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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이 무슨 수선을 해?/줄거리/2부 대학편/막간: 종문 고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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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2–760장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물의 경지·소속·생사와 사건의 결말이 직접 서술됩니다.

전체 줄거리

종문고시의 개방

전쟁 뒤 새로 화신이 된 하계 신군들은 종문에서 마련한 5년간의 연수에 들어갔고, 그들이 떠난 대학의 지도부와 산업에는 상층의 종문 제자들이 들어왔다. 장우는 전쟁이 벌써 지난 일이 되어 가는 것 같다고 느꼈지만, 백진진에게는 매달 들어오는 우채 이자가 그때 일을 잊지 않게 해 주고 있었다.

장우도 종문으로 올라갈 길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선인후예이자 백억부주라는 이름만으로 종문의 직책을 얻을 수는 없었다. 장편편은 종문 안에서 일하려면 종무원 시험을 거쳐야 한다고 알려 주었다. 그동안 11–20층에서 시행하던 시험이 이번에는 1–10층에도 열릴 예정이었다.

자극과 청목은 장우에게 연기나 공간 기술을 살릴 수 있는 연구 직책을 권했다. 반면 성화진군은 일선에서 공적을 쌓을 수 있는 종합관리 직책을 추천했다. 위험이 따르는 자리였지만, 위험하지 않은 좋은 자리가 하층 출신에게 돌아오기는 어려웠다. 장우는 장편편의 설명을 듣고 만법종 어법각으로 방향을 잡았다. 공법의 실용성과 새로운 발상을 심사하는 곳이라 여러 공법을 빠르게 익히는 자신의 능력을 살릴 수 있었다. 심사한 공법에 대해서는 상업적으로 이용하거나 남에게 넘길 수 없는 사용권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당장 선문 공법을 마음대로 볼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그곳에서 승진한다면 종문의 지식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었다.

공고가 나온 뒤 주어진 시간은 석 달이었다. 접수에 두 달, 그 뒤 시험까지 한 달이었다. 기존 합격자들이 준비한 평균 시간은 28년이었고, 7–10층에는 전생의 경험을 가진 윤회생들과 종문이 미리 준비시킨 수험생들이 있었다. 운직광은 만법종에서 골라 둔 윤회생 다섯 명이면 충분하다고 여겼다. 하층에도 시험 기회를 주었다는 모양새를 갖추면서 정원은 종문 쪽이 가져갈 생각이었다.

천정은 하층 출신 종무원을 늘려 종문 안에서 영향력을 넓히려 했고, 전쟁을 겪은 하계인들의 진출 요구도 받아들이려 했다. 시험은 천정의 감독 아래 진행되었지만, 계속 시행될지는 첫해 결과에 달려 있었다. 종문이 마련한 양성반 출신 등을 제외하고 하계 수험생 다섯 명이 합격해야 했다. 장우 일행이 다섯 자리를 채우지 못하면 뒤따를 사람들의 시험 기회도 사라질 수 있었다.

스물여덟 해를 석 달로

성화진군은 자신의 경험을 살려 동료들의 공부를 도왔다. 천정도 최신 모의시험 환경과 시간을 스무 배로 가속할 수 있는 영계 교실을 제공했다. 그러나 첫 모의시험에서는 성화진군까지 전원 탈락했다. 장우의 점수는 55점이었다. 성화가 알던 시절보다 시험은 훨씬 어려워졌고, 위쪽에서는 이미 평균 점수가 560점에 이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문제를 많이 푸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백진진은 검도에 몰두하다 종문이 바라는 답에서 벗어났고, 옥성한은 법계와 종문 업무를 몰랐다. 광천경은 오래된 가치관과 느린 답변에 발목을 잡혔다. 수험생에게 필요한 것은 종문 안에서 살아온 사람처럼 판단하는 습관이었다.

장편편은 그 시간을 압축하는 방법으로 기억 주입을 설명했다. 수십 년, 수백 년에 걸친 시험공부와 업무 경험을 받아들이면 짧은 시간에도 종문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자기 인생보다 훨씬 긴 기억이 들어오면, 원래의 가족과 친구와 살아온 세월이 도리어 낯설어졌다. 경쟁이 심해질수록 수험생들은 더 많은 기억을 넣었고, 합격하려던 사람이 그대로 남아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주변 사람들도 대가를 치르며 시험을 준비했다. 왕윤은 법해를 통해 계속 기억을 받아들이다 어머니의 얼굴마저 흐릿하게 느끼게 되었다. 천성공은 육신을 버리고 혼수가 된 뒤 남은 생명을 태워 시간을 가속했다. 장우 역시 운직광의 지원이 끊긴 상황에서 수련비가 필요했지만, 고리대금과 도박 광고를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스승들이 남겨 준 계정의 영폐와 다른 지원을 버팀목으로 삼고, 기억을 다룰 방법부터 찾았다.

