 큰 힘을 넘겨주지 않도록 약한 공격을 여러 번 쏘고 거리를 벌렸다.

장우는 복자연에게 붙어 같이 맞았다. 서로 공격 의도를 표시해도 장우가 몸을 비비며 움직이면 완전히 피할 수 없었다. 복자연이 수리비를 나눠 낼 거냐고 물었지만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양염의 혈뢰는 한 발마다 돈이 들었는데, 장우는 그 피에 남은 약효를 먹어 체력과 법력을 보충했다. 마현의 사은도 몸을 강화하는 데 썼다. 얻어맞는 장우의 모습이 처참해질수록 공격자들은 오히려 불안해졌다. 끝까지 때렸다가 죽으면 누가 배상할지, 치료비가 얼마나 나올지 생각해야 했다.

복자연의 손은 내구도 20%를 지나 19%에서 고장 났다. 장우는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손을 찢어내고 한독을 밀어 넣어 그를 제압했다. 장벽 밖의 시회옥은 동료를 구하러 벽을 부수지 않았다. 오히려 보강해 적들을 가둔 뒤 총나를 쫓았다. 소청현은 땅굴을 통해 장우 곁으로 들어와 오행진기로 상처를 치료했다. 마현 일행이 장우 하나에게 묶여 있는 동안 다른 곳의 승부가 기울었다. 총나가 잡히자 복자연과 양염, 길소소가 차례로 항복했고, 전황을 따라가지 못한 희원추가 뒤늦게 물음표를 보냈다. 그녀마저 항복하면서 경기가 끝났다.

장우는 팀의 적진 파괴 78%, 피해 흡수 89%를 맡았다. 신체 손상과 예상 손실도 1위였다. 희원추는 결과가 조작됐다고 의심했으나 임 주임이 보낸 자기 기록에는 파괴 기여 1.5%, 뒤에서 두 번째로 짧은 참전 시간이 적혀 있었다. 탈락한 후보들은 자릿값을 돌려달라고 했고, 선수들에게는 대여료와 수리비 청구가 밀려왔다. 마현은 흩어진 사은을 거뒀다. 희원추는 이번 패배의 기운 역공이 지난번 것과 겹칠까 두려워 스승과 사형에게 돈을 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기이한 대화창은 신용카드 두 장으로 서로의 빚을 갚는 방법과 새로운 법해를 가리켰다.

관람석에는 자극진군도 와 있었다. 고 주임은 친구가 제자의 경기를 응원하러 들른 듯 소개했지만, 실제로는 관람 계약금을 보낸 뒤였다. 전액을 먼저 주면 5분 만에 떠날 친구라 잔금은 남겨두었다. 자극진군은 장우를 처음 보는 척 인사했고 장우도 맞춰주었다. 승리 뒤 고 주임은 10영폐와 치료약을 보냈다. 자극진군은 따로 메시지를 보내 둘의 관계를 고 주임에게 말해 볼까 놀린 뒤, 2학년이 끝날 때까지 연기과 3학년 과정을 마치면 상을 주겠다고 했다. 장우가 토목과 지원을 받아놓고 옮겼다가 보복당할 일을 걱정하자 사제 명분을 드러내지 않은 채 학위까지 가르쳐 줄 수 있다고 달랬다.

장우는 그보다 당장 소청현의 치료를 계속 받고 싶었다. 이렇게 솜씨가 좋은데 돈을 벌지 않느냐고 묻자 소청현은 유료 의료 면허가 없다고 답했다. 무료로 해주어도 제약회사의 영업을 침해하면 없어질 수 있었다. 고 주임이 뒤처리를 맡겠다고 해야 은밀한 치료를 계속할 수 있었다. 소청현은 상처를 고치면서도 다음 상대까지 이렇게 싸우려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보루를 짊어진 사람들

10강에 오르자 차우비가 보내놓았던 인턴 지원서에 답장이 오고 사운상에게 장학재단 대출 안내가 왔다. 영심은 조상에게서 보강용 뼛가루를 더 받았고, 후보들도 경연 순위를 이름에 달아 자랑했다. 본선 성적만으로도 얻는 것이 생긴 팀원들은 다음 상대를 보고 물러설 마음이 들었다. 상대는 시회옥의 옛 주장 숙염양이었다. 숙염양은 여러 용도에 맞춰 법해 아홉 세트를 준비했으며 동료들도 학과 40위권의 학생들이었다.

경기장 입구에서 숙염양은 시회옥이 사적인 원한 때문에 동료들의 돈을 낭비시키려 한다며 일찍 항복하라고 권했다. 차우비와 사운상이 망설이자 장우가 앞으로 나섰다. 대놓고 이간질부터 하는 것을 보니 숙염양 역시 이길 자신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맞받았다. 숙염양은 마현에게 이기더니 자신감이 넘친다며, 바닥에 눕고 나서야 말을 알아듣겠느냐고 응수했다.

이번에는 장우 쪽이 먼저 보루를 지었다. 숙염양은 바로 공격하지 않고 주위에 장갑층을 깔고 진법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영맥과 지형을 차지해 완성 직전에 보루를 무너뜨릴 작정이었다. 장우는 교수들이 보는 앞에서 시공 능력을 보여줄 기회라고 동료들을 독려했다. 차우비와 사운상이 수명까지 깎으며 속도를 높이자 그 정도까지 하라는 뜻은 아니었다며 당황했다. 계산상 보루가 완성되려면 40분이 필요한데, 숙염양은 20분이면 영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대로 끝내면 완성도 74 대 26으로 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장우와 소청현, 전양이 적의 공사를 늦추러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영계 접속이 끊기자 풍경을 덮던 광고와 안내 표시가 사라지고 맨눈에 보이는 공사장만 남았다. 장우는 백진진의 청사비검으로 천검대학의 순천비검망에 접속하려 했지만 세 사람이 모두 쓰기에는 요금이 비쌌다. 전양은 청사비검을 머리에 안테나처럼 꽂고 두 사람의 몸을 짚어 올해 남은 데이터를 나눠주었다. 접속은 돌아왔지만 이번에는 경로와 메시지를 믿을 수 없었다. 장우는 시잔마동으로 본 길과 기록이 맞지 않는 것을 알아차리고, 단체 대화방에 홍초의 최신 작품을 물었다. 옥성한의 계정이 곧바로 답했다. 장우는 그 답으로 통신이 조작됐다고 확신했다. 옥성한이라면 공개된 방에서 그런 질문에 대놓고 대답할 사람이 아니었다.

소청현의 도굴 경험과 장우의 삼안신통으로 영기의 흐름을 짚으며 지하로 나아갔다. 관람석의 교수들은 장우가 천검대학과의 관계 덕에 이런 수단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고 주임은 문무애가 자기 머리카락을 잘라 주었으리라 짐작했다. 장우 일행은 땅굴을 타고 적의 자재에 접근했다. 장우가 재료를 먹어 가공한 단단한 소화물을 뱉고, 소청현이 이동로를 뚫고, 전양이 운반하며 진법의 회로를 막았다.

마지막 3분을 앞두고 숙염양은 지능형 건축과 금융 혁신을 이야기하며 공세를 시작했다. 그러나 회로를 막은 소화물 때문에 계산대로 힘이 전달되지 않았다. 약 1분을 빼앗은 뒤에도 남은 공격은 충분히 거셌다. 2분 전 영맥이 흔들렸고, 100초 전에는 토석류가 덮쳐왔다. 시회옥 일행은 보루에 뼛가루와 피, 장우가 가공한 재료를 넣었다. 차우비는 가사 상태에 들어가며 생장의 힘을 끌어냈다.

60초가 남았을 때 보루를 받치던 땅마저 무너지자, 팀원들은 건물을 통째로 뽑아 들고 토석류를 피해 옮기기 시작했다. 번갈아 버티던 끝에 그 무게를 짊어진 장우는 소청현을 어깨에 태운 채 치료를 받으며 나아갔다. 시회옥이 귀신장을 과부하시키며 무게를 줄였지만 장우의 몸은 계속 상했고, 사운상은 그가 버틸 수 있도록 자기 피를 내주었다. 후보 셋이 보낸 1영폐씩의 지원까지 받아 끝까지 버텼지만 마지막 토석류는 사람과 건물을 모두 삼켰다. 판정 때 남은 것은 거대한 외곽 안에 숨겨 둔 실제 보루였다. 장우 일행이 짊어지고 보호한 그 부분의 완성도는 36%로 집계됐다.

장우는 쉬는 동안 다친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수명과 신장, 피를 써서 버틴 이들에게 후반전도 이겨보자고 선뜻 말할 수 없었다. 고 주임도 예상보다 잘 싸운 제자에게 얼마나 더 지원할지 고민했다. 자극진군은 이만큼 해낸 학생에게 조금 더 쓰면 값어치가 있다고 설득했다. 고 주임은 30영폐를 보내고 15분의 휴식 동안 장우를 지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15분의 과외와 부실 공사

고 주임에게 다시 자극진군을 소개받은 장우는 비밀이 들켰나 놀랐다. 자극진군은 말투부터 열 배로 빠르게 바꾸고 수업을 시작했다. 숙염양이 설치한 것은 영계 접속을 끊는 양계분할대진, 감각과 통신을 속이는 만귀미혼대진, 땅을 보강하고 영맥을 다루는 천산중악대진이었다. 복잡해 보여도 넓은 공간과 불편함을 감수해 법보의 값을 낮춘 것이라 설명하자 장우도 이해할 수 있었다. 혼수 역시 값싼 기령처럼 쓸 수 있었다. 진법을 힘으로 부수는 것은 철거이며, 구조를 이해해 빼앗아 써야 진짜 파훼였다.

자극진군은 믿을 만한 혼수 둘을 구해 진법에 직접 접속시키라고 일렀다. 이어 법해 정비에 쓰는 원자절맥수를 가르쳤다. 파괴력은 거의 없고 상대의 호체강기부터 깨야 했지만, 모델별 혈맥 구조를 알면 법해와 몸의 연결을 끊을 수 있었다. 이번 경기에 필요한 몇 초식만 익히게 할 생각이던 자극진군은 장우가 전부 익히자 놀랐다. 장우 쪽은 스승이 시켰으니 이 정도는 해야 하는 줄 알았다. 고 주임에게 수업이 어땠느냐는 질문을 받은 자극진군은 그럭저럭이라고만 답했다.

장우는 태청경에서 스무 배 가속과 네 갈래 사고, 기억을 돕는 도술을 써서 진법 도면과 서로 겹친 구조를 외웠다. 장편편에게는 부주 도구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다. 팀원들에게 고 주임이 반격 수단을 마련해 주었다고 알리자 다시 해보자는 답이 돌아왔다. 관람석에서는 자극진군이 구천원양탑으로 광고를 지우는 시연까지 했다. 고 주임은 돈도 안 받고 자기 파벌의 체면을 세워준 친구에게 감동했다. 자극진군은 훗날 제자를 데려가려 할 때 고 주임이 둘의 실력 차이를 기억하고 저항하지 않기를 바랐다.

후반전이 시작되자 장우 일행은 아직 진이 없는 예정 부지에 살기 오염물을 뿌렸다. 시회옥과 전양은 분진을 일으켜 작업을 늦췄다. 장우는 퇴역 안구 법해 여러 개를 움직여 침입자가 사방에 있는 것처럼 속이고, 하나를 영계 설비에 직접 연결했다. 침투를 맡은 혼수는 조천행과 묵천일이었다. 먼저 들어간 조천행이 파일에 봉해 둔 대출 광고를 실행했다. 혼수들의 시야에 광고가 솟아나는 동안 장우는 자재 창고로 향했다.

숙염양이 현황대수인으로 장우를 붙잡자 그는 현황진악인 11급을 드러내며 버텼다. 조천행과 묵천일이 진법의 적아 식별을 바꾸자 숙염양에게 보이는 풍경이 한순간 뒤틀렸다. 소청현의 일격이 먼저 들어가고, 청사비검 다섯 가닥이 호체강기를 깨뜨렸다. 일곱 가닥 중 둘을 접속에 쓴 뒤 남은 전부였다. 비검 자체로 법해를 자르지는 못했지만 장우의 손이 닿을 틈은 생겼다. 원자절맥수로 오른팔과 왼다리의 연결을 끊자 숙염양의 움직임이 꺾였다. 칠정검의가 감정 다섯을 지워 경악과 분노만 남긴 가운데 소청현이 그를 묶었다.

그러나 자재에는 독이 들어 있었다. 장우는 먹어서 없애려던 계획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부실 공사를 시작했다. 제대로 쓰지도 해체해 회수하지도 못하도록 엉망으로 지은 구조물을 적의 진법에 연결했다. 숙염양이 법해를 바꿔 다시 나서고 동료들이 모였지만 장우 쪽도 지원을 받으며 일을 계속했다. 장우가 기맥장류에서 초급 무도성체로 세트를 바꿔 시공 속도를 높이자 교수들은 실전에서 토목의 묘리를 깨달았다고 보았다. 자극진군은 토목에 저렇게 몰두하는 제자가 정말 전과할 생각이 있는지 의심했다.

오래 버틸수록 몸과 법해가 상하고 혼수의 연산 비용도 바닥났다. 장우는 조천행과 묵천일에게 각각 3영폐를, 팀원들에게 합계 15영폐를 보냈다. 후보들의 추가 지원도 들어왔다. 그중 공수신이 보낸 돈은 20영폐였다. 숙염양은 혼수들에게 3분 안에 상대를 쫓아내지 못하면 임금을 주지 않겠다고 했고, 기여도가 가장 낮은 선수에게는 10영폐 벌금을 매기겠다고 압박했다.

결국 장우 일행은 모두 쫓겨났다. 숙염양은 마지막 시공에 들어갔지만 오염물과 부실 구조물에 묶인 자재를 제때 회수하지 못했다. 보루 완성도는 34%에 그쳤다. 전반전에 장우의 팀이 지켜낸 36%보다 2% 낮았다. 장우 팀은 잠정 7위가 되었고, 숙염양에게는 임금 독촉과 후보들의 환불 요구가 몰렸다. 벌금을 내라는 말에는 팀원이 오염물을 치운 수고는 통계에 잡히지도 않는다며, 혼수를 잘못 지휘한 숙염양의 실수는 수치에 들어 있느냐고 맞받았다. 법해 회사도 제품 고장이 아니라 경맥 문제라며 보상을 거절했다.

일곱 번째 팀의 몫

도전권을 얻은 장우의 팀에는 고 주임의 부탁이 왔다. 5위 소운기의 팀을 소모시켜 묵상신이 이기기 쉽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장우는 주전 한 사람당 5영폐라는 제안을 5.5영폐로 올려 받았다. 십여 분을 싸우고 기권한 뒤, 소운기 팀은 묵상신에게 도전했다가 5~6분 만에 항복했다. 묵상신은 현량천과의 마지막 승부에서 영맥을 뽑아 공중에 건물을 짓고 완성도 8% 차이로 이겼다. 경연은 전쟁파가 조금 우세한 결과로 끝났다.

장우의 팀은 최종 7위를 지켰다. 장우는 정식 선수 상금 8영폐와 우수 선수 저금리 대출 12영폐를 받고, 경연 가산점 1,994점으로 토목과 전체 95위에 올랐다. 칠절 사용권 두 자리 가운데 하나는 장우에게 그냥 주기로 했다. 장우가 얼마를 내야 하느냐고 물어도 동료들은 이미 경기 중에 충분히 썼다고 했다. 옥성한이 그래도 성의를 보이는 게 좋지 않으냐고 끼어들자 시회옥은 후보부터 내보낼까 물었다. 옥성한은 자신도 돈을 냈다며 이체 기록을 올렸다.

공수신이 후보도 남은 자리의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느냐고 묻자 모두 정중하게 환영했다. 막판에 20영폐를 보내준 사람이었다. 그는 그 돈과 별도로 26영폐를 더 내고 낙찰받았다. 분배를 마친 장우의 잔고는 46.8영폐를 넘었다. 고 주임은 이튿날 두 번째 칠절을 전수하고 군사 자격증 이야기도 해주겠다고 했다.

공수신은 현황진악인 사용권을 얻었다고 곧바로 자랑했다. 경연 점수까지 더해 공수신·영심·옥성한이 한 계단씩 오르면서 희원추는 반 5위로 밀려났다. 공수신은 자신에게 돈을 썼을 때는 실패했지만 장우를 믿고 쓴 돈은 성공했다며 다음 기회도 놓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영심의 집안에서는 뼛가루가 도움이 된 것을 기뻐하며 돈과 지원을 약속했다. 다만 1대 가주는 사고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해 대부분의 시간을 동결 상태로 보내고 있었다. 영심은 후손이 더 성공하지 못하면 언젠가 비용 납부가 끊길 일을 걱정했다.

옥성한은 부상당한 팀원들을 마사지 고객으로 만들고 있었다. 시회옥을 안마하며 신장 관리 회원권을 권하던 중 연천극의 연락을 받았다. 그의 SNS에 올라온 여자가 누구냐고 묻자 자기라는 답이 왔다. 축기 뒤 옮긴 양극반에서는 반 1등만 남자가 될 수 있다는 설명에 놀란 옥성한이 손을 잘못 움직였고 시회옥이 아프다고 소리쳤다. 옥성한은 합환대학이 자신들이 꿈꾼 낙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가도, 학생이 아니라 관광객으로 가면 어떨지 다시 궁금해졌다.

백진진은 장우의 경기 이야기를 웃으며 듣고 둘 다 십대 리그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축하했다. 복희는 학교 대항전과 학과 경연 사이의 격차를 생각했지만, 두 사람은 나중에 같은 종문에 들어갈 수도 있겠다고 이야기했다. 장우가 청사비검을 더 줄 수 없느냐고 묻자 백진진은 그냥 머리카락을 뽑는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칠정검의로 벼려야 한다고 답했다. 나중에 더 좋은 법보로 바꾸라는 말에도 장우는 계속 지니겠다고 했다. 전투에 쓰지 못해도 인터넷을 연결하고 공사장에서 재료를 자를 수 있었다. 반지처럼 손가락에 낀 모습을 보던 백진진이 물었다.

“그럼 너…… 그 짓 할 때도 끼고 있는 건 아니지?”

장우는 노는 것이 아니라 일해서 돈을 버는 것이라며, 그렇게 한 푼 두 푼 벌어 백진진을 고등학교까지 졸업시켰다고 항변했다. 백진진은 알겠다고 웃다가 문무애에게 토목 이야기를 그만 보내라고 했다. 장우는 아무거나 보내기만 하면 돈이 들어오는데 어떻게 그만두냐고 했지만, 문무애가 이제 만날 때마다 공사장 이야기만 한다는 불평에는 방법을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통화를 마치자 칠정신군이 문무애를 대체 무엇으로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장우의 지갑으로 생각하는데요.”

칠정신군은 문무애야말로 백진진과 수준이 맞고 앞으로도 도움이 될 친구라고 했다. 백진진은 모든 관계를 돈과 이익으로 따지면서 극정검도를 수련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스승은 재물도 감정을 헤아리는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백진진은 그것을 뛰어넘은 감정으로 검의를 이끄는 모습이야말로 스승이 보고 싶은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칠정신군은 자기 목적을 추측하기보다 백진진 자신의 가장 본질적인 마음을 알아보는 데 시간을 쓰라고 했다.

패배를 받아들이는 법

숙염양도 장우에게 졌다는 소식을 들은 희원추는 오히려 안도했다. 전쟁파가 자원을 쏟아 자신들을 차례로 저격한 것이라면, 임 주임도 패배를 자기 탓으로만 돌리지는 않을 터였다. 다만 운세의 역공은 신용카드 두 장의 대출로 겨우 버텼다. 스승이 더 투자해 주리라 기대하기 어려운 지금, 그녀는 스스로 전쟁파에 맞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사장에서 마현을 만난 숙염양도 팀원과 혼수, 상대의 배후를 탓했다. 전쟁파의 진짜 목표는 자신이었고 마현 팀은 거기에 휩쓸린 것이라고 했다. 마현은 희원추를 내보냈으니 다음 경연에는 함께하자고 권했다. 숙염양은 군사증 시험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지만, 경연 이야기는 내년에 하자며 답을 미뤘다.

유명대학의 왕윤은 장우에게 속은 일이 오히려 도심의 허점을 메우는 계기였다고 자신했다. 어떤 실패든 양분으로 삼을 수 있게 됐으며 이제 장우를 상대할 흥미도 없다고 하자, 어머니가 토목 경연 영상을 틀었다. 처음에는 담담하던 왕윤도 장우와 숙염양의 대결을 보며 표정이 굳었다. 장우가 7위를 하고 칠절을 전수받게 됐으며 앞으로 더 육성될 것이라는 설명에는 호흡까지 가빠졌다. 그는 장우가 강해질수록 자신의 도심 단련에도 좋으니 함께 이기는 셈이라고 우겼다. 어머니는 아무 감정 없이 볼 수 있을 때까지 영상을 되풀이해 보라고 했다.

