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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이 무슨 수선을 해?/줄거리/3부 종문편/구일분장과 명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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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1–870장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물의 경지·소속·생사와 사건의 결말이 직접 서술됩니다.

전체 줄거리

구일분장 부임

부임 전에 거둔 유산

장우는 4급 종무원으로 승진하면서 구일분장 유신부의 부부장으로 발령받았다. 혼수를 구매하는 자리도 아닌 유지보수 담당이었다. 어법각의 공법 심사 업무에 비해 권한과 부수입이 줄어드는 데다, 부임지는 선인들의 싸움으로 절반 이상이 뒤틀린 공간에 갇혀 있었다. 동료들은 명목만 승진인 좌천이라고 여겼고, 보영소가 나타나 인사를 뒤집어 주지도 않자 장우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장우는 이번 승진으로 화신증을 얻는 것만으로도 이득이라고 보았다. 부임하면 다른 일보다 화신 돌파에 먼저 매진할 생각이었다. 구일분장의 미경에 영신천이 무언가를 숨겨 두었을 가능성도 마음에 걸렸다.

떠나기 전, 장우는 참선의 안내로 14층에 남은 복선천의 유산을 찾아갔다. 만법종의 업무 구역에서 떨어진 독립 공간 안에는 눈과 사지 등이 훼손된 시신 한 구가 있었다. 참선도 그 정체까지는 알지 못했지만, 장우의 선인후예는 시신에 반응했다. 장우가 시신을 자신의 공간으로 거두자 참선과 복희도 함께 과거의 기억몽경에 들어갔다.

꿈의 주인은 만법종의 능풍이었다. 장우 일행은 꿈속에서 본 모습과 뒤이어 나타난 영신천의 글을 비교하면서, 꿈이 죽은 이의 삶을 그대로 재현한 기록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영신천은 전승을 이을 사람에게 정도의 뜻을 잇고 정과 마가 양립할 수 없음을 기억하라고 당부했다. 시신이 흩어지고 그 안에 감춰졌던 동천의 힘이 합쳐진 뒤에야 선인후예가 2급으로 올라갔고, 장우의 공간에는 의식이 머물 수 있게 되었다.

능풍의 진령은 잠시 조혼동천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승이 끝나면 자신은 무너져 다시 환생하지 못하지만, 그것은 스스로 원한 일이었다. 그는 장우에게 무모하게 선제에게 달려들지 말고 몸을 보존하다가, 필요한 순간에 착취하는 자들을 베라고 부탁했다. 진령이 사라진 뒤 장우는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영신천이 남긴 다른 시신과 동천을 찾으려면, 이제 부임할 구일분장의 미경을 조사해야 했다. 능풍의 몽경에서 시작된 다섯 꿈의 이야기와 정마대전의 역사는 기억몽경에서 이어진다.

선패가 달린 선사와 화신지

며칠 뒤 장우는 배웅하는 사람 없이 언천기와 어법각을 떠났다. 11층 공간 정거장을 거쳐 도착한 구일분장에는 시신과 혼수, 인체에서 뽑아낸 재료를 사고파는 시장이 펼쳐져 있었다. 짙은 음기는 혼수에게 알맞았지만 살아 있는 육신에는 가혹했다. 몸을 따뜻하게 하려고 양기를 내뿜으면 오염 경고가 날아왔고, 육신을 따로 보관하거나 벽양복을 입어야 했다. 법계도 연결되지 않았다.

유신부 부장 진천은 출장을 핑계로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는 장우를 이곳에 묶어 두겠다고 윗선에 보고한 뒤 숨어 있었고, 수하에게도 장우를 불편하게 만들도록 지시했다. 정택은 육신 보관 설비가 고장 났다며 벽양복만 내주었다. 자정의 귀문이 열려 한기가 더 심해지자 언천기는 갈수록 버티기 어려워했다.

그때 보영소가 보낸 선사가 두 사람을 빨아들였다. 언천기는 선사를 쳐다봤다는 이유로 치여 죽는 줄 알고, 죽은 뒤 자기 시신의 상품 가치와 배상금부터 걱정했다. 그러나 선사 안에서 기다린 것은 보영소의 투영이었다. 보영소는 장우에게 선패가 붙은 청명열공선사를 빌려주고,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등록해 주었다. 앞서 장우를 데려오겠다고 큰소리쳤다가 인사가 뜻대로 되지 않자, 그가 실망해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않도록 붙들어 두려는 선물이었다.

장우는 복희의 조언대로 감격한 모습을 보였지만, 속으로는 난감했다. 이 선사를 몰고 다니면 어디서든 시선을 끌어 미경을 몰래 조사하기 어려워질 터였다. 시운전만으로 거의 천 선폐의 청구서가 날아오자 운행비도 부담스러웠다. 보영소는 그 비용을 대신 내고, 앞으로도 말을 잘 들으면 매달 내주겠다고 약속했다. 장우는 언천기에게 선사를 빌린 사실을 비밀로 하게 하고, 꼭 필요할 때만 쓰기로 했다. 진천은 여전히 그가 보영소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다.

장우는 화신 돌파를 위해 30만 선폐를 들여 화신지를 만들었다. 자신의 원영을 원신으로 제련하는 길은 맞춤 원신을 사서 갈아 끼우는 것보다 오래 걸리고 비쌌지만, 높은 기초를 살릴 수 있었다. 근본 공법을 비밀리에 바꾸려는 사정도 있었다. 진천은 개인 수련에 드는 법력을 경비로 처리해 주지 않았다. 장우는 이미 빚이 있는 상태에서, 손에 쥔 돈을 쓰고 나면 추가 대출까지 받아야 할 것으로 계산했다.

장우가 숙소에서 수련하는 동안 네 혼수 유지보수조의 업무는 언천기가 맡았다. 진천은 도박빚에 쫓기는 부부장 강심의를 시켜 장우 쪽 혼수들에게 필요한 음기를 빼앗게 했다. 강심의는 자기 혼수를 기른다는 명목으로 기운을 빨아들이고, 항의하러 온 언천기를 내쫓았다. 장우는 당장 보영소를 부르기보다 혼수들의 작업 장소를 옮기거나 쉬게 하라고 지시했다. 지금은 눈에 띄는 싸움을 벌이기보다 화신에 오르는 일이 먼저였다.

서른두 분신과 한 달 정직

한 달 뒤 원영이 무너지고 원신으로 다시 짜이면서 장우는 화신에 올랐다. 근본 공법도 《장중곤륜》에서 《혈조정기성관》으로 바꾸었다. 몸을 바람이나 불꽃으로 변화시킬 수 있게 되었고, 《만화자재현공》과 《무량심내법신》을 함께 끌어올려 서른두 분신을 운용할 수 있었다. 복희는 이제 분신과 스스로 쌍수할 수 있겠다며 기대했고, 깨어난 황우의 잔념까지 자신도 그래야 하느냐고 묻자 장우는 황급히 아니라고 답했다.

돌파가 끝나도 원신을 화신지에 담가 두고 기르는 비용은 계속 들었다. 장우는 화신도체의 효과로 수련 효율을 높이는 한편, 조천행을 깨워 화신지와 숙소의 장비를 관리하게 했다. 구일분장에는 더 강한 혼수가 많았지만, 오랫동안 함께해 익숙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다른 혼수들을 모두 깨우는 일은 돈을 더 모은 뒤로 미뤘다.

장우는 미뤄 두었던 도종 【만법선족】의 선택형 공법 변이 보상도 시험했다. 토납법에는 화려한 시각 효과가 붙었고, 《구소운공경》의 강기는 구름과 안개가 보이지 않게 투명해졌다. 효과는 장우 개인에게만 적용되었으며, 원치 않는 변이는 망각 보상을 쓰고 공법을 다시 익혀 지울 수 있었다. 그렇게 다시 수련한 기초토납법에서 영기를 진동시키는 효과를 얻은 뒤에도, 강심의의 방해는 계속되었다.

이번에는 도박으로 단전까지 잃은 강심의가 진천에게 돈을 받고 원신으로 출동했다. 그가 숙소의 음기를 빨아들이자 조천행도 약해졌다. 장우는 서른두 분신과 함께 변이한 토납법을 운용해 기운을 되찾았다. 강심의가 법력으로 눌러 오자 본체까지 합친 서른세 겹의 《장중곤륜》으로 맞섰다. 강심의는 상대가 공간 법보를 잔뜩 가지고 있다고 오해했고, 장우의 재력에 겁을 먹었다.

진천은 두 부부장이 내분을 벌였다는 이유로 양쪽에 한 달 정직을 내렸다. 언천기도 업무에서 밀려났지만, 장우에게는 수련과 비밀 조사에 쓸 시간이 생겼다. 수중의 돈과 새로 빌린 20여만 선폐도 거의 바닥난 참이었다. 그는 원신을 화신지에 두고 분신 하나를 숙소에 남긴 뒤, 본체를 바람으로 바꾸어 미경으로 들어갔다. 영신천의 유산을 찾으면서 유실된 물건을 팔아 수련비도 벌 생각이었다.

시신의 해방과 찾아온 천마종

미경에서는 눈앞의 길과 실제로 이어지는 공간이 맞지 않았다. 장우는 선인후예의 감응으로 방향을 찾을 수 있었지만, 뒤틀린 공간을 마음대로 고치거나 뚫을 수는 없었다. 그는 폭주하는 시체 부품을 피해 다니며 남은 정보를 읽고, 며칠 뒤 봉합된 시신 한 구를 찾아냈다. 그 안에서 만난 황이의 기억은 마침내 천마태자의 과거로 이어졌다. 영신천은 정도의 동료뿐 아니라 마도에 속했던 사람의 시신에도 전승을 남겨 두었던 것이다.

해방된 천마태자의 진령은 전쟁이 어떻게 끝났는지 물었다. 장우에게 현재 곤허의 모습을 들은 그는 천마도 이기지 못했고 만법도 패했으며 영신천 역시 실패했다고 판단한 뒤 흩어졌다. 선인후예는 3급에 이르렀고, 장우의 동천에는 살아 있는 몸도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다만 내부에는 공기와 영기가 부족해, 공간이 넓어졌다고 곧바로 살기 좋은 곳이 된 것은 아니었다.

시신을 해방한 뒤 미경의 구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천마종의 관측소가 이상을 포착했고, 탐색 경로가 늘어나면서 더 많은 수사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장우는 공장 구역으로 가는 길이 열리지 않자 사무 구역에 남은 시신을 먼저 찾기로 했다. 그동안 거둔 물건 일부는 다른 종문의 상점에 나누어 팔아 5만 선폐를 마련했다. 그러던 중 정직 중인 자신에게 천마종 인사들을 접대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고위 수사에게 분신을 들킬 수 있어 본체가 돌아가야 했다.

방문자는 연허 수사 능지야와, 영신천의 혈족 후손인 영애곤이었다. 영애곤은 한때 만법선족이었으나 영신천의 몰락 뒤 지위를 잃고 천마종에 들어간 인물이었다. 그는 유신부의 혼수를 빌렸다가 백 명마다 다섯 명을 더 얹어 돌려주겠다며 협조를 요구했다. 진천은 장우에게 일을 떠넘겨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지우려 했다. 장우가 정식 공문을 요구하자, 영애곤은 살인 면허를 내세워 위협하며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청명열공선사가 영애곤의 상반신을 들이받았다. 장우가 조종한 것이 아니었다. 선사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계속 재촉하던 보영소가 직접 원격 조종에 나선 것이었다. 영애곤의 원신과 신혼이 육신을 빠져나오자, 보영소는 선사를 뒤로 돌려 남은 하반신까지 부수었다. 예전에 자신을 무시하고 수련 자원을 줄였던 영애곤에게 보영소도 원한을 품고 있었다. 그를 뒤쫓아 다른 육신까지 건드리려 했지만 천마종의 힘이 가로막았다.

보영소는 사람들 앞에서 장우를 다정하게 불러 선사에 태웠다. 진천은 그제야 자신이 장우의 배경을 잘못 짚었다고 깨닫고, 그가 보영소의 비밀 임무를 띠고 왔다고까지 생각했다. 정직은 철회되었고 숙소의 법력 비용도 부서에서 부담하게 되었다. 고장 났다던 육신 보관 설비도 다시 쓸 수 있게 되었다. 강심의는 고향 특산품이라는 명목으로 선정 두 봉지를 보냈다. 장우는 약 10만 선폐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그 선정을 받아 수련과 법력 회복에 사용했다.

군현책이 열어 준 길

천마종의 서혼봉주 숙령유는 영애곤에게 미경 깊숙한 곳에 숨겨진 전대 종주의 시신을 찾아오라고 지시했다. 두 사람은 태진의 혈맥으로 이어진 친족이었지만, 영신천의 혈맥은 영애곤에게만 있었다. 영애곤은 숙령유를 누나라고 불렀다가 꾸중을 듣고 곧바로 할머니라고 고쳐 불렀다. 유신부에서 혼수를 빌릴 길이 막히자 숙령유는 직접 혼수를 사들여 탐색에 투입했다. 유명궁과 백골교도 인원을 늘리고 있었다.