장우가 손댄 것은 인혼지에서 꺼내 온 《지옥세혼경》이었다. 수련을 진척시키자 자기 전생을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주입된 기억을 씻어 내고 따로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윤회집단과도 연락이 닿았다. 광천경의 시험을 도와주는 대가로 죽은 수사 한 명의 기억을 얻기로 했고, 광천경은 장우의 공법 사용을 숨겨 주며 연락을 맡았다.

처음 30년 분량의 시험 기억을 받아들인 장우는 곧 300년을 더 넣고 싶어졌다. 그 마음이 어디서 왔는지 장우 자신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장우, 너는 영향을 받았다.”

복희의 경고에 장우는 정신을 차렸다. 그는 《지옥세혼경》으로 시험 기억을 분리한 뒤, 《만화자재현공》으로 만든 분신 하나에 자기 기억과 함께 넣었다. 시험에 최적화된 분신은 자신이 진짜 장우라고 믿었고, 장우의 본체는 따로 상황을 지켜보며 필요할 때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었다. 평소에는 본체가 공부하고 판단하되, 시험 때에는 분신에게 몸을 맡길 생각이었다.

옥성한에게도 모의시험에 앞서 기억 주입과 처리를 미리 연습하자고 제안했다. 시험 전에 기억을 넣고 끝나면 장우가 처리하되, 그동안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 기록해 대응책을 마련했다. 백진진·옥성한·악목람에게는 《만화자재현공》을 전해 분신을 만들게 했다. 세 사람의 공법 숙련은 장우만 못했으므로, 주입된 기억과 분신을 누르는 데 장우의 도움이 필요했다. 광천경은 그들과 달리 자신의 몸에 들어간 기억을 장우가 처리해 주는 방식으로 준비했다.

초시를 치르고 돌아온 사람들

초시 당일, 다섯 사람에게서는 시험을 위해 받아들인 기억의 영향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동료를 대하는 태도부터 거칠어졌고, 종문의 이익을 위해 무엇이든 짜내려 했다. 그 사정을 모르는 성화진군은 제자들이 합격하려고 자신을 희생했다고 생각했다. 반면 앞으로도 시험이 열릴 수 있다는 소식을 들은 다른 동료들은 무리한 준비를 멈추거나 다음해를 기다릴 여지를 얻었다.

시험 속에서 광천경은 위험에 빠졌을 때 높은 점수를 가진 사람부터 구해야 한다는 식으로 답했다. 백진진은 천검문을 사랑한다며 무급 초과근무를 받아들였고, 옥성한은 임금 인상보다 상사 가까이에 자리를 얻는 쪽을 택했다. 장우의 분신은 직원들이 사장을 위해 더 많은 돈을 벌어 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익명으로 그 답변을 지켜본 육현지는 하층에서도 종문에 걸맞은 수험생이 나왔다고 만족하며, 전생의 경험이 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시험을 마친 장우의 분신은 친구들과 회사에서 돈을 더 짜내고, 종문으로 떠난 뒤 하층의 채무를 버릴 궁리까지 했다. 그러나 그날 저녁 본체가 나타나 분신을 제압하고 봉인했다. 시험 결과가 나오기도 전이었다. 본체로 돌아온 뒤에도 더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은 남았지만, 장우는 그 방식으로 동료를 대하지 않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을 되돌리는 일도 순탄하지는 않았다. 악목람은 장우에게 돈을 먼저 요구하다가 그의 자원을 마음껏 쓸 수 있다는 제안에 찾아왔고, 분신이 봉인된 뒤에는 자신이 한 일을 부끄러워하며 돈을 돌려주려 했다. 광천경은 미리 정해 둔 약속을 기억하지 못한 채 저항했고, 장우가 주입 기억과 본래 기억을 순서대로 다루어 정상으로 되돌려야 했다. 옥성한은 이미 분신을 묶어 두고 장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백진진의 시험 분신은 절육 수술을 되돌리고 아이를 낳아 팔면 수련 자금을 더 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우가 그것까지 봉인하고 나서야 동료들은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튿날 초시 결과가 발표되었고, 장우 일행 다섯 사람과 성화진군, 왕윤 등이 다음 시험에 진출했다.