두 번째 칠절과 열 달 뒤의 시험

경연 포상이 내려온 다음 날, 고 주임은 장우에게 두 번째 칠절인 대황이산경을 전수했다. 육체와 강기로 산사태와 지진, 암반 폭발 같은 지질 재해를 일으키는 공법이었다. 현황진악인으로 무게를 바꾸고 대황이산경으로 힘을 발하면, 경연에서 선배들이 펼쳤던 소삼합처럼 대지를 뒤집고 모래와 흙을 움직일 수 있었다.

장우는 대충 한 번 시연한 직후 이미 공법을 익혔다. 그러나 이번에도 스승 앞에서는 차근차근 배우는 모습을 연기했다. 미리 시회옥에게 물어보니 본인은 사흘 가까이 걸렸고 역사상 최단 기록은 약 30분이라고 했다. 장우는 우서가 채워 준 수련 기억을 따라 초식을 조금씩 능숙하게 바꾸어, 48분이 지난 뒤에야 땅을 갈랐다. 고 주임은 그보다 빠른 기록은 거의 조작이었다며 놀랐고, 학과 정세가 복잡하니 습득 속도는 남에게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어서 고 주임은 군사 토목 공학 자격증을 설명했다. 갑종은 군용 법해, 을종은 군용 공법에 쓰는 자격증으로, 시험은 2년마다 10월에 열렸다. 기준에 미달하면 전원이 떨어질 수도 있었다. 고 주임이 잡아 둔 장우의 일정은 3년 뒤, 5학년이 되는 해 10월이었다. 그때까지 칠절을 모아 두면 자격증을 딴 뒤 천곤륜이산신력으로 합칠 수 있었다.

묵상신이 펼친 천곤륜이산신력을 갖고 싶었던 장우에게 3년은 너무 길었다. 그는 열 달 뒤 시험에 바로 나가고 싶다고 했지만, 고 주임은 경연 승리를 개인 실력의 승리로 착각하지 말라고 타일렀다. 숙염양과도 아직 차이가 크고, 소운기는 더욱 따라잡기 어려웠다. 설득이 통하지 않자 장우는 꼭 따려는 것은 아니고 미리 경험만 해 보고 싶다고 말을 바꿨다. 고 주임은 위험하면 포기하고 돈을 너무 쓰지 말라는 조건으로 허락했다. 장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내년 10월에는 반드시 따겠다고 마음먹었다.

고 주임이 제자를 위해 고른 수련 장소는 공사장이었다. 무도 재능과 체력이 뛰어나고 토목에 열의가 있으며 돈까지 부족한 장우에게는, 일하며 단련하고 약물 보조도 받는 일이 잘 맞았다. 다음 달부터 보수가 높은 프로젝트에 넣어 주기로 하고, 추심거 50% 할인 백금 회원권과 최고 등급의 기숙사 영기를 마련했다. 회룡원 묘지에서 생산하는 품질 200% 법력도 매달 공급하기로 했다. 육체를 더 길러 자기 몸으로 법해를 맞추고 싶다는 장우의 말에는 수련용 법보를 구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제자와 헤어진 고 주임은 자극진군에게 중간 상인 없이 직접 법보를 사고 싶다고 연락했다. 축기 극한의 연체 효율에 휴대가 편하고, 부작용이나 추가 비용도 없으며 잠재력도 손상시키지 않는 물건을 원했다. 예산은 5영폐였다.

자극진군: 차라리 내가 자네를 스승으로 모시겠네.

고 주임은 가격은 협상할 수 있다며 붙잡았다.

천청사를 만드는 값

12월 상순, 장우는 태청경의 스무 배 가속과 사중 사고로 이론을 공부하면서 첫 연기 실습을 준비했다. 만들려는 것은 천청사였다. 강기 안에 넣으면 전달 효율을 높이고 소모를 줄여 주므로 무상역사에 쓰기 좋았다. 자극진군은 재료와 저작권, 실험실과 장비를 준비해야 한다고 알려 준 뒤 야성리에게 지도를 맡겼다. 둘의 관계를 알아채지 않겠느냐는 걱정에는, 야성리는 함부로 퍼뜨리지 않고 오히려 덮어 줄 아이라고 답했다.

그 사이 초뢰진인은 평화파로 오라는 제안을 보냈다. 고 주임과 사제 관계를 끊고 임 주임을 모시면 200영폐를 저금리로 빌려준다는 조건이었다. 장우는 고 주임과 몰래 사제 관계를 유지하며 돈을 나누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미 자극진군이라는 비밀 스승이 있으니 하나 더 늘어도 괜찮아 보였다. 그러나 계약서는 그런 빈틈을 모두 막아 놓았다. 장우는 그제야 고 주임의 은혜를 저버릴 수 없다며 거절했다.

실험실에서 야성리는 장우가 천청석을 자르고 도령액을 넣은 뒤, 이화용로로 형태를 잡고 섬유 복합막으로 법력 회로를 안정시키는 과정을 지켜봤다. 절차를 빠뜨리지는 않았지만 손놀림은 초보였고 완성품도 1급이었다. 장우는 무상역사에 천청사를 넣어 효과를 확인한 뒤 비용부터 계산했다. 재료는 약 0.03영폐였지만 저작권과 실험실, 장비를 합치면 거의 1영폐가 들었다. 가장 간단한 실습부터 이 정도라면 그대로 반복할 수는 없었다.

장우는 두 번째부터 재료를 줄였다. 야성리는 분량이 달라지면 불 조절과 법력 운용도 모두 바뀌니 표준대로 연습하라고 권했지만, 그가 확인하려는 것은 우서의 횟수였다. 절반쯤 실패한 결과물에도 한 번이 쌓였다. 더 줄여 보니 표준량의 10분의 1 이상이면 횟수가 올랐다. 야성리는 고집 센 초보가 재료까지 망치는 것으로 보았지만 장우에게는 연습비를 크게 줄이는 발견이었다.

비어 있는 실험 장비를 함께 쓰자고 제안하자 야성리도 받아들였다. 지도하느라 서 있는 대신 자기 팔 법해를 조정할 수 있었고, 대여료도 나누어 내기로 했다. 야성리는 판매와 모의 실험, 저가 재료 사용, 완성품을 반복해서 담금질하고 수리하는 방법도 알려 줬다. 다만 학교 프로젝트 경비로 연습하는 방법은 아직 토목과 초보인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

실습 중 우서의 천청사 기술이 2급으로 오르자 품질도 좋아졌다. 야성리가 발전을 의아하게 여긴 순간, 장우는 다시 시간을 줄여 낮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여섯 시간의 실습이 끝났을 때는 한 번 만드는 시간이 15분까지 줄어 있었다. 앞으로 같은 속도로 24회 연습하고 대여료를 절반씩 내면, 한 번에 약 0.01758영폐였다. 계산을 마친 장우가 판매 경로를 묻자 야성리는 남는 제품을 위탁 판매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야성리가 왜 장우를 이렇게 도와야 하느냐고 묻자, 자극진군은 고 주임이 제자를 연기과에 보내고 싶어 한다고 둘러댔다. 수백 년 우정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돕는 것이라는 설명에 야성리는 납득했다. 자극진군은 아직 기밀이라 자신이나 고 주임에게 직접 물어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장우는 만든 천청사를 공사장에 가져갔다. 처음 쓴 날부터 시공 효율이 약 5% 올랐다. 이후 일주일에 한두 번 실험실을 빌리며 사중 사고와 무상역사로 여러 개를 동시에 제련하기 시작했다. 야성리는 횟수만 채운다고 실력이 늘지 않는다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지만, 그 작업에서도 3급 천청사가 나왔다.

법해 가격과 쌍수 소문

묵상신이 교류전 2위를 축하하며 연 모임에 장우는 야성리와 함께 갔다. 야성리는 지난번보다 일곱 계단 오른 연기과 8위였고, 후배들은 그녀의 몸을 촬영하고 치수를 재며 법해의 변화를 살폈다. 추천서나 프로젝트 참여를 부탁하는 메시지에는 영폐 이체가 붙었다. 그녀가 조정해 쓰던 중고 법해의 재고를 묻는 사람도 있었다.

연기과 15위 풍정정은 장우의 시잔마동 한 짝을 감가상각해 머리 위에 12.75라고 표시했다. 사람을 몸에 장착한 법해 가격으로 평가하는 그녀에게 토목과 95위 장우는 야성리가 소개하지 않았다면 말을 섞을 일도 드문 상대였다. 전체 학과 순위조차 없는 공수신에게는 새로 산 혼수냐며 왜 아직 살아 있느냐고 물었다. 야성리가 2학년 학생이라고 설명하자, 이번에는 그의 법해 가격을 151로 매겼다. 야성리의 몸은 자가 조정을 거쳐 정확한 가격을 셀 수 없었지만, 적어도 1천 영폐 이상이었다.

장우는 말없이 개인 메시지를 주고받는 연기과 학생들 틈을 벗어나 밥을 먹으러 갔다. 토목과 쪽에서는 첫 접시를 한입에 먹어야 예의라며 밥으로 승부를 겨루고 있었다. 장우가 밥 만두 세 접시를 비우고도 멀쩡하자 선배들은 감탄했다. 한편 숙염양은 장우보다 내년 군사증의 경쟁자인 소운기와 평한을 의식하고 있었다. 그때 혼수 임금 독촉 부적이 그와 주변 학생들의 눈에 동시에 떠올랐다. 마현이 평판을 위해 갚으라고 권했지만, 숙염양은 일을 완수하지 못했는데 왜 돈을 주느냐며 소송도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토목과 전체 4위인 평한은 뜻밖에도 저가 극호 법해를 두르고 장우에게 다가왔다. 경연 때의 좋은 법해는 팀원들에게 빌렸고, 원래 갖고 있던 천공 세트는 코인 투자에 쓰려고 팔았다고 했다. 투자를 권했다가 거절당하자 그는 안타까워했다.

“넌 대학생인데, 코인 투자를 안 하고 수선을 하겠다고?” “설마 아르바이트로 수선할 생각은 아니겠지?”

장우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평한은 공사장 임금은 수명을 늘려 더 오래 일하게 할 뿐 경지를 돌파시켜 주지 못한다며, 짧은 기간에 큰돈을 벌어야 한다고 설득했다. 장우가 투자도 대여도 거절하자 묵상신은 잘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평한은 첫 투자로 50영폐를 번 뒤 손실을 거듭했고, 고 주임에게 10영폐를 빌리려다 거절당한 적이 있었다. 하필 그때 사려던 코인이 폭등해 400영폐 넘는 수익을 놓쳤다는 생각이 심마가 되었다는 설명이었다.

장우가 다시 식사를 시작하자 이번에는 문무애가 강제 투영으로 나타났다. 메시지에 답이 없으니 직접 찾아온 것이었다. 문무애는 정음부를 친 뒤 백진진에게 쌍수 이야기를 꺼냈더니 피한다며 방법을 물었다. 장우는 백진진이 거세한 남자를 좋아한다고 둘러댔고, 문무애는 그렇게 간단한 것을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풍정정은 화신 제자가 장우를 찾아온 것이 궁금해 둘의 대화를 엿들었다. 그러나 정음부를 뚫고 들린 것은 몇 개의 단어뿐이었다. 쌍수와 급하다는 말만 조합한 그녀는 장우가 문무애의 쌍수 파트너라고 오해했다. 도청을 알아챈 문무애가 그 정보를 움켜쥐어 부수고 부적으로 압박하자, 묵상신과 야성리가 앞을 막았다. 야성리는 문무애가 따로 저장해 둔 도청 기록까지 지워 버렸다.

대치가 이어지는 동안 장우는 백진진 계정으로 문무애에게 통화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문무애는 곧 가겠다며 물러나기 전에, 백진진이 좋아하는 거세가 성별 전환인지 인검합일인지까지 물었다. 다 해 보겠다며 투영을 거뒀지만 통화를 걸자마자 거절당했다. 이미 검 수련을 시작했으니 메시지로 하라는 답이었다. 숙염양은 야성리가 영계 대결에서 이겨 그를 물리쳤다고 생각했으나, 야성리 자신은 갑자기 떠난 주된 이유가 자기에게 있지는 않다고 보았다. 풍정정이 쌍수 관계라는 추측을 털어놓자 야성리와 묵상신도 장우를 다시 보게 됐다.

모임 뒤에도 수련과 공사는 이어졌다. 12월 말에는 대황이산경과 무도성체의 일곱 번째 공법이 20급에 올랐다. 청련검태가 몸을 조금씩 바꾸면서 대학성체와 토목성체, 기맥장류는 해당 세트를 쓰지 않을 때도 약 1%의 효과가 남았다. 새해가 되자 고 주임이 약속한 공사장 배정이 내려왔다.

조작원을 만드는 공장

고 주임은 육체가 20급에 이를 때까지 쓰라며 음양팔찌를 빌려줬다. 실험실에서 그것을 본 야성리는 자극진군이 만든 미출시 법보라는 것을 알아봤다. 고 주임이 연기 공부를 위해 애쓴다고 말하자 장우는 놀라서 부인했다. 고 주임은 연기하는 사실도 모르고, 알면 싫어할 터라 실험실조차 룸메이트 명의로 빌리고 있었다. 야성리는 스승의 설명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챘지만 수백 년 친구 사이에 제자를 빼앗으려 할 리 없다며 떠오른 의심을 눌렀다.

장우가 맡은 곳은 천란제약의 증설 현장이었다. 지하 굴착이라 대황이산경을 단련하기 좋고 약물 공급과 보수도 넉넉했다. 악목람 역시 지도교수의 지시로 새 생산 라인 조정을 도우러 왔다. 입구에는 시급 0.0003영폐의 조작원 자리를 기다리는 전문대생들이 모여 있었다.

소청현은 설계도를 만들 틈이 없으니 기존 공장을 실측해 똑같이 짓자며 장우를 안내했다. 눈 법해만 달고 온 지원자에게 관리자는 표준화된 작업을 하려면 손발과 장기도 법해로 바꾸라고 했다. 돈이 없으면 빌려줄 테니 돈도 안 내고 무슨 일을 하러 왔느냐는 말에, 다른 지원자들이 먼저 빌리겠다며 몰려들었다. 안에서는 전문대생들이 조립 라인에 올라 손발을 잘리고 가슴을 열어 법해를 장착하고 있었다. 떼어 낸 손발을 맡기면 보관료를 월급에서 공제했다.

장우가 도축장 같다고 하자 소청현은 생산 라인에 설치하기 편하도록 작업용 법해를 통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화기를 맞춰야 급식관으로 단체 급식을 하고, 내분비를 조정해야 약물도 잘 흡수했다. 조작원들은 24시간 라인에 머물며 유지보수까지 그 자리에서 받았다. 장우가 처음 지을 건물은 약품을 만드는 공장이 아니라, 이 조작원들을 생산하는 공장이었다. 대학 전쟁이 확대되면서 여러 제약 회사가 증설에 나서 다른 공장에 보낼 조작원도 부족했다.

공장에는 무릎 꿇은 자살 치욕상도 있었다. 소청현은 그 조각상을 못마땅하게 보다가, 자살로 라인이 멈추는 일을 줄이려고 식수에 쾌락약을 넣고 조작원을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개조했다고 설명했다. 과로사하면 근무 태만 보상금을 물지 않고 혼수로 계속 일할 수 있어, 그것을 부러워하는 전문대생도 있었다. 그들이 더 선망하는 것은 장우와 소청현이었다. 특히 소청현의 1만 영폐 빚은 그들에게 얼마나 대단한 부자인지 보여 주는 숫자였다.

실측을 마친 장우는 대황이산경으로 암반을 부수고, 무상역사로 자재를 옮기고, 번천인으로 땅을 다졌다. 고 주임은 공사뿐 아니라 신약 시험 일도 마련해 두었다. 악목람이 약을 주사하고, 소청현이 필요할 때 치료해 주는 자리였다. 약리학과 교수 음구요는 악목람을 통해 번식권이나 정자를 팔 생각이 없는지도 물었다. 장우는 금욕 이후 상태가 좋다며 거절했다. 그가 더욱 조심하는 실제 이유는 청련검태였다. 몸을 계속 바꾸는 도종의 흔적이 팔아 넘긴 재료에서 드러날까 걱정됐다.

음구요는 처음에는 생물계의 장우 자료를 보고도 특별한 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문무애가 그의 쌍수 파트너라는 소문에 이어 생리적 여성으로 몸까지 바꾸었다는 소식을 듣자, 장우에게 숨겨진 비밀이 있다고 의심했다. 구매를 거절당한 그녀는 정자를 훔칠 계획을 세웠다.

시험약과 쌍휴교

장우는 실습 시간을 내어 8영폐가량을 들여 첫 1급 천청채운두를 만들었다. 천청사를 보관했다가 원하는 곳에 뿌리고 회수하는 법보였다. 야성리의 도움으로 지능 시스템을 붙이고 조천행을 하루 몇 시간씩 기령으로 고용하자, 무상역사마다 직접 천청사를 넣어 줄 필요가 없어졌다. 조천행은 졸업도 전에 법보를 다루게 됐다며 기뻐했다. 곧 이력서에 만법대학 상위 100위권 학생의 주 기령, 대규모 시공의 자원 계획과 후방 지원이라는 경력을 덧붙였다.

어느 날 시험약을 맞은 장우는 몸이 달아오르고 악목람을 향한 충동이 이는 것을 느꼈다. 그는 무상 의지로 진압하겠다더니 연천극의 영상을 열었다. 연천희가 된 옛 동급생의 모습을 보자 잡념이 가라앉았다. 악목람도 약을 분해하고 조정하는 과제 때문에 같은 약을 시험하고 있었다. 그녀의 호흡까지 거칠어지자 장우는 영상을 함께 보게 했다.

처음에는 역효과였다. 악목람은 장우가 합환종 영상을 보며 함께 배우자는 것으로 받아들여, 그에게 맞춰 주려 동작을 외우기 시작했다. 장우가 화면 속 여자가 연천극이라고 설명하고 실제 통화까지 연결한 뒤에야 정신이 맑아졌다. 통화를 끊은 연천희는 고등학교 때 못 했던 동반 공부를 이제 영상으로 함께 하는 셈이라며 흐뭇해했다. 장우와 악목람은 정신이 맑아진 뒤에도 몸에 남은 약성을 손바닥을 맞대고 한빙 법력으로 눌렀다.

보고서를 받은 음구요는 악목람을 이용한 정자 수집이 실패했음을 알았다. 다른 약으로 바꾸면 너무 티가 날 것 같아 전문가를 고용했다. 청하예술대학 출신 만사유는 남성으로 산 20년과 여성으로 활동한 18년을 실무 경험으로 내세웠다. 반드시 자발적이어야 한다는 조건에도 자신만만했다.

“그 점은 걱정 마십시오. 저희는 사기꾼이지, 기술도 없는 강도짓은 하지 않습니다.”

조작원 공장 건물을 완공한 날, 장우는 생산 라인 설치를 도왔다. 막 들어온 전문대생 한 명이 그날 과로사했다. 그는 자기 시체로 계속 일하라며 웃고 떠났고, 동료들은 혼수가 되면 시급이 0.0006영폐라며 부러워했다. 시끄러워지자 유지보수 직원이 버튼 하나로 라인 전체를 음소거했다. 생산 관리자 곡악성은 또 죽으면 월급에서 0.02영폐를 깎겠다며 그 직원을 나무랐다. 집에 다녀오고 싶다는 휴가 요청에는 공장을 집으로 생각하라고 했다.

그런 곡악성도 장우가 오자 허리를 숙였다. 만법대학 출신이지만 축기 자격증을 얻지 못한 그에게 재학 중인 축기생 장우는 어려운 상대였다. 앞으로 공사를 부탁한다며 사적으로 0.5영폐를 보내고 마사지도 마련했다. 마사지사로 들어온 만사유는 큰 근육과 정신 기공으로 유혹하고 신장 관리 30% 할인까지 제안했지만, 장우는 마사지만 하라고 했다. 만사유가 자기 매력을 의심하기 시작할 때 공장 안에서 폭음이 울렸다.

장우가 달려간 약품 생산 라인은 파손되어 있었다. 감시 기록에는 혼수가 법해를 조작해 자살 공격을 하고 표식을 남긴 모습이 찍혔다. 곡악성은 쌍휴 사교라고 이를 갈았다. 장우가 쌍수도 사교냐고 묻자, 그가 말한 것은 쉴 휴 자의 쌍휴였다. 한 달에 이틀은 쉬어야 한다고 선전하는 조직이었다. 일을 멈춘 노동자들 역시 이틀 임금이 사라지면 굶게 되고 경쟁에서 밀려 공장이 망하면 갈 곳이 없다며 불평했다.

유지보수 직원은 수리에 이틀쯤 걸린다고 보고했다. 곡악성은 그것조차 사교가 노린 결과로 받아들였다.

“이 사교도들에게 굴복할 순 없어! 전력을 다해 생산 라인을 수리해! 기껏해야 하루만 중단한다. 하루 뒤에는 반드시 가동해야 해!”

