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이 무슨 수선을 해?/줄거리/3부 종문편/입법 도군
윤회금의 비밀과 동료들에게 열린 법규
혼수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10%를 넘자 광천경은 약속했던 괴뢰형 사신을 장우에게 넘겼다. 복희가 이를 흡수하는 동안, 광천경은 작은 부탁도 하나 꺼냈다. 몇몇 혼수가 죽기 직전에 수천 선폐를 소비한 기록을 조사에서 덮어 달라는 것이었다. 장우가 내막을 캐묻자 광천경은 윤회선제 측이 시험 중인 윤회금을 밝혔다. 생전에 명토에 돈을 예치하면 환생한 뒤 두세 배로 돌려받게 한다는 사업이었다. 개인이 윤회를 넘어 재산과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지만, 선제가 허락한 통로는 달랐다.
당장의 경쟁 상대는 살아 있는 동안의 소비와 금융을 붙잡는 법계였다. 황우는 그 너머에서 혼수들을 윤회도통 안에 편입하려는 뜻을 읽었고, 참선은 두 선제 사이를 오가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보았다. 고종 분신만은 만법선제에 대한 불충이라며 반발했다. 장우도 지금의 삶에서 희망을 찾기 어려운 사람들이 다음 생을 위해 돈을 모으려는 심정은 이해했다. 그러나 자신이 광천경의 비밀을 듣는 순간부터 어느 쪽의 이익을 지킬지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도 분명했다.
광천경은 사신을 숨기는 진파급 공법 《차천은마대법》과 함께 급여까지 나오는 천마종 6급 비밀 종무원 신분을 제안했다. 장우는 신분 제안을 거절했지만, 광천경은 필요해지면 언제든 쓰라며 자리를 남겨 두겠다고 했다. 이후 독고명이 보기에는 장우가 부패한 수사들을 잡아내며 회사 장악력을 높이고 있었다. 실제로 장우는 광천경과 합을 맞춰 드러낼 부패와 덮어둘 시험을 구분하고 있었다. 한편 차천은마대법을 익히자 사신들끼리 귓속말을 보내거나 특정 상대의 말을 막는 기능도 생겼다. 상신이 복희의 빈자리를 차지할 궁리를 하자마자, 사신을 흡수한 복희가 4급으로 깨어났다.
그 무렵 《우서》에는 법규편(法竅篇)이 열렸다. 여기서 법규는 법률 조항이 아니라, 장우가 도종을 복제한 상대에게 열리는 구멍이었다. 그 자리에 자신의 연법도 하나를 넣으면 상대도 가호를 받았고, 상대가 아직 장우의 연법도에 합산되지 않은 관련 공법을 수련하면 그 성과가 장우에게 돌아왔다. 장우 혼자 돈을 들여 공법을 사서 익히던 방식에, 동료들의 수련을 연결할 길이 생긴 것이다.
첫 상대는 옥성한이었다. 옥성한은 처음에는 광고를 강제로 보게 하거나 수명을 당겨 쓰게 만드는 기술인지 의심했지만, 원영성체의 가호를 확인하자 장우가 지정한 기초 공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야성리에게도 따로 원영성체를 넣고 서로 다른 공법을 맡겼다. 자극에게 준 화신도체는 상층에서 허가받은 화신지의 특수 기술처럼 설명했다. 청목에게는 신청이 아직 통과하지 않았다고 둘러댔지만, 실제로 윗선이 청목을 탈락시킨 것은 아니었다. 가호를 줄 수 있는 대상과 수련할 공법을 정하는 사람은 장우였다.
장편편과 악목람은 바로 만날 수 없었다. 장우는 제약기업과 괜히 충돌하고 싶지 않아 연구 중인 악목람을 당장 데려오지 않았다. 반면 보영소에게는 대성전인을 몰래 넣어 보았다가 뜻밖의 소동을 일으켰다. 가호에 놀란 보영소의 신음이 11층과 연결된 소계들에 퍼진 것이다. 옥성한은 합환종의 방송 기술을 의심했고, 대성의 전승을 찾던 병을사는 욕설에 이어 신음까지 흘러나온 데 암호가 있다고 생각했다. 보영소는 자신의 재능이 각성했다고 믿었으나, 전승이 알려지면 빚과 무급 노동에 묶일까 두려워 장우를 붙잡으려 했다.
그러나 청련과 선인동천에 가로막힌 보영소는 예전처럼 장우를 마음대로 제압할 수 없었다. 강제로 붙잡는 대신, 말을 잘 들으면 장차 자기 집안으로 시집오게 해주고 쌍수 벌금도 내주겠다는 제안을 꺼냈다. 장우는 기뻐하는 척하며 업무에 간섭하지 말고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지 말라는 조건을 받아냈다. 복희는 보영소를 당장 굴복시키려 들면 폭발할 수 있다며, 그녀가 우위에 있다고 믿게 둔 채 조금씩 행동을 바꾸라고 조언했다.
장우는 곧 보영소를 동천으로 데려가 백진진과 만나게 했다. 백진진은 천검문의 윗사람에게 협박당했다며 무릎을 꿇었고, 보영소는 살의를 누르면서도 장우와의 약속 때문에 친구 추가를 허락했다.
“…… 나가면, 친구 추가나 하나 하든가.”
보영소가 떠나자 장우는 백진진에게 연법도를 시험했다. 화신도체는 원신과 감정 검도의 충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었고, 무상연무는 극정검과 극락검 등 서로 다른 검도를 융합할 실마리를 주었다. 백진진은 평소에는 화신도체를 쓰고 필요할 때 무상연무를 빌리기로 했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토목 공법이나 도번곤륜까지 무작정 맡지는 않았다. 보영소는 장우에게 천검문 고위층의 악행을 다룬 기사를 보내 백진진을 멀리하게 하려 했다. 복희가 장우 대신 답장해 약속을 지키라고 하자, 보영소는 아버지에게 백진진의 배후를 조사해 달라고 했다. 아버지가 다른 선족과의 쌍수를 권하는 말은 상대가 누구인지 듣기도 전에 잘라버렸다. 장우 일행은 보영소가 시작한 조사를 이용해 백진진을 옥죄던 신비인을 견제하려 했다.
장우는 태청경에서 만난 장편편의 법규에도 연법도를 넣어 보았지만 실패했다. 육신을 직접 만나야 했다. 장편편은 하계에 혼수 전문대학을 세워 상계로 인력을 공급하려는 투자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알려주었다. 살아 있는 학생이 취업을 위해 죽음을 지름길로 택할 수도 있다는 경고에, 장우는 자신이 올린 혼수의 대우가 다른 곳에서는 새로운 착취 사업의 조건이 되고 있음을 알았다. 한편 구일연맹은 결국 해산했고, 장우를 막던 소운학과 사란인은 뒤늦게 자기들도 줄곧 혼수를 위해 일했다는 광고를 내걸었다. 회사의 점유율이 14.8%에 이르자 법류원은 20%를 넘기면 기공을 노릴 수 있다고 했다.
세 번의 표결과 첫 입법을 향한 선택
동료들의 수련은 장우의 기술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자극은 천공개물을 통해 얻은 장우의 지식을 자기 전생의 기억처럼 받아들여 상양황신에 양전자포를 더했다. 그 기억 속에 거대한 여성형 괴뢰와 스타킹, 미니스커트를 갖춘 전투 병기까지 섞여 있자, 자극은 곤허의 과거에 미해결의 수수께끼가 많다고 생각했다. 천공개물이 3급에 이르며 줄어든 도심 소모와 화신도체의 회복 가호가 맞물리자 상양황신은 선문 진전급으로 올라섰다. 장우는 법류원의 인맥으로 특허와 판매 경로를 확보하고, 늘어난 수입으로 다음 연법도를 고를 여유를 얻었다.
대성의 전승을 조사하러 나온 장편편은 이번에는 몸소 장우를 찾아왔다. 입학 첫해에 이미 화신에 오른 누나에게 화신도체를 넣자, 장편편은 그것이 도종의 힘을 빌려주는 일임을 알아보았다. 그녀는 장우가 자신을 너무 쉽게 믿는다고 지적했지만, 장우에게 누나는 자신을 위해 돈을 모으고 길을 열어주던 사람이었다. 장편편은 결국 자신이 아는 더 큰 비밀을 털어놓았다. 열 선제가 새로운 열한 번째 선제를 만들기 위해 여러 후보에게 도종과 책, 사신 같은 기연을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과거에도 열한 번째 선제가 있었으나, 그 존재는 사라지고 흔적까지 지워졌다.
왜 사라졌는지는 장편편도 알지 못했다. 다만 영신천의 반란이나 운태진이 자기 집안의 탄압을 방치한 행적을, 그 후보의 운명에서 벗어나려는 선택으로 해석했다. 만법선제와 직접 연락하는 비밀 우편함까지 받은 장우는 이미 선제들의 관심 밖으로 물러나기 어려웠다. 장편편은 다가올 기공 심사가 선제가 장우를 어느 정도로 평가하는지 가늠할 기회라고 했다. 장우가 탐내던 포상은 비승과 입법에 필요한 발판인 동시에, 후보 경쟁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드러낼 표식이 되었다.
악목람의 심한법맥도 4급에 이르러 동면 중 수명 소모를 크게 줄이는 길을 열고 있었다. 장우는 그 능력이 값싼 연수 기술로 풀리면 제약기업들과 도쟁이 벌어질 수 있음을 알았고, 먼저 연허와 입법의 힘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침내 회사 점유율이 20%를 넘었지만 기공은 곧바로 장우의 것이 되지 않았다. 승선전에서는 법류원이 혼수 산업과 법계 시장을 넓힌 공로를 내세웠고, 다른 선인들은 고지능 기령 기술을 돌파한 창절환이나 연수 비법으로 천연상 후보에 오른 월청란을 밀었다. 그들에게 하층의 복지를 바꾼 일은 기술 발명보다 낮은 공훈이었다. 돈을 받았으니 후보를 지지한다는 말도 숨기지 않았다. 월청란의 성과는 좋은 소재 덕분이라는 법류원의 반박에는, 그렇다면 약물 실험의 기공을 소재인에게 주어야 하느냐는 조롱이 돌아왔다.
첫 표결은 창절환을 골랐다. 만법선제는 재논의를 지시했다. 선인들은 제각기 그 뜻을 해석해 이번에는 월청란에게 표를 모았다. 그러자 두 번째 회신이 내려왔다.
“틀렸다, 다시 투표하라.”
법류원은 이제 값싼 수명 연장이 기존 산업에 끼칠 해악을 공격했고, 세 번째 표결에서야 장우의 이름이 올라갔다. 선제의 승인은 그때 떨어졌다. 장편편은 적어도 열한 번째 선제 후보들 가운데 상위 다섯 안에 든다고 보았다. 장우는 공백 법조를 쓸 기회가 다가온 것을 알면서도, 이 포상을 받을수록 선제들의 후보 경쟁에서 빠져나가기 어려워질까 두려웠다.
기공 공시가 시작되자 문무애와 진경검 수련자들이 장우의 이야기를 퍼뜨렸다. 하계 출신이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소식은 진심 어린 동경과 과장된 전설을 함께 낳았다. 정작 악목람은 육신을 얼린 채 의식을 유지하며 실험실에서 심한 법력을 뽑히고 있었다. 월청란은 그녀에게 화신증과 미래를 약속하면서 외부 연락을 제한했다. 장우가 기공을 받는다는 소식마저 막은 것은, 그 이름이 악목람에게 연구를 거부할 생각을 심어줄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악목람은 장우와의 관계를 말하지 않은 채, 자신도 성장해 그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포상을 위해 내려온 지묘선존은 강림하는 비용부터 현지 수사들에게 나누어 청구했다. 장우도 자기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갈 때는 그녀를 괴물처럼 보았지만, 천만 선폐와 백만 도공이 들어오자 눈앞의 존재가 다시 아름다운 선존으로 보였다. 주변 사람들 역시 포상이 돌아오는 순간 태도를 바꾸었다.