다시 미경에 들어간 장우는 사무 구역의 시신이 자기 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감지했다. 참선은 영신천이 혈맥보다 이념을 이을 사람을 원했으므로, 혈족 후손인 영애곤의 접근이 시신을 재촉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그러나 시신에는 이미 유명궁의 명절을 비롯한 여러 수사의 시선이 쏠려 있었다. 명절은 자신들이 먼저 발견했다며 소유권을 주장했고, 다른 사람들은 돈을 나누어 주면 물러나겠다며 가격을 불렀다.

영계 연결이 끊기자 흥정은 곧 쟁탈전으로 바뀌었다. 얼굴을 숨긴 수사들이 제각기 손을 뻗었고, 누군가는 영애곤을 사칭해 살인 면허로 협박했다. 다른 누군가는 자신이 유신부의 장우라며 보영소를 불러오겠다고 외쳤다. 진짜 장우는 어이없어하면서도, 시신이 다가오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공간 왜곡이 심한 곳으로 시신을 유도한 뒤 동천에 거두고 바람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유명궁의 연허 수사 사 부장이 도착하면서 하늘에서 법조의 사슬이 떨어졌다. 다른 수사들뿐 아니라 바람으로 변한 장우까지 가두려는 힘이었다. 장우는 3급이 된 동천 안으로 본체를 숨겨 간신히 포위에서 벗어났고, 그곳에서 군현책의 기억몽경을 받아들였다.

군현책의 꿈과 영신천의 글은 서로 다른 과거를 전했다. 꿈속의 군현책은 마도정용에 끝까지 반대했지만, 실제로는 마도정용을 지지하고 소사숙 토벌에 가담한 일을 후회하고 있었다. 장우에게 현재의 상황을 들은 진령은 자기 세대의 실패를 인정하고, 마지막으로 후대의 길을 조금 터 주겠다고 했다. 진령이 불꽃으로 흩어지며 동천의 다리가 놓였고, 선인후예가 4급으로 올라갔다.

이제 장우는 동천을 거점으로 같은 층의 지정된 장소들을 오갈 수 있었다. 군현책이 만든 다리를 포함해 네 개까지 설치할 수 있었으나, 아직 층을 건너는 이동은 불가능했다. 복희는 밀수왕이 될 수 있겠다며 기뻐했지만 참선은 운송 외에도 공급처와 판로, 자금과 세금 문제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장우에게 급한 것은 동천 밖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연허 수사를 피하는 일이었다. 그는 군현책을 믿고 다리에 올라, 막혀 있던 공장 구역 안쪽으로 건너갔다.

그와 함께 사무 구역과 공장 구역 사이의 장벽도 열렸다. 바깥에서는 영애곤이 자기 혈맥의 힘으로 장벽을 깬 것처럼 칭찬을 받아들였다. 사 부장과 진천을 비롯한 다른 탐사대들도 공장 구역으로 따라 들어왔다. 숙령유는 직접 구일분장에 도착해 미경에 관한 외부 보고를 차단했다. 전승의 존재를 더 많은 세력에게 알리지 않은 채 확보하려는 것이었다.

동천 안에 들어온 생산 라인

공장 구역에서 장우를 덮친 것은 토납기 생산 라인이 거대한 육산으로 변한 괴물이었다. 원료도 구매자도 사라진 뒤에도 생산을 계속하려고, 시체 부품을 먹고 기형적인 토납기를 찍어 내며 자기 몸까지 개조한 물건이었다. 장우는 처음에는 싸움을 피하려 했으나, 그 안에 동천의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거두어들이려 했다.

단순히 만지는 것만으로는 수납할 수 없었다. 장우는 분신들과 함께 《장중곤륜》을 펼쳐 괴물을 작게 줄이고 동천에 밀어 넣었다. 미경에서 받던 강화가 사라지자 괴물의 힘이 약해졌다. 장우는 동천 안에서 공법을 마음껏 펼쳐 제압한 뒤, 그 안의 동천의 힘을 뽑아냈다. 공간이 조금 더 넓어지고, 얌전해진 생산 라인에는 백해용주라는 이름과 용로백상이라는 특성 정보가 떠올랐다.

참선은 이 기술이 종문이나 동천의 힘으로 요수를 강화하던 동천신수에서 이어졌다고 보았다. 장우는 이를 동천 생산 라인으로 받아들였다. 힘을 거두어들여 복속시키면 미경 대신 자기 동천에 속하게 되고, 그 안에서는 강한 출력을 낼 수 있었다. 밖으로 내보내 시험해 보니 동천에서 멀어질수록 급격히 약해졌다. 무엇보다 거대한 생산 라인을 돌리기에는 영기가 부족했다.

장우는 백해용주에 붙은 토납기들을 동천의 다리 주변으로 보내 바깥의 영기를 끌어왔다. 일부는 동천의 공기를 채우고, 일부는 법력으로 바뀌어 생산 라인을 움직였다. 이어 다른 시체 부품들도 수납하기 시작했다. 본체가 길을 가며 부품을 거두면, 동천 안의 분신과 백해용주가 진압하고, 장우가 동천의 힘을 뽑아 복속시켰다.

부품이 늘어나자 영기가 다시 모자랐다. 장우는 쓸모가 적은 부품을 백해용주의 원료로 넣어 새 토납기를 만들었다. 불량품도 나왔고 다시 녹여 쓸 때마다 재료가 손실되었지만, 토납기를 늘리면서 동천을 유지할 수 있었다. 같은 계열의 부품을 모으면 생산 효율이나 다른 능력을 더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다만 참선은 이 거칠고 피비린내 나는 설비의 모습이 영신천의 취향과 다르다는 데 주목했다. 미경을 만든 데에는 다른 종문의 협력자가 있었을지도 몰랐다.

위령원에서의 선택

장우가 쫓던 공장 구역의 시신은 갑자기 감응을 감추었다. 다른 수사가 먼저 가져갔을 가능성을 의심했지만, 장우는 공장 구역의 변화와 수사들의 위치를 실시간 지도처럼 파악하고 있었다. 앞서갈 만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시신이 마지막으로 있던 곳을 찾아가, 악취를 풍기는 시체 재활용 처리장에 도착했다. 영계의 정보가 걷힌 낡은 간판에는 위령원이라는 이름이 남아 있었다.

구일분장은 본래 죽은 이를 묻던 곳이었으나 시체의 이용 방법이 늘면서 시장과 공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곳에서 시신의 부름이 다시 들렸다. 자신을 찾으러 와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여 달라는 말이었다. 참선은 영신천이 후대의 행동을 옛 동료들에게 보여 주려는 것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과거 마도정용에 참여하고도 지금의 곤허를 바라지 않았던 사람들이, 새로운 계승자에게 힘을 빌려줄 여지가 있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미지의 상층에서는 한 소년과 여인이 미경에서 전해 오는 소식을 보며 장우를 평가하고 있었다.

장우가 시체를 모두 동천에 담아 숨은 유해를 찾으려 하자, 그 뒤에 시체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두고 의념들이 맞섰다. 고종 분신은 값나가는 것은 팔고 나머지는 버리면 된다고 했다. 참선은 사람과 물건의 경계를 잊지 않으려면 예를 갖추어 안장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장우는 시체를 돈으로만 보는 방식에도, 손해를 감수하며 매장만 하는 방식에도 선뜻 답을 찾지 못했다. 옛 정도의 방식을 그대로 고집해 오래 버틸 수 없다면 곤허를 바꾸기도 어려웠다.

그는 위령원의 구조를 살펴보다가, 본래 이곳이 시신을 안장하고 비림을 조성해 인조 영맥을 만드는 시설이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죽은 이를 묻으면서 구역 전체에 영기를 공급할 수 있었다. 다만 넓은 지역이 이득을 보는 것에 비해 운영자의 수익은 작았고, 시체를 분해해 파는 방식보다 불리했다. 장우는 시신을 비림 아래에 다시 묻어 영맥을 되살리기 시작했다.

영기가 늘자 폭주하는 시체 부품들이 몰려왔다. 장우는 이들을 동천으로 거두어 진압했고, 고종 분신은 부품이 된 시체는 왜 묻지 않느냐며 비웃었다. 황우는 지금의 곤허에서 모든 시체 산업과 마도 기술을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사람들이 정도의 수단으로도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선택지를 하나 더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영맥을 복구한 장우에게는 몰려든 부품과 그 안의 동천의 힘이 돌아왔다. 참선은 그 수익 역시 영신천이 후대에게 남겨 준 것이라고 짚었다.

장우는 영맥 위에 두 번째 동천의 다리를 놓아 자기 동천에도 더 많은 영기가 들어오게 했다. 시신을 안장하고, 남은 유해를 찾고, 몰려오는 부품을 거두는 일이 이어졌다. 백해용주는 부품을 갖추면서 생산과 재활용 능력이 좋아졌고, 극히 낮은 확률로 연허 수준의 토납기를 만들 가능성도 얻었다. 장우는 상대의 동작을 비틀고 공격을 되돌리는 산재저주의 분련마, 혈육과 원신을 공격하는 광포진열룡도 모았다. 이렇게 마련한 설비를 모두 가동하기에는 여전히 에너지가 부족해 일부 생산 라인은 쉬게 두었다.

선사로 시선을 끌다

영애곤은 공장 구역의 입구를 봉쇄하고, 시체 부품들이 한곳으로 몰리는 이유를 조사하게 했다. 장우는 상대가 자신의 퇴로를 막거나 위령원에서의 작업을 발견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렇다고 본체가 천마종의 연허 수사 앞에 나서기도 어려웠다. 그는 숙소에 남겨 둔 분신을 청명열공선사에 태워 미경으로 보냈다.

입구를 지키던 영애곤의 화신은 선사를 보자 보영소가 또 자신을 치러 왔다고 생각했다. 달아날 속도도 부족하자 무릎을 꿇고 할머니라고 외쳤다. 선사가 멈추자 그는 말 몇 마디로 보영소를 조종할 수 있다고 자신했으나, 안에서 들려온 것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숙령유에게 보영소가 구일분장에 개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던 영애곤은, 선사 안에 보영소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장우는 투영을 내려 길을 비키라고 요구했다. 이번에는 오히려 이목을 끌어 본체가 조사할 시간을 벌어야 했다. 영애곤은 장우에게는 사람을 들이받을 권한이 없을 것이라며 버텼다. 선사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화신의 몸통을 부수었다. 남은 머리를 받아 든 수사도 선사가 다시 방향을 돌리자 황급히 놓고 달아났다.

장우는 보영소가 선사를 자신에게 빌려주었다고 공개한 뒤, 영애곤의 머리 위를 통과하는 운행 경로를 띄웠다. 진천과 강심의는 이제 장우가 후원자의 이름만 빌리는 것이 아니라 선사의 권한까지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강심의는 달려 나와 영애곤의 머리를 치기 좋게 똑바로 놓아 주겠다고 했다. 장우는 변명하려는 영애곤에게 보영소를 찾아가 말하라고 답했다.

“넌 지금 꼭 과속방지턱처럼 보이는군.”

선사가 머리까지 부수고 지나가자 진천은 영애곤이 스스로 운행 경로에 머리를 들이민 자해 공갈이라고 둘러댔다. 장우가 선사 앞부분이 망가지거나 더러워지지 않았는지 확인해 달라고 하자, 진천은 강심의에게, 강심의는 다른 수사들에게 일을 떠넘겼다. 장우는 이들을 충분히 겁준 뒤 선사를 따라 탐색하게 했다. 다른 탐사대들도 선사가 향하는 곳에 수확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뒤쫓았다.

별도의 화신을 잃은 영애곤 본체는 이 일을 보영소와 만법종 배후 인사의 치밀한 음모로 받아들였다. 그는 시체 부품 조사를 멈추고 인원을 자기 주위로 불러들였다. 그동안 장우의 본체는 위령원의 시신을 모두 안장하고, 마침내 숨었던 유해와 마주했다.

여봉의 시련과 공개된 전승

위령원에 숨어 있던 여봉은 진령이 깨어 있는 시신이었다. 그는 영신천이 장우를 옛 동료들에게 소개하려는 계획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자신은 직접 장우의 의념을 시험하겠다며 미간을 짚었고, 장우를 여봉 자신으로 살아가는 기억몽경에 집어넣었다. 이번에는 꿈을 바깥에서 지켜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같은 경험과 후회를 거듭 겪게 하여, 마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뜻을 장우에게 새기려는 시련이었다.