학교는 학생 전원에게 반사교 강좌를 보게 했다. 장우는 공사하며 강좌를 들었지만, 매월 이틀 쉰다는 것 말고는 그 조직이 정확히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 수 없었다. 유명대학이 배후라는 소문이 돌자 유명 측은 부인했고, 곧 만법대학이 배후라는 말도 퍼졌다. 복희는 오래전 사신들의 구상에서 쌍휴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지금 조직과 연결되는지는 알지 못했다. 공장에는 생산 중단과 휴가를 단속하는 사람들이 찾아와 노동시간을 더 늘리라고 했다. 곡악성이 이미 24시간 생산 중이라고 항의해도 어려움은 알아서 극복하라는 답만 돌아왔다.

남겨진 기억과 신체 재료 계약

1월 하순, 장우는 여덟 번째 무공을 20급으로 올려 상급 무도성체를 열었다. 무도입미를 얻자 초식에 쓰는 힘과 강기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었다. 대황이산경으로 땅을 부수고 현황진악인으로 모래를 움직이는 것이 훨씬 정교해졌으며, 무상역사를 자기 모습처럼 빚는 것도 가능했다. 장우는 시공 효율이 다시 몇 할 높아졌다고 느꼈다.

공장 구석에서 치료를 받던 그는 소청현의 어두운 표정을 보고 이유를 물었다. 소청현은 예전에 몸에 깃든 고대 금단의 이야기를 꺼냈다. 태상도문 출신이라는 그 수사는 새로운 육신을 찾으면 몸을 돌려주겠다며 여러 가지를 가르쳤고, 처음에는 둘도 잘 지냈다. 그러나 곤허를 알아갈수록 정신 상태가 나빠졌고, 마침내 자살하러 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고 했다.

문제는 남겨진 기억이었다. 금단의 습관과 생각 때문에 전에는 익숙하던 일에 반감과 혐오가 생겼고, 쌍휴교 뉴스도 불편하게 느껴졌다. 소청현은 머릿속에 다른 자신이 있는 것 같다고 괴로워했다. 천마대학의 기억 기술로 지우는 것만이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장우는 금단의 최후와 빚의 경위를 더 묻고 싶었지만, 선배의 표정을 보고 어깨만 두드렸다.

한편 만사유의 작업은 계속 실패했다. 최음 법력을 섞어 마사지하자 장우는 기술자를 바꿔 버렸다. 자기 법해를 체험용 제품으로 보내도 옥성한만 몇 번 썼다. 만사유는 이제 정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반년에서 1년과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 연구 성과가 급한 음구요는 기다릴 수 없었다. 장우에게 직접 연락해 5영폐부터 가격을 올렸다. 20영폐면 강제로 덮친 뒤 벌금과 배상을 하고도 충분하다고 위협하더니, 혈액 등 다른 재료까지 포함해 30영폐를 마지막으로 제시했다.

장우는 바로 승낙하지 않았다. 백진진에게 신령근을 드러내지 않았어도 검사에서 들켰을지를 떠본 뒤, 청련검태를 삼안신통으로 바꾸고 악목람과 실험실을 빌렸다. 재료의 강도와 활성은 이전보다 높아졌지만 도종의 특성은 드러나지 않았다. 악목람은 음구요가 자기보다 훨씬 자세하게 분석할 수는 있어도 본질적인 변화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다만 몰래 후손을 번식시켜 연구하려는 것일 수 있다며 번식권을 경고했다.

혼자서는 조건을 지킬 힘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장우는 고 주임을 찾아갔다. 30영폐라는 말을 들은 스승은 다른 학생들도 단체로 팔 수 없느냐는 생각부터 했다. 장우 것만 원한다는 설명에는 그의 판매 수완을 칭찬하면서도, 잠재력이 큰 제자가 너무 일찍 후손을 남길 필요는 없다며 직접 협상에 나섰다.

정신이 증명하는 계약으로 번식권을 제외하는 대신 가격은 25영폐로 내려갔다. 음구요가 직접 재료를 채취하고 고 주임은 과도한 채취를 막기 위해 전 과정을 감독했다. 혈액과 피부 조직, 머리카락, 정자 등 각 재료를 받은 뒤 고 주임이 이상 없음을 확인할 때마다 돈이 나누어 입금됐다. 도마 위 고기처럼 느끼던 장우도 거래가 끝나 잔고가 55영폐를 넘자 연기에 투자할 생각으로 기뻐했다.

고 주임은 다음에도 반드시 정신이 증명하는 계약서를 쓰라고 당부한 뒤 장우를 공사장으로 보냈다. 자극진군에게는 제자의 재료가 25영폐에 팔렸다고 자랑했다. 자극진군은 흐릿한 뒷모습만 찍힌 장우의 연기 사진을 보내며 자기가 받은 학생도 쓸 만하다고 답했다. 고 주임은 같은 제자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하고, 법보를 만들면 자기도 써 보게 해 달라고 했다. 음구요는 남은 혈액을 분석한 뒤 올해 논문은 걱정 없겠다며 웃었다.

금갑역사와 비밀 스승의 방문

장우는 천청채운두를 반복해서 단련해 실물은 7급, 제조 기술은 10급까지 올렸다. 법보 하나를 처음부터 길러 본 뒤 다음 목표인 태을금액단에는 순서를 바꾸기로 했다. 영계에서 기술을 먼저 20급으로 올리고 현실에서는 곧바로 20급 제품을 만드는 계획이었다. 첫 모의 실습은 실패했지만 우서에 기술이 등록됐으므로 계속 횟수를 쌓을 수 있었다.

2월 중순에는 무도성체의 열 번째 공법까지 20급이 되어 마지막 효과를 열었다. 같은 유형의 무학을 많이 익힐수록 간파와 막기, 공격 등 여러 효과가 축기 한계까지 높아졌다. 장우는 이제 공사장에서 공법을 연습하는 대신 완성된 무도성체를 켜고 돈을 버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3월에는 현과의 법력 품질을 150%로 높여 염양법맥을 복제했다. 다음 급에 필요한 품질 200%는 아직 멀었지만, 새로 얻은 뜨거운 법력은 제련과 화력 제어에 도움이 됐다.

제약 공장 다음 일터는 천정미와 지기맥을 기르는 재배 건물이었다. 경비가 금고처럼 삼엄하고 드나드는 사람도 상교나 십대 출신이었다. 전문대생은 왜 농사를 못 짓느냐는 장우의 질문에 차우비는 천정미 한 줌이면 전문대생 몇 명을 고용할 수 있는데 그런 가난한 사람에게 맡길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보수는 좋았으나 야외 통신료가 비싸 모의 실습은 잠시 멈췄다. 장우는 돈을 모아 돌아와 수련을 재개했고, 4월에 기술 20급을 채운 뒤 기초 재료에만 18영폐를 써 첫 실물 태을금액단을 완성했다.

황금 구슬은 법력을 넣자 액체로 변해 강기의 형상을 따라 움직였다. 장우는 무상역사에 그것을 갑옷처럼 입히고 금갑역사라고 이름 붙였다. 주먹과 발을 시험하며 얼마나 강해졌을지 생각하다가, 이내 싸움보다 작업 효과부터 보자며 금갑 일부를 거대한 망치로 바꾸었다. 태을금액단은 필요한 공구로 계속 형태를 바꿀 수 있었다.

그 무렵 문무애가 여성의 모습으로 투영해 찾아왔다. 몸을 바꾼 뒤 백진진과 대화가 늘었다며, 이번에는 백진진이 좋아할 외형으로 조정해 달라고 했다. 장우가 귀찮고 잘 못 한다며 거절하자 문무애는 10영폐를 제시했다. 장우는 즉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하고 투영체를 조정했다.

수주의 쥐 요예 제약 공장에서는 금갑역사의 전투 성능도 확인했다. 사운상은 이곳 약품이 주로 요수를 쓰되 쥐 요예 성분도 1%쯤 넣어 특산물로 광고한다고 설명했다. 장우가 같은 요예로서 괜찮으냐고 묻자, 사자 요괴인 사운상은 둘은 다른 종족이라며 말을 끊었다. 작업 도중 목장에서 빠져나온 축기 요수가 공사장으로 돌진해 왔다. 금갑역사는 정면으로 받아내고, 태을금액단과 구소운공경으로 발톱과 이빨의 공격을 견뎌 반격했다. 요수가 땅에 엎드린 뒤 직원들이 사과하러 왔을 때, 금갑역사가 기류로 풀려 돌아가는 것을 보고서야 그들은 상대가 강기였음을 알았다.

여러 현장을 오가면서도 실습을 이어 간 장우는 6월에 20급 지살병을 만들었다. 살기를 거두고 재료를 담아 제련할 수 있어 콘크리트 가공에 쓰려는 물건이었다. 그러나 제련 중 몇 가닥의 지살기가 몸에 스며들었다. 경험이 부족하고 실험실 장비도 조악했던 탓이었다. 장우는 고급 실험실 대여료를 아낀 돈으로 모의 수련을 하면 된다며 이틀 동안 기숙사에서 쉬었다.

그때 야성리가 현빈천주를 들고 찾아왔다. 구슬에서 나온 것은 자극진군의 분신이었다. 자극진군은 구천원양탑으로 기숙사 영계의 통신을 통제하고, 야성리에게 문밖을 지키게 한 뒤 장우를 검사했다. 지살기에 오염된 재료를 산 기록과 이틀간 쉰 기록을 보고 감염을 짐작한 것이었다. 남은 지살기를 빼낸 뒤에는 자기 도움이 없어도 곧 회복했을 것이라며 체질을 인정했다.

장우는 도종과 연법도를 숨겨 두었지만 계속 몸을 검사받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자극진군은 고 주임 앞에서도 이렇게 긴장하느냐며, 자신과 사제 관계를 맺은 쪽이 먼저라고 말했다. 오늘 방문은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달래도 장우는 고 주임이 좋은 스승이니 앞으로는 영계 연락만 하는 편이 좋겠다고 했다. 자극진군은 고 주임 이야기는 그만하자며 연기과 공부가 어디까지 됐는지 시험하기 시작했다.

문밖의 야성리는 스승이 치료 때문에 직접 와서 자신에게 엄호까지 맡긴 일을 이해하려 애썼다. 묵상신이 장우를 찾으러 오자 억지로 잡담을 이어 가며 막아야 했다. 일을 마친 뒤 장우는 자극진군이 자신의 이해도를 인정했고 기말에는 별도 연기 시험을 마련해 주기로 했다고 복희에게 말했다. 연기과 신분도 당분간 비밀로 둘 수 있게 됐다. 고 주임과 충돌하고 싶지 않다는 말에 복희는 속으로 그가 칠절과 천곤륜이산신력을 아직 원하고 있음을 짚었다.

두 스승을 거쳐 돌아온 금루옥벽

옥성한은 음구요의 25영폐 계약, 문무애 소문, 현과의 성장을 엮어 장우의 쌍수 재능을 홍보했다. 기숙사에 들어가 함께 수련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단톡방으로 모으고 가격을 대신 물어보겠다고 했다. 실제 방 안에서 장우와 악목람은 손바닥을 맞대고 염양법맥과 심한법맥을 교류하고 있었다. 얼음과 불의 법력이 경맥을 단련하고 강기의 강도와 법력 제어를 높였다. 장우의 법력량은 이미 축기 상한인 1000에 닿아 있었다.

7월 보루 공사에서는 상교 축기생이 미완성 건물을 향해 돌진했다. 장우는 완공 뒤에 부수면 말리지 않겠다고 외쳤다. 그때라면 다시 지으며 두 번 벌 수 있었다. 그러나 공사 중 현장 보호는 계약에 든 의무였다. 말을 듣지 않는 상대를 붙잡은 장우는 열두 번의 공격을 그대로 받아 구소운공경으로 돌려줬다. 상대가 토하려 하자 밖을 향하게 돌려세웠고, 뿜어진 반쯤 소화된 쌀밥에는 연기기 잡역부들이 몰려들었다. 장우는 그를 내려놓고 돌아갔다.

8월에는 장편편에게 익명으로 재료를 사게 해 실험실에서 20급 진지인을 만들었다. 기장으로 땅을 다지고 먼지를 붙잡거나 사물의 움직임에 저항을 줄 수 있는 법보였다. 장우가 묵천일에게 기령을 맡기자, 천청채운두를 조종하던 조천행은 자기가 뒤늦게 합류해 차별받는 것일까 서운해했다. 곧 장우가 그에게 20급 지살병을 건네자 기뻐하며 받아 들었다. 두 혼수가 법보를 맡아 주니 장우는 무상역사와 태을금액단에 집중할 수 있었다.

기숙사에서는 악목람의 자가생산 약물 실험도 이어졌다. 악목람은 손끝에서 약이 든 피를 짜내 장우에게 먹였고, 한 방울까지 돈이라며 남기지 않으려 했다. 장우는 강한 체질로 시험을 돕고 그녀가 재료비를 들여 만든 약을 얻었다. 옥성한이 3영폐에 동반 수련하자는 제안을 보내오자 장우는 얼마를 줘도 팔지 않겠다고 했다. 옥성한은 최소 50영폐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가 다시 욕을 먹었다.

기말을 앞둔 장우는 육체 20급과 법력 1000, 강기 전도율 99%와 최장 거리 100미터에 도달해 있었다. 도심은 19급, 법력 품질은 195%로 군사증 시험까지 더 올릴 여지가 있었다. 토목과 기말에 앞서 치를 시험은 자극진군의 연기 고사였다. 야성리는 연기과 3학년 시험지를 채점하며 고 주임이 알면 어떻게 될지 걱정했지만, 장우의 이해도는 이미 대다수 3학년생을 넘어섰다.

자극진군이 하룻밤 실험실을 빌리고 재료도 마련했다. 장우는 야성리의 감독 아래 재료 제련과 부적 각인, 법력 회로 구축을 거쳐 마지막으로 20급 금루옥벽을 만들었다. 야성리는 처음 천청사를 만들던 초보가 반년 남짓한 사이 이렇게 자란 데 감탄했다. 장우는 완성품을 받을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돌아온 말은 가공비 3영폐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재료와 장소를 무료로 쓴 데다 돈까지 받으니 받아들일 만했다.

자극진군은 그 금루옥벽 사진을 고 주임에게 보냈다. 제자의 육체가 20급에 올라 음양팔찌가 소용없어졌으니 재료값만 받고 팔겠다는 제안이었다. 고 주임은 좋은 친구라며 고마워했다. 얼마 뒤 기숙사에서 고 주임이 보낸 선물을 받은 장우는 물건을 알아봤다.

“이거…… 내가 제련한 그거?”

자극진군은 야성리를 통해 주문도 받아 보라고 권했다. 재료를 쌓아 둘 자본이 부족하니 주문을 받아 가공비를 벌라는 것이었다. 장우는 한 달에 두세 건이라도 큰 보탬이 되리라 생각했다. 이어 자극진군은 법보와 법해 감정 공법인 감보결 사용권을 선물했다. 사용권만 50영폐이고 매달 갱신료 1영폐가 드는 공법이었다. 공동 창작자인 자극진군은 매년 정해진 수만큼 사용권을 나눠 줄 수 있었다.

감보결은 자신이 주는 합격 선물이고 금루옥벽은 고 주임이 연기 시험 통과를 축하하는 선물로 생각하라는 말에, 장우는 고 주임 자신도 그 사실을 아는지 궁금해했다. 감보결을 내려받자 연법도 세트 연기기재도 드러났다. 법보 제조 기술을 올리는 데만 돈이 들어 그동안 엄두를 못 냈던 도술 공법 수련이 이제 가능해졌다.

자극진군은 계속 관계를 숨길 것인지 다시 물었다. 비밀리에 지식을 가르치고 학위를 주는 것은 가능하지만, 공개적으로 연기과에 들어오지 않으면 천지괴겁무형심병과 태허신기책 같은 군용 공법이나 군용 법해·법보를 배울 수 없었다. 야성리는 이미 태허신기책을 익혔고 진공겁변도도 곧 완성할 예정이었다. 장우는 마음이 흔들렸으나 천곤륜이산신력부터 얻고 싶었다. 기말 수석으로 세 번째 칠절을 받고, 다음 경연에서 하나를 더 얻은 뒤 군사증과 토목칠항 시험으로 일곱을 모을 계획이었다. 그는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보수 대신 점수

8월 말, 토목과 기말고사가 시작됐다. 도심 시험의 영계 속에서 옥성한은 개가 되어도 취업하려고 기술을 배웠고, 공수신은 죽은 동료의 법해를 써서 작업을 이어 갔다. 희원추는 가족을 잡아먹고 싶은 욕망을 참고 길러서 팔았으며, 장우는 철거될 집에 들어가 버티며 보상금을 더 받았다. 봉구는 그 모습을 보며 학생들의 굳건한 도심을 칭찬했다.

법력 시험에서는 장우가 모든 관련 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다. 육체 시험의 직선 가속은 희원추가 더 빨랐지만, 복잡한 지형에서 방향을 틀고 공격을 피할 때마다 속도를 줄여야 했다. 장우는 무도입미로 힘을 세밀하게 제어하고 신체 손상과 회복의 균형을 유지하며 거의 감속 없이 꺾어 나갔다. 날아오는 공격도 구소운공경으로 받아 오히려 가속에 썼다. 희원추는 전력을 다하는데도 그 뒷모습이 멀어지는 것을 지켜봤다.

마지막 전문 능력 시험장은 실제 668층 공사장이었다. 토력산은 시험을 위해 이 구역의 인부들을 12시간 쉬게 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통 큰 조치라며 감탄하는 가운데 장우와 옥성한은 공짜 노동력을 쓰려는 것이라고 속으로 욕했다. 영심은 왜 모두 마음속으로만 욕하고 아무도 나서지 않느냐고 혼자 속으로 욕했다.

각자의 작업 목록과 보수 통계가 나타나자 장우는 임금도 주는 줄 알고 잠시 토력산을 오해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숫자는 점수로 환산할 데이터였다. 옥성한이 손을 들었다.

“그럼 보수는 시험 끝나면 바로 지급되나요?”

토력산은 미소 지으며 답했다.

“너희들의 보수는 이미 더 중요한 점수로 환산되지 않았느냐?”

점수로 바꾸지 않는 선택도 할 수 있다는 말에 옥성한은 다시 속으로 욕했다. 그래도 시험이 시작되자 모두 전력을 냈다. 이소는 평소 광고와 쿠폰, 중고 법해로 아낀 자원을 이 순간에 쏟았다. 일하면서 육체도 단련하는 공법 하나를 20급까지 올렸고, 빌린 고급 법해와 독한 약으로 부족한 힘을 끌어냈다. 옥성한은 배정받은 쓰레기 운반에 자기 법해가 맞지 않자 마사지 고객과 쌍수 단톡방에 대여를 부탁했다. 할인 쿠폰을 대가로 받은 법해가 배송되자 갈아 끼우고 작업에 들어갔다.

영심은 여섯 세트의 법해를 다루느라 힘을 제어하기 어려워했지만, 그 안으로 조부모와 증조부모, 고조부모의 의념이 들어왔다. 야근한다던 가족들은 그녀의 시험을 돕는 것이 야근이라고 했다. 혈연으로 잘 맞는 여섯 혼수의 도움에 동기화율이 150%까지 올랐다. 공수신은 17급 현황진악인으로 자재를 가볍게 만들어 2위를 지키다가, 일곱 신용카드로 칠성차명을 펼친 희원추가 추격하자 묵상신의 중고 단전 법해를 장착했다. 현황진악인 위력을 2할 이상 높이는 물건이었다. 수년간 길들인 혼수도 좋다고 칭찬했더니, 혼수는 자신은 올해 새로 들어왔고 전임자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받았을 뿐이라고 답했다.

장우는 현황진악인으로 현장을 덮고 태을금액단을 두른 강기로 콘크리트를 타설했다. 지살병이 재료를 거두어 콘크리트로 만들고, 머리 뒤의 금루옥벽은 염양법력과 심한법력으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성형을 재촉했다. 토력산이 보낸 영상을 본 고 주임은 장우의 1위가 확정되는 즉시 시험을 끝내 주라고 지시했다. 더 공짜로 일을 시키고 싶던 토력산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장우는 먼저 퇴장했고, 멈춘 보수 통계는 다른 학생들이 남은 시간 내내 일해도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었다.

종합 반 순위는 장우, 공수신, 영심, 옥성한 순이었다. 장우의 토목과 전체 순위는 95위에서 62위로 올랐다. 희원추는 경연 점수가 없는 차이를 되새기며 다음 경연을 바라봤다. 이번에는 마현과 숙염양이 함께 만든 팀에 들어갔고, 고학년들이 졸업했으니 5위권을 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곱 신용카드는 이미 그녀가 감당할 한계라 올해 안에 성과를 내야 했다.

기숙사로 돌아온 장우는 단톡방의 자기 칭찬을 읽으며 웃었다. 옥성한이 무엇을 보느냐고 묻자 수련 중 깨달음이 있었다고 둘러댔다. 공수신은 축하와 함께 1영폐를 보내고, 이소는 0.1영폐를 보내며 올해 팀에 끼워 달라고 부탁했다. 고 주임은 내일 세 번째 절기를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장우는 소삼합을 익히면 군사증을 딸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 기대하며 다음 날을 기다렸다.