무상연무와 운직광의 방해

2주 뒤 복시가 열렸다. 어법각 실기시험에서는 열 가지 무공을 백 개의 조각으로 나누어 주고, 여섯 시간 안에 무공을 복원하고 검증 보고서를 제출하게 했다. 수험생들은 시험에 쓰이는 무공의 저작권 계약부터 해야 했다. 앞선 필기를 통과한 다섯 명 가운데 두 명이 여기서 탈락했고, 장우는 현수진군과 무향진군을 상대하게 되었다.

무향은 11층에서 살다가 아래로 윤회한 사람이었다. 전생의 시험 경험이 있었지만, 이번 생에서도 66년 동안 직장을 얻지 못한 채 가족의 압박을 받으며 시험에 매달렸다. 주어진 조각은 여러 방식으로 이어 붙일 수 있었으나, 출제자가 의도한 가장 좋은 조합을 알아내는 일은 단순한 암기로 해결되지 않았다.

장우는 《우서》와 연법도로 조합을 살피다가 열 가지 무공이 《무상연무》에서 갈라졌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따로 떨어진 무공을 하나의 세트로 연결하자 복원이 빨라졌다. 무향이 여덟 가지를 완성한 동안 장우는 열 가지를 모두 복원하고, 제한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마무리했다. 심사하던 쪽에서는 오히려 장우가 윤회생이고 무향이 하계 수험생일 것이라 생각했다. 이름이 드러난 뒤에야 그 짐작이 뒤집혔다.

다른 직책에서도 각자의 강점이 시험에 쓰였다. 옥성한은 연무각 시험에서 무공과 몸의 문제를 살폈고, 광천경은 오래 겪어 온 화신들의 위협을 떠올리며 심마 시험을 견뎠다. 백진진은 시험 전에 돌려받은 자기 영근에 장우의 영근까지 더해 인형의 공격에 적응했다. 악목람은 영소각의 약물을 시험하는 동안 체질에 새 변화가 생겼다. 수명을 늘리는 힘을 다른 물질에 옮길 수 있게 되자, 자기 몸의 가치가 남에게 알려질까 두려워했고 장우도 그 비밀을 경계했다.

장우는 복시에서 무향보다 약 2할 높은 성적으로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어법각의 정원은 한 명뿐이었고 면접이 남아 있었다. 하계에서는 모두 여섯 명이 면접에 진출했다. 운직광은 그 가운데 만법종 지원자들이 윤회생들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고 장우에게 손을 뻗었다. 시험을 포기하면 11층의 인연과 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다고 회유하다, 급기야 합법적인 강제쌍수 권한을 내세웠다.

정신들은 도착하고도 운직광을 막지 않았다. 허가받은 행위라는 이유였고, 장우가 저항하다 법을 어기면 종문 입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악목람이 왜 하필 운직광이 직접 나섰는지 묻자, 장우는 자신이 내세웠던 극정검도를 떠올렸다. 운직광이 강제로 관계를 맺어 자신의 검도에 반동을 일으키고 면접을 망치려는 것일 수 있다고 짐작했다.

장우는 몸의 주도권을 시험 분신에게 넘겼다. 분신은 운직광에게서 더 많은 이익과 수련 기회를 얻으려 적극적으로 나섰고, 사랑의 대상을 종문까지 넓히는 검도마저 궁리했다. 장우의 공법이 무너질 것이라 기대하던 운직광은 오히려 자신이 말려들고 있다고 생각해 물러났다. 뒤이어 외주 일자리와 입문 보너스까지 제시했지만, 장우는 시험을 계속 치르기로 했다.

천정은 위법한 방해와 모함에는 대응하겠다고 했으나, 합법적인 회유까지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한편 장우와 대립했던 사람들 중에도 이번에는 그의 합격을 바라는 이들이 생겼다. 장우 일행이 다섯 자리를 채워야 자신들도 다음 시험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장우는 《무상연무》를 더 익히며 면접을 준비했다. 초시 때와 달리 면접에서는 필요한 기억을 자료처럼 꺼내 보면서 본체가 직접 답하기로 했다.