꿈속의 여봉은 운태진과 함께 마도 기술의 남용을 감찰했다. 그러나 실종 사건을 조사하다가, 인조 혈육과 혼소가 실은 사람을 가축처럼 길러 도살해 만든 재료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꿈은 여봉이 그 비밀을 덮고 훗날 운태진의 타락을 후회하는 모습으로 이어졌다.

장우는 분신들과 이어져 있었고, 참선과 황우, 고종 분신처럼 서로 다른 의념도 남아 있었다. 그 덕분에 꿈속 인물에게 완전히 매몰되지 않았고, 바깥의 분신들이 읽은 영신천의 글도 전달받았다. 장우는 여봉의 꿈이 실제 기억보다 자신의 잘못을 크게 부풀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여봉은 꿈에서처럼 끝내 운태진에게 굴복한 것이 아니라, 비밀을 폭로하겠다고 나섰다가 봉인되었던 것이다.

여봉은 그 선택조차 자신이 짊어질 책임을 피한 일이라고 자책했다. 장우는 시련을 다시 겪는 대신 지금 자신의 선택을 말하겠다고 했다. 그 답은 의념으로 전해져 복희도 듣지 못했다. 여봉은 장우에게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막지 않겠다고 했다. 오늘 한 말을 기억하고, 제2의 운태진이 되지 말라는 당부를 남긴 뒤 진령이 흩어졌다.

선인후예는 5급이 되었다. 동천의 다리는 여덟 개로 늘었고, 타인의 몸에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장우는 백진진과 옥성한, 악목람에게 다리를 놓으면 함께 수련하거나 위급할 때 서로 도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어 영신천의 글을 읽으며 미경 전승의 또 다른 목적을 알게 되었다. 그가 가진 선인동천과 선인후예의 힘을 세상에 드러내고, 옛 선맥의 보증을 통해 정식으로 사용할 길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때 미경 전체에 영신천의 목소리가 울렸다. 가장 깊은 곳의 천마종 전대 종주 시신에 전승을 남겼으니 후인이 와서 받으라는 선언이었다. 영애곤은 자기 혈통과 천마종 소속이라는 조건을 떠올리며 자신을 위한 전승이라고 확신했다. 진천은 직접 전승을 차지하면 영애곤도 확실히 저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강심의는 인생역전을 위해 재산을 걸어 온 자신이야말로 영신천과 같은 부류라며 도박빚을 갚을 기회에 뛰어들었다.

장우도 이제 숨어서만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는 분신이 몰아온 선사에 본체로 올라타 실험 구역에 들어갔다. 그러나 연허 수사들은 입구의 금제에 막혔고, 선사 역시 더 들어가지 못했다. 장우는 선사를 먼지처럼 숨겨 대기시키고 홀로 안으로 들어갔다. 능지야는 영애곤이 전승을 얻으면 호위하고, 다른 자가 얻으면 빼앗겠다고 생각하며 밖에서 기다렸다.

거대한 시신 안의 계승자

다른 경쟁자들이 실험 구역을 가로질러 달려오는 동안, 장우는 거대한 시신 바로 앞에 전송되었다. 복희는 드디어 시험도 치르기 전에 내정되는 대우를 받는다며 기뻐했다. 그러나 장우가 감지한 동천의 힘은 거시 자체가 아니라 그 안쪽에서 나오고 있었다. 거시를 통째로 수납하려다 실패한 장우는 바람으로 몸 안에 들어가, 심장이 있어야 할 곳에서 또 다른 시신을 발견했다.

안쪽의 시신도 힘이 너무 강해 바로 거둘 수 없었다. 장우는 먼저 그 안의 동천의 힘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그때 영애곤이 거시 앞에 도착했다. 시간을 벌어야 했던 장우는 분신으로 거시의 장기를 진동시켜 목소리를 흉내 냈다. 영신천의 후인이 맞느냐고 묻자 영애곤은 감격해서 자신이 맞다고 답했다.

장우는 전승자가 될 재력을 확인하겠다며 귀한 물건을 꺼내 보라고 했다. 영애곤은 자기 건곤호를 열어, 몰락 뒤에도 남겨 둔 독립 공간과 그 안의 공장을 자랑했다. 다른 수사들이 도착하자 장우는 그들에게도 자격을 확인하겠다며 경쟁을 부추겼다. 곧 여덟 화신 수사가 영애곤을 포위했다. 영애곤은 비싼 건곤호와 능숙한 공간 기술로 그들의 공격을 받아 내고, 차례로 원신을 두들겨 패퇴시켰다. 그가 승리에 도취된 동안 장우는 힘을 모두 뽑아 안쪽의 시신을 동천에 거두었다.

마지막 기억몽경의 주인은 영운요였다. 장우는 그녀가 운태진의 도통 이전 혈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인조인간이며, 혈연으로는 딸이 아니면서도 영신천의 이념을 이어 그의 후인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운태진은 영운요의 서른 번째 생일에 그녀를 암살해 도통의 약점을 없앴다. 영신천은 윤회라는 천마종 도인의 도움으로 진령을 남기고 황우의 혈육으로 일말의 활성을 보존했으나, 완전히 되살리지는 못했다.

영운요는 몽경을 나누는 동안 장우의 기억도 조금 보았다며 계승할 자격을 인정했다. 그녀 안에는 영신천의 혈맥 힘과 운태진의 혈맥 정보가 남아 있었다. 다만 그것을 이어받으면 영신천의 전인이 되는 동시에 운태진의 생사대적이 된다는 경고가 따랐다. 장우는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고 답했다. 혈광이 몸으로 들어오고 영운요의 진령이 흩어지면서 선인후예가 6급이 되었고, 동천은 가로·세로·높이 모두 10킬로미터를 넘었다. 미경 전체를 통제할 감응도 생겼다.

바깥의 거시는 장우가 흉내 냈던 목소리와 전혀 다른 늙은 목소리로 계승을 축하했다. 자신이 승리했다고 믿던 영애곤은 눈을 감은 장우와 그 뒤에 떠오른 동천을 보고 격분했다. 배경과 재력, 실력 가운데 어느 하나 장우가 자신보다 나을 것이 없는데 왜 그에게 주느냐고 따졌다. 거시는 영신천에게는 선정과 같은 마음이 더 중요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영애곤을 짓누르다

영애곤은 장우가 새 힘에 익숙해지기 전에 빼앗으려 했다. 건곤호로 동천을 밀어붙였으나 장우의 공간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자 자기 건곤호도 함께 묶이는 것을 감수하고 장우의 동천 입구를 봉쇄한 뒤, 수염을 풀었다. 몰락하기 전 혼수와 외주 직원들의 수명을 몰래 뽑아 비자금처럼 쌓아 두었던 불꽃이었다. 닿는 물질을 늙고 썩게 만드는 힘이 장우를 뒤덮었다.

장우는 6급에서 얻은 동천 현화를 펼쳤다. 자신을 중심으로 반경 천 미터의 현실과 동천을 겹쳐, 막힌 입구를 통하지 않고도 불꽃을 동천으로 거둘 수 있었다. 영애곤은 공간 변화를 읽으며 수납을 피해 들어왔다. 그는 영신천이 평생 실패했고 그 제자들도 실패자라며, 혈족에게 줄 재산을 남에게 퍼주었다고 욕했다. 장우는 정면으로 맞섰다.

“그는 필패의 싸움에서 지금까지 버텨내며, 희망을 후대에게 계승한 승자란 말이다.”

근접전이 시작되자 장우의 몸도 수염에 상했다. 그는 단련한 육체로 버티면서 《혈조정기성관》으로 몸 안을 화염으로 바꾸었다. 동천 현화를 통해 나타나고 사라지는 사이에는 분신들과 교대했다. 다친 분신이 안으로 들어가 회복하면 다른 분신이 나와 싸웠다. 영애곤은 이제 막 화신에 오른 상대가 왜 이렇게 오래 버티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장우가 새 힘에 익숙해졌다고 말했을 때, 영애곤의 몸에서 열세 개의 동천의 다리가 열렸다. 6급에서 다리의 한도는 열여덟 개로 늘었고, 장우는 싸우는 동안 상대의 몸 곳곳에 다리를 심어 놓았다. 반대편에서는 서른두 분신과 전투용 시체 부품들이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강심의가 준 선정의 남은 물량까지 태워 출력을 끌어올리자, 분련마는 수염이 제멋대로 타오르게 하고 광포진열룡은 영애곤의 원신을 부식시켰다. 마지막으로 본체와 분신의 서른세 겹 《천곤륜이산신력》이 그를 땅에 처박았다.

영애곤은 살아 있었지만 고개조차 들 수 없었다. 지켜보던 수사들도 어부지리를 노리려던 마음을 거두었다. 장우는 미경의 주인이 되었으나, 거시는 이제 천정과 종문의 고위층, 선인들의 시선이 몰려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운태진도 그를 가만두지 않을 터였다.

곤허를 바꾸겠다는 대답

거시는 장우에게 선맥을 사용하는 법을 전음으로 설명했다. 선인들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한정된 힘을 이익이 큰 곳에 썼고, 다른 곳에는 자신이 부여한 권세를 통해 영향을 미쳤다. 장우가 그들을 불러 직접 싸우게 하기보다, 권세를 받아 그들에게 이익을 돌려줄 수 있다면 도움을 받을 여지가 있었다. 영신천의 옛 동료들도 곤허에 불만과 정도의 뜻을 조금씩 남겨 두었지만, 영신천처럼 자기 이익을 크게 잃으면서까지 나설 사람들은 아니었다.

장우는 1층에서 출발해 축기 자격시험과 종문고시를 거친 개혁의 성과였고, 대학 전쟁에서는 참선과 복선천을 저지한 경력도 있었다. 그 경력은 영신천과 선을 그은 개혁의 기치로 내세우기 좋았다. 거시는 더 높이 오르려면 선인들의 칼이 되어 날카로움을 드러내고, 일을 마친 뒤에는 빠져나올 길까지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반대로 전승을 순순히 내놓으면 평생 안전하게 지낼 기회가 있을지도 몰랐다.

장우는 막다른 길에서 죽은 전신과 팔려 간 동창들, 혈육 공장이 될 뻔한 1층과 지금도 고통받는 대학생들을 떠올렸다. 친구와 스승들이 끝없이 소모될 미래도, 그 미래에 맞서 싸웠던 참선과 복선천, 황우와 영신천도 생각했다. 참선은 이제 자신들이 바통을 받을 차례라고 했고, 황우는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탰다. 고종 분신은 전승을 만법종에 바치자고 했지만, 복희는 자기 생애에서 가장 큰 위험과 수익을 건 도박이 시작된다고 느꼈다.

“저는…… 곤허를 바꾸고 싶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기어 올라가, 마침내 곤허의 정점에 서고 싶습니다. 제가 이 결심을 내렸던 순간부터, 저는 이 길이 지독하게 험난할 것이며, 길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십중팔구 실패일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장우는 더 안전하게 시간을 벌고 싶었지만, 길이 눈앞에 온 이상 전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거시는 먼저 운태진 휘하의 태진선족을 겨누라고 권했다. 그들과 이익과 도통이 충돌하는 세력들이 장우를 쓸 수 있도록, 칼자루를 내어 주라는 것이었다. 장우가 지닌 미경 통제력도 중요했다. 이곳의 생산을 복구할 수 있다면 자기 지위를 지킬 수익과 명분을 얻을 수 있었다. 고종 분신이 땅부자가 되겠다고 좋아하자 복희는 땅의 소유권까지 장우의 것이 된 것은 아니며, 얼마나 이익을 얻을지는 통제력과 배경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되살린 영계와 실명 고발

장우는 미경을 감지하며 영계를 가리던 힘을 걷어 냈다. 연결이 살아나자 선사 전용 회선을 통해 보영소에게 먼저 연락했다. 그녀의 포석 덕분에 영애곤에게서 전승을 빼앗았다는 말이었다. 그동안 장우와 연락이 끊겨 걱정하던 보영소에게, 장우는 전후 사정을 편집한 기록도 보냈다.

실험 구역 밖의 능지야와 진천은 영애곤의 신광이 사라진 것을 보고 그가 전승을 얻어 동천에 들어간 줄 알았다. 그러나 어둠이 걷히자 드러난 것은 장우가 영애곤을 바닥에 짓누르는 모습이었다. 능지야는 즉시 장우가 허가 없이 천마종 종무원을 다치게 하고 재산을 빼앗았다고 신고했다. 부적에 돈까지 더해 우선순위를 올리자 정신들이 장우에게 몰려들었다.