장우는 구일신왕(舊日薪王) 칭호와 여러 서비스 할인, 한 해의 세금과 세무조사를 면제받을 수 있는 면세금패도 받았다. 옥성한과 야성리, 자극과 고숭광을 비롯한 동료들에게는 차공과 돈이 돌아갔고, 조천행에게 주어진 상은 혼수 우대를 알리는 선전이 되었다. 고종 분신이 써준 수상 연설에서 장우는 만법선제가 가장 큰 배경이라고 외쳤다. 육형장은 혼수의 생활을 바꾼 장우를 선제의 대리자처럼 받아들였지만, 하계인을 내려다보던 태도까지 버린 것은 아니었다.
백진진을 감시하던 신비인은 한동안 기척을 줄였다. 백진진은 보영소 뒤의 만법선족이 그를 견제하고 있다고 짐작했다. 수상 소감을 말하는 장우에게 영근을 보내 극락검을 더 끌어올리고 싶어졌지만, 선존과 수많은 사람 앞에서 비밀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그녀는 검기에 휘둘리지 않으려 욕망을 누르고, 그 고통으로 일어난 비통검의까지 이용해 세 검도를 조화시켰다. 한편 장우는 지묘선존의 연락처를 받았고, 선존이 떠난 뒤의 오염을 정리하는 비용도 현지 수사들이 부담하게 되었다.
법류원은 이번 첫 3세대 입법에는 오래 준비한 태월백을 내보내고, 장우는 다음 기회를 기다리기를 바랐다. 장우는 연허조차 되지 못한 형편을 알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먼저 세워지는 법조일수록 방향을 선점할 수 있었고, 자신에게는 제약 없이 방향을 정할 공백 법조가 있었다. 법류원은 그 고집을 선도를 향한 강한 도심으로 받아들여, 신광십변의 완성과 파벌이 요구하면 물러난다는 조건을 붙여 참가 신청을 도왔다. 장우는 선제에게도 직접 신청해 공백 법조 사용을 허락받았다. 면세금패를 남에게 빌려 당장 돈을 버는 길은 미루고, 자신의 산업과 수행을 더 키우기로 했다.
법보를 만드는 회사와 함께 수련하는 사람들
장우가 새로 선택한 것은 제와제조였다. 법력으로 임시 법보를 만들고, 자신이 직접 붙들고 있지 않아도 일정 시간 움직이게 하는 연법도였다. 완성 뒤에는 단순한 판단과 자동 운용도 가능해졌으나, 고지능 기령처럼 스스로 복잡한 일을 처리하는 존재는 아니었다. 장우는 현물과 같은 성능을 기대하기보다 값싼 노동 장비로 쓸 길을 찾았다. 혼수들은 저렴하게 빌린 몸으로 육체노동을 할 수 있었고, 장우는 대여료와 제품 판매를 통해 도면과 법보를 더 늘렸다.
광천경이 새로 넘긴 보신에게도 서열 교육이 기다리고 있었다. 복희와 상신은 자신들이 쓸 수 있는 돈의 규모를 내세웠고, 처음에는 헛소리라며 반발하던 보신도 곧 월 백 선폐를 받는 대능을 자처했다. 복희에게 흡수된 뒤에도 보신의 목소리는 남았다. 급여를 기준으로 편이 갈리는 작은 사회가 장우의 머릿속에서도 커지고 있었다.
독고명은 점유율 20%의 별도 포상으로 영신천이 과거 싸웠던 소계에서 동천의 힘을 회수할 권한을 주었다. 첫 소인구에는 합환종의 십일종언과 영신천의 힘이 맞물려 생긴 구멍들이 남아 있었다. 공장은 이미 수익을 내지 못했고, 여전히 살아 있는 소재인들을 구출하는 비용은 새로 만드는 비용보다 비쌌다. 독고명은 옮길 이유가 없다고 했다. 복희는 자기 돈을 쓰지 말라고 했으며, 참선조차 그들에게는 죽음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우는 참상을 보고도 결국 동천의 힘을 거두었고, 주민들을 남긴 세계는 무너졌다.
다음 폐허에서는 다른 선택을 했다. 임금을 달라고 항의하다 업계 취업 금지 명단에 오른 연기 수사들이 일자리를 잃고 버티고 있었다. 독고명은 그들을 악의적으로 소란을 피운 사람들처럼 설명했지만, 장우에게는 앞으로 필요한 기술 인력이었다. 참선의 권유와 보신의 수익 계산까지 더해져 그들을 혼수 회사로 데려가기로 했다. 황우는 세계를 파괴해 죽이는 일을 구제라고 부르면서, 복구 뒤 생활비가 올라 주민이 쫓겨나는 일도 구제라 부를 수 있는 모순을 짚었다.
장우는 11층부터 15층까지 여러 옛 전장의 힘을 모아 동천의 가로와 세로, 높이를 각각 삼십 킬로미터가 넘도록 넓혔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손상된 신의 잔해는 장편편에게 넘겼다. 잔해를 거둔 장편편의 태청부록이 4급에 이르자, 장우는 의식 전부를 태청경으로 옮기지 않고도 현실에서 그 안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장우는 가속과 모의 전투를 이용하면서, 일정 범위의 영계 신호도 숨기고 차단할 수 있게 되었다.
장우가 옥성한에게 데려오라고 한 현과는 하계에서 잡일을 하며 자신이 장우와 같은 기숙사였다고 말했다가 비웃음을 사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화신이 된 옥성한이 부총장과 함께 영계 투영으로 나타나자 사정이 바뀌었다. 학교 측 책임자는 현과의 급여를 올리고 금단증을 내주었고, 그를 조롱하던 사람들은 사과하고 매달렸다. 현과는 겸손한 척하면서도 이제 자신의 인연을 마음껏 드러냈다. 옥성한은 장우가 왜 그를 찾는지 몰라 옛날 법력 주입을 수상하게 여겼고, 장우가 자신에게는 왜 그런 일을 시키지 않았는지까지 신경 썼다.
장우가 현과에게 필요로 한 것은 염양법맥이었다. 금단성체를 넣고 고품질 법력을 거듭 주입하자 현과는 고통을 견디며 기회를 붙들었고, 한 달 뒤 염양법맥이 3급에 이르렀다. 그 힘은 육신뿐 아니라 법보를 과부하로 운용하는 데에도 쓰였다. 곤붕탄천결과 합치면 순간적인 전력은 뛰었으나, 몸과 수명을 소모하는 대가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임시 법보도 더 강한 출력을 낼 수 있었지만 빨리 마모되었다. 장우는 이런 특성을 오래 보존할 물건보다 필요한 시간만 쓰는 장비의 사업에 연결했다.
주변 사람들의 수련 역시 한데 모였다. 자극은 제자에게 뒤처지지 않으려 공법을 익혔고, 백진진과 장편편은 장우의 입법을 돕기 위해 자기 몫을 맡았다. 옥성한은 차공과 장우의 뒷받침으로 4급에 올라섰고, 자신을 치켜세우는 이설련의 관심보다 수행을 우선하기 시작했다. 야성리는 화신으로 돌파한 뒤 원영성체의 가호가 약해지자 월급이 끊긴 듯 불안해했지만, 화신도체를 받자 다시 수련에 매달렸다. 여러 사람의 성과가 화신도체를 끌어올리면서 장우에게 오래 걸릴 듯했던 신광십변의 완성도 빠르게 다가왔다. 고숭광만은 화신지를 모른 채 업무에 몰두했고, 자극과 야성리는 그에게 비밀을 지켰다.
3월 인사고과를 마친 장우는 6급 종무원에 올랐다. 관할위원회 부회장과 명산부 부장, 혼수 회사의 총경리를 겸하며 회사와 부서를 이끌었다. 조천행도 4월에는 원영에 이르렀지만, 새로 들어오려는 인재들 앞에서 자리가 흔들릴까 걱정해 계약 실적을 내세웠다. 언천기는 외부에 빌려줄 화신급 연산 풀의 생산비를 낮추려 했고, 시회옥과 풍정정은 판매 실적을 경쟁했다. 장우를 중심으로 고등학교 인맥, 대학 동료, 연기와 토목 인력의 무리가 나뉘어 가는 가운데, 임금 체불에 항의했던 기술자들을 낮춰 보는 시선도 남아 있었다.
장우는 천여 괴뢰를 동천지교로 연결하고, 구일과 팔곤륜 체계를 통해 관측과 법력, 도번곤륜의 힘을 한곳에 모을 준비를 했다. 유일한 연허급 시체로 만든 천궤황신은 황우가 맡았다. 사란인은 장우가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수입과 세력이 불어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연허급 침입자를 붙잡고 지율소축으로
동천에 잠입한 자는 태월백의 아버지 태성공이었다. 아들에게 살해된 뒤 혼수가 된 그는, 이제 가족의 도리보다 고용 관계로 아들에게 봉사하는 쪽이 깔끔하다고 여겼다. 이번 임무는 장우가 동맹의 자원을 받을 만큼 쓸모 있는지 살피는 일이었다. 복희가 침입을 감지하자 장우는 본체부터 동천 밖의 사무실로 옮기고, 괴뢰들을 통해 상대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태성공은 제멋대로 이어 붙인 듯한 괴뢰와 법보를 얕보았다. 하지만 막 완성된 신광십변의 원신과 연산 풀은 그가 몸을 나누어 이동하는 경로를 계산했고, 태청부록의 신호 차단이 퇴로를 막았다. 장우는 상대를 특정 양기(陽器) 법보 안으로 몰아넣은 다음 그 법보를 깨뜨렸다. 형체를 드러낸 태성공에게는 이천 기가 넘는 화신급 괴뢰의 힘이 같은 순간, 같은 지점으로 집중되었다. 단순히 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그 힘을 흩뜨리지 않고 맞춰 쓰는 능력이 태성공을 굴복시켰다.
정체를 들은 장우가 연락하자 태월백은 사과와 함께 백만 선폐를 보냈다. 장우는 돈이 들어온 뒤에야 상대의 선의를 한결 깊이 느꼈다. 태월백은 신광십변을 이미 끝냈다는 사실에 놀라며 연허 돌파와 입법 협력을 제안했고, 법류원도 필요한 의식을 신청했다. 보영소는 자신이 7급 종무원과 연무각 각주가 되었으며 도겁증까지 받았다고 자랑했다. 아직 연허 경지인 그녀 역시 첫 3세대 입법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장우가 대성의 전승을 떠올리게 하자, 보영소는 다시 장래의 혼인과 쌍수를 미끼로 자신을 받쳐 달라고 했다.
일정은 5월 10일 교육, 15일 연허 돌파로 정해졌다. 장우는 교육 전에 돌파하고 싶었지만 천여 선도 요소의 승인과 생산을 앞당길 수 없었고, 선제에게서도 참고 기다리라는 답만 받았다. 그는 그 시간에 물자를 챙기고 업무를 넘겼다. 자신이 15층으로 가면 11층 동료들이 예전처럼 동천에 들어올 수 없으므로 화신지를 명산부 지하로 옮겨 자극에게 맡겼다. 일부 동천지교도 구일분장에 남겨야 했다. 업무 자료를 정리한 장우의 지능체가 인수인계를 돕게 되었지만, 야성리가 먼저 던진 것은 보영소와의 사생활을 캐는 질문이었다.
옥성한은 떠나는 장우를 보며 승리를 빌었다. 과거에는 자기보다 앞선 경쟁자였지만 이제 장우가 어디까지 올라가느냐가 자신의 앞날이기도 했다. 백진진은 공개된 입법 현장에서 영근의 비밀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도울 방법을 생각했다. 광천경은 윤회선제 측 사람이 암호를 대며 접근할 것이라 예고했지만 그 신원은 알려주지 않았다. 소운학만은 장우가 보영소의 배를 타고 떠나는 모습까지 그녀의 치밀한 장기 계획으로 오해하고, 더 싸우지 말고 구일분장을 떠나기로 했다.
곤허 15층의 지율소축에는 각 파벌이 오래 준비한 연허 수사들이 모였다. 창절환이 데리고 온 기령들은 영계 자원을 선점해 주변의 통신 지연과 비용까지 높였고, 월청란은 제약기업의 기술로 온몸을 보호하고 있었다. 광척천은 만사를 도박으로 끌어들였으며, 제현과 열경홍에게서는 둘, 셋의 도종이 보였다. 그런데 태월백의 몸에는 도종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태월백도 같은 시각 장우에게서 도종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서로의 비밀을 모르는 두 사람은 상대를 살피면서 협력을 이야기했다.