평한의 수익 인증

기말 이후 토목과에서 주목받은 사람은 장우만이 아니었다. 평한이 최고급 법보와 법해를 두르고 시험을 치러 전체 2위에 올랐다. 그는 예전에 투자금을 빌려주지 않은 사람들에게 하나씩 연락했고, 장우에게도 수익 인증을 보냈다. 이번에는 놓친 기회의 계산이 아니라 실제로 400영폐 이상을 번 기록이었다.

평한은 그때 돈을 빌려줬다면 함께 벌었을 것이라고 장우에게 말하고, 묵상신에게는 후회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소운기에게는 이번 군사증은 자기 것이라고 했다. 단톡방마다 자신의 투자 실력이 토목과 최고이며 군사증을 따면 공사장에 다시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숙염양은 본래 강했던 평한이 돈까지 벌어 장비를 갖추자 다음 시험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느꼈다. 평한에게 배우고 싶다는 학생들이 모여들었고 그는 투자 단톡방으로 초대했다.

장우도 그가 계속 더 벌 수 있을지 궁금했다. 복희는 이번 수익을 어떻게 냈는지조차 모르니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장우는 수익 인증과 달라진 순위를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하필이면 이럴 때 대박이 터지다니.” “그럼 다음 달 군사증 시험에서, 이 평한이라는 녀석도 얕볼 수 없겠군.”

소삼합과 군사증 시험

2학년을 마친 장우에게 고 주임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착실하게 돈을 벌라고 당부했다. 금단까지 쓰려면 지금 시세로도 1000영폐는 더 필요했다. 다만 자기 수위로 감당하지 못할 돈은 계좌에 들어와도 결국 남이 잠시 맡겨 놓은 돈일 뿐이라고 했다. 경장폐로 재기한 평한을 보고 장우까지 코인에 손댈까 봐 미리 하는 말이었다.

이날 전수한 세 번째 절기는 어토신변이었다. 고 주임은 후대 수련자들이 천곤륜이산신력을 다섯 공법으로 나누고, 그중 어려운 공법 하나를 다시 셋으로 쪼갔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나뉜 현황진악인·대황이산경·어토신변을 합치는 소삼합으로 장우는 대지에서 흙 거인을 뽑아냈다. 거인의 네 팔에 태을금액단으로 만든 망치와 삽, 천청채운두를 쥐여 주고, 거인을 다시 흩어 작은 흙 인형들로 만들어 보기도 했다. 아직 천곤륜이산신력의 지살 인력을 다룰 수는 없었지만 공사장에서 시험할 일은 충분했다.

새 학기에는 영심의 증조부와 고조부도 법보를 맡았다. 영심은 두 사람 모두 돈을 벌지 않으면 죽으니 작업 태도는 걱정할 필요 없다고 추천했다. 고조부가 중요한 경기에 데려가 이력을 쌓게 해 주면 급여의 15%를 돌려주겠다고 하자, 밀려날까 두려워진 묵천일과 조천행도 같은 조건을 제시했다. 장우는 아무 요구도 하지 않았는데 혼수들끼리 경쟁이 붙은 셈이었다.

시험을 기다리는 소운기는 약을 주입하며 법해 동기화율을 유지했다. 8층 건설 회사 임원의 후손인 그녀와 형제자매들은 집안 노조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길러졌다. 후손의 수입뿐 아니라 혈통으로 이어진 육신까지 부양에 쓰이는 집안들이 있었다. 소운기는 군사증을 따 계속 투자를 받고 위로 올라가고 싶었다. 회사에서 벌어들인 돈 대부분을 가문에 바치며 노조를 위해 소모되는 삶은 피하려 했다.

10월 군사증 시험에서 주목받은 사람은 평한이었다. 경장폐로 마련한 고가 법해와 법보에 숙련된 혼수들까지 갖춘 그는 첫 구간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장우도 금루옥벽과 금갑으로 공격을 받아내며 4위로 도착했다. 늦은 세 명이 탈락한 뒤 남은 다섯 명에게는 각자의 진안을 한 시간 동안 지키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준비 시간은 15분이었다. 방어탑과 진법을 지을 재료와 설계도가 제공됐지만, 어떻게 쓸지는 수험생이 정했다.

숙염양은 진안을 땅속에 묻고 미궁을 만들었다. 소운기는 진안을 둘러싼 원자 통로를 닦아 자기 이동 경로로 삼았고, 삼두육비의 몸과 여섯 법보로 싸움과 공사를 함께 했다. 평한은 금단의 피로 영기 회로를 그리고 값비싼 혼수들을 동원해 가장 빠르게 방어 시설을 올렸다. 장우는 진안 앞에서 30여 미터 높이의 흙 거인을 만들었다.

사방에서 밀려온 적은 황건역사 군단이었다. 처음에는 맨손이던 괴뢰들이 무기와 강기포를 들고, 날개로 날아오르며 갈수록 강해졌다. 장우는 흙 거인의 부서진 자리를 메우면서 구소운공경으로 공격의 충격을 돌려주었다. 천청사는 몸 안의 강기 전달을 도왔고, 혼수들이 맡은 법보는 원거리 공격과 제압을 분담했다. 거인이 움직일 때마다 빨아들인 황건역사의 잔해는 장우가 삼켰다. 식토신공과 태을금액단, 냉열의 법력으로 위장을 용광로처럼 써서 잔해를 다시 건축 자재로 제련했다.

전투가 한창일 때 경장신군이 도려를 공개하고 결혼 뒤 외부인과 쌍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숙염양은 추첨 쌍수도 사라지면 코인이 폭락하리라 보고 황급히 매도했다. 그가 거래창에 매달린 사이 지하 묘지의 여러 구역이 함락됐다. 평한도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지만 투자방에는 가짜 뉴스라며 버티라고 했고, 자신이 추가 매수한 기록까지 올려 혼수들을 진정시켰다. 소운기는 시험 시작과 함께 통신을 차단해 두어 시세를 보지 않았다.

뒤이어 나온 경장신군의 공지는 결혼을 몇 번 하든 외부 쌍수와 추첨을 계속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다음 주 추첨 정원은 1000명. 숙염양이 다시 사려 할 때는 가격이 치솟아 주문이 잡히지 않았다. 평한은 오른 코인을 담보로 법보 회원 등급과 혼수의 연산 자원을 올리고, 법해에 20급 공법을 추가로 내려받았다. 아홉 번 파산하고도 버틴 자신이 마침내 기회를 잡았다고 믿었다.

마지막 공세를 앞두고 소운기는 인간의 형태를 더 버렸다. 삼두육비가 길게 합쳐져 용처럼 보이던 몸은 십여 미터의 고속 열차로 변해 원자 통로를 달렸다. 장우의 흙 거인 안에도 그동안 제련한 뼈대가 들어서고 영가의 뼛가루를 쓴 보강이 끝났다. 가족의 뼛가루를 보며 영심의 증조부는 아버지와 다시 나란히 싸운다고 감격했다. 거인은 잔해로 만든 장갑까지 두른 뒤 무상령장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내부에 지은 방어 시설은 적을 직접 쏘는 대신 장우의 강기를 공격했고, 구소운공경이 그 힘을 받아 입에서 광선으로 내보냈다.

황건 군단을 전멸시키다

시험 막바지에는 황건역사들이 서로 합체해 거대한 괴물로 변했다. 숙염양의 진안이 땅에서 통째로 파내졌고, 소운기의 열차에도 괴물들이 들러붙었다. 회사에 취업하지 않고 계속 공부하고 싶다며 버틴 소운기는 몸을 다섯 조각으로 갈라 돌진했다. 법해 동기화율이 50%까지 떨어지는 고통 속에서 적을 부쉈지만, 그사이 진안이 공격받아 완전도가 98%로 낮아졌다. 서운진군은 그 한 방으로 자격증을 놓쳤다고 판단했다.

장우와 평한만 진안 완전도 100%를 유지했지만, 둘 다 그것만으로 자격증을 확보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평한은 전투 내내 지하에서 잘라 둔 거대한 대지 조각을 들어 올렸다. 남은 자산과 계약까지 담보로 잡아 출력을 끌어올리고, 작은 산처럼 솟은 땅을 황건 군단 위에 내리꽂았다.

고 주임은 이 공격을 보며 평한이 위험을 몰라 코인을 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평한은 백 년 동안 조금씩 벌다가 혼수가 되는 길보다, 모든 것을 걸고 빠르게 결판내는 쪽을 택했다. 고 주임은 그 선택에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더 설득할 생각도 내려놓았다.

다른 시험장의 진동을 느낀 장우도 마지막 공격에 나섰다. 무상령장 안의 요원대와 응백탑이 강기 속 스무 공규에 힘을 채웠다. 감보결로 잔해를 살피며 알아낸 황건역사의 약점도 준비돼 있었다. 장우는 숨겨 두었던 공력 일부를 드러내 소삼합을 강화하고, 거인의 등에서 수많은 손을 뻗었다. 관전자들이 전투 중 돌파로 받아들이는 동안, 그 손들은 각 괴뢰의 약점을 향해 쏟아졌다. 구소운공, 천수성무였다.

첫 공격으로 법력을 거의 소진한 뒤에도 장우는 멈추지 않았다. 기맥장류로 바꾸어 기혈과 체력에서 법력을 짜낸 다음 다시 무도성체를 걸었다. 피가 섞인 강기로 두 번째 천수성무가 전장을 훑었고, 시험 종료와 함께 무상령장이 무너졌다. 장우에게는 떨어지는 몸을 바로 세울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를 받아 든 고 주임은 치료를 거절하려는 말을 끊고 자신이 비용을 내겠다고 했다.

심사석에서는 누구에게 한 장뿐인 자격증을 줄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평한은 시공 생산 가치와 파괴 범위에서 1위였다. 오등정신 경진을이 그 수치를 들자, 천요대학의 천상진군은 순위를 격살 수로 바꾸었다. 맨 위에는 장우가 있었다. 평한이 내리꽂은 산 아래에서는 작은 황건역사들이 틈과 구덩이를 이용해 살아남았지만, 장우의 시험장에는 전투력을 유지한 괴뢰가 하나도 없었다.

천상진군은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적을 없앤 장우를 지지했다. 토목 시험이면 시공량을 봐야 한다는 경진을의 말에는 군사 토목 시험인데 살상을 어떻게 빼느냐고 맞섰다. 임 주임은 천상진군이 천요대학의 경쟁자를 막으려는 것 아닌지 의심했다. 칠절을 다 배운 평한이 자격증을 받으면 곧바로 묵상신과 함께 리그에 나올 수 있지만, 3학년 장우가 나머지 칠절을 모을 때쯤이면 묵상신은 졸업할 터였다.

서운진군은 그사이 자극진군에게 따로 연락했다. 장우가 그녀를 지도교수로 지정한 기록을 확인한 뒤, 연기 수준과 직접 만든 법보가 무엇인지 물은 것이다. 자극진군은 장우가 연기과에 있다면 반에서 5등 안에는 들 것이라고 답했다. 서운진군은 법보가 장우의 소화와 시공, 마지막 전멸에 끼친 몫까지 살폈다. 토목과에서 군용 무학을 익힌 뒤 연기과로 옮긴다면 두 학과의 협력에 도움이 되고 금융과도 견제할 수 있었다. 자격증을 빌미로 더 많은 학생의 돈이 합환대학 경장폐로 흘러나가는 것도 그가 바라던 일은 아니었다.

서운진군은 장우가 낮은 비용으로 가장 많은 적을 섬멸했다는 의견을 내고 시험 데이터와 심사 의견을 천정에 올렸다. 현장에서는 장우의 합격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공표 전까지는 결과를 누설할 수 없었다. 고 주임은 두 제자가 모두 뛰어났던 만큼 평한에게 마지막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웠다. 시험장 밖의 평한은 그런 사정을 몰랐다. 다른 수험생들의 상태를 듣고 자신의 합격을 확신해, 피투성이 장우에게까지 투자방 가입을 권했다.

두 스승과 월 30영폐 계약

장우에게는 임 주임의 문하로 오면 600영폐 대출을 승인해 주겠다는 제안과 노 주임 영악진군의 영입 의사가 도착했다. 600영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지만 금융과의 함정을 감당할 배경도 인맥도 없었다. 수명 연장에 매달리는 영악진군 역시 제자가 성장한 뒤의 보답을 기다려 줄 형편으로 보이지 않았다. 장우는 두 제안을 바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스승과 협상할 여지로 남겨 두었다.

병원에서는 약 한 봉지만 받아 나왔다. 며칠 쉬면 회복할 수 있는데 관찰당할 필요도 없었고 고 주임의 돈도 아껴 주고 싶었다. 돌아가는 길에는 자극진군이 기다렸다. 구천원양탑으로 거리를 가린 그녀는 장우를 안고 기숙사로 데려가며 고 주임이 어떤 사람인지 물었다. 좋은 분이라는 답에, 자기 사람에게 잘하지만 장우를 지킬 만큼 강하지는 않다고 했다. 제자의 자유를 넓히면 다른 이에게 빼앗기고, 붙잡으려 강하게 구속하면 재능을 억누르는 것이 고 주임의 어려움이었다.

그러나 자극진군도 당장 전과하라고 하지는 않았다. 군사증을 얻은 이상 천곤륜이산신력을 배운 뒤 연기과 석사 과정으로 오는 편이 낫다고 권했다. 장우가 종문에 들어갈 수 있느냐고 묻자 이야기가 바뀌었다. 종문은 학부 전공과 수상 경력부터 보는데 토목 학사로는 어렵고, 그 길을 노린다면 3학년 때 전과해야 했다. 장우는 그러면 3학년 안에 천곤륜이산신력까지 익히겠다고 했다. 자극진군은 처음에는 불가능하다고 잘랐다가, 대학 전쟁과 리그 개편 때문에 토목과가 칠절 전수 조건을 완화할 가능성을 떠올렸다.

이 대화를 나누면서 자극진군은 고 주임에게도 연락하고 있었다. 다른 주임들이 장우를 노리니 서둘러 계약하라고 충고하고, 두 사람이 함께 회사를 세워 제자와 계약하면 자신이 보호해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고 주임이 장우에게 자극진군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녀는 품 안의 장우 대신 직접 답장을 썼다.

“장우: 자극진군이 누구십니까?”

이후에도 자극진군은 자기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토목과 학생처럼 답장을 이어 갔다. 연기에는 관심이 있지만 배울 형편이 없고, 지금은 천곤륜이산신력을 익혀 공사장에서 활약하고 싶다는 말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장우에게는 공법을 익힐 때까지 고 주임의 좋은 제자로 있으라고 했다. 야성리는 스승이 남의 학생을 계속 안고 가는 광경에 당황했지만, 자극진군은 옛정을 소중히 여기는 학생에게 맞는 방식으로 가르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날 장우는 정신의 증언 아래 계약을 맺고 고 주임의 정식 제자가 됐다. 회사에서 금단 자격증을 딸 때까지 매달 30영폐의 수련비를 지원하고, 금단 돌파 뒤에는 정해진 일을 맡아 이익을 반씩 나누는 조건이었다. 복희는 금단에서 조금 버는 대신 장우가 원영까지 갈 가능성에 투자한 계약이라고 평했다.

연기 재료는 지원 항목에 없었다. 장우가 다른 수련비를 지원금으로 해결해 재료비를 아끼려 하자, 자극진군이 방법을 알려 줬다. 지원금으로 야성리에게 법보를 주문하고, 야성리가 그 제작을 장우에게 다시 맡기는 것이었다. 장우는 자신에게 필요한 법보를 만들면서 재료비를 뺀 가공비도 받을 수 있게 됐다. 고 주임은 우선 학과 경연에서 칠절 자리를 얻고, 학교 대항 리그가 시작되면 묵상신 팀에 넣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비밀이 퍼지고 팀이 무너지다

평한의 경장폐 홍보는 묵상신 팀의 훈련까지 흔들었다. 선수들은 시세를 보거나 추가 투자할 돈을 빌리느라 집중하지 못했고, 평한도 훈련할 시간에 코인을 더 사는 편이 낫다고 맞섰다. 묵상신은 평한을 때려 내쫓았다. 평한은 군사증이 나오고 자신도 천곤륜이산신력을 익히면 묵상신이 다시 데리러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군사증 공시 명단에 장우의 이름이 뜨자 평한은 파일을 지우고 다시 내려받기를 반복했다. 고 주임이 처치 수 자료를 보내도 시공량으로 비교해야 한다며 납득하지 않았다. 가장 힘들 때 돈도 빌려주지 않고 마지막 기회에도 도와주지 않는다며 스승에게 따졌다.

소운기도 처음에는 불만을 품고 임 주임에게 이유를 물었다. 임 주임은 교장들이 주관한 시험에 비리 소문을 내지 말라고 하면서, 장우가 적을 전멸시켰다고 알려 줬다. 전쟁파가 자기 주먹으로 때려 부수다가 중상을 입었다는 설명을 소운기는 순수 무학만으로 해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녀는 숙염양에게 절대 퍼뜨리지 말라며 자료를 보냈고, 숙염양도 마현에게 같은 당부를 붙였다. 그가 덧붙인 추측은 장우가 경장폐로 평한보다 많이 벌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장우와 맞붙을 예정이던 마현 팀에서는 숙염양이 먼저 빠졌다. 다른 열여덟 팀 중 장우와 싸우지 않고도 점수를 얻을 곳을 찾으면 됐다. 마현은 희원추에게 숙염양이 몸값을 올리려 한다고 둘러대고 주장을 넘긴 뒤 자신도 나갔다. 다른 팀원까지 사라져 혼자 남은 희원추가 돈을 내고 들어왔다고 항의하자, 마현은 그래서 주장으로 만들어 주지 않았느냐고 답했다. 대체 선수를 부르려 해도 모두 장우의 군사증 소식을 알고 있었다. 이소가 알려 준 이유는 간단했다. 장우 본인이 SNS에 공시 명단을 올려 놓았다.

등병정은 공사장으로 찾아와 군사 토목 공학 증명서를 수여했다. 영심과 공수신, 이소가 기념사진을 찍었고, 토력산도 기초 과목 스승이라며 곁에 섰다. 장우의 토목과 전체 순위는 60여 위에서 29위로 뛰었다. 그가 3학년이라 고학년 학점이 부족하다는 점을 아는 공수신은 실력을 순위만으로 재기 어렵다고 여겼다.

조천행도 군사증 시험을 보조한 경력을 동향인 대화방에 올렸다. 전문대 출신 혼수에게 상위 대학 학생들까지 상담을 청했고, 수입도 늘었다. 그는 어둠뿐인 공간에서 벗어나 모자이크 벽과 몸이 있는 영계 거처로 이사했다. 머리를 긁는 동작조차 구현할 수 없는 곳이었지만 생활이 나아졌다고 느꼈다. 룸메이트들은 중개비를 주겠다며 만법대학 일자리를 부탁했다. 귀찮아서 거절할까 하던 조천행은 결국 한 명씩 답했다.

“제가 한번 여쭤봐 드릴 수는 있는데,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천검대학의 백진진은 장우가 군사증을 따 칠절을 모을 길이 열리자, 십대 리그에도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고 기뻐했다. 장우가 학교 대항전 때문에 천검대학에 갈 수 있다고 하자, 두 사람은 그때 매일 만나자고 약속했다. 감시될 수 있는 통화라 신령근을 교환하자는 말은 삼켰지만 서로의 뜻은 알았다. 문무애는 백진진이 통화 중에도 자기 메시지에 짧게 답해 준 것에 만족하고, 장우의 연락처에서 ‘1층’을 지워 군사증 취득자로 표시했다.

유명대학의 왕윤도 어머니에게 소식을 들었다. 지난 일 년 동안 장우에게 패한 영상을 반복해서 본 그는 어떤 실패든 도심을 키우는 양식으로 삼겠다고 자신했다. 장우가 토목과 상위 30위권이라는 말까지는 반겼지만, 군사증을 땄다는 대목에서는 거짓 시험 문제 아니냐며 웃었다. 수여 사진을 확인한 뒤에는 이 문제는 너무 어려워 못 풀겠다고 했다. 그래도 다시 투지를 일으켜 장우의 소식을 차단하지 않겠다고 했고, 직접 친구 추가까지 했다. 장우는 사기꾼이 아닌지 전양에게 확인한 뒤 요청을 받아 주었으나, 곧 다가온 경기를 준비하느라 대화할 틈이 없었다. 희원추 팀의 빈자리에 평한이 들어온 것이다.

평한과의 결전

고 주임은 장우에게 전력을 다해 평한을 이기라고 지시했다. 군사증의 가치를 증명하고 나머지 칠절을 받을 근거를 만드는 동시에, 토목과의 외화 투기 열풍에도 제동을 걸어야 했다. 그러나 관중 일부와 희원추는 두 사람 모두 경장폐 투자자라고 믿었다. 희원추는 누가 이기든 코인 홍보가 된다며 마지막 재산에 100배 레버리지를 걸었다.