아홉 걸음으로 뒤집은 면접

장우의 면접은 토목과 출신이라는 이력을 문제 삼는 질문부터 시작되었다. 장우는 토목에서 익힌 연기 기술이 전쟁 중 하계 사람들을 구하는 데 어떻게 쓰였는지 답했다. 천정 측 면접관 경신진도 그 공적을 인정했다. 방송을 보던 토목 출신 수사들은 자기들의 일이 장우의 입을 통해 평가받는 모습에 고무되었다.

본시험에서는 장우와 무향에게 네 문제가 주어졌다. 두 사람은 서로의 답변과 점수를 알 수 없도록 분리되어 있었다. 첫 문제에서는 나란히 80점을 받았지만, 두 번째 부적 문제에서 장우는 52점에 그쳐 무향에게 뒤처졌다. 세 번째는 두 무공이 어느 범위까지 같은 공법인지 검증하는 문제였다. 장우는 더 높은 수준으로 공법을 모의해 95점을 얻었고, 무향은 75점을 받았다. 세 문제를 마쳤을 때 총점은 장우 227점, 무향 235점이었다.

마지막 문제는 새로 제출된 《구천신상공》이 기존 신상문의 무공과 얼마나 다른지 판단하는 일이었다. 신상문 계통의 공법을 알고 있던 무향은 직접 1급을 익혀 본 뒤 새 발상이 부족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연체 공법은 도술처럼 겉으로 모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검증할 수 없었다. 장우는 주어진 준비시간 동안 말을 아꼈다. 몸속의 열여섯 분신이 동시에 공법을 연구하고 있었고, 원영성체의 효과까지 더해 수련을 밀어붙였다.

준비시간이 1초 남았다는 경고가 나왔을 때 장우가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몸이 변했고, 아홉 걸음을 다 걷자 《구천신상공》은 20급에 이르렀다. 거대한 몸과 코끼리 가죽 같은 피부를 드러낸 그는 직접 얻은 수련 결과로 답했다. 기존 무공을 조금 바꾼 것처럼 보이는 구조 안에는 요예의 운동 방식과 신체를 활용한 새로운 발상이 숨어 있었다. 장우는 오랫동안 요예와 공법을 연구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 차이를 짚어 냈다.

마지막 점수는 장우 98점, 무향 59점이었다. 최종 325점 대 294점으로 장우가 어법각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결과를 확인한 무향은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지만, 답변을 되짚어 보며 두 사람의 격차를 인정했다.

백진진도 더 높은 경지의 시험관에게 맞서 마지막 검격을 견뎠다. 시험 분신은 천검문을 위해 싸운다고 여겼고, 그 몸 안의 백진진은 장우와 함께 위로 올라갈 일을 생각했다. 몸의 대부분이 녹아내리는 공격 속에서도 두 영근으로 적응하고 회복하며 버틴 끝에 277점으로 통과했다. 광천경은 255점, 성화진군은 248점으로 합격했다. 그러나 악목람은 150점에 그쳤다. 그녀를 시험한 쪽에서는 11층의 외주 일자리를 제안했고, 악목람은 수명 연장 능력을 알아본 것은 아닌지 불안해했다.

이제 남은 사람은 옥성한뿐이었다. 앞선 세 문제의 합계는 170점이었다. 합격선 240점을 넘으려면 마지막 문제에서 적어도 70점을 받아야 했다. 이미 탈락한 무향까지도 그가 통과해 내년 시험을 열어 주기를 바라기 시작했다.

다섯 번째 합격자

옥성한의 마지막 과제는 척추 법해를 이식한 뒤 《구소벽력장》을 운용할 때 나타나는 영기 회로의 주기적인 단락을 조사하는 일이었다. 법해 자체의 결함인지, 공법과의 충돌인지, 몸의 상태 때문인지를 구별해야 했다. 그러려면 공법의 움직임뿐 아니라 하늘을 대신해 벌한다는 무도심법까지 이해하고 운용해야 했다.