거짓말할 수 없는 회의실의 동맹
교육은 처음부터 장우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천운선존의 녹화 강의는 태청경의 사고 가속과 연산 풀을 함께 써야 겨우 따라갈 수 있을 만큼 빨랐다. 지각과 기록, 지식 유출을 금지하는 규칙은 교육장 전체를 덮은 3세대 법조로 집행되었다. 장우는 선기가 만물에 스며든 도통의 산물이며, 지금은 숨겨진 은선기를 관측하고 드러난 현선기로 정련하는 데서 만법종의 입법 기술이 출발한다는 것을 배웠다.
십대 종문은 세계를 뒤흔들 수 있는 초석 도통을 나누어 쥐고 서로를 견제했다. 천운선존은 그래서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가르쳤고, 참선은 그 설명에 천명도통의 선전이 섞여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법조를 먼저 세워 시험하고 수정한 뒤 도통으로 나아가는 방식이 무작정 도통을 만들어 충돌하는 것보다 위험을 낮춘다는 데에는 황우와 참선도 각각 의미를 인정했다. 장우는 자신에게 포상을 내린 지묘선존이 선기도통을 쥔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헤아렸다. 아직 화신인 그는 다른 수강생들이 선기를 정련하는 동안 지식을 외우는 데 만족해야 했다.
오후에는 거짓말이 금지된 회의실에서 상대를 바꾸어 가며 입법 목표를 논의했다. 처음 만난 창절환은 고지능 기령에게 인권을 주어 더 값싼 혼수로 공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인권은 권리뿐 아니라 빚과 책임을 지울 근거이기도 했다. 그는 장우의 사업을 새로운 기령과 결합하려 했고, 108등급으로 나뉘는 법조 잠재력 평가도 알려주었다. 전파와 확장, 다른 법조의 지지를 얻는 영향력, 그리고 물질세계에 실제로 간섭하는 기술과 자산이 평가의 바탕이었다. 상위 36등급 안에 들어야 도통을 바라볼 수 있다는 설명은, 개량파가 이런 정보도 장우에게 주지 않았다는 인상을 심는 수단이기도 했다.
태월백은 창절환에게 과거 행적이 없다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그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고지능 기령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자신의 입법 목표로는 하층에 돈을 풀어 구매력을 만드는 일을 내세웠다. 생산력은 남아돌지만 살 돈이 없고, 한 회사만 임금을 올리면 경쟁에서 밀려나니 산업 전체를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장우는 방향에 공감하면서도, 그 돈이 실제로 누구의 손까지 도달할지는 따로 살펴야 했다. 태월백이 상대들의 재능을 관측한다는 사실 역시 곧 드러났으나, 그는 자기 능력의 전모를 밝히지 않았다. 거짓말을 못 한다고 해서 말의 순서와 생략으로 상대를 오도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보영소는 장우가 다른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것을 질투하다가도 자신을 추켜세우자 여러 정보를 확인해 주었다. 그녀는 기령의 인권이라는 명분 너머에, 인간보다 싼 존재가 생산과 연구, 소비와 입법까지 맡게 만들려는 계산이 있다고 보았다. 개량파의 돈 풀기에도 배분권을 쥐고 하층의 힘을 키우려는 파벌의 이해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의 목표를 비판하는 데 시간을 다 써버린 보영소는 정작 자기 입법안을 끝까지 설명하지 못했고, 태월백은 장우를 데리고 광척천에게 갔다.
태월백은 광척천에게 백만 선폐를 건네고, 장우의 임금 인상과 자신의 돈 풀기, 광척천의 도박을 하나의 돈 흐름으로 엮었다. 장우는 도박에 맡기는 삶이 싫었지만 개량파의 협력을 돕는 동시에 태월백의 행동을 관찰했다. 보영소는 관심을 빼앗으려 월청란을 끌어안았다가 장우가 돌아보지 않자 그녀를 밀어내고 벌금까지 떠넘겼다. 그 뒤 광척천에게 있던 천변만화가 사라지고 태월백에게 같은 도종이 나타났다. 며칠 뒤에는 그것도 사라지고 청정천궐이 보였다. 또 다른 수강생의 도종이 사라진 것까지 확인한 장우는, 태월백이 자신처럼 복제하는 대신 남의 도종을 훔치는 것인지 의심했다.
법계도통의 대표 열경홍은 장우를 보자 만법선제가 자신을 돕도록 보낸 사람이라 여겼다. 장우는 진실을 말해야 하는 자리에서 고종 분신의 충성을 앞세워 그 오해를 강화했다. 열경홍의 목표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누구나 법계의 대출과 약물, 도박과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는 것이었다. 장우에게는 반대로 법계 사용을 금지하는 법조를 세우라고 했다. 법계가 없으면 살 수 없다는 경험이 자신의 법조를 더 강하게 떠받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열경홍은 선제가 준 법조 틀 덕분에 자신이 가장 넓은 자유를 누린다고 믿었지만, 장우에게 주어진 공백 법조는 모르고 있었다. 장우는 그를 추켜세우며 첫 도종 영추천지의 이름을 읽어냈다.
연허 돌파와 대시험 시대의 제안
5월 15일, 기다리던 선도 요소가 도착하자 장우는 마침내 연허로 갈 준비가 되었다고 기뻐했다. 이어 나온 계약서를 보기 전까지였다. 자재는 공짜가 아니라 원금 일억 선폐의 대출이었고, 오 년의 유예가 끝나면 백 년 동안 매달 이백만 선폐, 모두 이십사억을 갚아야 했다. 장우는 분노했지만 눈앞의 입법 기회를 버릴 수 없어 서명했다. 천 가지 요소 가운데 대부분은 원신을 재구성하는 데, 나머지는 육신을 바꾸는 데 쓰였다. 신광십변을 끝낸 원신은 힘의 전달과 수련 성과의 회수에서 높은 효율을 냈고, 장우는 원신과 육신 양쪽의 연허 돌파를 마쳤다.
그는 모아둔 만법선족의 뽑기 보상으로 공법을 올려 사고와 진분신을 예순네 갈래로 늘렸다. 곤붕탄천결로 사들인 법력과 기혈을 흡수해 연허 중기의 힘을 갖추었으나, 자산과 도심으로 감당할 선을 넘기지는 않았다. 이어 연허의 기초 공법들을 묶은 태허도체를 완성했다. 원신 회복과 수련 효율이 뛰고 선화도가 오르기 시작했지만, 수년간 연허에 머문 경쟁자들의 축적을 단숨에 따라잡은 것은 아니었다. 선기관측법을 익힌 뒤에야 처음으로 법조 잠재력 평가 108등급이 나타났다.
태월백과 함께 만난 제현은 선천도통의 개혁을 설명했다. 선인에게는 한 번 얻은 자격을 영원히 보장하고 도주의 자리를 일정하게 묶어두되, 그 아래의 수사들에게까지 예전의 보호를 고집하지는 않겠다는 방향이었다. 하계 출신을 별도로 표시하는 문제에 고종 분신은 처음에는 반발하다가, 현재의 종문 사람들은 모두 상계로 분류된다는 말을 듣자 하계는 하계라며 선을 그었다. 제현은 선제와 신분 질서를 찬양하는 이 말을 진심으로 듣고 장우를 신뢰했다. 곁의 태월백은 개량파 장우가 서로 반대하는 파벌들과 모두 친해지는 모습을 의아해했다.
보영소와 공법을 분해하던 장우는 그녀의 법규에 태허도체를 넣었다 뺐다 하며 반응을 살폈다. 보영소는 자기 재능이 폭발적으로 자랐다고 기뻐했다가 갑자기 사라지자 당황했다. 장우는 기초 공법을 다시 보라고 유도했고, 그녀가 그쪽으로 관심을 돌릴 때마다 가호를 돌려주었다. 기뻐한 보영소가 장우를 껴안자 십만 선폐 벌금이 나왔고, 그녀는 그 돈을 대신 보내주며 무료로 안아준 셈 치라고 했다. 장우는 거듭된 시도 끝에 보영소가 기초 공법을 수련해야 재능이 유지된다고 믿게 만들었다. 보영소에게는 뒤늦게 빛을 발한 자신의 잠재력이었고, 장우에게는 스스로 멈추지 않는 수련 인력이었다.
자신감이 높아진 보영소는 그제야 입법 목표를 밝혔다. 자격증의 유효기간을 십 년이나 이십 년으로 줄이고, 기한이 끝나면 다시 시험을 치르게 하는 일증잠증이었다. 그녀는 자리를 독점한 이들을 도태시키고 경쟁을 되살리겠다고 했다. 장우가 선인과 선족도 시험을 다시 치느냐고 묻자, 보영소는 조상들이 이미 끝낸 경쟁을 자신들이 왜 되풀이하느냐며 당연히 예외라고 답했다. 장우는 선인만 영원한 자격을 누리게 하겠다는 제현의 제안과 이것이 충돌하기는커녕 함께 작동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결국 둘 다 일증영증이네. 위쪽은 한 번 증명하면 영원히 증명되는 거고, 아래쪽은 한 번 증명한 후에도 영원히 시험을 쳐야 하는 거고.”
복희의 말에 이어 참선은 재시험이 막대한 교육과 소비 수요를 만드는 대시험 시대를 예측했다. 보신은 돈을 나눠주고, 임금을 올리고, 그 돈을 시험에 쓰게 하면 서로 이익을 키울 수 있다고 거들었다. 장우는 자신의 임금 인상까지 이 고리에 들어갈 수 있다는 데 서늘함을 느꼈다. 만법선제가 배후에서 안배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에, 그는 보영소 앞에서 곧바로 반대하는 대신 협력하겠다고 대답했다. 복희는 여러 강자가 모두 장우를 필요로 하는 상황을 기회로 보았다. 한 사람에게 밟히면 디딤돌이지만 모두가 밟으면 주춧돌이라는 계산이었다. 그녀는 장우가 그 길에서 이탈하지 못하게 상신·보신과 따로 뜻을 모았다.
다음 수업에서 보영소와 제현이 장우의 양옆을 차지하자, 장우는 두 사람에게 각각 상대가 우리 편에 합류했다고 설명했다. 두 제안의 정보를 실제로 교환해 주자 두 사람은 상대의 변화와 협력 가능성을 알아차리면서도 각자 자신이 중심이라고 여겼다. 태월백은 제현의 도종을 훔칠 기회가 깨질까 걱정했다. 장우가 두 사람의 요구를 거절해도 되느냐고 묻자 그는 안 된다며 백만 선폐를 보내고 조금만 더 버티라고 했다. 장우는 돈을 받으면서 여러 파벌의 정보를 모았고, 고종 분신은 열경홍에게 어떤 시험과 교육이 늘어나도 결국 법계가 수수료를 받는다고 보고해 신임을 얻었다.
월청란에게는 그 관계들이 압박으로 쓰였다. 장우가 법계와 선천, 혼원, 개량파와의 협력을 차례로 말하자, 거짓말할 수 없는 회의실에서 듣던 월청란은 그를 거대한 이익 집단의 대리자처럼 받아들였다. 그녀가 밝힌 최저 수명 제안도 듣기 좋은 이름과는 달랐다. 회사가 투자한 직원을 충분히 부리고 소비 시장을 유지하도록, 노동자가 급여에서 돈을 떼어 자기 수명을 확보해야 한다는 안이었다. 장우는 혼수 대우를 높인 결과 산 사람이 병원 대신 죽음을 택하게 되고, 제약기업이 다시 살아 있는 사람에게 비용을 지우려 한다는 연결을 보았다. 참선은 한 산업만 고쳐서는 다른 곳의 조정이 그 변화를 상쇄한다고 지적했다.