보영소의 투영이 선사에서 나타나 도신증을 띄웠다. 정신들은 곧 태도를 바꾸어, 영계가 끊겨 있던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신중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물러났다. 보영소는 장우가 자기 명령으로 죄선 영신천의 불법 소득을 환수했고, 영애곤이 만법종의 공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숙령유가 끼어들면서 상황은 다시 뒤집혔다. 영계 정보에 관한 법조를 세운 숙령유는 보영소의 투영을 동결하고, 구류부와 철거부를 내려 장우를 결박했다. 정신들은 무허가 동천이라며 안으로 들어가 시체 부품과 자원을 봉인했다.

영애곤은 풀려나 장우를 비웃었고, 숙령유는 압류한 재산을 절차에 따라 처리하라고 했다. 그때 장우의 몸에서 고발부가 빛을 냈다. 숙령유가 막으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장편편이 영계를 건너 원격으로 발동해 준 부적이었다. 새로 강림한 정신 앞에서 장우는 영신천이 영애곤 및 태진선족과 결탁해 불법 자금을 빼돌리고 탈세하려 했다고 실명 고발했다. 자신이 전승을 거둔 것도 그것을 막기 위한 임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장우는 자신이 알아낸 진상을 그대로 진술하는 대신, 영애곤이 내세웠던 혈통과 후계자 자부심을 거꾸로 이용했다. 먼저 선사에 쫓기며 태진선족의 사례를 약속한 영상, 이어 싸우면서 두 선인의 혈통과 태진의 배경을 자랑한 영상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거시 앞에서 영신천의 후인이 맞다고 답했던 영애곤의 모습을 재생했다. 그때 후계자로 점찍었다고 말한 거시의 목소리는 장우 자신이 시간을 벌려고 흉내 냈던 것이었다. 장우는 그 기록을 영애곤이 미리 정해진 계승자라는 고발의 근거로 내놓았다.

영애곤은 장우가 둘만의 대화 영상을 가진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고, 함부로 부정했다가 다른 기록이 나올까 두려워했다. 숙령유는 태진선인을 들먹여 입을 막으려 했지만 장우는 그 역시 모를 일이라고 응수했다. 선족과 선인을 비방했다는 벌금은 100만 선폐까지 치솟았다. 숙령유가 살인 면허와 부적으로 장우를 죽이려 하자,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보영소의 선사가 앞을 막았다. 만법선족의 상층에서 전용 회선을 열어 그녀의 투영을 풀어 준 것이었다.

이어 만법종과 순찰부가 개입하고, 세무 감찰군의 선사들이 강림했다. 태진선족과 관련된 뉴스가 퍼지고 주식이 떨어졌지만, 숙령유가 소식을 누르라고 해도 여러 가문과 세력이 화제를 키워 막을 수 없었다. 영애곤뿐 아니라 숙령유도 조사를 받으러 가야 했다. 그녀가 천마종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버티자 세감군은 이미 발급된 공문을 내밀었다.

조사실에서 드러난 이권

장우 역시 연행되어 천정과 여러 종문의 합동 조사를 받았다. 그는 미경의 공간 구조를 복구해 조사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렸으나, 즉시 모든 길을 고치지는 않았다. 왜 진작 복구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전승이 만법종의 자산이라 승인 없이 쓸 권한이 없다고 답했다. 영계 복원과 전투는 영애곤의 위법 행위를 막기 위한 긴급 조치였다는 설명이었다.

복희와 참선은 다른 세력들이 복구에 실패한 뒤에야 장우의 가치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보았다. 장우가 한 번에 미경을 고쳐 주고 나면 그를 계속 보호할 이유가 줄어들었다. 거시가 일러 준 퇴로는 복구를 원하는 이권 집단의 지원을 받아, 전승의 정당한 사용 지위를 굳히면서 점진적으로 재건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조사실에서도 100만 선폐의 벌금은 머리 위에 떠 있었지만 아직 확정되어 빠져나가지는 않았다. 장우는 기억 수색 대신 문답으로 조사가 진행되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했다.

영애곤은 건곤호를 열라는 요구에 저항했다. 그 안에는 수염을 비롯해 조사받아서는 안 될 것들이 남아 있었다. 지인들에게 연락했지만 친구 삭제와 수신 거부만 돌아왔다. 그는 건곤호의 혼수에게 문을 열 준비를 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증거를 없애려 했으나, 세감군은 파천사로 입구를 부수고 안에서 타오르던 불을 껐다. 숨겨 두었던 영신천의 자산을 횡령한 증거가 드러났고, 수사는 영신천이 몰락한 뒤 3년 동안의 재산 처리로 확대되었다.

능지야는 영애곤이나 숙령유와 원래 친하지 않았다고 발을 빼면서 자신이 아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영애곤도 증거를 눈앞에 늘어놓자 더는 버티지 못했다. 다만 수사관들은 무고한 사람을 함부로 끌어들이지 말라며, 타격의 범위를 태진선족에 집중하라는 뜻을 전했다. 영애곤은 끝까지 버티는 것보다 협조하는 편이 빚을 갚아야 할 생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태진선족이 입막음으로 죽이지 못하도록 천정의 감시 아래 들어가겠다며 스스로 혼수 전향을 신청했다.

숙령유에게는 천마종의 3급 종무원 광천경이 찾아왔다. 그는 태진이 천마종을 대표할 수는 없다며 충성의 대상을 물었고, 영애곤에게서 확보한 자료를 내보였다. 숙령유는 윤회그룹이 배후에 있음을 짐작하고, 천마전 문서에 찍힌 인장을 확인한 뒤 전향을 결심했다. 그녀가 알고 있는 천마종 쪽 횡령 자산만도 대략 1조 2천억 안팎이라는 진술이 나왔다. 광천경은 예상보다 거대한 규모에 놀랐다.

그동안 구일분장에 들어온 시공팀들은 생산 시설을 복원하지 못했다. 기업들이 조사단에 조속한 재개를 요구하면서 장우를 풀어 주어야 할 이유도 커졌다.

보영소는 아버지 보연귀에게 장우를 구해 달라고 졸랐다. 겉으로는 함께 연구하던 계획이 새어 나갈까 걱정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장우가 자기의 대성 전인 신분과 천부 각성의 비밀을 털어놓을까 두려웠다. 그러나 보연귀는 서두르는 딸에게 고지능 기령이 성장한 이유를 아느냐고 물었다. 구일분장이 멈춘 사이 혼수 공급이 줄고 비용이 올라 기령이 성장할 틈을 얻었다는 설명이었다.

재건은 혼수파뿐 아니라, 중하층 수사가 소비자로 남아 있어야 돈을 버는 여러 업계에도 중요한 일이었다. 보영소는 그들이 생산 재개를 위해 장우를 보호하리라는 것을 깨닫고 안심했다. 보씨 가문은 기령 쪽에도 투자했지만, 집단 의식 기술을 혼수와 결합하는 길도 열어 두고 있었다. 보연귀는 딸의 포석을 칭찬해 주었다. 그러나 보영소가 나간 뒤에는 가문이 이번 일을 꾸민 적 없다는 사실을 아들과 확인했다. 그는 장우 배후에 고인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을 뿐, 정확히 누구인지는 알지 못했다.

곤허영걸과 다시 온 친구 신청

만민부에는 영신천의 선인동천을 대장에 올리고 사용자를 임시로 장우로 등록하는 안이 올라갔다. 혈맥의 힘도 당분간 장우가 대리해 유지하도록 했다. 중생천생대신은 장우의 경력을 확인하고 이를 허가했다. 태진선족에 대한 처벌 명단이 발표되자, 장우는 곤허의 영걸이자 종문의 모범으로 보도되었다.

장우를 걱정하던 자극은 그 전에 옛 사문에 도움을 청했다가 현극에게 거절당했다. 현극은 하계에 남았던 자극의 선택을 깎아내리고, 훈련 학교에서 조용히 있으라고 충고한 뒤 친구 목록에서도 삭제했다. 그러나 장우를 표창하는 뉴스가 나오고 스승마저 훌륭한 제자를 둔 자극을 도와주라고 하자, 현극은 다시 친구 신청을 보내야 했다.

“나 현극일세. 부하 혼수 놈이 친구 목록을 정리하다 실수로 자네를 삭제했더군. 다시 친구 추가 부탁하네.”

자극은 이번에는 현극에게 상계에 오래 있어 자신들의 사정을 모르는 것 같다며, 큰일에 엮이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는 말을 돌려주었다. 현극이 홍바오까지 보내자 그제야 친구 신청을 받아들였다. 현극은 곧바로 장우가 어느 귀인의 눈에 들었는지 물었지만, 자극도 그 답은 알지 못했다.

자극과 청목에게는 장우의 과거를 묻는 인터뷰 요청도 들어왔다. 청목은 토목과 출신이라는 사실이 장우에게 불리할까 걱정했으나, 자극은 이번 보도에서는 낮은 출신에서 올라왔다는 경력을 더 강조하려 할 것이라고 보았다. 장우와 함께한 조천행에게도 같은 변화가 찾아왔다. 그는 숙소에서 화신지의 원신을 지키다가 장우의 체포 소식을 듣고, 자신의 비밀까지 조사받을까 두려워했다. 영계 연결까지 끊겨 며칠을 떨던 중, 갑자기 연결이 복구되었다. 조천행이 영문을 파악하기도 전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조천행을 잡으러 온 사람은 없었다. 강심의가 특산품을 문 앞에 두겠다고 했고, 곧 진천도 같은 이유로 찾아왔다. 선물이 이어지자 조천행은 영계에서 보도를 확인했고, 그제야 장우가 표창받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조천행에게 접근한 사람도 심문관이 아니라 인터뷰를 청하는 사람이었다. 혼수 학교와 전문대에서 대학으로, 다시 장우를 따라 종문까지 올라온 그의 경력 역시 개혁의 성과로 보도될 예정이었다.

장우에게 주어진 새 자리는 여러 종문이 함께 재건할 구일분장 공업개발구 관리위원회의 부회장 대행이었다. 그는 여전히 4급 종무원이었고 혈맥의 정식 소유까지 마친 상태는 아니었지만, 성과를 내면 연허와 정식 선족의 지위를 바라볼 기회가 생겼다. 보연귀는 재건 사업에 투자할 길을 알아보려 했고, 보영소에게 장우를 예전처럼 함부로 부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한편 백진진을 가르치던 신비인은 장우의 무사를 알려 주면서도 그녀를 자극하려 했다. 백진진은 종문을 사랑하는 마음만 남았다고 답했고, 체내의 고종 분신은 그것이 극정검도의 더 높은 경지라고 거들었다. 신비인은 그녀를 구일분장으로 보내 사람과 종문 중 무엇을 택할지 보겠다고 했다.

하계상조회에는 장우의 근황을 묻는 말이 쏟아졌다. 그 소란 속에서 옥성한은 장우가 직접 보낸 메시지를 읽었다. 위에서 개발구 일을 도울 사람을 데려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성한, 다른 사람은 믿을 수가 없어. 네가 와서 나 좀 도와줘.”

구일분장 개발구 편

곤허영걸의 첫 사업

연무각의 옥성한은 입문한 지 2년이 지나도록 1급에 머물렀다. 개발한 무학을 시험하겠다는 신청은 번번이 반려되고 잡무만 돌아왔다. 동료는 기억 서비스 구독료를 낼 돈이 없어 자기 기억을 꺼낼 때마다 광고부터 봐야 했다. 옥성한도 연줄을 마련할 돈을 빌렸다가 평생 빚에 매이지 않을까 걱정하던 참이었다. 그때 장우의 전보 명령이 도착했다.

“조장님, 저 이 일 안 하겠습니다.”

왕 조장은 일을 팽개친다며 화를 내려다가 발령장을 보고 곧바로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 인수인계도 필요 없다며 보내 주고 장우와의 관계를 물었다. 옥성한은 그저 대학 동창이라고 답한 뒤 시회옥과 함께 연무각을 떠났다. 만해각의 야성리를 빼낸 것도 장우였다. 그녀에게 쌍수를 강요하고 아이를 낳아 양육비까지 바치게 할 생각이던 왕송은 태진선족을 무너뜨린 장우에게 보복당할까 두려워했다. 그는 오히려 사죄금 1만 선폐를 보내고 야성리의 수위를 높여 주겠다고 나섰다. 야성리는 풍정정을 데리고 장우에게 합류했다.

장우가 맡은 자리는 공동 산업 개발구 관리위원회의 부회장 대행이었다. 회장 소운학은 7급 도겁, 다른 부회장 셋은 6급 연허였다. 4급 화신인 장우는 분신들의 사고력까지 끌어모아야 회의 속도를 겨우 따라갈 수 있었다. 부회장 명함만으로는 자기 명령을 집행할 사람도 없었다. 복희는 능력보다 우선 자신들과 가까워 믿고 부릴 수 있는 사람들을 데려오라고 권했다. 장우는 자극·청목·음천을 차출했지만, 투자 프로젝트에 묶인 악목람까지 데려오지는 못했다.