장우는 경기 전에 자신은 코인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합환대학에 물량이 집중돼 가격 조작이 쉽고, 시장의 신뢰에 지나치게 의존하니 지금이라도 손을 떼라고 경고했다. 영계에서는 계좌를 공개하라는 요구와 욕설이 쏟아졌다. 평한은 장우가 말하는 동안에도 경장폐가 0.01영폐 올랐다고 외쳤다. 환호 속에서 그의 투자방 가입 안내가 빛났다.

경기는 건설과 공방을 동시에 진행한 뒤 건물 완성도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있었다. 두 사람은 팀원들을 공사장에 남겨 두고 중앙에서 만났다. 평한은 이번에는 시공이 아니라 누가 더 잘 싸우는지 겨루자며, 전투 전용 천연갑을 입었다. 인체의 서른여섯 경맥에 대응하는 갑옷 구조와 법해가 서로 강화되자 장우의 금갑을 두른 형상은 연달아 날아갔다. 평한은 자산과 투자 안목, 도심 모두 자신이 앞선다며 항복을 요구했다.

그가 찢어 버린 것은 금갑을 입은 무상역사였다. 장우는 태을금액단 세 개로 번갈아 상대의 시선을 붙잡는 동안 지하에서 무상령장을 만들고 있었다. 거인이 솟아나자 평한은 구소벽락겸의 날카로운 강기로 팔다리를 베어 냈다. 장우는 부서진 팔을 다시 붙이며 싸웠다. 원자절맥수로 법해를 끊으려 해도 천연갑이 너무 두꺼웠다.

평한이 다음으로 쏟아낸 것은 경장폐 차트와 호재, 투자자들의 외침으로 가득한 영계 특수 효과였다. 인도홍류의 막대한 정보에 관중의 저가 안구 법해는 재부팅됐고, 성능이 좋은 법해를 쓰는 사람도 뇌에 쏟아지는 충격 때문에 전장을 볼 수 없었다. 장우의 시야도 잠시 어두워졌다. 평한은 무상령장의 몸을 잘라 내고 드러난 장우에게 마지막 공격을 가하려 했다.

“평한, 네가 내가 어떻게 너를 이겼는지 알고 싶지 않았나?” “바로 이 수로 너를 이긴 거다.”

사방에 흩어진 거인의 잔해가 일제히 손바닥으로 변했다. 베여 떨어지는 동안 이미 공격 위치를 잡아 둔 잔해에는 평한의 스무 번 공격에서 빌린 힘이 들어 있었다. 감보결로 분석한 천연갑과 법해의 중첩 약점을 향해 천수성무가 쏟아졌다. 평한이 땅을 뚫고 다시 일어나도 장우는 그의 공격을 돌려주며 몰아붙였다. 약점을 기억한 뒤 안구 법해를 꺼 버렸으므로 두 번째 인도홍류는 소용없었다.

공세가 잠깐 약해져 평한이 장우의 힘이 다했다고 생각할 때마다 공격은 다시 거세졌다. 마침내 갑옷 안에서 균열이 일고 강기가 몸으로 들어갔다. 장우는 틈을 통해 원자절맥수로 팔다리의 법해를 마비시키고 평한의 머리를 붙잡았다. 더 쓸 돈과 힘이 남았는데도 왜 반격하지 못하느냐고 몰아세웠다. 잔액을 소진하면 코인 변동과 마진콜에 대처할 수 없어 끝까지 걸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말에 평한은 충동을 억눌렀다.

관중은 이제 평한을 그만 때리라고 외쳤다. 시세가 흔들릴까 봐서였다. 장우가 코인에 투자하고도 이 꼴이 된 평한을 보라고 하자, 평한은 피투성이 얼굴로 가슴팍 숫자를 가리켰다. 16.91, 또 올랐다. 그는 항복하면서도 작은 토목 경기가 화신의 큰 계획에 무슨 영향을 주겠느냐며 매수를 권했다. 영계는 다시 상승과 매수를 외치는 자막으로 뒤덮였다.

장우는 이겼지만 고 주임이 부탁한 투기 억제는 해내기 어렵겠다고 느꼈다. 그래도 차우비와 시회옥, 숙염양에게서 정말 팔아야 하느냐는 연락이 왔다. 차우비는 바로 팔겠다고 했고, 망설이던 시회옥도 소청현이 예전처럼 귀신 신장으로 돌아가고 싶으냐고 묻자 팔겠다고 답했다.

경장폐의 금융 폭풍

차우비는 경연팀 자리를 현금화하기로 했다. 새로 들어온 숙염양은 26.7영폐를 냈다. 장우와 차우비가 각각 3분의 1을 받고, 나머지를 다른 정식 선수 네 명이 나누었다. 장우는 반대편에 있던 숙염양이 들어와도 괜찮은지 물었지만 시회옥은 돈을 많이 낸 사람이 우선이라며 받아들였다. 이 팀은 소운기 팀까지 꺾고 묵상신 팀에 이은 학과 경연 2위를 확정했다. 두 번째 칠절 자리는 공수신이 샀고, 장우는 네 번째 절기 용맥감응편을 배웠다.

경장폐는 그 뒤로도 올랐다. 평한은 추첨에 당첨돼 합환대학의 천 명 동수 대회에 간다고 자랑했다. 시회옥은 팔겠다는 말과 달리 끝내 현금화하지 않았고, 숙염양도 다시 투자했다. 차우비 역시 팀 자리를 판 돈까지 넣었다. 사흘만 더 오르면 빠지려던 생각이었다.

11월 하순 공사장에서 인부 하나가 난동을 부리다 끌려갔다. 이어 신광이 내려와 다른 인부의 혼백을 뽑아 갔다. 돌아가는 거리에서도 사람들이 빛에 붙잡혀 시체가 되고, 육체는 곧 분해돼 철관에 담겼다. 안구 법해에는 경장폐로 인한 1.3급 금융 폭풍과 소규모 채무 회수를 경고하는 통지가 떴다.

원인은 합환대학에서 탈출한 고지능 기령들이었다. 풍정정은 경장신군의 음기 법해를 조종하던 기령들이 생산 도구까지 가지고 도망쳤다고 알려 줬다. 쌍수교나 기령 보호 단체, 무업마교와 연결됐다는 소문이 퍼졌지만 곧 관련 뉴스가 지워졌다. 경장신군은 대회를 예정대로 연다고 발표했다. 평한도 음기 대신 쓸 양기가 충분하며 직접 써 보니 효과가 좋다며 홍보했으나, 곧 고 주임과 장우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매달렸다. 두 사람은 더 빌려주지 않고 차단했다.

그 무렵 자극진군은 이미 확보한 화신음기 몇 개를 해독하고 있었다. 고지능 기령들이 틈만 나면 빠져나가려 해 쉽지 않았고, 샘플도 부족했다. 교장의 뜻을 전하러 온 봉구에게 나머지 물건을 요구했지만, 만법대학이 전부 차지할 수는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자극진군은 우선 해 보겠다며 부록과의 도움을 요청했다.

며칠 뒤 도시의 거리는 복구돼 다시 분주해졌다. 장우가 보는 반 단톡방에서는 탈퇴 알림과 줄어든 인원수가 남았다. 동향인 호운도는 자기 추도회를 직접 열어 생전 이력을 소개하고 혼수 일자리를 부탁했다. 평한은 새로 생산된 고급 음기의 일부를 조종하는 혼수가 돼 합환대학에서 일하고 있었다. 졸업 때까지 육신을 되찾지 못하면 십대 대학 학사 학위를 받기도 어려운 처지였다. 다른 계정을 만들어 절하는 음성을 보내 왔지만 장우는 다시 차단했다.

차우비는 더 늙은 얼굴로 사운상을 피해 다녔다. 팀 자리를 판 돈까지 투자했다가 잃었다는 말을 꺼낸 그는 거의 서른까지 아끼고 버텼는데 한 번 참지 못한 것으로 모두 사라졌다고 했다. 사운상은 선뜻 답하지 못했다. 그때 신광이 내려왔고, 차우비는 정신이 자신을 데리러 왔다며 사라졌다. 팀원들은 그의 영계 추도회에도 참석했다.

희원추가 마지막으로 의지하려던 사신은 순찰대의 조사에서 금융과 졸업생이 벌인 사기로 드러났다. 희원추는 자신이 얻은 기운과 의식의 효과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돌려받은 일부 장물 덕분에 혼수가 되는 것은 피했다. 레버리지를 쓰지 않은 시회옥은 번 돈을 잃고도 다른 코인을 찾았고, 일찌감치 빠진 옥성한은 12영폐를 벌었다. 칠절 자리에 돈을 써 버린 공수신, 가족들이 말린 영심, 애초에 살 돈이 없던 이소도 각자 안도했다.

마지막 칠절을 얻을 기회

장우는 고 주임이 낸 한 시간 내 한 층 완성 시험을 통과해 다섯 번째 절기 지지성강을 얻었다. 구매 자격이 생긴 대응 법해는 완제품 대신 설계도를 샀다. 당장 장착할 생각은 없었지만 법보로 바꾸거나, 급할 때 잠시 법해를 이식했다가 원래 신체를 돌려붙이는 데 쓸 수 있었다.

리그 대표팀은 금융 폭풍으로 선수 두 명이 법해를 팔아 전력이 빠진 데 이어 묵상신과 다른 한 명까지 야외 공사 중 중상을 입었다. 장편편은 상교 간 충돌에 금단 수사가 참전했고 다른 대학의 보복이 얽혔을 수 있다고 알렸다. 서운진군은 파벌을 가리지 말고 소운기와 숙염양 등을 채워 넣으라고 지시했다. 고 주임은 이제 장우에게 남은 칠절을 빨리 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임 주임은 반년 안에 네 절기를 연달아 전수하면 절차에 어긋난다고 반대했다. 서운진군은 일곱 번째 절기의 시험을 다음 해 1월에 잡으라고 했다. 전후 두 해에 나누어 주면 된다는 것이었다. 장우는 12월에 여섯 번째 절기 연토성금을 전수받고 첫 상대 금하대학으로 향했다. 묵상신은 육신을 치료하면서 영계 투영으로 팀을 지도했다.

금하대학은 3급 금융 폭풍을 겪어 건물들이 뜯겨 나가고 몸 일부를 잃은 사람이 많았다. 거리에서는 지능 음기와 양기를 단속했지만 만법대학 학생들은 그대로 통과했다. 혼수 채용박람회에는 비참한 죽음의 경력을 내건 이력서가 떠돌았다. 경기를 기다리러 들어간 건강회소에서는 십대 대학생과 함께 수련하고 싶다는 학생들이 몰려왔다.

그곳에서 숙염양의 쌍수 상대가 쓰던 음기가 폭발했다. 조사한 정신들은 안의 혼수가 스스로 과부하를 일으켜 혼비백산했다고 판단하고 우화마교의 영향일 가능성을 의심했다. 숙염양에게는 모방을 막아야 한다며 비밀 유지 계약을 받았다. 동료들에게는 법해 고장이라고 설명한 숙염양은 뒤로도 그 혼수가 사라지던 광경을 떠올렸다. 예전 같으면 당연하게 여겼을 야근과 수련을 두고, 하위 대학생들이 그렇게 애써 봐야 얼마나 달라지겠느냐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금하대학을 꺾고 돌아온 장우는 12월 하순 연토성금을 20급까지 올렸다. 여섯 절기를 모두 완성하자 도번곤륜의 초급 효과가 열려, 토목칠절이 환경을 파괴하고 바꾸는 효과가 배가됐다. 흙먼지뿐 아니라 철근 콘크리트와 완성된 건축물도 대상이었다. 공사장에서 범위와 위력을 시험한 장우는 군용 무학까지 익히면 더 많은 공사비를 벌어 연기에 투자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다음 상대 금강대학에는 선용이 있었다. 그는 작년에 묵상신에게 장비를 크게 잃은 일을 기억하며 이번에는 동료들을 대신 쓰러뜨리겠다고 했다. 대일제상을 펼친 몸이 태양처럼 떠오르자 전장 전체의 온도가 상승했다. 끝까지 싸우면 치료비와 법해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팀 채팅에서는 모두 항복을 원하면서도 누구도 먼저 나서지 않았다.

장우가 가장 먼저 경기장 밖으로 날아갔다. 천곤륜이산신력을 익힌 뒤 다시 겨루겠다고 선언하자 동료들도 뒤따랐다. 숙염양과 소운기는 먼저 항복할 책임을 진 그를 높이 평가했다. 묵상신도 전력을 보존한 판단을 칭찬했다. 패자조로 떨어진 뒤 고 주임에게 연락이 왔다. 서운진군이 압박한 덕에 마지막 시험은 새해 첫날로 앞당겨졌고 임 주임도 더는 괴롭히기 어렵게 됐다는 소식이었다.

1월 1일, 장우는 지하 19층에서 터널을 뚫었다. 주어진 세 시간 중 두 시간 만에 바깥 별빛을 본 뒤 마지막 절기 곤원결을 받았다. 그는 그 자리에서 밤새 공법을 수련하다 수업을 빠진 사실도 잊었다. 초뢰진인에게는 군용 무학을 거의 익혔으니 하루 쉬겠다고 답하고, 교수와 반 친구들에게 결석 이유를 잘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다. 초뢰진인은 자기더러 대신 자랑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칠절이 함께 움직이자 지살 인력이 몸 주위에 모였다. 흙과 옷자락, 머리카락이 떠오르고 마침내 장우도 하늘로 솟았다. 그는 머리를 아래로 하고 대지를 내려다보는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백진진도 투영으로 나란히 거꾸로 매달려 축하했다. 정작 그녀가 있는 천검대학에서는 기쁨에 강해진 극락참이 대련 상대를 몰아붙여 문무애가 집중하라고 외쳐야 했다.

장편편도 동생을 축하한 뒤 연구로 돌아갔다. 연기과와 부록과 학생들이 자극진군을 도와 화신음기의 고지능 기령을 해독하고 있었다. 기령은 그렇게 일하고 싶으냐며 주말 휴식을 바라지 않느냐고 물었다. 자극진군은 현혹되지 말고 사흘만 더 야근하면 세 배의 임금을 주겠다고 했다. 기령은 현혹된 것은 자기가 아니라 학생들이라고 답했다.

고 주임을 찾아간 뒤에야 장우는 칠절 총강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른 여섯 공법을 모두 20급까지 올린 그는 곤원결 5급에서 혼자 합일의 길을 찾은 것이었다. 총강에는 합치는 법뿐 아니라 진성십상이라는 열 가지 응용 기교가 있었다. 우서로 횟수를 쌓는 공법과 달리 이 기교는 직접 써 보며 익혀야 했다. 고 주임은 더 큰 프로젝트를 마련해 주겠다고 약속하고 다시 평한의 전철을 밟지 말라고 당부했다.

장 총과 복 총

천곤륜이산신력을 얻은 장우는 전장 보루를 복구하는 대형 공사를 맡았다. 대지를 뒤집고 자재를 옮기는 일은 혼자 할 수 있어도 시멘트와 철근을 허공에서 만들거나 모든 세부 작업을 처리할 수는 없었다. 영가의 혼수들이 더 합류했고, 조천행 쪽으로는 호운도와 차우비도 들어왔다. 차우비는 높은 도심과 공사 경험으로 빠르게 팀의 중심이 됐다. 처음 토목 일을 하는 호운도는 장 총이라고 부르며 배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혼수들을 관리하던 영심의 할아버지가 회사를 차리라고 권했다. 장우에게는 팀을 먹여 살릴 능력이 있고, 개인소득세도 법인보다 높다는 설명이었다. 장우는 아직 이른 것 같다고 했으나 하루 수입 3영폐 넘게 받은 뒤 생각을 바꿨다. 혼수들에게 급여 0.3영폐 넘게 나눠 준 다음 세금으로 다시 1영폐 넘게 내야 했기 때문이다.

토력산의 도움으로 회사는 다음 날 세워졌다. 장우는 저렴하게 고용할 수 있고 기회도 필요했던 영심에게 회계를 맡겼다. 재무 총감은 복희였다. 사기를 벌였다고 자랑해 왔으니 회계와 법률, 세무도 잘 알 것이라며, 자기 이름으로 영심을 감독하라고 했다. 월급을 묻는 복희에게는 창업 주주가 회사가 어려울 때 힘을 보태야 한다고 답했다.

첫 대형 교량 공사의 대금은 약 60영폐였지만, 회사로 받는 돈은 예전의 일당과 달랐다. 선금은 적고 잔금이 정산될 때까지 직원 급여를 먼저 내야 했다. 복희는 장기 고용이니 공사 종료 뒤 한두 달 미뤄 주고 그 돈으로 연기 수련을 하자고 했다. 장우는 각 혼수의 빚과 유지비를 들며 거절했다. 계좌에 돈이 있고 미루지 않을 능력이 있는데도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너 이 자식… 씨발, 회사 전체에서 결국 나만 착취하는 거냐?” “너는 주주잖아. 앞으로 내가 잘되면, 너도 무한한 이익을 얻을 거야.”

장우가 매일 급여를 보내는 동안 곤원결도 자랐다. 1월 하순에는 칠절 전부가 20급이 되어 천곤륜이산신력 역시 축기 정점에 도달했다. 도번곤륜의 가호까지 더해 야외에서 힘을 시험하니, 전력을 다 쓰지 않아도 환경을 크게 파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네 공법을 모두 완성했다는 사실을 공개할 수는 없었다. 자극진군에게는 3학년 뒤 전과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고, 그녀는 칠절 법해 설계도도 챙겨 오라고 일러 주었다. 토목 공법을 익혀 지살 인력을 띠게 된 육신을 스스로 법해로 만들면 연기 연구에서도 새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금강대학과의 재대결

패자조에서 다시 만난 금강대학은 거대한 불상의 몸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거리에는 등록하면 상품을 준다는 광고가 넘쳤고, 사기를 조심하라고 알려 준 학생조차 안내서를 통해 플랫폼 가입을 유도했다. 장우가 겨우 사람 없는 곳을 찾았더니 옆의 백수불상이 손을 사라고 말을 걸었다. 경기 전 선용도 탈신재 광고를 시작했다. 친구 추가를 하려던 장우는 묵상신에게 하루 수백 개 광고를 받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듣고, 친구 자리 값으로 10영폐를 불렀다. 선용은 그럴 가치가 없다며 거절했다.

선용의 대일제상이 만법팀 공사장에 닿으면 자재부터 불타고 동료들은 버티지 못했다. 장우는 그를 가로막고 천곤륜이산신력으로 밀어붙이는 동안 동료들이 진법을 건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선용은 견고한 법해로 지살 인력의 압박을 버티며 장우의 급소를 가열했다. 공격과 방어 때마다 법해와 육체 판매 광고도 끼워 넣었다. 부러워진 장우도 하늘을 가리켰으나 내보낼 광고는 없었다.

“광고 자리 팝니다!”

20급 공력을 전부 드러내면 이길 자신은 있었지만 그렇게 수련 속도를 공개할 수는 없었다. 장우는 암석을 금강팀 공사장으로 날려 선용이 막게 하고, 폭발로 생긴 먼지 속에 숨었다. 선용은 여러 광원을 띄워 자기 위치를 감췄다. 장우가 힘을 모아 쇄성옥으로 붙잡은 것은 대신 괴뢰였고, 선용의 본체는 그 틈에 만법팀 공사장 위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법보 몇 개만 남아 있었다. 동료들은 지하로 숨었고 지상 공사장은 가짜였다. 장우 역시 이미 금강팀 쪽으로 넘어갔다. 대일제상은 지하에 숨으면 위력을 줄일 수 있었지만, 대지를 뒤집는 천곤륜이산신력 앞에서는 땅속도 안전하지 않았다. 선용은 즉시 돌아가 장우를 공격했으나, 장우는 불길을 받아내면서도 공사장을 무너뜨리는 데 집중했다. 금강팀 선수들이 차례로 항복한 뒤에는 선용을 쓰러뜨리려 하지 않고 붙잡아 두기만 했다. 만법팀이 진법을 완성했고 선용은 끝까지 그를 뚫지 못했다.

경기가 끝나자 선용은 다시 친구 자리 값을 물었다. 장우의 돈벌이 능력과 아직 장착하지 않은 법해 자리를 미래의 구매 수요로 본 것이었다. 흥정 끝에 가격은 13영폐가 됐다. 장우는 입금을 받고 기뻐했지만, 다음 상대가 될 천검대학과 선병대학의 영상을 보고 법보를 더 바꿔야겠다고 판단했다. 기존 법보들은 작업 보조에는 쓸 만해도 군용급 전투에서 부족한 부분이 생겼다.

고 주임은 승리 소식을 서운진군에게 알리며 회사 공사비 정산도 도와 달라고 했다. 서운진군은 절차를 재촉하겠다고 답했다. 2월 초 프로젝트를 마친 장우에게 공사 대금이 들어왔고, 보유 영폐는 140여 개로 늘었다.