빌려준 재능, 훔친 도종, 세우려는 법조
장우는 동맹의 주선과 함께 입법 기술을 따라잡았다. 만물의 선기를 끌어다 자신의 기술을 거의 소모 없이 재현하는 1세대 법조를 시험하면서, 장중곤륜을 작동시키는 규칙을 완성 직전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비승 전 원신이 감당할 법조는 하나뿐이었다. 그는 연습한 법조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삼라만상의 첫 효과를 얻은 뒤에는 진파급 기술까지 재현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도 그것을 자기 법조로 확정하지 않았다.
2세대 법조는 규칙을 만들어 대상을 감시하고 처벌하며, 그 규칙을 받아들이는 중생의 사조로 더 빠르게 자라는 체계였다. 법조가 직접 간섭하는 진 영역 밖에서도 종문과 정신이 같은 규칙을 집행하는 범 영역이 있었다. 이동하는 강자마다 다른 규칙을 들고 다니면 약한 이들은 무엇을 지켜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 종문 전체에 같은 법을 보급하는 방식은 그 혼란을 줄이는 동시에, 사람들의 수용과 두려움을 법조의 성장에 모아주는 장치였다.
처음 장우가 엮을 수 있는 규칙은 글자 길이로 비유하면 일곱 자 정도에 불과했다. 짧은 명령만으로는 누구에게 언제 어떤 일을 적용하는지 정할 수 없었다. 그는 교육 공법을 더 익히고 삼라만상의 선기 친화 가호를 얻어, 실제로 작동할 만큼 세부 조건을 엮을 수 있게 되었다. 다만 다른 수강생 앞에서는 태허도체를 유지해 수련을 계속하고, 삼라만상을 썼을 때보다 낮은 평가를 드러냈다. 아직 약해 보이는 그를 보영소와 제현, 열경홍은 서로 자기 편으로 여기고 있었다. 태월백은 그 믿음을 이용해 장우로 변장하고 제현의 방을 드나들었다.
장우가 제현에게서 복제할 기회를 노리던 제어구소는 어느 날 태월백의 몸으로 옮겨가 있었다. 태월백은 천변만화와 청정천궐, 제어구소를 모아 열경홍의 초고위험 도종을 노리고 있었다. 장우와 참선은 도종을 빼앗긴 이들이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따졌고, 보신은 소유권만 옮긴 뒤 원래 주인에게 능력을 계속 공급하는 방식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정확한 구조까지 알아낸 것은 아니었지만, 장우는 태월백에게 새로 보이는 도종의 복제 조건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대화를 듣던 복희는 자신만 중요한 이야기를 놓쳤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
“내가 도대체 뭘 놓친 거지?”
태청경에 들어갈 수 없던 그녀는 장편편과 나눈 대화를 듣지 못했고, 장우는 이제야 도종의 기초 정보를 알려주었다. 복희가 어떻게든 논의를 따라잡으려 애쓰는 사이, 상신은 복희도 몰랐다면 자기와 그녀의 비중에 큰 차이가 없다고 속으로 안도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위압할 방법을 논하자 복희는 곧 익숙한 영역을 되찾았다.
제어구소를 복제하려면 태월백과 함께, 원래 그에게 눌리지 않던 연허 수사 세 명을 위압해야 했다. 장우는 도종 탈취를 폭로하는 대신 자신의 지지를 바꾸어 태월백의 위상을 높이기로 했다. 수업이 끝나자 그는 보영소에게 태월백을 전력으로 받치겠다고 선언했다. 놀란 태월백은 또 백만 선폐를 보내며 그만하라고 했지만, 장우는 더는 썩은 자들의 비위를 맞추지 말고 함께 개혁하자고 밀어붙였다. 태월백은 그를 순수한 이상가로 보며 감동하면서도, 아직 모든 시선을 받을 때가 아니라며 만류했다.
보영소에게는 태월백이 너무 강하니 적대하지 말라는 경고를 따로 보냈다. 장우가 자기 배경과 재능을 모두 알면서도 떠나는 모습을 본 보영소는, 그가 협박당한 것인지 의심하며 추격을 멈췄다. 창절환과 월청란도 태월백에게 숨은 힘이 있다고 경계했다. 제현과 열경홍에게는 미리 태월백의 계획을 캐겠다고 알렸으므로 오히려 잠입을 허락받았다. 장우는 이 반응들로 복제 조건을 채워 3급 제어구소를 얻었다. 상대의 기운과 사고를 잠시 멈추는 능력보다, 낮은 경지의 사람에게 자기 말의 설득력을 높이는 첫 효과가 입법에 쓰일 수 있다는 점을 눈여겨보았다.
장우는 보영소에게서 벗어나 시간을 벌고 태월백에게 이목을 돌렸다. 태월백 역시 자기 계획을 위해 장우의 신분으로 다시 시선을 돌리려 했다. 둘은 각각 곤허를 바꾸려면 어쩔 수 없다며 상대를 방패로 삼았다. 태월백은 장우로 변장해 보영소에게 가장 강한 사람만 돕겠다고 말했고, 제현에게는 열경홍을 택했으니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보영소는 진짜 장우가 보내는 태월백 관련 메시지까지 함께 받아 두 사람 모두에게 분노했다. 제현은 장우를 버리고 창절환에게 연락했다.
그동안 장우는 기공 이력으로 받은 《만도입법천서 진파판》을 배우고 있었다. 3세대 법조는 규칙을 지킬 때마다 그 규칙에 더 동조하게 하여, 중생의 사조를 이용하는 데서 다시 사조를 바꾸는 데로 나아갔다. 참선은 통치를 깨뜨리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 경계했고, 복희는 먼저 법조를 세우면 후발 주자의 침입을 막을 수 있다며 기뻐했다. 황우가 그 힘으로 기존 법조에 대한 인정도 흔들 수 있지 않느냐고 묻자, 복희와 고종 분신은 돈과 선제의 질서를 해칠 생각을 하지 말라며 반발했다.
교육 종료와 함께 시작할 정식 입법은 먼저 폐쇄된 환경에서 각자 법조를 시험하고, 다음에는 그 환경들을 연결해 법조들이 서로 영향을 주는 상태로 평가하는 절차였다. 장우는 이를 혼자 싸우는 시험 뒤에 서로 싸우는 시험이 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마지막 날에는 삼라만상을 완성해 자기 법조의 영역 안에서 선기에 새겨진 효과를 봉인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자신도 원리를 알아야 했고, 높은 경지의 것은 봉인할 수 없었다. 낮은 경지의 것은 오래 묶을 수 있었지만 같은 경지의 것은 잠시만 봉인할 수 있었다.
보영소의 수련으로 태허도체는 무한 연법도의 효과까지 열었고, 장우는 연허급 법보를 구현할 기술과 예순네 갈래 사고, 제어구소와 공백 법조를 함께 손에 넣었다. 복희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묻자 그는 비로소 목표를 말했다.
“천하의 법조를 통제하겠다.”
복희는 모든 참가자가 적이 되고 윗선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악했다. 장우는 아직 준비가 모자라다고 느끼면서, 진파공법을 통해 모아둔 세 번의 변이 기회를 바라보았다. 다른 곳에서는 태월백이 장우로 변장한 채 열경홍의 등 뒤로 다가가고 있었다.
중생이 준수할 필요가 없는 법조
천하의 법조를 통제하려면 입법의 자유만으로는 부족했다. 공백 법조와 삼라만상의 봉인 기술은 이미 있었지만, 상대 법조를 떠받치는 사조를 누르고 종파의 경계까지 넘어야 했다. 장우는 먼저 《만도입법천서》의 변이를 시험했다. 첫 결과는 사람들이 법조를 따를수록 그 법조에 더욱 동조하게 만드는 강화였다. 기존 법조를 무너뜨릴 목적에는 맞지 않았다. 그는 공법을 망각하고 처음부터 다시 수련했다.
복희에게는 세계를 바꾸는 일은 성선한 뒤 생각하고 우선 임금이나 올리겠다고 말했다. 복희가 우서를 볼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변이 실험을 계속하는 한편, 그녀에게는 보영소·열경홍·제현과의 관계 수습을 맡겼다. 장우가 경비는 한 푼도 없다고 하자 복희는 태월백에게 돈이 없어 폐관을 못 하겠다고 연락했다. 출관을 막으려던 태월백에게서 100만 선폐가 들어오자, 70만은 장우에게 보내고 남은 30만을 세 사람에게 10만씩 송금했다. 돈을 받은 이들의 입이 열리자 서로 장우에게 화내던 대화 기록과 태월백의 누적 400만 선폐 송금 기록을 보여주었다. 사신들이 나눠 맡아 아부를 이어간 끝에 세 사람은 의심을 남기면서도 장우에게 다시 기회를 주고 태월백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다른 후보들의 법조는 심사를 통과했다. 태월백은 주 2일 휴무를 준비하면서 관련 기억을 봉인해 입법안을 올릴 때까지 숨겼다. 고용주에게는 인건비를 늘리는 법이었지만, 수사들의 휴식 욕구와 쉬는 날 소비가 늘어날 업계의 이해가 맞물렸다. 대체근무와 휴일 조정의 여지도 반발을 줄였다. 월청란의 최저 수명은 수사를 더 오래 일하게 했고, 창절환의 기령 인권은 값싼 새 노동력과 세원을 만들었다. 보영소의 일증잠증과 제현의 일증영증은 시험 시장과 영구 증서 과세로 이어졌으며, 열경홍의 법계 의무는 태어날 때부터 법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생활을 겨냥했다.
장우의 두 번째 변이는 사조 동조를 약하게 만들었지만, 역시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다시 공법을 지우고 마지막 기회를 사용하자 이번에는 법조를 준수할수록 그 규칙에 반대하게 되는 효과가 나왔다. 어떤 법조를 세워도 지킬수록 반대자가 늘어난다면 입법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다. 이미 연허 대출까지 짊어진 장우가 실패의 공포에 빠진 동안 사신들이 머리를 맞댔다. 복희가 사람들이 준수할 필요도 없는 법조를 만들 수는 없지 않느냐고 푸념한 순간, 장우가 그 말을 붙잡았다.
‘내 법조항은, 중생이 준수할 필요가 없어.’
장우가 제출한 안은 법조 유효기간이었다. 제정된 지 50년이 지나면 효력을 일시 동결하고, 재심사를 통과하면 기간을 연장하되 통과하지 못하면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법이었다. 평범한 수사에게 새 행동을 강요하지 않고 기존 법조와 그 소유자를 대상으로 삼았다. 심사의 구체적인 기준과 결정권은 윗선에 맡기고, 자신의 법조에는 그 결정을 받아 집행할 연결부만 남겼다. 종외 법조까지 한꺼번에 정리하려던 구상도 접고 만법종 안에 집중했다.
심사위원들은 즉시 반발했다. 법조마다 상수와 파벌의 이익이 걸려 있는데 이를 한꺼번에 재심사하면 종문 내전을 부를 수 있었다. 능진희는 입법 자격을 박탈하고 조사하자고 했고, 법류원도 개량파가 미리 알고 추진한 일이 아니라 장우 개인의 행동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소선신은 이 법조가 공백 법조에 쓰였으므로 일반 심사위원들이 기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백 법조의 지급자를 만법선제로 짐작한 위원들은 곧 말을 바꾸었다. 장우가 심사권까지 스스로 쥐려는 것이 아니라 선제가 낡은 법조를 정리할 도구가 되려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윗선의 승인이 내려오면서 장우도 평가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한 달 뒤 동결할 법조들
소선신이 부여한 시험은 평가 마지막에 다른 수강생들의 법조를 모두 동결하는 것이었다. 시험 동안 유효기간은 50년에서 한 달로 줄였다. 그렇다고 날짜만 지나면 모든 법조가 저절로 멎는 것은 아니었다. 장우의 진영역이 상대를 덮고, 법조의 내용과 기저 기술을 파악하며, 상대의 사조 증폭을 넘어야 했다. 장우와 복희는 이 작동 방식을 끝까지 숨기기로 했다. 태월백에게는 임금 인상 법조를 만든다고 했고, 태월백도 자기 법조는 돈을 뿌리는 것이라고 둘러댔다. 두 사람은 상대의 개혁 의지를 인정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수단은 서로 감췄다.