시험 기억에 지배된 옥성한에게는 그 마음을 일으키기가 어려웠다. 하층에서 태어나 빚과 계약에 묶인 사람이 감히 하늘을 대신할 수 있겠는가. 성화진군과 맺은 계약, 돈을 벌려고 찍었던 광고와 팔았던 씨앗, 마사지 일을 하던 기억이 하나하나 족쇄처럼 떠올랐다. 남의 기억으로 종문 사람이 된 자신이 돌아보자, 그 삶은 지워 버려야 할 장애물처럼 보였다.

그러나 본래의 옥성한은 그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들은 나의 속박이 아니다…….”

그를 여기까지 밀어 올린 것은 바로 그 사람들이었다. 하늘을 뚫고, 무너지는 세계를 돈으로 기우던 때에도 동료들이 함께했다. 남루했던 삶을 누르는 사슬은 어느새 등을 밀어 주는 손들로 바뀌었다. 옥성한은 자신이 왜 쉼 없이 공부하고 위로 올라가려 했는지 다시 붙잡았다. 가만히 있으면 끝없는 물속으로 가라앉는 듯했던 인생에서, 이제야 종문의 문이라는 뭍이 눈앞에 보이고 있었다.

그가 이해한 천뢰는 위에서 남을 벌하는 힘에만 머물지 않았다. 번쩍이고 사라지는 단 한순간이라도 좋으니, 자신의 모든 것을 태워 더 높은 곳으로 솟구칠 수 있었다. 그 권의가 일어나자 점수에 매달리던 생각이 부서지고, 주입된 시험 기억도 억눌렸다. 옥성한은 《구소벽력장》과 그 무도심법을 실제로 운용해 서로 다른 조건에서 척추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했다. 시험관들 앞에 몸의 데이터와 대조 결과를 제시하며 영기 회로가 끊기는 원인을 설명했다.

최종 점수는 241점이었다. 그 한 점으로 옥성한은 다섯 번째 합격자가 되었다. 무향은 내년에도 시험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웃다가 다른 윤회생들의 질책을 듣고 황급히 표정을 감췄다. 아래층에서는 환호가 터졌고, 도관에서 나온 옥성한은 장우를 힘껏 끌어안았다.

“나 합격했어! 나 입문했다고!”

성화진군은 제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시험 지식은 활용하면서도 자기 뜻을 잃지 않은 옥성한이 대견했다. 10년 전 종문에서 쫓겨났던 자신이 다시 올라갈 뿐 아니라, 장우·옥성한·백진진까지 데리고 왔다는 생각에 미래를 기대했다. 다섯 사람이 합격하면서 1–10층의 종문고시는 다음 사람도 응시할 수 있는 상시 제도로 남게 되었다.

합격자와 다음 수험생들

정신은 합격자 명단을 한 달 동안 게시하고, 검사와 심사를 마친 뒤 일행을 11층으로 데려가겠다고 알렸다. 그동안 다섯 사람은 종문고시를 홍보하는 행사에도 참여해야 했다. 성화가 가르치던 영계 교실은 성화 교실이라는 이름으로 수강생을 받게 되었고, 각종 플랫폼에는 합격자들의 이름과 사진이 걸렸다.

운직광은 다섯 사람의 합격을 보며 내정과 비리가 있을 것이라 의심했다. 그러나 이미 면접을 통과한 사람을 다시 건드리는 것은 규칙을 깨는 일이었고, 종문 쪽도 곧 시험 시장을 차지하는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운직광은 합격한 윤회생들에게 보습학원을 홍보하게 했다. 무향에게만은 홍보에 나오지 말고, 학원에 다닌 사실도 숨긴 채 독학했다고 말하라는 연락이 갔다.

하계의 지인들도 각자 이 소식을 받아들였다. 숭양고중의 왕해는 제자들의 합격을 기념해 사흘간 밤샘 보충수업을 하겠다고 했다가, 장우의 행적을 떠올리고 교사들의 야근 수당은 자신이 내겠다고 덧붙였다. 말을 뱉자마자 후회했지만 교사와 학생들이 환호하고 있어 거둘 수는 없었다. 한편 가난해서 법해를 쓰지 못했던 장우의 과거는, 신체를 단련하려고 일부러 편리함을 버렸다는 성공담으로 포장되었다. 찾아와 비결을 묻는 사람들에게 장우는 예전에는 돈이 없었고 나중에는 시간이 없었을 뿐이라고 답했다.