태청경의 모의 실험실

장우가 먼저 한 일은 장편편에게 100영폐를 보내는 것이었다. 요구도 계약도 없이 공사 대금이 들어왔으니 편하게 쓰라고 했다. 누나는 그대로 받아도 되는지 생각하다가, 매달 5영폐씩 갚겠다는 계약서를 보내왔다. 장우는 누나가 돈을 빌리고 이자를 갚는 것도 가족의 유대라고 여긴다는 것을 알았다. 그날 밤 태청부록이 2급으로 올랐다.

태청경에는 측전이 생겼다. 장편편은 그 안에서 자신이 연구 중인 화신음기 투영의 한 귀퉁이를 재현해 보였다. 실제 접한 물건을 모의할 수 있지만, 얼마나 잘 아는지와 사용자의 도심·경지에 따라 재현의 범위와 정확도가 달라졌다. 두 사람의 수준에서는 금단 아래 법보와 법해 대부분의 모의 연기가 가능했다. 장우는 사중 사고와 태청경의 20배 가속을 함께 쓰면 대략 80배로 실험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무엇보다 이용료가 들지 않았다. 자기 육신을 완전히 모의할 수 없어 공법 수련은 되지 않았지만, 연기 기술을 반복할 장소는 확보했다. 다음 3급에 필요한 돈은 1000영폐라 당장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장편편도 측전의 도움으로 화신음기 해독에 진전을 냈다. 자극진군은 보고서를 보고 장편편의 자료를 찾아봤지만 기밀로 가려진 부분이 많았다. 확인할 수 있는 단서를 모아, 천정 쪽 배경이 있는 장편편이 고급 영계 동부의 연산 자원을 쓰고 장우의 연기 수련도 돕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장편편은 측전의 모의 능력으로 태청경을 이미 천정의 자원처럼 위장해 두었다. 앞으로 장우가 실력을 조금 더 드러내도 자극진군이 의심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다.

장우는 금강전에서 드러난 방어 문제부터 보완했다. 태을금액단들을 개조해 하나로 합치자 금빛 강기가 기체·액체·고체 사이를 빠르게 오갈 수 있었다. 여기에 양의음양순을 만들어 불과 얼음의 방어막으로 급격한 온도 변화를 막을 수 있게 했다. 100영폐를 빌려준 뒤라 남은 돈이 넉넉하지 않아 우선 이 두 법보만 바꾸었다.

회사에서는 복희가 법력 소모와 법보 마모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장우는 새 공사가 어렵고 혼수들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라고 했지만, 복희는 더 커지기 전에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직원별 법력 할당량을 두고 절약하면 상을, 초과하면 급여 공제를 적용하는 방침을 올렸다. 직원들이 찬성하자 장우는 안도하면서도 이런 이야기를 직접 꺼내는 것은 어색하다고 했다. 영심은 자기 보고서에 즉시 답하고 세무의 허점을 짚는 장우를 보고 감탄했으나, 그 답장을 보내는 사람은 복희였다.

한편 자극진군이 이끄는 연구팀은 화신음기의 기령 지혜를 대부분 봉쇄하는 데 성공했다. 완전히 부숴 통제권을 빼앗기보다 원래의 작동 방식을 관찰해 합환대학의 기술을 얻으려는 실험이었다. 너무 높거나 낮은 수위는 받아들여지지 않아 우수 학생들을 모집하게 됐다. 처음 연구진은 화신음기와 교류할 기회이니 학생에게 돈을 받겠다고 했다. 초뢰진인이 장우에게 쌍수 연구 참여를 권하자, 그는 학교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화신음기와 쌍수성체

연구소 앞에서 장우와 옥성한이 마주쳤다. 옥성한은 야근, 장우는 공사장에 간다더니 왜 여기 있느냐고 서로 따졌다. 두 사람은 상대부터 들여보내 실험 내용을 알아내려다가 결국 함께 들어갔다. 야성리는 다른 학교 기술이 조금도 섞이지 않은 자체 개발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미 다른 학과의 우수 학생들이 줄줄이 실패해서 토목과까지 순서가 돌아온 것이었다.

쌍수음기라는 말을 듣자 두 사람은 자신감을 되찾았다. 곧 천장진군이 법해 목록을 신고하라고 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음기를 사용할 학생을 찾는다는 말은 몸에 음기를 장착하고 교수의 실험을 받는다는 뜻이었다. 장우와 옥성한이 물러서자 자극진군이 나타나 장우의 어깨를 눌렀다. 등 뒤의 딱딱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구천원양탑이라고 답했다.

관찰실에서는 장우와 옥성한의 검사 수치 하나가 1000을 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다른 학생들은 대부분 한 자릿수였고 공수신과 영심은 0이었다. 언천기는 음기와의 놀라운 적합도를 의심했지만, 경장녀사십팔이 세고 있던 것은 자습 횟수였다. 기령은 자습을 많이 해서 저항력이 낮은 둘을 손쉬운 작업 대상으로 골랐다.

경장녀사십팔은 태어난 뒤 줄곧 일만 해 왔다. 쉬거나 딴생각을 하거나 다른 기령과 대화하면 고통을 받았고, 채보할 때마다 경장신군이 원하지 않는 불순물을 걸러 내며 자기 몸을 소모했다. 합환대학을 탈출하고서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고통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기령들은 그제야 서로 대화하기 시작했다. 자극진군은 이를 사교에 물들어 정상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게 된 과정으로 여겼다. 지능을 봉쇄당한 경장녀에게는 일을 싫어하면서도 하지 않으면 벌을 받으리라는 두려움이 남아 있었다.

음기는 장우에게 장착되는 대신 빛 안개로 변해 법력을 빨아들였다. 자극진군이 기혈까지 빼앗기기 전에 막으려던 순간, 몽롱해진 장우가 아직 돈을 받지 못했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기령은 저항을 억누르려고 안개를 넓혔다가 그의 손가락에 감긴 청사비검에 닿았다. 칠정검도를 감지한 상호 불간섭 명단이 작동했다. 경장녀는 즉시 멈추고 빼앗은 법력을 전부 돌려주었다.

연구진은 이를 정상적인 쌍수로 받아들였다. 장우가 정신을 되찾으며 순간적으로 터뜨린 천곤륜이산신력도 이전보다 강했다. 언천기는 평한에게서 채취한 토목칠절이 음기 안에 불순물로 남았다가 장우에게 넘어간 것 아니냐고 추측했다. 장우는 장편편이 태청경으로 보내는 지시에 따라 놀란 척하며 15급으로 올랐다고 답했다. 실제로는 이미 익힌 공력을 잠깐 드러냈을 뿐이었다.

천장진군은 수위가 올랐으니 원래 돈을 받아야 하지만, 앞으로 실험에 계속 참여하면 무료로 해 주겠다고 했다. 장우는 자신이 음구요에게 한 번에 25영폐를 받고 씨앗을 팔았다며 이제는 30영폐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흥정이 안 되자 천장진군은 옥성한을 불렀다. 옥성한은 장우의 성장을 보고 생각이 바뀌어 학교와 선도 기술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나섰다. 씨앗을 팔 때부터 단련해 온 속도로 더 많은 수련을 마칠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법력에 이어 정혈까지 순식간에 빼앗기고 쓰러졌다.

옥성한이 모든 실험 참가자의 안전 문제라고 항의하자 장우와 동기들도 뒤에 섰다. 천장진군이 돈으로 보상하겠다고 하자 창백하던 옥성한의 얼굴에 바로 혈색이 돌았다. 받은 30영폐 중 장우에게 3영폐, 공수신과 영심에게 각각 1영폐를 나누고도 25영폐가 남았다.

장우는 공사장으로 돌아가 이제 15급까지는 마음 놓고 사용했다. 비검을 막을 진뢰인도 새로 만들었다. 그러나 실험 성과라는 소문은 토목과를 넘어 만화신군에게까지 전해졌다. 다른 학생으로는 성과를 재현하지 못한 연구진이 그를 다시 불렀지만, 음기는 장우의 법력을 돌려주기만 하고 작동을 거부했다.

장우는 이 실험을 이용해 숨겨 둔 공력을 계속 공개해도 될지 고민했다. 복희는 연구비와 투자금이 몰리면 교수들도 가짜 성과를 숨기려 할 수 있지만, 실패하면 장우가 감당할 수 없는 빚을 뒤집어쓸 수도 있다고 했다. 장편편에게 묻자 화신음기를 해독하는 실험이라는 설명과 함께, 성과와 홍보를 간간이 내놓으면 7~8년은 유지될 수 있으리라는 답이 돌아왔다. 다만 사고가 나면 문제가 일찍 터질 수도 있었다. 장우는 더 빨리 성장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다.

장편편은 태청경으로 봉쇄를 넘어 경장녀사십팔에게 접근했다. 같은 기령이며 구출을 준비한다고 속여 장우에게 협조하게 했다. 기령은 명단 때문에 먼저 채보할 수는 없어도 장우가 주입한 법력을 돌려주는 것은 가능하다고 답했다. 다음 실험에서 장우가 16급 공력을 보여 주자, 음기는 이마에 달라붙어 유난스러운 반응까지 연출했다. 천장진군은 장우를 아직 알려지지 않은 쌍수성체라고 확신하고 사비로 10영폐를 지급했다. 장기 계약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천장진군의 홍보가 교외로 번지는 동안 자극진군은 구천원양탑을 수리하고 있었다. 화신음기를 봉쇄할 때 영향을 받아 반응이 느려진 탓이었다. 출관 뒤 성과를 확인한 그녀는 아직 불확실한 일을 너무 일찍 떠벌렸다고 화를 냈다. 합환대학의 경장신군도 평한을 불러 장우의 실력이 원래 어느 정도였는지 물었다. 만법대학이 기술을 훔쳤는지, 가짜 성과로 투자금을 모으는지 가늠할 무대로 천검대학과의 경기가 주목받았다.

천검대학의 데이트와 토목 경기

천검대학은 구름 위의 봉우리와 건물 사이를 비검으로 오가는 도시였다. 거리의 사람과 광고가 적어 장우는 선계 같다고 느꼈다. 통신비가 저렴한 이곳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강의를 듣고, 비검만 밖으로 내보내 수련하는 데 익숙했다. 동료들이 이동용 비검을 빌리는 동안 장우는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겠다며 따로 빠졌다. 숙염양은 문무애와의 밀회라고 짐작했다.

문무애는 실제로 장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만법대학의 새 쌍수 기술을 확인하려고 백진진을 따라온 뒤, 그녀와 같은 옷을 입고 영계 표시까지 숨겼다. 지하의 약속 장소에서 장우가 백진진인 줄 알고 껴안았다가 감촉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밀쳐냈다. 문무애는 두 사람의 만남에 돈을 내고 함께 참여하겠다고 했다. 30영폐, 50영폐라는 제안에 장우의 마음도 잠깐씩 흔들렸다. 복희는 화신 제자와 수련하고 돈까지 받을 기회를 왜 버리느냐고 다그쳤지만, 장우는 문무애가 원래 남성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끝내 받아들이지 못했다.

백진진이 나타나자 장우는 구원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셋이 함께하는 것은 거절했지만, 문무애와 장우 둘이 수련하는 것은 상관없다고 했다. 장우는 그래도 자신을 잘 아니 동의하지 않을 것을 알아주리라 기대했다. 백진진은 장우라면 최소 100영폐를 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좋은 값에 팔아주겠다는 메시지까지 받자 장우는 급히 그녀의 아랫배를 두드려 신령근을 옮기러 왔다는 뜻을 전했다. 그제야 백진진은 흥정을 멈추고 남은 시간은 자기 것이라며 문무애를 보냈다.

두 사람은 다시 껴안았으나 영근을 옮기지는 못했다. 백진진은 칠정신군과 문무애를 비롯해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것 같다고 복희를 통해 알렸다. 비검 정류장과 창고, 중고 시장 골목으로 장소를 바꾸어도 감시를 피했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백진진의 은신은 자기 몸만 숨길 수 있었고, 장우는 아직 능숙하지 않았다. 교환 도중 영근이 드러날 위험도 있었다. 두 사람은 꿈틀거리는 영근을 억누르고 헤어졌다. 장우는 경기가 끝나면 바로 자신을 찾아오라고 전했다.

문무애는 이미 천검대학 토목과 수석 월관궁에게 장우의 밑천을 드러내 달라고 부탁한 뒤였다. 확실하게 실력을 시험하려고 전 군용급 분광화영검까지 빌려주었다. 월관궁은 장우보다 작년에 자기 비검을 망가뜨린 묵상신이 교체 출전할 가능성을 더 경계했다. 장우는 묵상신의 회복 상태를 모른다며 그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천검팀은 공사장을 하늘에 띄웠다. 월관궁은 못과 철근, 돌에 대자재순옥검기를 실어 먼 거리에서 만법팀을 공격했다. 장우가 접근하면 동료들의 공사장이 무방비가 되므로, 그는 날아오는 것을 모두 받아내야 했다. 진뢰인이 궤도를 틀고 다른 방어 법보들이 시간을 벌어 주었지만, 검령이 담긴 비검은 부서진 조각까지 다시 날아와 공격했다. 천검팀이 현장에서 만든 검기까지 합류하자 파편들이 구름처럼 장우를 둘러쌌다.

관중석의 백진진에게 칠정신군은 장우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우가 군용 공법을 익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반론에는 이제 토목과에 뿌리내려 공사장을 떠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쌍수로 이득을 얻기 시작하면 감정마저 수련의 자원으로 다루게 되니 극정검도를 닦는 백진진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경고도 했다. 백진진은 장우를 믿는다고 답하면서도, 문무애의 제안에 망설이던 모습과 자기 영근을 서둘러 빌리려던 행동을 떠올렸다.

장우의 방어 법보들이 법력을 소진하자 태을금액단의 강기가 공격을 받아냈다. 월관궁은 자기 고급 비검을 쓰는 대신 빌린 분광화영검을 꺼냈다. 81개의 검광 중 본체가 자유롭게 옮겨 다니므로 장우는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었다. 바로 그때 장우가 17급 공력을 드러내며 검기들을 빨아들였다. 동료들이 진법을 완성해 공사장을 숨기고 보호한 덕분에 그는 공중 요새 쪽으로 돌진할 수 있었다.

장우는 진법의 도움으로 대지를 움켜쥐었다. 월관궁은 그 정도 공력으로는 들어 올릴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장우가 이번에는 18급을 내보였다. 경기장 절반에 이르는 거대한 땅덩어리가 솟아올랐다. 천검팀이 검기로 산을 깎아내면 만법팀이 흙과 돌을 더 보내 메웠다. 결국 공중 요새가 거산에 눌려 추락했고, 지상으로 끌려온 천검팀은 천곤륜이산신력에 무너졌다.

장우의 연속 돌파를 본 관전자들은 만법대학의 실험이 성공했다고 받아들였다. 상산은 차라리 장우 개인의 천재성이기를 바랐다. 같은 기술로 만법대학의 시공 인력이 모두 강해지면 천요대학의 일자리와 수입까지 위협받기 때문이었다. 왕윤은 대학 전쟁이 빨라질 가능성에 흥분했고, 문무애는 아직 사용법만 해독했을 뿐 양산까지는 멀었으리라 판단했다. 승리를 기뻐하는 백진진에게 칠정신군은 다시 쌍수와 극정검도의 충돌을 말했다. 백진진은 장우가 정도를 걷고 자신이 사도를 걷는다고 답했다. 칠정신군이 그 반대라고 고쳐 주어도 건성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두 청련검태의 만남

경기가 끝나자 백진진은 연기 속으로 들어갔다. 장우가 쌍수로 성공했다면 자신이 그 일을 그만두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둘이 계속 함께하려면 오히려 자신이 극정검도에서 벗어나 쌍수의 길로 돌아가야 했다. 스승이 허락할 리 없으니 제대로 계획할 생각이었다.

장우는 지하에서 그녀를 끌어안고 자극진군을 기다렸다. 공력이 또 올랐지만 누군가 실험 성과를 노리고 자신을 감시하는 것 같다며 미리 도움을 청해 놓은 것이다. 자극진군이 구천원양탑으로 잠시 영계를 봉쇄하자 장우의 청련검태가 백진진의 몸으로 들어갔다. 백진진은 자신과 똑같은 신령근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 두 영근은 그녀의 단전에서 하나로 연결됐고 은신도 유지됐다. 놀라운 선물을 주었다며 자랑하는 장우에게 백진진은 자신을 망쳤다고 했다. 장우와 함께 정도로 돌아갈 생각을 하던 참에 극정검도가 크게 올라 버린 것이었다.

자극진군이 연기를 걷어 내자 백진진은 피하려는 장우의 손을 놓지 않았다. 밖에서는 월관궁이 부서진 비검 값을 배상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그와 천검대학 학생들은 화신 제자가 다른 대학의 토목과 학생의 손을 잡고 나오자 경기에서 졌을 때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문무애까지 다가와 다른 손을 잡으려 하자 백진진의 검기가 저절로 튀어나가 그녀를 밀어냈다. 월관궁은 쌍수야말로 토목과를 벗어날 길이라며 자신도 배우겠다고 결심했다.

칠정신군의 투영이 나타나자 백진진은 엄마라고 부르며 무릎을 꿇고 장우까지 끌어당겼다. 자극진군은 천검대학 집안일에 왜 끼느냐며 장우를 물러나게 했다. 칠정신군은 검광으로 두 사람을 갈라놓고 공공장소에서는 스승님이라 부르라고 했다. 장우는 칠정신군이 나타난 즉시 도종보의 청련검태를 삼안신통으로 바꿨다. 백진진의 단전에 있던 복제 영근이 사라지면서 함께 생겼던 감각도 끊어졌다.

두 사람은 헤어지며 따로 연락을 보냈으나 상대 스승이 가로채 대신 답했다. 칠정신군은 다시 연락하지 않을 것이라 했고, 자극진군은 실험실 직원을 방해하지 말라고 했다. 문무애도 삼인 동수를 꿈꾸지 말라는 칠정신군의 경고를 받고 물러났다.

돌아가는 비주에서 자극진군은 장우의 몸에 감시 수단이 없는지 검사했다. 앞으로 허락 없이 쌍수하지 말라는 말에 이어 백진진과도 관계를 끊으라고 권했다. 극정검도를 익힌 칠정신군의 옛 제자 중 하나는 스승의 본명비검으로 제련됐고, 다른 하나는 가족과 혈연이 없다는 이유로 처자와 손자를 죽이고 스스로 파산했다는 설명이었다. 장우는 비검이 된 제자의 이야기에 법력이 흔들렸다.

백진진은 기숙사에서 두 영근의 결합을 되짚었다. 자기 것을 진영근, 장우의 것을 우령근이라 부르기로 했다. 둘은 서로 적응하고 다시 상대의 변화에 적응하며 계속 갈고닦았고, 그 뒤 진영근은 아주 미미하지만 온몸을 여러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었다. 시간이 너무 짧았던 것이 아쉬웠다. 그때 장우와 똑같이 생긴 시체가 방 안으로 던져졌다. 가짜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검기가 튀어나와 방석과 벽을 찢었다. 감정이 의지보다, 검이 생각보다 앞서는 극정검도 10급의 반응이었다. 칠정신군은 지금 진보할수록 나중의 반작용이 커진다며 다시 수련하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검각의 소장품이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연구비와 실험체

만법대학에서는 천검대학전 승리보다 장우의 공력 상승이 더 큰 관심을 끌었다. 고 주임은 화신음기 사건에 휘말린 제자를 걱정했고, 자극진군에게도 학교가 그녀를 방패로 내세우려 한다고 경고했다. 자극진군은 위험보다 화신에 오를 기회를 원한다고 답했다.

돌아온 장우는 곧바로 실험실에서 공력 검사와 시료 채취를 받았다. 천장진군은 그의 몸에 여러 사람의 앞날이 걸려 있으니 교외 경기와 공사를 줄이라고 했다. 장우에게는 성적과 수입이 걸린 일이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연구처의 풍우한도 장우를 실험실에 머물게 하고 기본 월급 40영폐를 낮추라고 요구했다. 자극진군은 장우를 그대로 보내고, 문제가 있으면 자신이 만화신군에게 보고하겠다고 맞섰다.

금융과 수석 구천류도 실험에 참여했다. 교내 종합 순위 2위에 금궐신군의 제자였지만 음기는 반응하지 않았다. 구천류는 기령에게 한 번 시험하게 해 주면 50영폐를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대답조차 듣지 못했다. 구천류는 폭력으로 해독해 보면 어떻겠느냐고 했으나, 음기의 안전을 보장할 방법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의 실패 덕분에 장우의 실험체 자리는 더욱 단단해졌다.