장우는 그 와중에 열경홍에게 있던 도종 하나가 사라지고 태월백에게 일기탄환우가 생긴 것을 우서로 확인했다. 태월백이 같은 경지 수사 열 명의 법력을 흡수하는 모습을 관측하면 자신도 복제할 수 있었다. 태월백이 열경홍에게서 얻어낸 능력이 다시 장우의 목표가 되었다.
평가 첫 사흘 동안 수강생들은 서로 분리된 초소형 도시를 맡았다. 도시의 소재인들은 장우를 정당한 통치자로 기억하도록 준비되어 있었고, 장우는 괴뢰역사들을 보내 법조 유효기간을 알렸다. 그러나 다른 법조처럼 당장 사람들을 반복해서 행동시키지 않는 만큼 초기 사조의 성장은 느렸다. 사흘 뒤 도시들이 연결되자 그는 다른 후보의 중심지에 정면으로 부딪치지 않고, 사람이 많으면서 강한 법조가 아직 닿지 않은 곳을 골라 옮겨 다녔다.
다른 도시에는 이미 새 법조가 바꿔놓은 일상이 펼쳐졌다. 최저 수명 검사를 피해 달아나던 직원들도 회사가 강제로 진영역에 보내면 수명 연장을 피하기 어려웠다. 기령을 싼값에 고용하는 회사가 늘자 인간 직원과 기존 인권 기령은 자기 일자리를 걱정했다. 업무 도박에 빠진 수사는 일을 끝내려고 한 시간만 더 걸었다가 다시 야근과 도박을 반복했다. 시험에서 벗어나려고 영구 증서를 사면 세금을 내야 했고, 돈이 없으면 다시 시험과 보충 수업의 시장으로 돌아갔다.
장우는 이 광경을 뉴스로 만들어 아직 그 법조를 겪지 않은 도시에 퍼뜨렸다. 시험을 보느라 일하지 못하고, 증서를 샀는데도 살림은 나빠지는 사람들이 화면에 등장했다. 장우가 새 법조를 당장 없애주지는 못했어도, 언젠가 유효기간이 끝난다는 약속에는 지지가 쌓였다. 다른 후보의 법조가 빠르게 퍼지고 더 많은 사람을 괴롭힐수록 장우의 홍보에 쓸 사례도 늘어났다.
열경홍이 일기탄환우로 은선기를 늘리며 앞서 나가자 태월백도 같은 능력을 꺼냈다. 도종서의 복제가 공개되면서 심사위원 사이에 논란이 일었지만, 법류원은 이미 윗선에 보고된 일이라며 평가를 계속하게 했다. 장우는 여러 수강생의 법력을 섞어 담은 괴뢰를 태월백에게 보냈다. 만남을 마친 뒤 남겨놓은 법력을 태월백이 흡수하자 우서의 조건이 충족되었다. 이제 일기탄환우는 장우에게도 생겼다.
늘어난 은선기와 연산 자원을 바탕으로 장우는 여러 법조의 기술을 병렬로 분석했다. 파훼가 끝난 법조에는 마지막 변이의 효과를 걸었다. 사람들은 그 법조를 준수할수록 오히려 반대하게 되었고, 상대의 사조가 떨어지는 동안 유효기간에 대한 지지는 늘었다. 그제야 보영소와 제현은 장우가 자기 법조를 키워주려던 것이 아님을 알았다.
태월백과 열경홍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버텼다. 태월백은 당장 쉬는 대신 훗날 몰아서 쉬게 하는 대체근무를 내세워 준수 횟수를 줄였다. 현재는 일하면서도 미래의 휴일을 기대하게 하면 반대 사조가 쌓이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열경홍은 기저 기술을 계속 바꾸어 장우가 완성한 파훼식을 무효로 만들었다. 제현은 이 원리를 다른 후보들에게 알려 공동 대응을 이끌었다. 원래 휴무를 싫어하던 기업가들까지 장우를 막기 위해 쌍휴를 지지했다. 평가 마지막 날이 다가오면서 장우는 두 선두의 다음 기술 변경까지 계산해야 했다.
휴일에도 끝나지 않는 징수
마지막 날, 후보들은 각각의 극한 시험을 동시에 발동했다. 소재인들은 수명 검사와 자격증 시험을 받다가 세금과 증서 문제에 걸렸고, 기령 인권과 업무 도박까지 겹친 도시에서는 파산과 부활, 새 채무가 연달아 발생했다. 장우 자신도 예외가 아니었다. 원신으로 시험을 치르고 벌금과 비용을 내며 버티는 동안, 대량으로 만든 연허급 산지들이 태월백과 열경홍의 몇 초 뒤 기술을 계산했다. 비용을 퍼부을수록 법조의 잠재력 평가는 오히려 낮아졌지만 계산을 멈출 수는 없었다.
다른 법조를 먼저 없애는 것도 단순한 선택이 아니었다. 시험이나 증서의 강제력이 남아 있어야 태월백의 쌍휴를 견제할 수 있었고, 장우는 아직 태월백의 파훼를 마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법조들을 살려두는 동안 소재인들의 피해는 계속되었다. 열경홍이 법계 의무로 장우의 접속과 몸까지 통제하려 하자 더 버틸 여지가 없어졌다. 장우는 계산을 끝낸 법조들부터 동결하며 반격했다.
열경홍은 자신의 자산을 쏟아 넣어 끝까지 저항했다. 장우는 공백 법조가 누구에게서 왔는지 보여주어 그 의지를 흔들려 했다. 만법선제가 직접 장우에게 길을 열어주었다는 증거를 확인한 열경홍의 투지는 장우의 예상보다 훨씬 크게 무너졌다. 선제의 선택을 받았다는 믿음이 꺾인 뒤 법계 의무도 동결되었다. 다른 후보들의 법조 역시 차례로 멎었다. 다만 제현은 자신의 법조를 스스로 중단했고, 광척천은 윤회 쪽 인물임을 암시하며 열경홍을 먼저 누르고 자신을 뒤로 남겨달라는 거래를 했다.
경쟁 법조가 사라지자 소재인들은 이제 쉬고 싶어 했다. 장우의 유효기간보다 곧바로 휴일을 주는 태월백에게 지지가 쏠렸고, 쌍휴의 힘이 장우의 법조마저 멈추게 했다. 태월백은 더 큰 변화를 기다릴 것을 권했다. 장우는 발밑의 소재인들을 가리켰다.
“그럼 형님은 저들에게 물어보셨습니까? 저들이 더 참을 수 있는지? 더 참기를 원하는지 말입니다.”
새 법조가 멎어도 이미 생긴 빚과 파산은 없어지지 않았다. 기존 법조에 따른 징수는 휴일에도 사람을 놓아주지 않았다. 장우는 돈을 갚지 않아도 되고, 가산을 빼앗기지 않아도 되며, 죽고 싶은 사람이 억지로 살거나 살고 싶은 사람이 죽지 않아도 된다면 무엇을 원하겠느냐고 물었다. 법조가 동결되는 모습을 이미 본 소재인들은 오래전부터 자신들을 묶어온 법조도 멈출 수 있음을 깨달았다. 환호보다 먼저 침묵 속의 분노가 사조를 바꾸었다.
장우는 평가장 안에 작동하던 기존 법조까지 실제로 동결했다. 정신들이 집행할 근거가 사라지고 소재인들이 당장의 압박에서 풀려날수록 지지가 더 커졌다. 시험장 밖의 입법자들에게까지 이 일이 알려지면서 장우를 향한 적의도 커졌다. 태월백은 선제에게 모든 법조를 통제할 칼을 쥐여주는 일이라며 막으려 했고, 두 사람은 대출과 법보 저당까지 끌어다 파훼전을 이어갔다.
마지막에는 광척천과의 거래도 비용이 되었다. 장우는 앞으로 제공할 연산력을 더 길게 걸면서까지 승부를 밀어붙였다. 태월백의 조정이 잠시 늦어진 틈에 쌍휴와 남아 있던 광척천의 법조까지 동결되었다. 평가장에 작동하는 후보 법조는 장우의 것 하나만 남았다. 그가 감당한 장기 연산력 채무도 시험장 안에서는 잠시 멎었다.
특등 입법자가 받은 선택권
소선신은 평가를 조기 종료했다. 소재인의 기억은 지워지고 법조와 환경도 회수되어, 사람들은 다음 시험을 위한 상태로 돌아갔다. 종문이 복구하는 것은 시험 환경이었고 수강생들이 자발적으로 쏟아 넣은 비용까지 대신 갚아주지는 않았다. 소선신은 밖에서 장우를 노리는 사람이 많다며 당분간 평가장 안에 머물게 했다. 선제의 칼이 될 만한 배짱을 높이 사면서 외부 위협은 자신들이 막겠다고 약속했다.
최종 평가는 태월백 1등급, 열경홍 2등급, 제현과 광척천 4등급, 보영소 5등급, 창절환 6등급, 월청란 7등급이었다. 장우만 등급표 위의 특등을 받았다. 정식 등록을 마치면서 입법도군이 되었고, 천만 선폐의 보너스와 월 기본급 20만 선폐, 의료·비사·혼수 쿼터 등의 지원을 받았다. 다른 후보들이 소계를 배정받는 것과 달리 장우는 만법종이 지배하는 1층부터 16층 중 한 층 전체를 시범 지구로 고를 수 있었다.
그 선택에는 한 달이 주어졌다. 하계를 고르면 상층 법조와 충돌을 피할 수 있었지만 선제가 원하던 역할을 다하지 못할 수 있었다. 16층을 고르면 낡은 법조의 소유자들과 바로 맞서야 했다. 소선신은 준수할수록 반대하게 만드는 변이 기술을 연구하려 했고, 장우는 자신도 원리를 모르는 자연 변이라고 설명했다. 독고명은 일기탄환우를 초고위험 도종 감시 대상으로 등록했다. 이후에는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었으며, 시험장 밖으로 나오면 천 년 치 연산력 채무도 다시 살아났다.
법조가 공시되자 구일분장과 하계 인연들의 반응도 갈렸다. 앞서 조천행에게 사과하고 돈을 보냈던 왕윤은 이번에는 조 형이라 부르며 장우의 입법을 축하했다. 언천기는 돈을 주겠다는 정보 요구를 물리쳤다. 노고와 자극은 장우에게 자기 젊은 시절 같은 기개가 있다고 했다가, 정작 지금 무엇을 도울 수 있는지는 막막해했다. 혼수들은 월급을 올려주던 장우가 이제 다른 법조까지 동결할 수 있다는 소식에 기대했다.
같은 시기 하계 혼수 유입과 법계 건설을 위한 개방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화 등은 선제가 하계 자원을 내주는 대가로 상층 법조를 장악하려는 것은 아닌지 헤아렸다. 옥성한은 개량파 윗선에 큰 계획이 있으리라 믿었지만, 장우에게 전해진 실제 지원은 달랐다. 유가선인과 역현선인은 입법에는 찬성하면서도 먼저 나서 손해 볼 생각은 없었다. 장우는 도움을 제외한 모든 지지를 받는 처지가 되었다.
고향을 고르라는 사람들
백진진은 장우의 적들이 보영소까지 부추길 가능성을 걱정했다. 그녀는 법조 유효기간으로 선족의 구속을 풀면 보영소가 성선할 길도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영소는 아버지가 장우와 거리를 두라고 한 말까지 자기 성선을 막으려는 압박으로 받아들였다. 백진진의 설명을 전부 믿지는 않았지만, 장우를 보호할 이유로 삼기에는 충분했다. 장우가 실제로 선족의 성선을 바라고 법조를 만든 것은 아니었다.
방문객들은 서로 다른 인연을 앞세워 같은 층을 권했다. 옛 스승 성화와 상사 고청애가 찾아왔고, 4시간 근무의 입법자 사시안도 1층을 고르라고 했다. 사시안은 장우의 천 년 연산력 채무 가운데 한 달 이자를 대신 납부했다. 이체는 피하거나 막을 수 없는 필중 초식이라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장우는 앞으로의 이자까지 계속 내주겠다는 제안은 거절했지만, 이미 납부된 돈은 되돌릴 수 없었다.