외주 교육에서 불려 온 세 화신은 구일분장에서도 투명인간 취급을 받다가, 이제 비서와 조수가 된 옛 제자 옥성한과 야성리의 안내를 받았다. 출세한 제자가 자신들을 어떻게 대할지 걱정하던 청목과 자극은 장우가 여전히 스승님이라 부르며 반기자 마음을 놓았다. 두 사람은 잘 자란 자식의 집을 구경하듯 선인동천을 둘러보았고, 음천은 하계부터 이어진 그 친밀함을 부러워했다. 장우는 옥성한과 야성리를 2급으로 올리고 외주 화신들에게 월 2천 선폐를 지급했다. 청목은 건설과 자재 수집, 자극과 음천은 회수 장비의 분류와 연구를 맡았다.

장우는 발광하는 시체 부품에서 선인동천의 힘을 제거해야 안전하게 재활용할 수 있다며 일괄 처리권을 얻었다. 그러나 영조국장 도목을 비롯한 현장 책임자들은 부품을 직접 부숴 재료로 팔고 상여금을 나눴다. 화신 부회장이 중간에 끼어 통행세를 받으려 한다고 여긴 이들은 며칠이 지나도 부품 하나 보내지 않았다.

장우는 부서 대신 기업의 매입 책임자들을 찾아갔다. 그가 정상화한 시체 부품에는 작동 기능과 자기 개조의 성과까지 남아 있었다. 고철보다 훨씬 비싼 기계이자 연구 재료였기에, 매입 담당자는 회사의 실적을 올리면서 자신이 챙길 리베이트도 늘릴 수 있었다. 협력을 얻은 뒤 해체 재료의 매입가는 단번에 절반으로 떨어졌고, 높은 값을 받으려면 장우의 손을 거쳐야 했다. 옥성한은 부품의 접수·처리·판매·대금 지급을 한데 묶었다. 이제 장우는 어느 부서를 먼저 처리해 주고 언제 돈을 보내 줄지 정할 수 있었다.

도목은 뒤늦게 친구 신청과 선물을 보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 평소 눈길도 주지 않던 외주 직원 풍정정에게 부탁하고 언천기의 안내를 받아 선인동천에 선정을 헌납하러 갔다. 다른 국장들은 벌써 줄을 선 뒤였다. 뇌물과 쌍수 제안이 통하지 않자 도목은 장우의 아이를 낳고 양육비까지 바치겠다고 매달렸다. 장우는 그것도 거절하고, 싸움이 자신 있다는 그를 직접 두들겨 패 전력을 시험한 뒤 연허급 시체 부품 공략의 전열에 넣었다. 헌납받은 선정 역시 현금으로 바꾸지는 않았다. 개량파의 기치로 주목받는 처지에 출처가 불분명한 돈을 챙겼다가 공격받을 수 있어, 동천 안에서 법력을 쌓는 데 쓰기로 했다.

백진진의 부임과 보영소의 방문

백진진도 신비인의 지원을 받아 4급 화신이 되어 구일분장 안감국장으로 왔다. 두 사람은 서로의 새 직함을 놀리며 재회했지만, 마음 놓고 사정을 나누려면 감시가 닿지 않는 선인동천으로 들어가야 했다. 백진진은 신비인의 악의를 경계하느라 연락을 피했던 일을 털어놓았다. 오랜만에 선영근을 교환하던 중, 투자 협의를 하러 온 보영소가 답장도 마중도 없는 장우를 찾아 동천으로 난입했다.

서로의 법력이 몸속에 남은 까닭을 추궁받자 장우와 백진진은 쌍수를 했다고 둘러댔다. 보영소가 눈앞에서 재현하라고 요구하자 둘은 손바닥을 맞대고 법력을 교환했다. 고대식 쌍수라는 설명에 일단 물러났던 보영소는 밖에서 백진진의 배후를 조사한 뒤 다시 돌아왔다. 자신과 혼원도통을 다투는 극락검도 측 인물이 장우에게 접근했다고 보고, 이번에는 백진진을 선사로 치어 죽이려 했다.

장우는 보영소를 동천 밖으로 밀어냈다가 그녀가 다시 들어오자 백진진을 피신시키고 다리를 닫았다. 이어 백진진을 죽이면 오히려 장우에게 중요한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천검문에 알려 주게 된다고 설득했다. 보영소는 추격을 멈추는 대신 백진진과 연락을 끊으라고 명령했다. 장우는 고분고분 따르는 척하면서 사신을 통한 비밀 연락은 남겨 두었다. 백진진을 이 자리에 보낸 신비인은 두 사람과 보영소의 충돌로 백진진의 검의가 솟구치는 모습을 즐겼다.

주세용로와 연허의 압박

장우가 부서들을 장악하자 사란인과 사혈은 보영소의 난입을 구실로 허가 없는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복구가 느리니 공장 구역을 자신들에게 넘기라고 요구했다. 사란인은 회의의 사고 속도를 더욱 끌어올려 따라오지 못하는 장우를 조롱했다. 장우가 한 달 안에 끝내겠다고 버티자 소운학은 20일로 줄였다. 혼수 기업들이 고지능 기령과 경쟁하려면 조업을 더 늦출 수 없다는 이유였다. 기한을 넘기면 다른 부회장들이 장우의 업무에 개입하게 되었다.

장우는 몰래 백진진과 선영근을 자양해 5급 청련검태의 우진영근 합체 능력을 얻었다. 한쪽 몸에 두 영근을 합치면 양쪽 효과를 온전히 쓸 수 있었고, 선인동천을 버팀목으로 삼아 강한 충격에도 밀려나지 않을 수 있었다. 청목이 실험 구역에서 건져 온 산지는 연허급 연산력을 제공했지만 법력 공급이 모자랐다. 복희가 산지와 생산선, 동천의 입구들을 연결하는 국지 암령계를 구축했다. 장우는 하계에서 데려온 뒤 줄곧 잠들어 있던 묵천일·호운도·차우비와 영가의 혼수들을 산지에서 깨웠다. 이들은 눈을 뜨자마자 장우가 벌써 화신이자 4급 종무원이 되었다는 소식에 놀랐고, 감시와 생산 업무에 배치되었다. 장우는 산지와 생산선을 본격 가동할 동력원으로 연허급 주세용로를 노렸다.

장우가 화신 열세 명을 소집하자 도목 등은 자신들을 고기방패로 세울 계획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먼저 불길에 들어간 사람은 장우였다. 우진영근을 합쳐 연법도 세트를 모두 가동한 그는 상양기에 몸이 무너질 때마다 적응과 재생으로 버텼다. 뒤에서 관측하던 부하들은 기혈과 법력 수치가 떨어졌다가 다시 차오르는 모습을 보았다. 장우는 용로의 공격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고 부하들에게는 온도를 낮춰 제압하라고 지시했다. 부하 대신 공격을 맞는 상사가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한 이들은 열기에 미친 것 아니냐고 의심하다가, 끝내 자신들에게 피해가 없음을 확인하고 공략에 매달렸다.

용로를 거의 제압했을 때 사란인이 영계를 통해 투영을 내렸다. 그녀의 목표는 장우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용로를 부숴 그의 계획을 방해하는 것이었다. 장우는 미경의 영계 연결을 끊어 공격을 조종하지 못하게 하고, 남은 힘을 동천으로 끌어들였다. 십여 분신을 희생시킨 뒤 마지막 잔여 공격을 주먹으로 깨뜨리자 밖에서는 화신이 연허의 일격을 정면으로 꺾은 것처럼 보였다. 장우는 전투가 기록되었는지 확인하고 용로를 수용했다. 동천에서는 법력 공급이 폭증해 산지와 생산선이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장우는 몸에 남은 상처의 회복을 일부러 억누르고 보영소에게 죽을 것 같다고 연락했다. 동시에 사란인의 공격 때문에 영계가 끊겼다는 보고와 전투 영상을 퍼뜨렸고, 실험 구역의 장비 정보를 내주며 기업들의 협조를 끌어냈다. 백진진은 문무애에게 영상을 넘겨 진경검도 수련자들의 정보망을 동원했다. 화신의 연허 역벌 소식에 장우가 선족의 아이를 유산했다는 뜬소문까지 붙었다. 사란인은 자기 기업과 광산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도 여론을 막지 못했다.

보영소가 사란인을 죽이겠다며 들이닥치자 소운학이 중재했다. 그는 사란인에게 장우를 다치게 하지 않았다면 연허가 화신에게 졌다는 뜻이냐고 되물었다. 백골교의 윗선도 진상을 따지기보다 배상하고 영계를 복구하라고 했다. 사란인은 의관에 누운 장우를 찾아가야 했다. 배상액이 올라갈수록 장우의 생명 징후는 좋아졌다. 최종 합의는 총 1천만 선폐 가운데 640만을 즉시 지급하고 나머지 360만은 3년 동안 매달 10만씩 갚는 조건이었다. 장우는 향후 치료비를 더 청구하지 않기로 하고, 입금되자 곧바로 퇴원했다. 망가졌다고 내놓은 것은 2만 선폐짜리 기초 선영근이었고, 진짜 우영근은 백진진에게 맡겨 두었다.

보영소는 속은 것을 알고 장우를 짓밟았지만, 그는 죽어서도 혼수가 되어 충성하려 했다는 말로 달랬다. 백진진은 나중에 그 발자국을 보고 장우가 자신을 지키느라 모욕을 견뎠다고 생각했다. 장우는 오히려 보영소를 잘 다루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영계의 일부부터 복구해 나머지를 고칠 시간을 확보하고, 300만 선폐와 5천 도공으로 《발곤륜번천신통》을 샀다.

새 공법은 광범위한 지살인력을 빼앗아 쓰지만 그대로 펼치면 주변 환경을 부숴 배상금을 물게 될 수 있었다. 아홉 도번곤륜 공법을 함께 운용하자 힘을 순환시키며 건물과 설비를 통째로 옮기는 섬세한 제어가 가능해졌다. 자극과는 상양기를 쓰는 괴뢰 상양황신을 만들고, 야성리와는 칠절법해를 원격 시공을 돕는 곤륜안으로 개조했다. 토목 출신이라는 흑역사를 드러내도 괜찮냐는 야성리의 물음에 장우는 답했다.

“토목은 제 흑역사가 아니라 제가 걸어온 길입니다.”

장우는 분신과 괴뢰들을 이끌고 천궤좌를 비롯한 연허급 시체 부품을 차례로 거두었다. 20일 기한 안의 복구가 눈앞에 들어오자, 사란인이 손잡은 만법종 기령파의 육형장은 더 큰 방해에 나섰다.

천붕과 구일분장 재건

육형장 측은 고지능 기령이 만든 모형을 이용해 공간 붕괴를 일으켰다. 사란인조차 소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놀랐지만, 육형장은 애초에 취약한 공간이었으니 복구 책임자 장우에게 뒤집어씌울 수 있다고 보았다. 소운학은 늦어도 몇 시간 안에 구일분장이 공간 난류에 삼켜질 것을 알고 자기 육신과 재산부터 빼냈다. 고가 자산과 고위 인력, 일반 직원, 외주와 혼수의 순서로 철수가 배정되는 동안 대외적으로는 평범한 물자 이동이라고 알렸다. 위험이 퍼진 뒤에도 작은 문제일 뿐이라며 업무를 계속하고 무단결근하지 말라고 했다.

마침내 하늘이 갈라진 뒤에야 관리위원회는 혼수 전환을 통한 철수를 발표했다. 살아서 나갈 수 없게 된 이들은 시세보다 80% 낮은 몸값으로 죽어야 했고, 처리 순서를 어기고 먼저 자살하는 것조차 금지되었다. 백골교 측은 질 좋은 혼수를 싸게 사들여 손실을 메우는 동시에 소계 전체를 희생시킨 사건을 기령파 공격의 명분으로 삼으려 했다. 사란인은 대출까지 받아 남은 사람들을 사들일 준비를 했다.

보영소는 아버지 보연귀에게 장우를 구해 달라고 졸랐지만 거절당했다. 만법종의 기존 지분이 적은 구일분장은 무너진 뒤 산업을 재편하는 편이 이득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녀는 장우에게도 구원을 포기하고 책임을 뒤집어쓴 채 좌천되면 자신이 먹여 살리겠다고 했다. 장우는 자신이 일군 것과 소계의 생령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거시는 만법선제라면 도쟁이 격화되는 것보다 안정을 원할 수 있다고 짚었지만, 정말 개입할지는 장담하지 않았다. 장우는 동료들을 먼저 철수시키고, 기령파를 견제하라는 윤회선제의 뜻을 받은 숙령유에게 협력을 구했다.