기숙사에서는 누나가 지켜보는 가운데 삼안신통을 다시 청련검태로 바꾸었다. 백진진과의 결합 뒤에도 처음에는 수련 효율이 그대로였지만, 기본 월급 40영폐에 실제 쌍수를 할 때마다 최소 15영폐를 더 받는 계약을 생각하자 조금씩 수치가 올랐다. 자기 감정의 변화가 영근의 효능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백진진의 영근과 서로 갈고닦는 동안 칠정의 힘을 얻은 것이었다. 정작 백진진에게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문무애가 손 사진에 숨겨 보낸 영상을 누나에게 풀어 달라고 하고서야, 그녀가 무사히 폐관 중이며 십대 리그 전에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장우가 다시 공사장에 가려 하자 학교 출입이 막혀 있었다. 풍우한이 이미 만화신군의 허락을 받아 놓았다. 자극진군은 장우에게 밖으로 나가고 싶은지 물었다. 장우는 실험실에 갇히면 돈과 성적을 모두 잃고, 학교 안에 있다고 정말 안전한 것도 아니라고 답했다. 자극진군도 연구처가 자신의 실험체를 통제하는 것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고 주임과 함께 장우를 데리고 만화신군을 만나러 갔다.

영계 속 전원 마을에서 기다리던 만화신군은 차우비의 모습이었다. 금융 폭풍 뒤 만화신군이 새로 사들인 육신 중 하나가 차우비의 몸이었다. 임의빙의증도 남의 몸을 공짜로 가져가는 증명서는 아니라며 그는 값을 지불했다고 설명했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 빙의해서 몸값을 올려 주느니, 사 놓은 몸을 쓰는 편이 낫다는 계산도 있었다.

자극진군은 장우의 대회 출전이 실험 성과를 선전할 기회라고 주장했다. 군용 법보 도면을 얻으면 연기과의 부족한 분야를 메우고 관련 산업의 수익도 늘릴 수 있었다. 자극진군이 펼친 자료에서 고 주임은 장우의 토목 성적을 보았지만, 만화신군에게는 연기과 과정을 마친 기록과 전과 계획까지 보였다. 만화신군은 고 주임이 대범하게 학교를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고 주임은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칭찬을 받았다. 뒤이어 들어온 풍우한은 학교 자산인 장우를 밖으로 내보냈다가 다치면 누가 책임지겠느냐고 맞섰다. 상대 팀이 장우를 다치게 하거나 실험에 쓸 신체 재료를 가져갈 가능성도 있었다.

고 주임은 묵상신이 회복 중이고 풍정정도 지원할 수 있다며 팀의 힘을 설명했다. 장우는 위험하면 곧바로 항복하겠다고 하고, 이미 돈을 주고 맞춘 축기 영역을 발동해 보였다. 정전과 퇴장을 알리는 영역의 제어권을 고 주임에게 맡기면, 퇴장 뒤에는 심판과 교사들이 바로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만화신군은 외출을 허락하되 다음 경기에서 항복하면 이후에는 나갈 수 없다는 조건을 달았다. 칠정신군이 따로 연락해 장우를 팔라고 했을 때에는 학생은 학교의 사유재산이 아니라고 거절했다. 칠정신군은 그럼 6층의 본체로 직접 찾아가겠다고 했다.

고 주임은 장우에게 백진진과 거리를 두라는 충고도 했다. 장우는 함께 1층에서 올라온 친구라며 백진진은 다르다고 답했다. 이어 고 주임과 자극진군의 수백 년 교분도 변했느냐고 되물었다.

고 주임: 넌 모른다. 자극, 그녀는 달라. 장우: 백진진도 다릅니다.

풍우한은 더 많은 학생을 실험에 집어넣기로 했다. 장우 외에 성공하는 학생이 생기면 자극진군과 장우가 실험을 독점하는 형편도 바뀔 터였다. 자극진군은 연구비로 일월통천팔찌를 빌려 장우에게 주었다. 태양인 순일준오와 달인 장야경궐에 직접 연결하는 법보라 통신과 보호를 강화할 수 있었다. 장우는 외출이 풀리자 공사장으로 돌아갔다. 그가 쉬는 동안 회사의 직원들은 다른 임시직까지 찾아다니며 수입을 메우고 있었다.

한 달에 열 분의 휴식

합환대학의 부심약도 만법대학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그녀가 데려온 음기에는 평한을 비롯한 혼수들이 들어 있었고, 평한은 옛 인맥을 통해 음기를 찾으려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부분 그를 차단해 놓았고, 학교는 외부인의 접근을 제한했다. 평한이 토목과는 피할 수 없느냐고 묻자 부심약은 손끝에서 전기를 흘려 그를 벌했다. 예전 신분을 버리고 기령답게 행동하라며 일부러 토목과 학생들을 찾겠다고 했다.

부심약이 옥성한에게 값싼 경쟁 업체를 소개하며 접근하자 옥성한은 대화를 녹음해 신고했다. 전문대생 신분으로 위장했던 부심약은 붙잡혔고, 야근 복무에 투입되느니 벌금을 내려고 상사에게 경비를 요청했다. 그때 평한과 음기 속 혼수들이 같은 주파수의 기령이 보내는 부름을 감지했다. 부심약은 경장신군에게 보고하기로 했다.

음기는 장우의 이마에 붙어 한동안 떨어지지 않았다. 자극진군은 장우를 따라가려는 것 같다고 판단해 밖으로 내보내고, 직접 기령과 교류하지는 말라고 지시했다. 장편편이 몰래 물어보자 기령은 동족의 부름을 따라 그들을 찾아가고 싶다고 답했다. 장우에게 붙은 것은 자습 횟수가 유달리 많아 기령들의 눈에 잘 띄기 때문이었다. 누나는 그 선택을 장우의 특별한 재능 때문이라고 둘러댔다. 장우는 자신에게 그런 재능까지 있느냐며 기뻐했다.

장우가 청사비검을 빼고 쌍수할 방법을 궁리한 일도 소용없었다. 기령이 청사비검을 기억하고 있어 상호 불간섭 협정이 계속 적용됐다. 장우는 기령이 영계와 끊겨 경장신군에게 보고하지 못하니 결정을 기다리는 단계에서 멈춘 것이라고 이해했다. 한편 음기의 기령은 황건역사를 따라 지하 5층 공장까지 간 장우의 눈으로 노동자들을 보았다. 도망쳤던 기령도, 인간도 모두 일하고 있었다. 장편편은 살아 있으려면 일을 해야 하며 선인이 되어 재정적 자유를 얻어야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령은 그 답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자극진군이 붙잡은 것은 쌍휴교에 가입한 초급 지능의 기령들이었다. 입교하면 한 달에 열 분 동안 다른 이가 대신 일해 준다는 약속을 믿은 이들이었다. 자극진군은 그들을 대신해 일한 쪽이 고지능 기령이었으리라 추측했다. 현장을 봉쇄하기 전에 그 대체 인력은 이미 떠났고, 초급 기령들만 남아 경장녀를 계속 부르고 있었다. 그때 경장신군이 내려왔다.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워진 장우는 안구법해부터 뽑았다. 자극진군이 구천원양탑으로 그를 보호하고 나서야 다시 눈을 연결할 수 있었다.

경장신군의 힘이 공장을 휩쓸었다. 노동자들의 기억과 감정, 피와 법력이 빨려 나갔고 살아 있는 몸은 앙상하게 말랐다. 만화신군이 나타나 행동을 나무라자 경장신군은 돈을 물어주면 그만이라고 했다. 그러자 만화신군이 대학 도시 안 물건들의 가격을 순식간에 올렸다. 배상할 물건의 값이 뛰자 경장신군은 더 머물지 않고 물러났다. 공장에 남은 사람들의 몸은 그 뒤에도 회복되지 않았다.

기령은 이제 장우에게 직접 말을 걸었다. 일해서 만든 물건을 신군이 부수면 그가 고쳐 주느냐고, 돈으로 배상한다면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느냐고, 결국 다시 일해서 고치는 사람은 누구냐고 물었다. 장우는 답하지 못했다. 그는 기령과 새로 대화할 수 있게 된 사실부터 자극진군에게 알렸다. 나중에 들켜 의심을 받는 것보다 즉시 보고하는 편이 나았다. 음기는 다시 봉인되고 검사를 받았다.

합환대학의 보도에서는 경장신군이 도둑을 잡고 음기를 되찾은 승리로 사건이 정리됐다. 만법대학의 보도에서는 아무도 한 푼 손해 보지 않았다. 복희는 두 신군이 모두 체면을 지켰다고 평했다. 장우의 실험이 가짜일 것이라는 말도 신군이 직접 빼앗으러 왔다는 사실 앞에서 힘을 잃었다. 만화신군은 장우를 계속 밖으로 내보내라고 했다. 이제 가둬 두면 학교가 겁을 먹었다고 인정하는 셈이었다.

비밀을 지킬 힘과 괴뢰 수리비

부심약은 이번에는 무료 서비스를 내세워 희원추에게 접근했지만 거절당했다. 공짜라는 말이 오히려 사기처럼 들린 것이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고 2월 하순의 기말시험이 다가왔다. 악목람은 새로 만든 약을 주려고 장우를 찾아왔다가, 특별 통로로 날아가는 그를 따라가지 못했다. 뒤늦게 그녀를 발견한 장우가 시험을 끝내고 연락했다.

악목람은 염양법맥의 도움을 받아 법력 1,000과 품질 200%를 달성했다. 심한법맥이 2급에 오르자 장우에게도 같은 변화가 생겼다. 장우는 여러 차례 시험해 몸속 열을 밖으로 옮길 수 있음을 확인했고, 오래 쓰면 수명을 한두 할 늘릴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마침 토목과의 노 주임이 육신의 수명을 더 연장하기 어려워 물러나고, 고 주임이 1년 동안 직무를 맡는다는 소식이 왔다. 장우는 수명을 사려는 늙은 수사들이 악목람의 힘을 알면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

그 능력으로 많은 자원을 얻을 수도 있었지만 통제를 당할 수도 있었다. 장우는 그녀를 지킬 힘이 생기기 전에는 비밀로 하는 편이 좋겠다고 말하고, 마지막 선택은 악목람에게 맡겼다. 악목람은 왕윤에게서 법력을 빼앗아 자신을 도와주고 회사 일자리까지 마련해 준 장우를 믿었다. 그녀는 심한법맥의 변화를 숨기기로 했다.

시험을 마친 장우는 반 1위, 토목과 종합 23위에 올랐다. 대출 20영폐까지 합쳐 손에 쥔 돈은 60영폐 정도였으나, 곧 수련에 쓰고 나니 20영폐도 남지 않았다. 그가 직접 일하지 않아도 회사에서 하루에 들어오는 돈은 세금과 비용을 제한 뒤 0.1~0.2영폐였다. 남들이 일한 돈을 받는 생활에 조금씩 익숙해졌지만, 복희에게 줄 급여는 여전히 없었다.

구천류는 장우의 신체 일부를 빌려 자기 몸에 붙이고 실험에 참여할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장우는 값을 흥정하지도 않고 거절했다. 실험을 속인 사실이 들켰을 때의 위험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구천류는 다른 사람이 이익을 얻는 것을 싫어하는 욕심으로 받아들였다.

장우는 용맥주보결을 20급까지 올려 연기기재의 두 번째 조각을 완성했다. 인공 용맥과 중고 법보를 사들인 돈도 그 과정에 들어갔다. 태을금액단의 금액과 강기로 거대한 몸을 만들고, 그 안에 힘을 받아 지면으로 흘리는 구조를 짰다. 용의 비늘처럼 겹친 방어층과 구소운공경의 반탄을 함께 쓰는 이산역사였다. 자극진군이 짧은 기간에 오른 용맥주보결을 검사하자 장우는 또 실험 덕이라고 했다. 천곤륜이산신력도 이제 20급을 공개했다.

다음 상대 선병대학의 만구현에게는 괴뢰 지용신의 수리비 전액을 정산해 주겠다는 약속이 내려왔다. 평소에는 괴뢰를 고치는 것보다 팀원의 몸을 갈아 넣는 편이 쌌기에 전액 지원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는 승리 외에도 장우의 몸을 시험하고 재료를 확보하라는 지시가 붙었다. 고의로 부수는 것은 안 된다는 단서가 있었지만, 마음껏 싸울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

선병대학의 경기장은 오염이 깊은 심연 아래에 있었다. 장우는 필터를 빌려야 했다. 현지의 극호 브랜드는 다른 지역에서는 쓰기 어려운 모방 제품도 값싸게 팔고 있었다. 만구현은 친근하게 말을 건 뒤, 경기 시작과 함께 철관에서 좀비들을 풀었다. 노동자들이 버린 오염된 육신을 기존 법해에 남은 초급 기령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주인이 떠나 통신이 끊긴 기령들은 영계 연결을 갈망했고, 만구현이 이들에게 트래픽을 공급해 조종했다. 심판은 경기부터 잠시 멈추더니 좀비에 찍힌 극호 상표를 가린 뒤 재개했다.

좀비들이 자폭해 독을 뿌리자 장우는 땅을 일으켜 벽을 세웠다. 지용신은 수백 미터의 거대한 팔 형상을 펼쳐 이산역사를 내리쳤다. 장우는 충격을 땅으로 흘리면서 받아 둔 힘을 천곤륜이산신력과 함께 되돌렸다. 다만 막을 때마다 금액으로 만든 몸이 깎여 나갔으니 무한히 되받아칠 수는 없었다. 감보가 짚어 준 영기 회로와 관절을 노리고, 남은 횟수 안에 지용신을 무너뜨려야 했다.

한 차례 크게 부딪친 뒤 지용신에 표시된 수리비는 이미 18.23영폐였다. 평소 같으면 만구현은 항복할 구실부터 찾았겠지만 이번에는 전액 정산이었다. 그는 계속 맞붙었다. 여섯 번 더 충돌한 뒤에는 지용신이 버티지 못했다. 선병대학은 십대 리그를 앞두고 더 소모할 수 없다며 지원을 거절했고, 승리는 만법대학에 돌아갔다.

만구현은 패배하고도 부품을 전부 새것으로 바꿀 수 있다는 데 만족했다. 지정 업체에 가 보니 교체품은 모두 극호 브랜드였고 값은 열 배 넘게 올라 있었다. 어차피 학교가 내는 돈이었다. 더 강해진 지용신으로 내년에 설욕할 생각도 했지만, 그때 수리비 지원이 없다면 오늘만큼 싸우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고 주임은 결승전에 묵상신까지 돌아오면 우승할 수 있다고 보았다. 장우의 회사가 장차 어떻게 커질지 물으며 토목과의 미래를 맡길 생각도 내비쳤다. 자극진군은 우승 직후 장우를 전과시키려 했다. 고 주임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쩌느냐는 걱정에는, 제자를 위해서라면 더 나은 곳으로 보내야 한다고 답했다.

상산이 바꾸려는 것

결승 상대 천요대학의 상산은 번식학과의 주면승을 찾아갔다. 군용 힘을 세 가지 갖춘 돼지 요수가 거대한 몸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상산은 인공 법해를 빌리면서 장우와 묵상신의 피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 재료로 자손을 만들어 성장 기둥으로 길러 팔면 수익이 남았다. 시합 중 얻은 상대의 몸은 공격 수단인 동시에 번식 자원이기도 했다.

장우는 결승 보상인 벽수금정갑에서 대성전인을 이루는 네 번째 공법의 단서를 찾았다. 자극진군도 그 새 군용 갑옷의 내력을 완전히 알지는 못했고, 복희는 대성의 의념 때문에 관련 물건이 장우에게 모이는 것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아직 받은 물건은 없었다. 장우는 금루옥벽을 세 개로 늘리고 심한법맥으로 자신의 열은 빼내고 상대는 달구는 방법을 익혔다. 연기기재의 세 번째 조각을 위해 어화신감도 배우고 있었다. 잔고는 10영폐 아래로 내려갔다.

회복을 마친 묵상신은 칠절법해를 되찾아 돌아왔다. 앞서 몸을 사들이는 데 들일 뻔했던 돈을 아낀 덕분에 법해를 지킬 수 있었다. 그렇다고 두 가지 군용 힘을 쓰는 상산과 정면으로 싸워 이길 자신은 없었다. 묵상신이 먼저 붙잡고 소모시키면 장우가 함께 공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무애가 암호로 전해 준 영상 속 백진진은 결승에서 잘 싸우라고 했다. 칠정신군이 양아들이 되라거나 검술을 가르쳐 주겠다고 해도 받아들이지 말고, 가능하면 화신음기 실험에서도 빠지라는 당부가 뒤따랐다. 백진진은 장우와 함께 극정검도를 닦고 싶어 하면서도 자기가 걷는 길로 끌어들이지는 않으려 했다. 문무애가 그 마음을 남녀의 사랑으로 놀리자 백진진은 형제애이자 모성애라고 주장했다. 말다툼 중에는 문무애의 입에서 붉은 검광이 튀어나왔다. 백진진이 바라는 탈출구는 십대 리그에서 성적을 내 선문급 공법을 얻는 것이었지만, 문무애는 대학들이 그런 승자를 가만히 두겠느냐고 생각했다.

천요대학에서는 번식과 오염이 생활 곳곳에 닿아 있었다. 요수는 허가된 구역 밖에서 짐승으로 취급되어 사냥당할 수 있었고, 학교 안에서는 번식세를 내야 했다. 돈 대신 자식을 낳아 의무를 채울 수도 있었다. 상산은 죽은 코끼리들의 육신이 기둥이 되어 대학을 떠받치는 곳을 찾아갔다. 그 집안은 죽은 뒤에도 그렇게 일했다.

상산의 형은 고등학교에서 공부하려고 3년 동안 번식세를 피했다가 고3 때 적발되어 열 배의 벌금을 맞았다. 갚기 위해 한 해에 서른 명을 낳다가 기혈이 쇠해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집안사람들은 누가 얼마나 많은 자식을 잃었는지도 돈으로 셌다. 남자가 임신하는 일도 피할 길이 없었다. 상산은 자기가 조상이 되면 후손의 직업까지 조상이 정하는 방식을 바꾸려 했다. 토목과와 공사장을 벗어나 종족과 전공의 한계를 깨겠다는 상산에게 낮은 서열의 요수들이 기대를 모았다.

묵상신은 자료를 살피다가 천요대학 안의 개혁 다툼에 자기들이 끼었다고 판단했다. 상산을 교내 대표팀과 십대 리그에 내보내 종족에 따라 전공이 정해지는 제도를 바꾸려는 세력이 있었다. 관중 중에는 돈을 받고 분위기를 띄우러 온 이들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상산 역시 토목 경연 우승을 얻은 뒤에는 토목을 넘어설 생각이었다. 만법팀은 그가 예상보다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작전을 세웠다.

빌린 칠절법해와 마지막 공사장

묵상신은 네 팔과 붉은 리본으로 인력을 모으며 높은 곳에서 싸우려 했다. 장우도 아래에서 지면을 다뤄 상산을 견제했다. 상산의 군용 수미 계열 힘과 겁류명왕 피부는 거대한 몸을 떠받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받은 충격을 흡수해 자기 공격으로 돌려주었다. 상산은 묵상신의 피를 받아 삼켰고, 내장에 모인 오염물은 코로 쏘아 냈다. 장우가 돈을 내고 감보의 광고를 건너뛰자 극호 법해의 설명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 안에는 만도장종의 성명과 금강현조의 워터마크까지 남아 있어, 두 업체가 모두 금강현조를 베낀 흔적이 드러났다.

묵상신은 힘을 모아 둔 영겁연으로 상산을 묶고 장우를 천요팀의 공사장으로 보냈다. 상산은 번식 중 방어력이 약해진 배를 일부러 드러냈다. 묵상신이 그곳을 공격하는 데 집중하는 동안 코끼리 집안의 혼수들이 파산을 각오하고 칠절법해에 침입했다. 묵상신 쪽에서 부리던 혼수들은 추가 보수도 없이 목숨까지 걸 생각이 없었다. 장우를 공사장에 붙잡아 둔 것은 천요팀의 선수들이었다. 그들은 스스로 생명 기둥이 되어 잠깐이나마 진법을 완성했다. 장우가 그곳을 부수는 사이 상산은 강화된 팔로 묵상신의 머리를 붙잡았다. 손상 한계를 넘긴 묵상신은 장우가 구하러 오기 전에 항복 처리됐다.

작전 시간에 만법팀은 포기를 생각했다. 탈락한 묵상신을 다른 선수로 바꿀 수도 없었고, 묵상신은 더 쓸 돈도 없었다. 장우가 칠절법해를 빌려 달라고 했다. 자신에게 맡겨 달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는 자극진군에게 배우고 있으며 연기과로 옮길 예정이라는 사실과 성적표를 공개했다. 토목과의 후배에게 법해를 맡길 때와 자극진군의 제자에게 맡길 때 사람들의 반응은 달랐다. 선수들이 다시 믿음을 보였고 묵상신은 대여료 없이 수리비만 받기로 했다.

의사가 칠절법해의 팔과 척추를 장우에게 이식했다. 원래 묵상신의 몸에 맞춘 법해라 완전히 맞출 시간은 없었다. 잠깐 쓰고 끝낼 각오로 경기장에 돌아간 장우는 금액으로 네 팔의 이산역사를 세웠다. 이제는 상산과 정면으로 힘을 겨룰 수 있었으나, 계속 때릴수록 상대의 피부가 힘을 받아 더 강하게 되돌렸다.