압박은 상담실 밖에서도 이어졌다. 판권 사용 신청과 괴뢰 판매에 제동이 걸리고, 혼수의 출신 검사가 강화되었으며, 채권자들이 찾아왔다. 개량파도 실질적인 자원이나 무력을 내놓지 않은 채 1층을 권했다. 태월백은 좀 더 긴 이유를 댔다. 선제가 하수를 필요로 하지 않는 무용 계급의 시대가 오기 전에 시간을 벌어야 하며, 장우가 당장 상층 법조를 건드리면 그 종말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장우는 왕윤이 1층에서 벌인 파괴를 떠올렸다. 상층의 손해를 피하려고 고향 사람들에게 대가를 떠넘겨도 되는지 물었다. 태월백은 고향을 걱정하는 마음을 이해했지만, 이번에는 장우의 동료들이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 경고가 끝나기 무섭게 반금진이 사운상을 공격했다.
장우는 죽을 뻔한 사운상을 구해 병원으로 보냈다. 반금진은 살인 면허와 자기 배후를 믿고 장우를 압박했지만, 도겁에 오른 보영소가 끼어들어 그의 분신을 죽였다. 정신이 살인 면허로는 재산 손괴를 면책할 수 없다고 지적하자 보영소는 다른 면허들을 줄줄이 꺼냈다. 정신은 처음의 강경한 태도를 바꿔 조사와 보상 절차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본체가 아니라 분신을 잃은 반금진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보영소는 장우에게 왜 천하를 적으로 돌리는지 따졌다. 백진진과 미리 말을 맞추지 못한 장우는 복희의 도움을 받아 천재를 얽어매는 낡은 법조를 없애려 한다고 답했다. 보영소에게는 자기 성선을 위해 희생한다는 설명으로 들렸다. 그녀는 아직 화가 다 풀린 것은 아니라며 떠나다가 길에 있던 괴뢰 역사들을 들이받아 부쉈다. 그러면서도 빌려준 선사는 당분간 장우에게 두고, 시범 구역 문제는 아버지에게 물어보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뒤늦게 백진진의 설명을 들은 장우는 그녀가 만들어 둔 오해가 어디까지 번졌는지 알았다.
누구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인가
윤회 쪽 거시는 선제가 심향선도에 끌려가기만 하는 존재라는 설명을 부정했다. 만법선제는 성선 전에 스스로 심향선도를 끊었지만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고, 그보다 근본적인 성장 욕망을 다루는 도통을 찾아냈다는 것이었다. 장우는 아무도 믿지 못하는 선제와 달리 자신에게는 백진진과 옥성한, 누나와 스승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과 함께라면 선제와 같은 길을 밟지 않을 수 있다고 믿었다.
선택을 서두를 현실적인 이유도 생겼다. 금강종의 업형이 입법 과위로 법조를 통제하는 데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었다. 외종에서도 같은 수단을 만들면 만법종에 가해지던 압박은 풀릴 터였다. 윤회 쪽은 그 전에 장우가 결단하여 선제에게 가치를 보이고 새 심사 조직의 자리를 확보하기를 원했다. 이미 약속했던 사신 둘을 건네고 추가 보수도 약속하자 복희는 곧 적극적인 쪽으로 돌아섰다.
장편편은 층별 사정을 비교했다. 11층부터 14층은 생산 활동이 밀집해 있어 법조를 건드리면 산업 피해가 컸다. 15층과 16층에는 연허 수사들이 많았고, 특히 16층에는 오래된 입법자와 정리할 법조가 몰려 있었다. 장우의 능력을 가장 잘 쓸 수 있는 곳이면서 동시에 가장 위험한 곳이었다.
동료들의 신상이 퍼지고 협박과 사고의 위협이 이어졌다. 그래도 옥성한은 충분한 이익이 있다면 위험보다 모험할 기회가 없는 것이 더 무섭다며 장우를 지지했다. 조천행과 묵천일도 장우가 함께 버틴 사람을 잊지 않으리라 믿었다. 참선은 그들에게서 심향선도가 길러낸 탐욕과, 평범한 수사가 쉽게 내지 못할 용기를 함께 보았다.
반금진이 다시 연락해 대가를 하수에게 떠넘기면 장우의 손실을 줄여주겠다고 하자, 장우는 그의 뜻대로 이해한 것이 아니라고 답했다.
“내가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은…… 나와 적이 되는 길을 선택한다면, 너희 역시 똑같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거다.”
장우는 먼저 동료들을 선인동천으로 불러 원격근무 체제로 옮겼다. 안전을 확인한 뒤에야 사신들과 상소문을 고쳤다. 고종 분신에게는 선제 찬양에 진정성이 없다고 했고, 복희에게는 전망을 현실적으로 쓰라고 했으며, 참선에게는 천하를 적으로 돌려도 해내겠다는 결의를 요구했다. 이번에는 선제의 윤허가 빠르게 돌아왔다. 장우는 풍정정과 야성리의 방송을 통해 16층을 시범 지구로 삼고, 4시간 근무와 유료 야근을 먼저 동결하겠다고 발표했다.
백진진은 동천으로 피신하지 않았다. 천검문 진전과 윗선의 보호가 있었고, 자신의 몸 위에 놓인 동천의 다리도 믿었다. 필요하면 장우와 영근을 합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장우가 만드는 큰 뉴스의 이익을 남에게만 주기 싫어 문무애에게 경악검을 배우러 갔다.
아버지를 부르는 입법자들
16층 선언 직후 반금진과 사시안 측은 경제 혼란과 막대한 손실을 경고했다. 장우의 채무와 협력 관계까지 공격하면서 자금줄을 끊으려 했다. 옥성한은 댓글전을 조직했고, 야성리는 부계정을 동원했으며, 조천행과 혼수들은 법조의 피해를 알렸다. 시회옥은 공매도에 나섰다. 자극은 비방을 신고하고 지인들을 독려했으며, 노고는 자기 육신과 법해까지 담보로 잡힐 대출을 알아보았다. 보영소는 아버지에게 상대 계정을 정지시켜 달라고 부탁했다가 거절당했다.
장우는 자기 월급으로 감당할 수 있다고 사람들을 안심시켰지만, 실제 재무는 그 말처럼 여유롭지 않았다. 면세증 협력이 성사되기를 기다리며 자산을 팔아야 했고, 혼수들도 일자리를 옮겼다. 그때 금강종의 입법 과위가 공개되었다. 외종은 같은 개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대파의 주장이 무너지면서 여론이 흔들렸다.
만법선제는 하계 개방과 16층 시범 지구, 단계별 시행을 함께 내놓았다. 일부 연허 법조는 이듬해부터 적용하고, 도겁 법조는 20년 뒤, 비승 법조는 50년 뒤로 나눴다. 모든 입법자가 한꺼번에 손해를 보지 않도록 층과 시간을 갈라놓자 반대 연합도 갈라졌다. 새로 설치될 심사 조직에는 자리가 생겼고, 파벌들은 개혁 저지보다 그 자리를 차지하는 데 관심을 돌렸다. 고종 분신은 장우의 성장을 배려한 일정이라고 했고, 복희는 선제가 장우를 억누를 시간까지 마련했다고 보았다.
반금진과 사시안은 끝까지 버티겠다고 서로 다짐했다. 그러나 반금진은 곧 병원에서 몸을 회복한 사운상 앞에 무릎을 꿇었다. 대학 시절 피와 살을 팔던 사운상은 자신을 하찮게 여기던 상수가 눈앞에 엎드린 광경을 바라보았다. 장우가 투영을 내리자 반금진은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아버지라고 불렀다. 반대편 영계 시야에서는 사시안이 오체투지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부디 이 손주를 살려주십시오.”
장우가 양쪽의 시야를 공유하자 두 사람은 서로 몰래 항복하러 온 사실을 알아차렸다. 먼저 상대의 법조를 동결해 달라고 서로를 팔아넘기고, 돈을 보내며 매달리다가 다시 함께 살아남을 길을 의논했다. 장우는 입금을 신고하고 거절했지만 속으로는 돈이 아까웠다. 선제와 상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함부로 받을 수는 없었다. 다만 법조를 연구하고 진영역으로 덮는 데 시간이 필요한 만큼, 동결 순서와 준비 과정에서 협조할 여지는 남겼다.
동료들이 동천에서 돌아온 뒤 판권 절차와 고객 계약이 다시 진행되었고, 신상을 유포한 자들도 붙잡혔다. 장우는 혼수들의 급여를 올릴 계획을 세웠다. 보신은 이를 법조를 지지할 기반에 돈을 투자하는 일로 읽었다. 하계에서 들어온 영심의 가족들은 혼수가 되어 종문에서 재회했다. 전문대 출신이라도 종문으로 들어갈 길이 열린다는 소문에 인기가 높아졌고, 명문대 수재들마저 죽어서 상계에 올라와 말단 일자리를 다투었다.
윤회 쪽은 약속했던 추가 사신 둘도 지급했다. 이를 받아들인 복희는 위격을 높이기 위해 잠들었다.
만법신검과 백억 비검
승선전은 소선신을 회장으로 하는 법조심사위원회를 설치했다. 위원들이 심사 결과를 표결하고 선제에게 최종 거부권을 남기는 구조였다. 장우는 6급을 유지한 채 실효심사부장에 임명되었고 명산부장도 겸임했다. 현장에서 법조의 실제 효과를 조사하고 보고하는 임무였으며, 혼자 최종 존폐를 판정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초특급 대우와 16층 동천, 선패와 비사, 연허 혼수 열 자리의 자격을 받았고 만법신검이라는 존호도 하사받았다.
함께 내려온 백억 비검은 한 번 휘두르면 표적에게서 백억 선폐의 자산을 징수하는 검이었다. 부족한 몫은 빚이 되어 환생 뒤까지 따라갔다. 선제의 인장은 한 번 사용하면 소진되었고, 잘못 쓰면 장우도 책임을 져야 했다. 보연귀는 실제로 베는 것보다 쓰지 않은 검으로 위협하는 편이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장우가 검을 등록하고 소운학을 조준하자 계좌와 자산이 묶일 수 있다는 경고가 상대에게 전해졌다. 자신을 살피던 제현에게도 검의 감지가 닿았다. 제현은 급히 만법신검의 취임을 축하했다. 막강한 비검을 얻은 뒤에도 참선은 너무 자주 겨누면 사람들이 위협에 익숙해진다고 조언했다.
장우는 옥성한에게 향후 명산부와 혼수 회사의 일을 이어받도록 추천하겠다고 말했다. 5급 승진과 연허로 나아갈 길도 함께 준비할 계획이었다. 새로 확보한 비사 가운데 열공비사는 조천행에게 맡겨 현실의 몸으로 쓰게 했다. 원영에 오른 조천행을 비롯해 묵천일·차우비·호운도와 영씨 조상들에게도 연허 쿼터를 배정하며 다음 성장을 준비했다.
장우 자신에게는 먼저 빚을 처리하고 법조를 정리한 뒤 직급과 도겁 경지를 올려 비승 심사에 나아가는 길이 남았다. 태월백도 21년 뒤 심사를 바라보며 성선을 앞당길 방법을 찾았다. 그러나 장우의 법조가 비승 입법자들에게 적용되는 시점은 50년 뒤였고, 선족의 성선을 막는 법조도 마지막 시행 대상에 있었다. 보영소가 기대하는 제한 해제는 아직 오지 않았다.
보영소는 여전히 장우가 자기 성선을 위해 애쓴다고 믿었다. 아버지에게 받은 돈으로 선물하고, 장우에게 200만 선폐를 보내며 공법을 가르쳤다. 백진진은 피하기보다 곁에서 이 광경을 보겠다고 했다. 장우에게는 보영소에게서 얻을 것이 많으니 참으라고 전하면서, 자신은 극락·극정·비통·경악의 네 검의를 연결했다. 나중에 백진진이 보고 있음을 알아차린 보영소가 더 과시할수록 백진진의 검의도 자극되었다. 그 무렵 우서의 심한법맥이 새 단계에 이르렀다.