장우가 구일분장의 지살인력을 모아 균열을 압박하기 시작하자 숙령유가 소운학을 막아섰다. 소운학은 직접 싸워 자산을 소모하는 대신 정신들에게 장우를 제지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공간을 복구하는 것은 그의 합법적인 직무라는 답을 받았다. 철수 대열에 있던 백진진은 사혈의 명령을 무시하고 돌아왔다. 장우를 말리는 대신 무엇을 도우면 되느냐고 묻고, 검기로 건물들을 고정해 더 많은 힘을 끌어 쓸 수 있게 했다. 청목과 자극도 뒤따랐다. 자극은 구조에 성공해도 거리를 부수면 둘을 팔아도 배상하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하면서, 곧 자신들이 할 일부터 물었다. 옥성한과 야성리, 음천, 시회옥·풍정정·언천기·문무애도 합류했다.

이미 철수했던 도목까지 돌아왔다. 그가 아는 장우는 매번 먼저 뛰어들어 이익을 거두고, 부하 대신 자신이 다치는 상사였다. 이번에도 자신들을 부르지 않은 것은 공을 나눠 주기 싫어서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도목이 나서자 다른 종무원과 외주들까지 가세했고, 사란인의 제지 명령은 먹히지 않았다.

첫 균열이 줄어들자 사람들이 환호했지만, 압력이 다른 취약점으로 옮겨 가며 두 번째 천붕이 일어났다. 기령의 모형은 이 연쇄 붕괴까지 계산하고 있었다. 장우는 연허급 시체 부품을 말뚝 삼아 동천의 다리와 선인동천으로 균열들을 꿰맸다. 그러나 마지막 균열에서는 모아 온 시체 부품들이 버티지 못하고 부서졌다. 복희는 이제 그만두자고 했다. 장우도 쌓아 올린 재산과 힘을 모두 걸어야 한다는 사실 앞에서 망설였다. 그때 만법선제의 목소리가 닿아 계속하라고 명했고, 성공하면 전례 없는 포상을 내리겠다고 약속했다. 바라던 응답이었지만, 선택받은 뒤에는 실패하거나 물러날 때의 대가도 달라졌다.

장우는 백진진과 동천에 들어가 진영근을 넘겨받고 자신의 몸에서 우진영근을 합쳤다. 백진진이 입을 열었다.

“우자, 우리 함께 가…….”

장우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기다려 줘.”

장우는 난류 속으로 혼자 들어가기 위해 백진진을 동천 밖으로 내보내고 복희의 본체도 맡겼다. 그가 전진할수록 생방송에 나타난 기혈 수치는 계속 떨어졌다. 복희는 통신 너머에서 대사를 치라고 다급히 독촉했다.

“오늘, 나는 이 한 몸 바쳐...... 만법(萬法)의 불씨를 이으리라! 만세(萬世)의 태평을 열리라!”

장우가 열여덟 동천의 다리를 펼쳐 더 깊이 들어간 끝에 선인동천이 마지막 균열을 덮었다. 하늘이 닫히자 폭락하던 주식과 자산 가격도 반등했다. 만세의 태평을 열겠다는 선언은 시장에서는 발음이 같은 ‘만시(萬市)의 태평’으로 받아들여졌다. 사란인은 장우가 대체 주식에 얼마나 큰 레버리지를 걸었기에 목숨까지 내놓았는지 분통을 터뜨렸다. 혼수 매입이 틀어진 책임은 사란인의 개인 투자 문제로 돌린 소운학이, 곧 자기 지휘 아래 장우를 구조하라며 공로와 보도를 챙겼다. 현장 방송에 광고를 붙이라는 지시도 잊지 않았다. 기혈이 더는 관측되지 않자 장우가 죽었다고 믿은 보영소는 아직 깨어나지 못한 자신의 절세 재능을 떠올리며 울었다.

살아 돌아온 부회장과 두 가지 포상

장우는 선인동천 안에서 핏덩이로 살아남아 재생하고 있었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몸으로 돌아갔다가 의료비를 떠안고 몸속 비밀까지 노출할까 봐, 행동할 수 있을 때까지 나오지 않았을 뿐이었다. 대신 열여덟 다리 가운데 아홉은 선인동천과 구일분장을 꿰매는 데 고정되었다. 두 공간이 겹쳐지면서 동천의 물건을 구일분장 어느 곳으로든 옮기고 반대로 거둬들일 수 있게 되었다. 복희는 운송업과 톨게이트, 상가를 꿈꾸다가 영업 허가와 정규 영계의 24시간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에 풀이 죽었다. 은밀한 암령계까지 포기하면서 당장 사업화할 수는 없었다.

장우가 몸을 회복하는 동안 소운학의 조수 계여는 그의 부하들에게 회장의 공을 칭송하는 인터뷰를 강요했다. 옥성한이 장우는 돌아올 것이라며 거부하자 계여는 인사 고과와 외주 계약으로 협박했다. 바로 그때 장우가 사무실에 들어왔다.

“장 부회장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계여는 즉시 무릎을 꿇었다. 소운학도 누구보다 빨리 투영을 내려 걱정했다며 웃고, 자신에게 유리한 인터뷰 원고를 내밀었다. 장우는 따로 부른 기자들과 숙령유를 맞아 그가 회견을 독점하지 못하게 했다. 이 자리에 만법종의 법계가 강림하고, 10급 비승 수사 법류원이 종문의 포상을 가져왔다. 장우는 100만 선폐와 10만 도공, 상공 칭호 ‘만시태평’, 선인이 되기 전 죽으면 한 번 부활시킬 면사금패를 받았다. 관리위원회 부회장직에 더해 신설 명산부 부장과 유호공사 총경리도 맡았다. 종문은 장우의 말을 ‘시장을 위한 태평’으로 기리며 각 부서에 그의 정신을 배우라고 했다.

만법대학 토목과의 창립자였던 법류원은 소운학을 지나쳐 뒤에 선 청목을 먼저 알아보았다. 그는 청목과 자극에게 각 10만 선폐와 1천 도공, 나이와 경지 때문에 잃었던 하계 종문 고시 응시 기회를 주었다. 옥성한과 야성리는 차공을, 다른 외주 동료들도 포상을 받았다. 청목은 조사와 다시 만난 것만으로 감격해 친구 신청도 주저했지만, 자극이 문안까지 써 주며 등을 떠밀자 법류원에게 수락을 받았다.

장우는 명산부 인사를 옥성한에게, 재무를 야성리에게 맡겼다. 재무 경험이 없다는 야성리에게는 믿을 수 있는 종무원이 둘뿐이니 일단 맡아 달라고 했다. 옥성한은 하계로 내려가 새 인력을 뽑고 두 스승도 데려오기로 했다. 풍정정·시회옥·언천기에게는 근무 시간에도 업무 대신 종문 시험을 준비하라고 했다. 음천에게 다른 대학의 화신들을 불러 달라고 요청하면서는, 장래 자신이 충분한 권력을 얻으면 그들도 수험표를 얻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청목과 자극의 사례를 본 음천은 이제 왕윤에게 보낼 돈보다 자신의 입문을 위해 남길 자원을 먼저 생각했다.

공개 포상이 끝난 뒤에는 천찰전 부전주 독고명이 은밀히 찾아왔다. 장우는 그가 선제에게서만 들었던 ‘전례 없는 포상’을 알고 있음을 확인하고, 난류 속에서 기록한 공간 데이터를 넘겼다. 천붕의 인위적 흔적과 진원을 추적할 증거였다. 독고명은 그것을 기령파의 이익 배분에 개입할 수단으로 받아들였고, 선제의 서명이 있는 공백법조를 건넸다. 장우가 훗날 연허합도에 이르면 최대한 자유롭게 법조문을 세울 수 있도록 허락한 포상이었다. 다만 실제로 그 법을 세울 실력과 조건은 장우가 갖춰야 했다. 장우는 법조문을 세운 뒤에도 선제의 지원이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독고명은 선제의 이름을 함부로 팔지 말라고 당부하고, 구일분장 혼수 시장에서 만법종의 점유율을 20% 이상으로 올리라는 다음 임무를 주었다. 중요한 사안만 보고할 비밀 우편함도 전달했다. 시시한 일까지 보내지 말라는 말을 듣자 장우는 막 보내려던 인사를 조용히 취소했다.

그 사이 진영근을 돌려받고 복희를 돌려주러 온 백진진은 다시 보영소에게 붙잡혔다. 복희는 장우가 불렀다는 녹음과 영상을 보여 주면 화살이 장우에게 돌아갈 것이고, 보영소도 장우를 죽이지는 못한다고 자신했다. 백진진이 걱정한 것은 자신이 그 자리에서 죽는 일이었다. 예상과 달리 보영소가 선사를 겨누자 복희는 수를 바꾸었다. 백진진은 자신을 죽여도 신혼이 천검문으로 회수되니 장우와 보영소 사이의 비밀을 폭로하겠다고 위협해 겨우 물러나게 했다.

보영소가 장우에게 비밀을 누설했느냐고 따지자, 그는 백진진이 떠본 것 아니냐며 극락검도에 대한 의심을 돌려주었다. 보영소는 속았다고 분개하면서도 정말 들킨 것일까 두려워했다. 재능을 빨리 일깨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아버지에게 장우를 해직시켜 자기만 전담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보연귀는 자신이 선제가 아니며 이번 포상의 의미를 생각하라고 다시 거절했다.

명산부와 만혼방 편

명산부 출범과 법조 후보

백진진은 보영소와 얽힌 뒤에도 극락검 수련을 멈추지 않았다. 보영소를 상대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본 정체불명의 지도자가 진전급 극락검을 제시하자, 주화입마보다 가난하고 약한 처지가 더 두렵다며 받아들였다.

법류원은 영신천이 남긴 또 다른 《우서》로 장우를 살펴보았다. 오성과 법력, 영근, 부주, 혈맥, 연기에 걸쳐 여섯 가지 경세천부가 나타났다. 개량파의 두 선인은 그 재능에 놀랐지만, 영신천을 닮은 행적까지 마냥 반기지는 않았다. 이들이 우선 길러 내려던 후계자는 태월백이었다. 장우에게는 개량의 깃발을 들고 앞장서게 하되, 성과를 보고 제3대 법조를 함께 세울 후보로 키울 생각이었다. 당장 후보라는 이유만으로 권력을 내줄 단계는 아니었다. 명산부가 혼수 시장에서 만법종의 몫을 확보해야 다음 길이 열렸다.

천붕 뒤의 처리는 빠르게 끝났다. 고도의 지능을 지닌 기령은 규제를 받고 혼수 산업은 지원을 받게 되었으며, 관련 주가도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책임을 떠안은 육형장은 구금된 채 자백을 강요받았다. 자산을 빼앗기고 빚까지 진 그는 《폐사율》에 따라 혼수로 전환되어 구일분장으로 보내졌다. 반면 사란인은 육형장에게 책임을 돌린 뒤 풀려났다. 장우가 보기에 큰 소동 끝에 실질적인 희생양이 된 사람은 육형장 하나였다.

명산부에는 일할 사람도 모이기 시작했다. 음천이 데려온 십교 출신 화신들은 외주 근무를 거쳐 정규직 시험에 도전할 기회에 기대를 걸었다. 장우가 선배라 부르며 맞이하자, 한때 대학 총장이었던 얼련신군과 지반신군은 이제 자신들을 소련, 소지라 불러 달라며 몸을 낮췄다. 그 자리에 보영소가 내려와 장우를 공법 연구에 데려가겠다고 나섰다. 투자자 자격으로 매일 연구를 요구한 뒤로, 장우는 거의 날마다 실험실에 끌려가고 있었다.

장우는 그 관계를 새 공법의 시험 기회를 얻는 데에도 썼다. 보영소의 천부 【만법선족】을 높이려면 여러 선문 공법의 기술을 추출해야 했지만, 함께 연구할 장우에게도 각 공법의 판권이 필요했다. 보영소라고 그 저작권을 마음대로 줄 수는 없었다. 대신 장우는 3차 테스트에 자신이 끼지 못하는 문제를 꺼냈고, 보영소는 연무각을 통해 새 전략 공법의 시험 자리를 마련했다.

천마종과의 합작

숙령유는 천마·백골·유명 세 계열이 혼수 산업을 틀어쥐고 있어, 만법종이 들어오려 하면 취업부터 생활 서비스까지 막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천마종의 혼수 기술과 만법종의 자본을 합치자고 제안했다. 천마종 내부에서도 혼수파는 윤회선제에게 순순히 권력을 내주려 하지 않았다. 숙령유와 광천경은 그 경쟁 세력을 누르기 위해 장우의 진출을 돕기로 한 쪽이었다.

광천경은 최신 벽법부를 건네고, 협력에 동의하면 사신 하나를 먼저 주겠다고 했다. 합작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10%씩 늘 때마다 사신을 하나 더 내놓는 조건도 붙였다. 장우는 전생자를 끼워 넣으려는 공작이 아닌지 의심했으나, 우서를 높일 기회까지 거절할 수는 없었다. 먼저 넘겨받은 상신은 복희가 힘과 위격을 흡수한 뒤에도 지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남겨 두었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면 사신이 하나 더 필요했다.