11층의 연수 학교에서는 자극신군이 합격 명단을 들고 다른 화신들을 찾아다녔다. 종문 시험이 얼마나 어려운지 물어 상대의 설명을 실컷 들은 뒤, 명단 속 장우가 자신의 제자 같다고 내보였다. 하층에서 막 올라온 화신이라며 깔보던 이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반면 청목은 제자의 앞에 무한한 길이 열린 것을 기뻐하면서도, 이제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꼈다.

5층으로 돌아온 다섯 사람은 하늘을 메운 인파의 환영을 받았다. 천정은 장우에게 첫 1–10층 종무원 선발 시험 총점 1위라는 표창을 주었다. 장우는 사람들 앞에 나서서 종문 시험을 치르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오라고 외쳤다.

“그곳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겠습니다.”

등병정은 상층에서 새로 윤회해 내려올 사람들이 성장하면 경쟁이 훨씬 거세질 것이라고 보았다. 그때까지 남은 20–40년 정도가 하층 수험생들이 자리를 얻을 기회였다. 복희는 앞으로 종문에 들어올 하계 사람들이 장우의 동맹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각자의 셈법이 달랐지만, 장우는 자신을 뒤따라 더 많은 사람이 올라오기를 바랐다.

악목람은 합격자들 옆에 서지 못했다는 사실이 쓰라렸다. 장우의 도움으로 시험 분신을 다시 누른 뒤, 면접에서 받은 외주 제안을 털어놓았다. 장우는 그녀의 수명 연장 능력이 알려졌을 가능성을 걱정했다. 종문 제자도 아닌 채 낯선 사람의 외주 인력이 되면 상대가 주도권을 쥐게 되므로, 그 제안을 받지 않는 편이 낫다고 했다.

악목람은 그렇다면 장우를 따라갈 수 있는지 물었다. 이미 야성리 사저를 데려가기로 했다는 답을 듣자, 점수가 낮아 동료 자격까지 잃은 것 같아 불안해졌다. 그러나 장우는 옥성한과 이야기를 마쳐 두었다. 악목람은 옥성한의 외주 인력으로 함께 만법종에 올라갈 수 있었다. 생사를 함께한 동료를 혼자 남겨 둘 생각은 없었다. 악목람은 내년에는 반드시 합격하겠다고 다짐했다.

야성리도 처음에는 장우가 기억 주입으로 변했을까 봐 두려워했다. 자신을 데려가 주기만 하면 모든 것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을 꺼냈지만, 장우는 예전처럼 사제라고 부르라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자신의 연기 기술을 가르쳐 주고, 제품을 팔아 주고, 실험실을 나누어 썼던 사저를 기억하고 있었다. 이설련은 아버지 성화진군을 따라가게 되었고, 장우에게 동행을 부탁했던 문무애도 결국 백진진과 함께 비주에 올랐다.

출발을 앞둔 한 달

장우는 남은 시간을 수련과 인수인계에 썼다. 종문에 들어가면 동료들과 서로 다른 곳에서 일하게 되고, 지금처럼 마음대로 연기할 시간도 줄어들 수 있었다. 야성리와는 스타킹 법보를 함께 설계해 영운기심을 성장시켰고, 옥성한의 법력 상승을 도와 삼안신통을 4급으로 올렸다. 백진진에게도 더 좋은 장비와 영근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

청련검태의 다음 성장은 선영근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장우는 그런 힘을 갑자기 드러내도 괜찮은지 알아보려고 윤회집단과의 약속을 이행받았다. 원래는 복선천의 기억을 원했지만, 많은 거물이 지켜보는 기억을 꺼내는 것은 위험하다는 답을 들었다. 대신 참선진군의 사망 기억을 받아 자신의 기억과 함께 분신에 넣었다. 죽은 참선진군이 부활한 것이 아니라, 그 기억을 빠르게 찾아 대답할 수 있게 만든 새로운 인격이었다.

참선의 인격은 결합된 장우의 기억을 보고 《우서》의 비밀을 알아차렸다. 종문에는 마음속에 책을 지닌 천재가 드물게 나타났으며, 복선천도 그런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했다. 장우는 복선천이 이미 자신을 알아보았는지, 그의 사망 기억을 본 상층의 존재들도 비밀을 아는지 걱정했다. 다만 복선천이 관련 기억을 지웠을 가능성도 있었고, 어느 쪽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참선은 선영근 자체보다 저절로 진화하는 영근이 남의 탐욕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만법종 안에는 법계의 감시가 촘촘히 깔려 있었다. 공법을 사용할 때마다 비용을 내고 기록을 남겼으며, 기억을 보관하고 검사하는 과정에서도 비밀을 숨기기 어려웠다. 참선은 설명 도중 기억 보존 서비스의 광고 문구를 읊어 장우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기억에까지 광고가 붙는다는 사실에 장우는 질색했다.