죽이라는 의뢰를 받고 구하러 가다
제약회사에 있던 악목람은 화신에 이르렀지만, 월청란이 약속했던 외부 연락은 계속 막혀 있었다. 새 책임자 염자자도 장우에게 그녀의 근황을 제대로 전하지 않았다. 악목람에게는 장우가 아직 화신 수사로 남아 있었다. 그녀는 장우를 걱정시켰다는 생각에 자신은 잘 지내니 찾아오지 말라는 메시지를 준비했으나, 연구소는 그 메시지조차 실제로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심한법맥 5레벨의 변화는 혼수의 사념까지 동결해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장우는 자기 몸에서 나타난 효과를 확인하고 악목람이 위험해졌음을 알았다. 혼수의 수명을 늘리는 능력이 널리 쓰이면 윤회와 수명 연장 사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었다. 장우가 공법 지도를 받다 말고 친구를 구하러 가겠다고 하자 보영소는 불쾌해했다. 백진진이 다시 말을 고쳐주었다. 장우의 사람을 건드려 그의 일을 방해하는 것은 결국 보영소의 선로를 해치는 일이라고 설명하자, 보영소가 악목람의 소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때 윤회그룹에서도 연락이 왔다. 장우를 천마종 7급 종무원과 천마 태자 후보로 발탁했다며, 관련 대우는 천마종으로 돌아오면 지급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악목람을 죽여달라고 요구했다. 혼수로 남기지 않는 완전한 죽음이어야 했다. 장우는 그녀를 구하러 갔다가 비사 사고가 나는 식으로 위장할 방법과 내부 협조자의 암구호까지 들었다. 의뢰를 거절하면 다른 살인자를 보낼 수 있었다. 그는 마음이 아픈 일을 시키려면 값을 더 쳐달라며 받아들이는 척했고, 보수를 두 배로 올려 절반에 해당하는 사신 둘을 선금으로 받았다.
장우의 목적은 구출이었다. 우선 악목람을 살린 뒤 그 능력이 대규모로 퍼지지 않도록 협상할 길을 찾으려 했다. 마침 보영소가 보내온 주소가 윤회 쪽에서 받은 위치와 같았다. 이제 윤회와의 내통을 드러내지 않고도 찾아갈 공개적인 출처가 생겼다. 그는 16층의 형생동천으로 향했다.
16층은 선기 농도가 높고 사고와 서비스의 효율도 하계보다 좋았다. 겉으로 보이는 공용 면적만 보면 상층이 좁아 보였지만, 수많은 사유 소계를 합치면 실상은 달랐다. 장우는 아래에서 올려다보던 곤허와 다른 공간의 크기를 체감하며 연구소에 도착했다.
악목람이 홀로그램으로 나타났다. 신원 인증은 본인임을 확인해 주었지만, 그녀에게 전달되는 장우의 정보는 걸러지고 있었다. 이미 연허에 올라 입법도군과 실효심사부장이 된 사실을 모르는 악목람은 그를 지키려고 차갑게 돌아가라고 했다. 장우는 육신을 직접 만나야 한다고 요구하고, 연구소가 보내온 돈도 돌려보냈다. 자신이 종문으로 데려온 사람인 만큼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보신은 그 태도를 도종을 가진 인재를 놓치지 않으려는 욕심으로 해석했다.
악목람이 중요한 연구 중이라 면회할 수 없다는 답이 반복되자, 장우는 형생동천을 법조 시범 사업의 출발점으로 검토하겠다며 시찰을 요구했다. 염자자와 월청란은 안전 점검을 핑계로 입구를 닫고 그녀를 숨기려 했다. 장우가 선패를 단 비사로 접근하면 종문 소유의 문은 열려야 했지만, 염자자가 힘으로 다시 닫아버렸다.
가장 부유한 한 사람을 겨눈 검
보영소가 고급 법계 화신으로 강림해 문을 부수고 염자자를 걷어찼다. 그녀가 가진 면책과 선족의 신분 때문에 정신의 집행도 보영소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그러나 비승 수사 억약생과 다른 상수들이 나타나자 보영소의 힘만으로 밀어붙이기는 어려웠다. 연구소 측은 건물과 자산을 옮긴다는 명분으로 악목람도 빼돌리려 했다. 보영소가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동안 장우는 백억 비검을 뽑았다.
“내! 앞을! 막는 자는! 가난해지리라!”
처음에는 모두가 물러났지만 억약생은 곧 백억을 나누어 부담할 수 있다고 사람들을 달랬다. 장우는 표적을 그 한 사람으로 좁혔다. 인원이나 물건이 빠져나가거나 명단에서 누락된 사람이 생기면 억약생을 베겠다고 했다. 다른 이들과 손실을 나누려던 억약생에게 백억 징수가 먼저 떨어질 상황이 되었다. 그의 재산은 백억 선폐의 현금으로 쌓여 있는 것이 아니었고, 급히 자산을 처분하면 회사와 금융에도 큰 충격이 생겼다. 억약생은 장우가 실제로 검을 쓸지 계산하다가, 현장에서 가장 귀한 몸은 자기라며 모두 움직이지 말라고 명령했다. 염자자는 장우가 거듭 압력에 맞서 살아남았던 과거를 떠올렸다. 그런 사람이 쥐었기에 누구도 검을 쓰지 못할 것이라 장담할 수 없었다.
장우는 검을 발사하지 않은 채 이송을 막았다. 억약생이 개인 소지품은 가져가도 되지 않느냐고 압박하자 장우 뒤로 열경홍·반금진·사시안의 투영이 나타났다. 열경홍은 법계 의무를 들어 미접속자를 찾았고, 반금진과 사시안은 야근과 근로 시간 데이터를 요구했다. 억약생이 배후의 제약업계를 내세워 경고하자 반금진과 사시안이 주춤했다. 그때 보연귀·독고명·소선신·법류원의 네 비승 수사가 도착했다. 장우가 직접 요청한 사람은 법류원뿐이어서 그도 예상보다 큰 지원에 놀랐다.
소선신이 개혁을 위한 시찰을 지지하자 반금진과 사시안도 적극적으로 근무 기록을 살피기 시작했다. 억약생은 회사가 투자했고 악목람 스스로 계약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정신은 계약이 위법하다며 찢어버렸다. 해석권을 쥔 쪽이 바뀐 상황에서 억약생도 더는 버티지 않았다. 실물로 나온 악목람은 장우의 직함과 그를 돕는 사람들을 보고서야 달라진 사정을 알았다. 장우는 그녀의 손을 잡고 돌아가서 천천히 이야기하자고 했다.
사건은 곧 뉴스가 되었지만, 사람들은 장우가 하계 친구 한 명을 구하려고 비검을 들었다는 설명을 좀처럼 믿지 않았다. 법제 개혁을 앞세워 제약회사의 이익을 차지하려는 일로 보았다. 윤회 쪽의 거시는 만법선제 역시 생원과 윤회의 충돌을 당장 터뜨리기보다 악목람을 협상패로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윤회금이 확대되면 오래 사는 혼수가 더 많은 돈을 납입하게 되어, 생원과 윤회가 오히려 서로 이익을 키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구출 뒤의 한 시간
돌아오는 비사에서 악목람은 장우가 한 해 사이 입법까지 해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은 아직 화신인데 그는 종문을 움직이는 인물이 되어 있었다. 멀어진 듯하던 느낌은 자신을 걱정하는 눈빛을 보고 누그러졌다. 그녀는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온 장우에게서 왕윤에 맞서 홀로 일어섰던 고등학교 시절의 소년을 떠올렸다. 지위와 경지가 달라졌어도 자기 앞의 장우는 여전히 그때의 장우였다.
곧 천찰전으로 전출하라는 명령이 도착했다. 부임까지 남은 시간은 한 시간이었다. 연구소를 나왔다고 자유로워진 것이 아니라 선제의 통제 아래로 옮겨지는 길이었다. 독고명이 사람을 보내 데려오겠다고 하자 장우는 자신이 보내겠다고 답하고, 그 전에 악목람을 자기 동천으로 데려갔다.
장우는 심한법맥이 기업들의 흥망과 도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앞으로 성장할수록 더 위험한 상대를 만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악목람은 자신이 대학원과 종문에 들어온 것부터 장우가 자질을 끌어올려준 덕분임을 알고 있었다. 장우가 다시 체질을 바꿀 방법을 제안하자 그녀는 곧바로 해달라고 했다.
“난 두렵지 않아.” “나는 선도의 정점에 오르고 싶어.” “그리고 나도…… 너를 돕고 싶어.”
장우는 이미 백 층을 넘긴 화신도체를 그녀에게 부여했다. 몸이 뜨거워지고 떨리자 장우가 중단을 생각했지만, 악목람은 적응할 수 있다며 거두지 말라고 했다. 마침내 몸이 안정을 되찾았고, 장우는 이어 수련할 공법들도 건넸다. 보신은 그 과정을 보고 필요할 때 거둘 수 있는 힘으로 특별한 인재를 통제하는 수법이라고 여겼지만, 악목람은 자신이 알던 장우가 돌아온 듯 느꼈다.
장우는 그녀를 천찰전으로 데려다주었다. 바깥의 뉴스는 대부분 장우의 권세와 행보만 다뤘지만, 악목람은 그가 자신을 위해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남은 길은 혼자 걸어 들어갔다. 며칠 뒤 우서의 업그레이드가 끝나 새 페이지인 도종보 2가 열렸다.
고 선생의 첫 도종
도종보 2는 해마다 하나의 새 도종을 타인에게 심을 수 있게 했다. 어떤 도종이 될지는 받는 사람의 능력과 마음, 시대의 조건에 따라 달랐고, 한번 부여하면 거두거나 바꿀 수 없었다. 장우 자신에게는 심을 수 없었다. 기존 도종이 있는 사람에게 하나 더 주는 것도 가능했지만, 장우는 도종이 없는 고 선생을 떠올렸다.
노고는 늙은 자신은 문이나 지키면 된다며 좋은 것은 장우가 쓰라고 양보했다. 장우가 자신에게는 쓸 수 없고 다른 사람들은 이미 도종을 지녔다고 설명하자, 그제야 자기만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받아들였다. 노고에게 생긴 것은 건조세계였다. 설계도를 읽고 진법을 익히며 공간을 짓는 그의 능력에 맞는 도종이었다. 장우가 연기급 진법 도면 열 장을 익히도록 돕자 복제 조건이 채워져, 건조세계는 장우의 우서에도 들어왔다. 노고가 더 높은 단계의 도면을 배우면서 도종이 성장했고, 성장한 도종은 다시 진법을 배우고 설치하는 일을 도왔다.
새 도종이 생긴 노고에게도 법규가 열렸다. 장우는 그 자리에 화신도체를 넣어주고, 배움의 재미를 되찾은 노고에게 보충 수업도 권했다. 도종은 반가워도 그 나이에 학원에 가기는 싫었다. 노고가 혼자 공부하겠다고 버티자 자극이 끼어들었다. 아직 젊은 사람이 공부는 안 하고 천살·토력산과 어울려 놀 생각만 하느냐는 꾸중이었다. 노고는 다시 학생처럼 수업을 받아야 했다.
재정에도 숨통이 트였다. 면세증 협력 상대인 계령통은 천 년 연산력 채무 전부를 부담하고, 향후 1년 동안 매달 10만 선폐의 배당을 주기로 계약했다. 연허 돌파를 위해 받은 대출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 빚은 별도로 남아 있었지만 상환 유예가 5년이어서 당장의 수련과 사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9월 무렵 노고의 건조세계는 5레벨에 이르렀다. 새로 얻은 불법 건축 공간(違章空間)은 공용 공간을 떼어 사유 동천에 편입하는 불법 건축의 능력이었다. 구일분장은 좁고 관리가 촘촘해 시험하기 어려웠다. 장우와 노고는 11층 중극천의 공용 공간으로 나갔다. 장우가 같은 유형의 도종을 전환하는 동안에는 자기 동천과의 연결도 잠시 끊어야 했다.