장우는 천마종의 내분을 이용해 기술을 얻어 냈다는 내용으로 합작을 보고했다. 여기에 황우가 혼수의 업무 기억을 법계에서 다루자는 방안을 보탰다. 장우가 비밀 우편함으로 올린 계획을 본 만법선제는 사업을 승인하고, 법류원에게 자금과 정책을 지원받으며 계령통에게 법계 기술을 배우도록 했다. 장우는 법류원에게 보낼 보고서에서는 법계의 비중을 줄이고 토목 사업을 앞세웠다. 그 결과 법류원 쪽에서는 장우가 제안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법류원은 법계 내용을 보강하면 자신이 선제의 비밀 우편함으로 보고하겠다고 했다.

이미 허락을 받은 장우가 다시 묻자 선제는 시키는 대로 하되 이런 사소한 일로 거듭 묻지 말라고 답했다. 장우가 처음 냈던 보고서를 법류원에게 보내자, 법류원은 서식을 고쳐 선제께 올렸다. 그는 돌아온 짧은 답변을 장우에게 보여 주며 긍정적인 신호로 풀이했다. 장우는 양쪽의 지원을 받아 천마종의 혼수 기술, 만법종의 일자리와 자본, 법계의 기억·통신 기술을 묶은 합작 회사 만혼방을 준비했다. 처음부터 거액을 쏟기보다 기존 사업에서 시험하며 규모를 늘릴 계획이었다.

개업 전부터 시작된 봉쇄

소운학은 만법종의 혼수 시장 점유율을 1% 아래로 묶어 두려 했다. 천마·백골·유명 계열의 기업들은 구일연맹을 만들고, 장우 쪽과 거래하는 혼수를 취업과 생활 양쪽에서 봉쇄했다. 이들이 차지한 혼수 사업은 구일분장의 90%가 넘었다. 회사에서 내보내는 오염된 법력을 받아먹거나 저렴한 음기(陰器) 등에 몸을 의탁하던 혼수에게, 봉쇄 명단에 오르는 일은 일자리 하나를 잃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다른 시설을 구해 같은 생활을 유지하는 데 훨씬 많은 돈이 들었다.

장우 쪽에서도 혼수에게 현형 비용을 떠넘겼다는 소문이 돌았다. 조천행이 내린 지시는 직원들이 혼수를 볼 수 있도록 자신의 시야 필터를 조정하라는 것이었는데, 아래에서는 혼수더러 돈을 내고 모습을 드러내라는 요구로 바뀌어 있었다. 장우는 현형에 돈을 쓸 필요가 없다고 공지하고, 어느 부서가 그런 요구를 했는지 조사해 그 부서의 경비로 비용을 대신 내도록 했다.

“혼수의 수입은 본래 쥐꼬리만 한데, 이 정도 선폐는 우리에겐 새 발의 피지만, 저 밑바닥 혼수들에게는 생사가 걸린 문제이자, 심지융훼가 일어날 위기일 수 있어.”

장우는 방치한 소문이 앞으로의 혼수 모집도 망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혼수가 잃은 돈은 부서에서 감당할 수 있는 액수였고, 지금의 장우에게는 책임 부서의 자금과 인사를 움직일 권한이 있었다.

봉쇄 속에서 장우는 새로 얻은 전략급 공법 《곤붕탄천결》을 익혔다. 타인의 법력과 정혈을 삼켜 회복할 뿐 아니라 자신의 법력 최대치와 육체 강도도 빠르게 높일 수 있는 공법이었다. 개발자는 최근 초한 발육 실험의 참가자가 경지의 상한을 넘은 상태로 21초를 버텼다고 알리며, 50년 뒤에는 상한을 끝없이 높이는 무한 발육을 상용화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장우와 복희는 훗날 개천급이 될 공법을 미리 시험하는 기회일지도 모른다며 들떴다. 참선은 최소 100년 전에도 50년 뒤면 된다고 떠들던 사람들이 있었다며 찬물을 끼얹었다. 상한 자체가 어떤 도통에 의해 정해졌다는 의심도 있었지만, 그것 역시 아직 확인되지 않은 추측이었다.

무한 발육에 대한 기대가 꺾여도 빠른 성장은 지금의 장우에게 필요했다. 전략급 공법에서 속성을 추출할 가능성도 남아 있었다. 그는 그날 곧바로 곤붕탄천결을 50급까지 익힌 뒤, 보영소 앞에서는 입문도 어려워하는 척했다. 그녀가 답할 수 있을 만한 질문을 던지고 지도 덕분에 배웠다고 추켜세우자, 보영소는 자신의 재능과 혈통을 자랑하며 더 가르쳐 주려 했다. 장우가 회사 일을 핑계로 빠져나가려 하자 이번에는 봉쇄를 주도하는 자들을 차로 치어 죽여 주겠다고 나섰다. 장우는 업계의 경쟁을 무력 충돌로 키울 생각이 없었다. 대신 만법선족의 일감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고, 그 도움을 본격적인 반격이 시작될 때 쓰기로 했다.

혼수 직원의 수련을 위한 신청도 통과되었다. 장우는 4급 종무원의 권한으로 받은 경계 증명서 다섯 장을 조천행 일행에게 나눠 주고 동천에서 돌파를 준비하게 했다. 조천행은 금단 증서를 받아 들고 흥분했다. 장우는 그만 남겨, 금단을 돌파하면 원영 증서를 다시 신청해 주고 자신에게 배정된 화신 혼수 자리도 그를 위해 남기겠다고 약속했다. 동천의 산지와 선정도 제한 없이 쓰도록 했다. 회사의 대변인이 될 조천행을 먼저 키우려는 것이었다.

소운학 쪽은 장우에게 혼수 산업을 맡길 수 없다는 여론도 퍼뜨렸다. 가난한 출신이라 돈을 쓸 줄 모르고, 직접 죽어 본 적도 없으며, 남을 충분히 죽여 보지도 않았다는 식이었다. 장우 회사가 혼수에게 휴식을 강요하는 ‘996’을 시행한다는 소문까지 나왔다. 장우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서 재력을 보여 주고 근무 방침을 해명했다.

“우리 회사는 줄곧 혼수 24시간 근무제를 고수해 왔으며, 혼수 직원에게 휴식을 강요하는 행위는 결단코 없습니다.”

그는 종문 각 부서의 지원과 향후 일감을 알리면서 조천행을 혼수 직원의 대표로 내세웠다. 생전에 맞섰던 장우를 부정하던 육형장도 그 회사에 배치되었으나, 자신은 여전히 종문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조천행의 홍보를 보며 장우는 저층 혼수의 처지를 되짚었다. 이들에게는 일을 벗어나 생각할 연산력도, 더 밝은 빛이나 선명한 화면을 살 돈도 부족했다. 작업과 무관한 생각은 쓸모없는 데이터로 취급되었고, 일상이 무너지는 고통에는 심지 융훼라는 이름이 붙었다. 조천행은 자신을 알아준 장우의 마음이 홍보 문구에 담겼다고 여겼지만, 장우는 그 문구를 복희와 상신이 함께 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복희와 고종 분신은 먼저 다정한 말과 무료 서비스로 고객을 모은 다음, 요금과 대출로 돈을 거둘 수 있다고 계산했다. 참선은 결국 더 심하게 착취하려고 이곳까지 온 것이냐고 반발했고, 황우는 새로운 도통을 세울 가능성을 보았다. 복희는 장우가 영신천과 같은 길을 걷다 파멸할까 걱정했다.

만혼방 개업과 첫날 모드

명산부의 인력도 늘었다. 시험을 치르러 내려갔던 자극과 청목 등을 포함한 다섯 사람이 합격해 돌아왔고, 외주 인력 여덟 명까지 합쳐 열세 명이 일을 나눴다. 북무봉과 금준은 두세 달 동안 토목과 10년 치 지식을 배워 외주 팀에 들었다. 자극은 생산선과 실험실의 수준을 높이고, 청목은 현장을 감독해 장우의 부담을 덜었다.

만혼방 개업 방송에서 장우는 법계로 직업 지식을 내려받고, 작업 기억을 클라우드에 보관했다가 일을 마칠 때 지우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혼수는 작업을 수행할 능력을 갖추면서도 일하지 않을 때까지 그 기억을 짊어질 필요가 없었다. 장우는 조천행과 저층 출신 혼수들을 소개하며 자신의 형제라고 불렀다. 열심히 일하지 않고 함께 분투하지 않는 사람은 좋은 형제가 아니라는 조건도 붙였지만, 곤허의 청중은 그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2층에서 과로로 심지 융훼의 위험에 몰린 혼수가 깊은 잠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일을 떠올리며, 생존 환경을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방송을 듣던 혼수들은 자신들을 도구가 아닌 사람처럼 불러 주는 말에 흔들렸다. 늘 일과 비용에 쫓기던 이들에게는 좋은 형제라는 호칭 자체가 낯설었다. 숙령유는 장우의 표현을 자기 쪽 홍보에도 쓸 수 있다고 생각했고, 복희는 실제로 사람 대접을 할 필요 없이 그렇게 느끼게 해 주면 된다고 평했다. 그러나 장우가 내놓은 서비스는 그 호칭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중 첫날 모드는 업무 기억을 걸러 내어 혼수가 매일을 첫 출근으로 여기게 했다. 자신이 해 온 업무의 기억도 전임자에게서 통째로 받아 온 것으로 느끼게 하는 방식이었다. 혼수는 업무의 지루함과 정신적 부담을 덜어 심지 융훼 위험을 낮추고, 회사는 가장 의욕적인 상태의 노동력을 매일 다시 얻을 수 있었다.

장우는 회사에 지원하는 모든 혼수에게 기초 서비스를 무료로 주겠다고 선언했다. 조천행과 묵천일이 하루인지 한 달인지 묻는 사이, 장우가 기간을 밝혔다.

“1년! 1년 치 법계 기초 서비스를 제공할 거다! 모든 혼수가 1년 동안 무료로 첫날 모드를 사용할 수 있게 할 거야!”

자극은 무료 제공으로 생길 손실을 걱정했다. 장우는 이것이 도쟁이라며 법계를 넓히려는 선제의 지원을 설명했다. 당장의 서비스 매출을 양보해 이용자를 먼저 확보하는 비용은 그 싸움 안에서 충당할 수 있었다. 야성리는 방송 뒤에도 신규 이용자를 데려오면 무료 이용 기간을 더 주는 홍보를 이어 갔다. 동영상을 볼 돈조차 없는 혼수에게는 방송을 옮긴 글이 퍼졌다.

오대 종문의 제재와 맞대응

개업 한 달 뒤 점유율은 2%에 이르렀다. 소운학의 직원이 업무상 서비스를 시험했다가 봉쇄 대상이 되는 일까지 벌어졌지만, 만법종 내부 일자리만으로 늘릴 수 있는 몫은 기껏해야 5~6%였다. 윤회선제 쪽과 약속한 10%, 만법선제에게 요구받은 20%에는 모두 부족했다.

이어 백골교와 유명궁에 합환·천요·단정까지 가세해 만혼방을 종문 차원에서 제재했다. 신혼안전부는 법계에서 기억을 다룬 이용자를 위험 대상으로 지정했고, 이들이 종문의 통신망과 접촉하는 길도 막았다. 장우가 보고하자 만법선제는 계속하라고 답했다. 제재가 이어진 보름 동안 점유율은 2.1%에 머물렀다. 그러던 중 만법·천마·천검·금강·선병이 법계 기기와 데이터를 해당 종문의 감독 아래 두는 조건으로 각자의 영역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협의했다. 그렇다고 다른 다섯 종문의 제재가 풀린 것은 아니었다.

복희는 시간이 장우의 편이라며 기다리자고 했으나, 장우는 위에서 자신을 쓸모 있는 도구로 판단해 주기만을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그는 새로운 도통의 창시자가 되고 싶었다. 소운학은 무료 서비스의 자원을 고갈시키려고 대량의 기억을 쏟아붓는 공격을 보냈다. 장우 쪽은 데이터 감시 외주를 맡고 자신의 이용 기록을 공개하는 혼수에게 무료 기억 서비스를 제공했다. 삶을 이어 갈 방법을 얻은 혼수들이 자원하면서 방어 인력이 늘었고, 숙령유도 법조를 이용해 이들의 활동을 보호하고 상대의 여론 공격을 막았다.