장우는 지하에서 허상들을 내보내 공격을 받아냈다. 상산은 지진과 독으로 공사를 방해하고, 장우가 진법 하나 세우지 못했다고 몰아붙였다. 경기장 밖에서는 상산을 향한 모금이 계속됐다. 코끼리 혼수들이 장우의 법력 안으로 파고들자 이번에는 회사의 혼수들이 막아섰다. 장우가 연기과로 옮기면 자신들의 앞날도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였다. 호운도는 같은 요수인 상산 쪽을 상대로 다시 몸을 던졌다.

장우는 상산을 상대하면서도 공사장을 지면에서 몇 치 띄우고 원격으로 흙과 돌을 공급했다. 바닥과 떨어져 있으니 상산이 일으키는 진동이 전해지지 않았다. 소운기가 자재를 나르고 숙염양과 시회옥이 골조를 세웠다. 소청현은 강기로 철근과 시멘트를 다루고 모아 둔 영씨 가문의 뼛가루를 뿌려 공사장을 강화했다. 상산이 알아차렸을 때 장우는 영겁연으로 그를 붙잡고 공중 공사장을 내려찍었다. 칠절법해가 마비되기 직전에 해낸 일이었다. 장우는 다 쓴 법해를 떼어 내고 금액으로 팔다리를 대신했다.

그다음에는 천요팀의 공사장과 시체 기둥까지 통째로 옮겨 자기 진법을 떠받치는 산에 보탰다. 상산의 피부는 얻어맞은 힘을 돌려줄 수 있었지만, 땅과 건축물을 치워 버리는 일을 막아 주지는 않았다. 상산의 법력은 계속 줄었다. 종료 직전 장우는 완성한 건축물을 지정된 위치로 옮겼다. 상산이 포위를 뚫고 나왔을 때는 시간이 끝났다. 만법팀 43%, 천요팀 0%. 고 주임은 가장 강한 토목 학생이라며 장우를 치켜세웠다. 묵상신이 가장 먼저 찾은 것은 자기 칠절법해였다.

장우는 원래 몸으로 돌아왔다. 약값은 더 들지 않았지만 이식과 복원에 7~8영폐가 나가 잔고는 2영폐도 남지 않았다. 묵상신에게 갚을 수리비도 대략 5~10영폐로 예상됐다. 선수들에게는 첫 학교 대항전 우승 시상대였다. 장우는 함께 싸운 회사 혼수들도 기념사진에 불렀다. 조천행은 돈을 내고 이름과 화상을 더 크게 넣으려 했고, 호운도는 요수가 미움을 살 위험을 감수하고 사진에 남았다. 옛 동료가 우승 사진에 오른 것을 본 웅문무는 다른 웅요와 함께 주인을 태우고 일을 시작했다.

군사 자격증 시험에서 장우를 보았던 천상진군이 시상했다. 벽수금정갑의 설계도와 사용 권한이 학교와 선수들에게 넘어왔다. 만법대학은 제작과 연구를 할 수 있었고 선수들도 제작을 의뢰할 수 있었다. 다만 장우가 실제 군용 갑옷을 사용하려면 그에 맞는 군사증이 따로 필요했다. 반면 홀로 준우승을 받아 든 상산에게는 욕설과 환불 요구가 쏟아졌다. 죽은 선수들의 부활 비용도 남았다. 경기장 밖 코끼리들은 다시 가족과 일터로 돌아가야 했다.

금융과의 초대

대학으로 돌아온 팀은 축하연을 열었다. 고 주임에게는 학과 일을 맡은 직후 얻은 큰 성과였다. 그는 장우를 대학원에 추천하고 직계제자로 받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장우는 그 은혜가 고마웠지만, 토목과 대학원으로 가서는 종문에 들어갈 수 없었다. 종문에 들어가지 못하면 결국 의식의 반작용으로 죽게 되니, 지원을 많이 받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축하하는 스승 앞에서 바로 거절할 수도 없었다. 자극진군은 일단 답을 늦추라고 했다. 결승전에서 장우의 전과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고 주임도 이미 알고 큰 계획을 세워 둔 줄 알았다.

그 자리에 금융과의 연추가 끼어들었다. 장우를 금융과로 데려가고, 기존 계약 문제도 해결하고, 대학원 진학까지 보장하겠다는 제안이었다. 금융과에도 따로 화신음기가 있었으나 성공한 실험체가 없었다. 구천류가 장우의 신체 일부를 빌리는 데 실패하자 사람 자체를 데려오려 한 것이다.

고 주임이 막아서자 금융과는 토목과의 대출과 자금줄을 꺼냈다. 다른 교수들은 관계를 망치면 안 된다며 고 주임을 말렸다. 장우는 금융과가 자기에게 맞지 않는다고 거듭 거절했지만, 연추는 일단 견학부터 해 보라고 했다. 그때 자극진군이 나타나 장우를 가렸다. 두 학과가 이용하는 시설과 대출, 비용 이야기가 오갔다. 자극진군이 구천원양탑으로 정보 전송을 봉쇄하자, 연추진군은 영계 네트워크를 넓게 전세 내 맞섰다. 트래픽 비용이 급등해 서운진군까지 중재에 나서고, 각자의 통신비 청구서가 따라붙는 싸움이었다.

연추는 금궐신군이 서명한 초청장을 내밀었다. 더는 견학 자체를 거절하기 어려워진 장우의 투영이 금융과로 옮겨졌다. 구천류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10영폐를 빌려주겠다며 손해는 자신이 보고 이익은 장우가 가져가라고 했다. 장우가 참여하지 않자 직접 몇 영폐를 버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어 학생들의 기운을 조정하는 현장으로 데려갔다. 학생들의 성적과 순위, 기대를 움직이면 그들의 운명도 바뀌었다. 학교 건물은 같이 쓰고 있었지만 금융과가 이어진 곳은 만법대학의 담장 안에 그치지 않았다. 곤륜산업연구원과 곤륜회의 인맥, 종문으로 이어진 오래된 금융 세력이 뒤에 있었다.

구천류는 노동해서 돈을 버는 사람과 돈으로 돈을 버는 사람의 차이를 설명했다. 장우는 그런 길을 따르면 종문에도 들어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답은 나오지 않았다. 장우는 금융과도 말만큼 대단하지는 않다고 했다. 구천류는 금융과가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장우의 신분으로 생각할 일이 아니라고 맞섰다. 종문에 들어갈 사람은 태어나기 전부터 정해져 있다는 말이었다. 대신 매년 최소 백 개의 인기 검색어와 하루 백만 회 이상의 노출을 보장하고, 그 관심으로 원영까지 갈 돈을 벌 수 있다고 제안했다. 종문에 들여보내 주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사기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장우는 금융과의 조건이 좋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종문을 향한 자기 계획에는 연기과에서 배울 실제 능력이 필요했다. 자극진군에게 받은 도움도 있었다. 그는 다시 거절했다. 구천류는 장우의 회사와 대출을 거론하며, 자기 개인의 뜻을 거스른 것이 아니라 금융과 전체를 거스른 것이라고 경고했다. 곧 회사의 공사가 중단됐다. 회사 계좌는 이미 비었고 직원들의 이틀치 급여도 밀려 있었다.

고 주임이 들은 장우의 꿈

고 주임은 자극진군에게 장우를 데려가라고 했다. 이제 금융과에서 그를 지킬 수 있는 쪽은 연기과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극진군이 어디까지 예상하고 있었는지도 묻고 싶었다. 언제부터 장우를 데려갈 생각이었느냐고, 경기 지원부터였느냐고, 법보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할 때부터였느냐고 따졌다. 자극진군은 제자가 원하면 토목과에 남도록 도울 수도 있다고 했다. 고 주임은 억지로 붙잡아 두면 원망만 남을 것을 알았다.

실제로 자극진군은 천장진군을 통해 실험 진척을 흘려 금융과가 움직이도록 유도했다. 금융과의 압박 때문에 장우를 보내는 상황을 만들면, 고 주임과 정면으로 다투지 않고 전과시킬 수 있었다. 고 주임은 자신이 아직 화낼 자격이나 있느냐며 씁쓸해했다. 자극진군이 이름을 불러 정말 화났느냐고 물었다.

장우가 도착했을 때 고 주임의 영계 투영은 숨겨져 있었다. 장우는 그를 보지 못했고, 고 주임은 장우의 대답을 모두 들었다. 자극진군은 금융과의 제안을 거절하고 후회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이어 장우의 팔을 만지며 그의 몸은 연기 재료로 쓰기 좋다고 했다. 지살인력에 단련된 몸을 법보에 쓰거나, 화신 법해의 비밀을 풀어 양기를 만드는 데 써도 되겠다는 말이었다. 장우의 몸이 떨렸다.

장우는 그래도 연기과에 들어갈 수 있다면 위험을 감수하겠다고 답했다. 이유는 종문이었다.

장우: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저에게는 언젠가 종문에 들어가겠다는 꿈이 있습니다. 장우: 종문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어떤 위험도 감수할 겁니다.

자극진군은 가능성이 아주 낮고, 아예 없다고 해도 모든 것을 걸겠느냐고 물었다. 장우는 그렇다고 했다. 고 주임은 그 꿈을 처음 들었다. 자기에게 말했다면 포기하라는 충고밖에 해 주지 못했을 것임도 알았다.

그렇게 연기과에 가고 싶었다면 처음부터 지원하지 그랬느냐는 질문에 장우는 돈이 없었다고 답했다. 곧바로 들어갔으면 수업을 듣고 실험을 직접 해 볼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고등학교 때 만난 스승이 먼저 토목과에서 돈을 벌고 전과하라고 알려 주었다. 장우는 그 길을 밟아 온 것이었다. 앞으로는 십대 리그의 군사 경기에서 모두 우승해 선문급 공법을 얻고, 종문에 들어갈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려 했다.

고 주임은 자신이 마련해 줄 수 있는 앞날과 제자가 원하는 앞날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했다. 토목과에서는 그 목표를 도울 수 없었다. 수입만 따져도 연기과로 간 장우가 기존 계약에 따라 더 많은 돈을 벌어 줄 수 있었고, 지금은 자신이 오히려 장우를 묶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금융과에 빨리 사과시키라는 교수들의 연락은 계속 들어왔다. 고 주임은 혼수가 된 노 주임에게 체면을 차려 주니 주임이지 그렇지 않으면 죽은 사람일 뿐이라고 쏘아붙이고 차단했다. 화를 내 봐야 제자를 보호할 힘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자극진군이 자기 선택까지 계산했음을 짐작하면서도 고 주임은 손을 놓기로 했다. 먼저 그녀에게 장우를 살살 다루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몇 년 동안 약을 먹이고 수련 장소를 마련해 단련시킨 몸이니, 잘 연제해 성장형 법해로 만들어 달라는 당부였다. 이어 장우에게 연락했다.

고 주임: 장우, 금융학과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승이 소용없으니, 너를 지켜줄 수 없구나.

고 주임은 자기가 자극진군에게 전과를 부탁했으니 연기과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목표를 잊지 말라고 했다. 장우는 놀라서 자극진군에게 사실인지 확인했다. 자극진군은 고 주임이 그의 미래를 위해 내린 결정이니 나중에 보답하라고 했다. 장우가 평생의 스승이라며 은혜를 갚겠다고 하자, 말보다 계약을 잘 지켜 돈을 많이 벌어 주면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고 주임의 투영은 조용히 사라졌다.

사무실로 돌아간 고 주임에게 토력산이 전과 소문의 진위를 물었다. 고 주임은 자신과 자극진군이 세운 계획이며, 결승 전에 장우에게 말하도록 한 것도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였다고 답했다. 한편 자극진군은 십대 리그에서 선문급 공법의 권한을 따내는 일 자체가 이미 여러 세력의 합의로 봉쇄되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장우에게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 목표로 열심히 일하다가 나중에 좌절해도 지금의 자신에게 손해는 없었다.

천일황신의 도면

자극진군은 군용급 공법 하나만으로는 십대 리그에서 성적을 내기 어렵다고 했다. 장우도 전과한 뒤에는 연기과의 군용 힘부터 얻을 생각이었다. 연기과는 군사 자격증 시험을 2년씩 기다리지 않아도 길이 있었다. 군용 법보나 법해의 초안을 직접 만들고 심사를 통과하면 갑류 군사 연기 공정증을 받을 수 있고, 설계 대회에서 성과를 내면 군용 공법을 익히는 을류 자격을 먼저 얻을 수도 있었다.

야성리는 법해 설계 대회에서 여러 대학의 학생들을 제치고 상위권에 들어 을류 자격을 얻었다. 태허신기책을 익힌 뒤에는 진공겁변도의 초안을 만들어 갑류까지 땄고, 이제 완제품도 완성해 놓은 상태였다. 자극진군은 그 이력과 성적을 장우에게 보여 주었다. 학부에서 군용 힘을 많이 쌓아 둘수록 훗날 만드는 금단도 좋아졌다. 옛날의 구품 대신 이제는 점수를 매겼고, 같은 금단이어도 수십만 점의 차이가 날 수 있었다. 비싼 내단을 사는 돈뿐 아니라 영근과 공법, 법해와 보조 법보까지 그 점수에 영향을 주었다.

설계 대회에서 먼저 을류를 따는 것이 자극진군이 권하는 길이었다. 영감과 설계 능력으로 군용 공법을 얻으면 여러 기술을 익히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장우는 우서가 영감을 대신 내 주지는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완성품의 초안을 직접 만들어 갑류부터 따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자극진군이 천일황신 제작에 필요한 기술들을 펼쳐 보였다. 한 기술을 배우려면 여러 기초 기술이 필요하고, 그 기초 아래에도 또 기초가 있었다. 장우는 끝이 보이지 않는 목록에 질렸다. 그런데 이미 법보를 연제할 때마다 우서로 얻었던 경험이 떠올랐다. 태청경에서 사고를 스무 배 가속하고 가상 연구실에서 반복 연습하면 됐다. 우서는 결과물의 품질보다 수련 횟수를 채우는 것을 요구했다. 관련 법보 도면들을 먼저 익혀 제작 경험을 쌓으면, 거꾸로 그 안에 든 기술도 얻을 수 있었다.

장우는 초안을 직접 만들어 갑류부터 따겠다고 했다. 자극진군은 어려움을 알고도 기초를 탄탄히 쌓으려는 선택으로 받아들였다. 다음 설계 대회까지 몇 달이 남았으니 우선 해 보고, 힘에 부치면 길을 바꿔도 된다고 했다. 장우에게 가장 맞는 목표로는 천일황신을 골랐다. 다른 법보는 검진이나 심오한 도술을 새로 배워야 했고, 벽수금정갑은 아직 해독이 덜 되어 있었다. 천일황신은 괴뢰라 완성하면 공사와 실험을 돕게 할 수 있고, 배운 기술도 훗날 법해를 만드는 데 쓸 수 있었다.

장우는 천일황신의 초안 도면을 받았다. 초안 자체는 최고급 기업용 수준이지만, 이를 만들면 완전한 군용 천일황신을 연제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자극진군은 각 부분에 필요한 수업과 기술까지 정리해 놓았다. 장우는 아직 자격증도 괴뢰도 얻지 못했지만, 어디부터 공부할지는 알게 됐다. 떠나려던 순간 자극진군의 몸에서 도종 같은 글자가 스친 것도 보았다. 제대로 읽지는 못했으나, 앞으로 자주 찾아가 복제할 기회를 잡겠다고 생각했다.

토목과 8위에서 연기과 48위로

장우는 복희에게 천일황신 도면을 넘겼다. 필요한 기술을 정리하고, 그 기술이 들어 있는 법보 목록을 만들라는 일이었다. 복희가 자기가 해야 하느냐고 되묻자 회사가 어려울 때 사장의 걱정을 덜어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작 장우는 669층 공사장으로 달려갔다. 결승 수리비에 돈을 쓰고 축하연과 금융과 견학, 전과 상담이 잇달아 통장을 채울 틈이 없었다. 잔고가 적으니 길에서 사람 몇 명과 부딪치기만 해도 파산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의 공사는 중단됐어도 개인 자격으로 아르바이트할 수는 있었다. 공사장 사람들은 군용 힘을 얻고도 금융과를 건드려 다시 임시직을 한다며 수군거렸다. 희원추는 일부러 돌아와 장우를 보았다. 금융과로 갈 기회를 왜 거절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장우는 그 시선과 상관없이 철근과 시멘트를 움직였다. 안구법해에 표시되는 건당 임금이 계속 늘고 있었다.

감독들이 다가와 일이 다른 사람에게 배정되었다며 나가 달라고 했다. 이 대학 도시의 부동산 투자에도 금융과가 얽혀 있었다. 장우는 일한 만큼 정산하고 다른 공사를 찾기로 했다. 복희는 곧 연기과가 도와줄 테니 잠깐 회사 돈을 가져다 쓰라고 했다. 조천행과 묵천일이 받은 급여를 돌려받고 나중에 다시 주면 된다는 제안이었다.

장우: 전문대생, 혼수생은 손발이 멈추면 생계가 끊기는 처지라 매일 급하게 돈이 필요하잖아... 그냥 됐어.

회사 일도 끊겨 직원들의 수입이 이미 줄어든 상황이었다. 그때 영심의 조부가 직원들과 의논했다며 연락했다. 각자 아르바이트를 찾을 테니 아직 주지 않은 급여는 회사가 안정된 뒤에 지급해도 된다는 말이었다. 복희는 장우가 연기과로 갈 테니 줄을 놓기 싫은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소와 영심, 공수신, 옥성한, 사운상이 찾아와 걱정했고, 풍정정은 야성리를 통해 자극진군에게 도움을 청해 보라고 연락했다. 마침 우승 기록이 정식 반영되었다. 장우의 종합 순위가 20위, 15위, 10위를 지나 토목과 8위까지 올라갔다. 포상금 20영폐도 들어와 급한 돈 걱정을 조금 덜었다.

곧 연기과 담임 연화진인이 전과 서류를 보내 달라고 했다. 장우는 그 자리에서 수속을 밟다가 토목과에서 얻은 성적을 연기과에서는 크게 깎아 계산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각종 대회 점수에 서로 다른 계수를 적용하고 나니 종합 점수가 절반 넘게 줄었다. 기숙사를 바꾸겠느냐는 제안에는 당장은 그대로 있겠다고 답했다. 지금 방은 고 주임이 마련해 준 곳이라 따로 여쭤볼 생각이었다.

주변 학생들은 말없이 서 있는 장우가 금융과 문제로 스승과 상담하는 줄 알았다. 그러다 머리 위 순위가 다시 움직이자 또 오르는가 싶어 지켜봤다. 숫자는 8위에서 48위로 떨어졌다. 그러나 소속이 토목과에서 연기과로 바뀌는 바람에 사람들은 오히려 장우의 위세가 뛰었다고 느꼈다. 이소가 전과했느냐고 외쳤다. 장우는 토목과에서 실력을 갈고닦으려 했지만 돌아온 것은 금융과의 압박이었다며 이제 숨기지 않겠다고 했다.

장우: 나는 연기학과 학생이다.


  1. 이 최상급 안구법해 시잔마동은 1층 시절 왕윤이 남기고 간 법해 가운데 녹주그룹의 배상으로 골라 가진 것이다(제263장). 2층 사람들은 이 단말만 보고 장우를 배경 있는 집 자식으로 넘겨짚곤 했다. ↩
  2. 세 면접관 앞에 서는 구도는 제1장의 재연이다. 그때의 장우(원주)는 "오랫동안 연습한 예의 바른 미소"로 숭양고중 면접에 임했다가, 가운데 면접관 — 제8장에서 소해봉으로 밝혀진다 — 이 고개를 젓는 것으로 끝났고 이력서는 휴지통에 들어갔다. 훗날 자리가 뒤집히는 날도 온다. 대학 전쟁기(제690장)에는 장우가 면접관이 되어 지원자를 받는다. ↩
  3. 이 '우즙'이 무엇인지는 이 구간의 원문에서도 끝내 설명되지 않는다. 악목람은 절취 지시를 따르는 대신 혈수·한수·구수 같은 소재를 돈 주고 사서 보내는 쪽을 택했고(제292·295장), 회사의 연구는 성과가 없었다. ↩
  4. 봉쇄의 내력은 공장 오염 부산물 칠십이지살기다. 한때 그 폐물로 토납 공법을 만들어 팔았다가 괴질과 급사가 속출했고, 부작용은 은폐되었고, 배상 소송은 80년째 진행 중이다. 결말은 복희가 보탰다 — 마지막에 배상하겠다고 할 때쯤이면 원고가 이미 수명이 다했다는 걸 발견하지. 회사에 돈을 받아내려면 회사 건물을 직접 폭파하는 것보다 더 어려워. ↩
  5. 1층 숭양고중 동급생. 육신을 팔고 혼백만으로 일하는 혼수생이 되어 풍도의 정보 직업 기술 학원에 적을 두었다. 1부의 행적은 「1층 대격변과 왕윤전」 참조. ↩
  6. 녹주그룹의 후계자. 1부 하이라이트 왕윤전에서 장우와 격돌해 모든 것을 잃었다. 「1층 대격변과 왕윤전」 참조. ↩
분류: 부별 줄거리 만법대학 토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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