공간을 감지해 보니 자기들만 몰래 면적을 늘리려는 것이 아니었다. 상층의 수많은 사유 동천이 공용 공간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참선은 영신천이 떠난 뒤 이를 막던 힘도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장우는 이런 식으로 공용 공간이 줄어들면 아래의 수사들은 결국 상수의 사유 공간을 빌려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고는 우선 1세제곱센티미터를 떼어 장우의 동천에 넣는 데 성공했다. 고종 분신이 선제를 위한 일이니 상수들의 절도와 다르다고 하자 참선은 같은 도둑질이라고 짚었다. 장우는 차라리 상수들이 불법으로 늘린 공간을 훔치면 신고도 못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개혁의 보상으로 걸린 또 다른 우서
악목람은 천찰전에서 할 일이 거의 없고 수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허 증서는 이미 안배되어 있었지만, 아직 신광십변을 마치고 돌파해야 했다. 장우는 소선신에게 자극과 고숭광 등을 새 부서로 차출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내년 임무를 논의했다.
소선신은 명단에 오른 법조들을 동결하고 실효 심사를 무리 없이 진행하면 7급 승진과 도겁 증서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종문의 경제에 큰 손실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단계를 밟아야 했다. 법조를 무사히 동결하면 두 사람을 새 입법에 참여하도록 추천할 수도 있었고, 성과가 특히 좋으면 《서》 한 권까지 보상으로 받을 수 있었다. 소선신은 여러 《서》 가운데 우·화·비·승의 네 권이 특히 뛰어나며, 만법종에는 그중 우서 한 권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우는 자기 우서를 떠보는 말인가 싶어 놀랐지만, 소선신은 그 소유자가 법류원이라고 밝혔다. 영신천이 가져와 법류원에게 전했다는 설명에 장우는 두 우서가 무슨 관계인지, 과거 도건곤이 자기 재능을 보았을 때 우서를 알아차렸던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소선신은 일을 잘 처리하면 법류원의 우서가 장우의 것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도움을 준 은인의 우서를 보상으로 받으려면 법류원과 개량파의 이익에 맞서는 상황도 감수해야 했다. 참선은 그 위험을 알면서도 우서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우는 임무를 받아들였다.
운태진이 이듬해 돌아온다는 소식까지 듣자 장우의 부담은 더 커졌다. 그는 내년 임무를 준비하며 수련과 법보·설비 강화를 이어갔다. 노고는 실제로 동천을 수백 평 늘리고 영기 회로와 생산 설비를 손봤다. 비용 절감과 생산 증가를 합하면 한 달에 12만 선폐가 더 남았다. 장우는 그 성과를 보고 노고의 보충 수업을 더 챙기기로 했다.
정식 현장 점검의 첫 무대는 사시안의 사시소계였다. 이곳은 오래도록 야근 없는 모범 사업장으로 불렸지만, 그 비결에는 야근을 하던 사람을 죽이고 가족에게까지 벌금을 물린 일이 있었다. 4시간 안에 일을 끝내지 못하면 직원을 내보내고 임금을 주지 않는 외주와 새 인력으로 대체했으며, 야근을 하면 비용을 징수했다. 장우는 쌍휴까지 들어오면 4시간 체제로 업무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현지 시험 구역에서 8시간 근무를 해보고 데이터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반금진과 사시안은 벌금 수입을 걱정하다가 늘어난 시간에 맞춰 업무량도 늘릴 생각을 했다.
보영소는 그 소식을 듣고 장우를 붙잡았다. 8시간 근무를 시켰으면 자신과도 8시간 함께 있어야 한다는 요구였다. 장우는 4시간 근무가 아주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옥성한은 새로 사람을 뽑을 조건을 촘촘히 정했다. 만법대학 토목 출신과 경시대회·백억 보천 경험, 태허운장 근무 경력, 만 영폐가 넘는 빚과 명산부 하청 이력까지 맞추자 지원할 수 있는 사람이 사실상 정해졌다. 인연만 보고 편애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내세운 채, 12월에는 소청현·사운상·묵상신·공수신 네 사람이 종무원이 되었다. 상조회 채팅방에는 감사 인사가 쏟아졌다. 묵상신은 토목이 망해 연기로 옮겼더니 다시 토목 밑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속으로 한숨을 쉬었고, 사운상은 요예라 차별받아도 더 올라가겠다고 다짐했다.
천성공은 예전에는 친구 목록에도 없던 만법대학 토목 출신들이 종문에 들어와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자기 선택을 후회했다. 만법종에 갔거나 장우와 내기를 하지 않았다면 달라졌을지 생각하던 순간, 원클릭 가속이 들어와 잡념이 사라지고 다시 업무에 몰두했다. 옥성한도 예전에는 귀찮기만 했던 단체 감사 인사를 이제는 잘 길렀다는 증거로 받아들였다. 현과까지 장우의 지원 아래 원영에 오른 것을 보며, 기술보다 자격증이 사람들의 성장을 막아왔다는 생각을 잠시 떠올렸다가 다시 일로 돌아갔다.
수명을 태우는 힘과 남겨둔 시신
현과가 원영에 이르자 염양법맥은 4레벨로 올랐다. 장우가 시험 운용하니 육체 강도가 연허의 상한을 넘었고, 《곤붕탄천결》의 초한계 상태까지 겹치자 도겁 수준인 63레벨 안팎에 도달했다. 그 대신 수명이 극도로 빠르게 타들어갔다. 장우는 이 힘으로 버는 이익이 소모한 수명 값을 메워야 한다며 평소에는 거두었다. 임시 법보의 성능을 짧은 시간 끌어올려 빌려주는 상품도 생각했고, 상대 몸에 법력을 주입하면 수명을 깎는 공격으로 쓸 수 있음도 확인했다.
이후 심한법맥으로 바꾸어 수명 소모를 늦추면서 염양법맥의 손실을 메울 가능성을 시험했다. 짧게 염양법맥을 쓴 뒤 훨씬 오래 심한법맥을 유지해야 수명을 아낄 수 있었다. 참선은 앞으로 상수와 맞설 때 이런 무력이 협상에도 필요하다며, 현과에게는 새 능력을 가능한 한 감추라고 당부했다.
장우는 시찰을 계속하다 광척천의 만금현계에도 들렀다. 도박과 대출, 법계 서비스를 돌리는 연산 풀이 소계를 채우고 있었다. 광척천은 4시간 근무와 유료 야근이 동결되면 수사들이 근로 시간을 더 많이 걸고 도박할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했다. 장우는 법조 둘을 없애는 일이 다른 법조의 도박을 키울 수 있음을 깨달았다.
만금현계 중심에서는 선인동천을 끌어당기는 감응도 느껴졌다. 여러 차례 시찰하며 좁혀온 선인 시신의 위치가 그곳이었다. 영신천이 남긴 시신을 해방하면 선인후예가 다시 성장할 수 있으리라 직감했지만, 중심부는 최고 규격의 연산 풀과 기밀 데이터가 있는 곳이었다. 장우는 당장 들어갈 수 없어 위치만 기억해 두었다.
백진진의 검술 진전 판권도 통과했다. 그녀는 장우를 따라잡지 못하면 언젠가 얼굴을 보러 가는 데도 무릎을 꿇어야 할지 모른다고 생각해 재능을 조금 드러냈다. 신비인이 윗선에 데려가겠다고 하자 더 나은 가르침을 기대했지만, 돌아온 것은 상수가 공짜로 가르쳐주겠느냐는 웃음이었다. 목적은 투자 유치였다. 장우와 친한 하계 출신 천재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세우고, 군용 검술을 진전과 전략급으로 끌어올리는 여검신이라 홍보할 계획이었다. 백진진은 상장을 위한 문구가 허위 광고처럼 들렸지만, 자신이 전부 사실로 만들겠다고 마음먹었다.
시범 시행 전날의 쌍수 점검
12월 말, 16층의 원내동천에는 실효심사부 사무실이 마련되고 있었다. 자극은 설비의 성능과 보안을 점검했고 노고는 영기·법력 회로와 영계·법계 연결을 손봤다. 다음 날인 1월 1일, 장우는 사시소계에서 법조 시범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소선신은 천하가 지켜보니 증거와 절차를 갖추고 합법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그때 조천행이 구일분장의 명산부에 쌍수지원과가 들이닥쳤다고 보고했다. 7급 종무원이자 도겁현군인 주연이 직접 수사들을 데려왔다. 그는 명산부가 오랫동안 쌍수 의무를 누락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횟수가 부족한 사람들을 끌고 가려 했다. 북무봉이 수익에 지장을 주면 책임질 수 있느냐고 맞섰고, 옥성한도 화신의 힘으로 버텼지만 도겁의 위압을 막기에는 부족했다. 장우가 동천의 힘으로 사람들을 붙들어두고 현장에 나타났다.
주연은 천요종에서 영입된 요괴 인재이자 요예 인권의 입법자였다. 자신의 법조도 20년 뒤 동결 대상에 오를 인물이 시범 운영 하루 전 장우를 조사하러 온 것이었다. 장우는 명산부가 모범 쌍수 표창까지 받은 부서라며 오해를 풀자고 했지만, 주연은 장우 자신도 신고 대상이라고 답했다. 운태진이 개발한 새 검증기로 지난 5년의 쌍수 흔적을 확인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소선신은 실제 의무를 다했는지 물으면서 강압적으로 맞서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비검으로 적법한 조사에 대항하면 앞으로의 법제 개혁을 공격할 구실이 생겼다. 그렇다고 끌려가면 다음 날 일정이 무너졌다. 주연도 백억 비검은 두려워했지만, 가진 돈을 소진하고 대출까지 한도껏 끌어다 쓴 채 파산을 각오하고 왔다. 조천행은 그가 가난을 무릅쓰고 간언하는 궁간을 하러 온 셈이라고 전했다.
장우가 침묵하는 사이 옥성한이 앞으로 나섰다. 부서의 쌍수 업무와 장우의 외주를 자신이 관리했으니 책임도 자신이 지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귀안양견의 어깨로 명산부 전체의 의무를 짊어지겠다며 버텼고, 사신의 힘을 빌려 장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동안 네가 내 앞을 막아서며 온갖 풍파를 대신 맞아 주었으니, 이번엔 마땅히 내가 너를 위해 막아줄 차례가 되었다.”
사운상과 묵상신, 공수신, 토력산도 옥성한 곁으로 나섰다. 장우와 옥성한의 외주를 자신들이 받았다며 함께 조사받겠다고 했다. 야성리와 언천기까지 나서려 하자 옥성한은 연기 인력은 몸값이 비싸니 남으라고 말렸다. 영심에게도 재무는 빠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시회옥은 오장육부를 담보로 잡혀 몸을 무리하게 쓸 수 없다며 대신 돈을 보냈다. 돌아오면 몸조리를 하라는 돈이었다. 시회옥은 방금 도박에서 딴 선폐가 아까워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동료들은 선폐를 내놓는 데도 직접 총알받이로 나서는 일 못지않은 기백이 필요하다며 감동했다.
복희는 부하들이 전부 책임지게 두는 것이 남는 장사라고 했고, 참선은 평범한 수사라면 나서지 않을 순간에 나선 이들이 어느새 장우 쪽에 동화되었다고 보았다. 복희는 그만큼 이익을 챙겨줬으니 장우를 지키는 편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뿐이라고 맞받았다. 주연은 하급 수사들이 장우의 몫까지 감당할 수 있겠느냐며 모두 붙잡으라고 명령했다.
장우가 잠깐 기다리라고 한 순간 악목람의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자신과 장우가 명산부의 쌍수 의무를 전부 마쳤다는 주장이었다. 주연은 천찰전 기밀 요원인 그녀의 상세 정보를 열람할 수 없었다. 이어 검광이 내려오면서 백진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와 장우가 이미 명산부의 향후 10년 치 할당량을 모조리 끝내놨다. 조사하고 싶거든 천검종(天劍宗)에 신청서나 제출해라.”
주연이 출처를 확인하려는 사이 벌금 고지서가 연달아 날아왔다. 이번에는 보영소가 자신과 장우의 쌍수 기록까지 조사할 셈이냐고 물었다. 세 사람이 한꺼번에 관계를 주장하자 장우도 경악했다. 그가 부른 사람은 악목람 한 명뿐이었다.
‘난 분명 한 명만 불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