견제는 법계 밖에서도 이어졌다. 소운학이 점검을 핑계로 사업을 막으려 하자 백진진은 미리 계획을 알리고, 자신이 맡은 검사는 건물을 훼손하지 않는 검기로 진행해 합격시켰다. 장우는 보영소에게 빌린 선사와 동천으로 다른 점검 부대의 공격을 막았다. 반대로 구일연맹 기업의 토지·건설 인허가를 늦추자 소운학이 토목도통의 인맥을 움직였고, 법류원도 너무 오래 막지 말라고 연락했다. 장우는 장기 봉쇄보다 상대의 자원과 힘을 분산시키려던 목적을 이뤘다고 보았다. 옥성한은 무료로 몸을 의탁할 시설을 마련했지만, 사란인은 유혼치리율을 내세워 새로운 시설 이용과 취업을 막았고 소운학은 급여까지 깎았다.

그 공방을 거치며 점유율은 5.4%까지 올랐다. 화신 경지인 장우는 5급 종무원이 되어 연허 자격증도 얻었으나, 혼수 시장을 더 넓힐 방법은 따로 찾아야 했다. 옥성한과 야성리는 3급으로, 자극과 청목은 2급으로 올랐다. 장우는 숙령유에게 천마종 내부 일감을 요구했다. 법계가 실제로 업무 효율과 처리 능력을 높인 성과를 내세우자 숙령유도 동의했다. 천마종에 회사를 세워 서비스를 들여온 뒤 다시 판매하는 방식으로 오대 종문의 봉쇄를 우회할 길도 마련했다. 이제는 일감보다 그것을 처리할 혼수가 모자랐다. 장우는 혼수를 더 사들이는 대신 경쟁 회사의 혼수들이 스스로 옮겨 오게 하기로 했다.

무한 임금 인상권

장우가 내놓은 수단은 임금 인상이었다. 종문에서 임금을 통제하는 일은 무기를 통제하는 것과 같았고, 최종 결정권은 승선전이 쥐고 있었다. 그가 신청한 것은 복잡한 심의 없이 관할 안의 당월 급여를 직접 정할 수 있는 ‘선참후주·선제 특별 허가·무한 임금 인상권’이었다.

임금 인상의 중심은 기본급보다 업무 실적에 따른 배당이었다. 혼수가 더 많은 일을 처리하고 법계를 이용하면 수익 분배율도 높아졌다. 법류원은 그 계획을 보고, 늘어난 소득이 다시 법계 서비스 구입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계산했다. 혼수 회사는 업무량을 늘리고 법계 회사는 이용자를 늘리며, 두 선제는 돈과 영향력을 얻을 수 있었다. 혼수에게도 서비스 이용을 통해 수위와 수명이 늘어나는 이익이 있었다. 만법종 내부의 기존 산업을 건드리는 방안이었다면 법류원 자신도 허락하지 않았겠지만, 이번에는 다른 종문의 혼수 산업에서 몫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권한의 위험은 남았다. 곤허에서는 사람을 잘못 죽인 책임보다 임금을 잘못 올린 책임을 더 무겁게 여겼다. 과거 지능형 기령 산업에 같은 권한을 풀었을 때에는 1년 동안 규정 위반 조정이 2만 5천 건에 이르렀다. 내부 거래와 주가 조작이 거품을 키워 경제 위기 직전까지 갔다. 사후 청산으로 수만 명이 처벌받았고, 개발구 하나가 무급의 땅으로 변했다.

권한을 쥔 사람 자신도 심향선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다. 끝없는 선폐와 자산, 수위를 누릴 수 있다는 유혹을 버텨도 상하의 이해관계자와 선인들이 다시 사익을 취하도록 밀어붙일 수 있었다. 법류원은 그런 권한을 쥐고 좋게 끝난 사람이 드물며, 잘못 쓰고 숙청당해도 구해 주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장우는 결심을 굽히지 않았다.

“혼수들의 임금을 올리도록 두십시오…… 욕은 제가 먹겠습니다.”

장우가 바라는 것은 당장의 특권을 누리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성선하려는 뜻을 밝혔고, 법류원은 권한을 얻도록 돕기로 했다. 만법선제는 요청을 승인했다. 법류원은 짧은 회신의 표현까지 살피며 선제의 뜻을 읽어 냈고, 장우에게는 자신을 저버리지 않으면 선제도 그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별도의 격려가 도착했다.

공문은 아무런 선전 없이 내려왔다. 장우도 권한으로 손에 넣을 수 있는 부를 떠올렸으나, 수하들을 불러 사용 범위를 못 박았다. 그 자리에서 옥성한이 먼저 장우 자신과 참석자들의 급여를 올리지 말라고 청했다. 장우는 바로 그 말을 하려고 사람들을 불렀다고 답했다.

“그래서 이 권력을 당분간은 일선의 혼수들에게만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는 측근의 인상을 청탁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나중에 그 문제로 조사를 받더라도 보호해 주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신형을 뒤집은 구일신왕

육형장은 빚과 생활비에 쫓겨 영계의 영상 해상도를 낮추고, 끝내 작업 지시만 받아 볼 정도로 소비를 줄이고 있었다. 그때 만혼방의 수익 분배율이 올라갔다. 업무량과 법계 이용 포인트에 따라 늘어난 급여 덕에 그는 다시 바깥 소식을 받아 볼 수 있었다. 자신이 부정하던 장우의 정책이라는 사실이 걸렸지만, 다른 혼수들을 따라 장우의 계정에 찬사를 남겼다.

소운학은 이를 막으려고 고임금을 찬양하거나 임금 비교를 퍼뜨렸다는 혼수들을 생방송에 끌어냈다. 누군가는 인터넷을 쓸 돈도 없어 문제의 글을 올릴 수 없었다며 애원했지만, 시청자에게 그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소운학은 ‘신형(薪刑)’, 곧 급여 박탈을 선고했다.

급여가 사라진 바로 다음 순간 혼수들의 눈앞에 만혼방 등록 초대장이 떴다. 가입이 끝나자 장우가 영계를 넘어 강림했다.

“월급 인상이다!”

소운학이 많은 기업 앞에서 멋대로 급여를 올린다고 꾸짖자, 장우는 돈으로 인재를 사는 것이 곤허와 종문의 정도인데 돈을 내지 못하는 쪽이 왜 남을 막느냐고 맞섰다. 손가락이 가리킬 때마다 등록한 혼수의 급여가 올랐다.

“오늘 내가 구일분장 전체에 똑똑히 알려주겠다. 너희가 버린 혼수는 내가 거둔다! 너희가 깎아내린 급여는 내가 올린다! 너희가 못 주는 돈은 내가 주겠다!”

소운학은 주가 하락과 시장의 혼란을 들며 장우를 몰아붙였다. 장우는 천붕 때 자신이 한 일을 내세우고, 저임금으로 산업을 망가뜨리는 쪽에 책임을 돌렸다. 자신의 급여 내역부터 공개해 권한을 사익에 쓰지 않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임금이 오르면 얼마나 많은 회사가 파산하겠느냐는 소운학의 항의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럼 망하라고 해! 걔들이 회사를 안 세워도, 회사 세울 놈들은 널리고 널렸다!”

장우는 새로 등록한 혼수에게도 같은 인상 정책을 적용해 더 높은 수익 분배를 받을 기회를 주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이용자가 새 이용자를 초대하면 보너스도 받을 수 있었다. 그 돈은 혼수의 수익 분배금에서 떼어 주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규칙이 글로도 중계되자 급여 알림은 불길처럼 구일분장 전역으로 번졌고, 각 회사의 혼수들이 잇달아 이직했다.

사란인은 선인이 분노해 급여를 깎으면 만법종도 장우를 끝까지 지켜 주지 못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장우는 머리 위에 무한 임금 인상권을 드러냈다.

“선 인상 후 보고, 선제의 특별허가다!”

영계의 댓글 속에서 ‘구일신왕(舊日薪王)’이라는 칭호가 솟아올라 급여의 불길과 함께 퍼졌다. 선천도통을 믿던 육형장도 선제의 뜻이 틀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 끝에 장우를 그 뜻을 집행하는 화신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장우 개인에게 곧장 감사하기보다 구일신왕을 외치며 새 혼수를 모집하는 데 나섰다.

시장의 변화를 확인하려는 수사들은 시야 필터를 끄고, 혼수를 볼 수 있는 안구법해로 바꾸기까지 했다. 육형장은 늘 자신들을 공기처럼 취급하던 이들이 이제는 혼수를 살펴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야성리가 장우에게 쏠린 선제의 신임에 감탄하자, 옥성한은 도쟁의 한복판에서 누군가 맡아야 할 자리에 장우가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옥성한의 몸에 있던 여덟 개의 양기는 혼수들에게 급여 인상 소식을 전하는 횃불처럼 빛났다. 경쟁 회사들은 직원이 빠져나가 업무를 이어 가기 어려워졌다. 장우의 방송 지지율이 90%를 넘고 시장 점유율도 9.8%에 이르자, 소운학은 보영소를 찾아 협상에 나섰다.

협상과 감찰

소운학은 이 모든 일을 설계한 사람이 보영소라고 믿었다. 정작 폐관에서 막 나온 보영소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다. 그런데도 소운학은 그녀의 질문과 반응을 치밀한 계산으로 받아들였다. 사정을 들은 보영소는 장우가 선제와 가까워져 자신의 통제를 벗어날까 걱정했다. 장우는 시험과 공법을 비롯해 앞으로도 보영소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었고, 그녀를 달래는 말은 복희와 상신이 함께 작성했다.

보영소는 단체 대화방을 마련한 뒤 협상을 당사자들에게 맡겼다. 소운학은 개발구 내부의 봉살령을 해제하기로 했다. 이미 혼수의 이탈을 막지 못하고 자기 쪽 사업에도 손해를 주는 규제였다. 그러나 오대 종문의 제재를 풀어 달라는 요구에는 자신의 권한 밖이라며 물러섰다. 소계 밖의 비난도 이어졌고, 양쪽은 싸우면서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 소운학은 임금 인상 가능성을 검토한다는 말로 남은 혼수들을 붙들려 했다.

장우를 향한 탄핵도 올라왔다. 천찰전의 독고명은 장우가 임금 권한으로 사익을 챙겼을 것이라고 보고 급여와 자산, 계좌를 며칠 동안 뒤졌다. 장우와 측근의 급여는 단 한 푼도 오르지 않았다. 처음에는 더 큰 비리를 숨겼기 때문이라고 의심했으나, 장우의 수입과 지출에서도 권한 남용을 찾지 못했다.

조천행의 돈 봉투 기록까지 의심했지만, 실제로는 다른 혼수들이 조천행에게 5전이나 1원씩 보낸 돈이었다. 조천행은 이 돈까지 장우에게 알렸고, 장우는 그런 푼돈은 일일이 보고하지 말고 알아서 쓰라고 했다. 옥성한이 늘린 거주 시설에도 다른 용도가 있으리라 여겼으나, 그것 역시 혼수를 위한 시설이었다. 수하들의 다른 비리는 발견했다. 다만 주식 거래나 기술·물자 유출 같은 문제를 찾아도 이번 임금 권한과 연결되지는 않았다. 독고명은 장우가 정말 욕심이 없는 것인지 자신도 찾지 못할 만큼 숨긴 것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그래도 선제가 거짓 보고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확인한 결과를 그대로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

10% 돌파와 남은 제재

만혼방의 점유율은 마침내 10%를 넘었다. 법류원은 장우가 혼수 산업을 뒤흔들면서도 권한에 눈이 멀지 않은 점을 높이 샀다. 그가 연허에 오른 뒤 태월백과 함께 15층에서 제3대 법조를 세우도록 하자는 의견도 냈다.

구일연맹도 다른 방법을 찾았다. 소운학은 앞으로 임금을 올리겠다는 말을 내세우면서도 실제 지출은 피하려 했고, 경쟁 세력은 늘어난 혼수의 소득을 생활 서비스 요금으로 다시 거둬들이는 ‘흡신대법(吸薪大法)’을 준비했다. 소운학은 혼수의 소비 수준이 높아졌으니 이제 사람으로 대우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란인은 혼수가 그럴 자격이 있느냐고 반발하다가, 자신도 직접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말에 당황했다. 사혈은 그 시장을 선점하면 법계가 임금 인상분을 회수하는 데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거들었다. 고영동자는 우선 서비스 시장에서 돈을 벌며 버티라고 했다.

그는 윤회선제와 백골교·유명궁의 선제들이 하계 혼수 도입을 십제 회의에 제안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안건이 통과되면 지금보다 훨씬 낮은 세율로 하계 혼수를 들여올 수 있었다. 실현되려면 선제들 사이에서 여러 차례 다툼을 거쳐야 했다.

오대 종문의 제재와 외부의 비난이 남은 가운데, 장우는 10% 달성의 대가를 받으러 천마종의 비밀 거점으로 향했다. 광천경은 예상보다 빠른 성과를 칭찬했다. 장우는 약속받은 새 사신으로 다시 우서를 높일 기회를 기대했다.

분류: 부별 줄거리 구일분장과 명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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