대비책은 벽법부였다. 모의 데이터를 보내 평범한 공법을 쓰는 것처럼 위장하는 부적으로, 법계의 데이터 감시를 속일 수 있었다. 육안으로 보이는 모습까지 지워 주는 것은 아니었고, 외부에 유출되면 법계가 대응해 효력을 잃게 될 수 있었다. 참선은 자신의 사망 기억에 누군가 최신 부적을 넣어 두었다는 사실도 알아차렸다. 장우는 윤회집단의 도움일 것이라 짐작하면서도, 그런 도움을 받을수록 그들에게서 벗어나기 어려워질 것을 의식했다.

장우는 결국 벽법부를 배우고, 청련검태도 성장시켰다. 선영근으로 진화한 두 영근은 공간을 건너 서로의 몸으로 옮겨 갈 수 있게 되었다. 영근을 통해 법력도 전할 수 있어, 백진진이 천검문으로 떠난 뒤에도 서로를 도울 길이 생겼다. 백진진은 자기 영근을 통해 시험 분신을 더 잘 제어하기 시작했고, 장우는 그녀와 옥성한에게 벽법부를 가르쳤다. 자신은 한 번에 이해했다는 장우에게 백진진은 고등학교 때 부적 숙제도 베꼈으면서 무슨 소리냐고 쏘아붙였다.

회사의 권한은 믿을 만한 직원들에게 넘겼다. 찾아온 시회옥과 동료들은 종문 제자가 된 장우 앞에서 처음에는 부탁을 꺼내지 못했다. 장우가 예전의 동료들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들도 시험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장우는 시험 자료와 지원 직책에 관한 조언을 주고, 다음 시험에 도움이 되도록 연기과 전과도 도울 생각이었다.

출발 직전 장우는 경영진에게 마지막 지시를 남겼다. 우채 이자는 수많은 사람의 생활비가 되었으니 한 푼도 연체하지 말고, 이익을 위해 손대지도 말라고 했다. 임금을 더 올려 주기까지 바라지는 않지만 적어도 깎지는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자신이 떠나고 종문 제자들의 영향력이 커진 뒤 회사가 어떻게 변할지는 장우도 확신할 수 없었다.

제11층으로

종문으로 향하는 비주에서 장우는 백진진에게 일곱 색 스타킹 법보를 건넸다. 고등학교 때 축기시험을 접수하러 선도에 갔다가 보았던 5천만 위안짜리 외장 영근이 두 사람의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때 장우는 나중에 돈을 벌면 일곱 색으로 사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이제는 직접 만들어 선물한 것이다. 천검문이 추우니 가져가라는 핑계에 백진진은 원영 수사가 무슨 추위를 타느냐고 핀잔을 주면서도 웃었다.

바쁜 틈에 만든 법보라 금단급에 청결 기능이 주였지만, 백진진에게는 장우가 직접 만들었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장우가 준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검도 수련도 잘될 것 같다더니, 내친김에 장우더러 한 번 신어 달라고 했다. 직접 만들고 신기까지 한 스타킹이면 더 효과가 좋겠다는 말에 장우는 이걸 대체 어떻게 쓰려는 거냐며 속으로 질색했다.

비주가 10층을 지나 더 높이 올라가자 장우는 긴장했다. 백진진이 그의 손을 꽉 잡았다. 함께 고등학교를 다니고, 축기시험과 대학, 리그와 전쟁을 지나온 두 사람은 이제 종문을 앞에 두고 있었다.

성화진군은 10층과 11층 사이가 단순한 장벽이 아니라 공간 전송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11–20층의 종문층은 정교하게 고른 땅들을 별도의 공간으로 봉쇄해 연결한 곳이었다. 전송을 거치자 일행 앞에 11층 중극천의 만법구가 나타났다. 끝없이 위로 이어지는 누각을 보며 장우는 대학도시가 이 모습을 본떴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곳에서는 영기뿐 아니라 수행과 깨달음을 돕는 환경 자체가 달랐다. 공법이 더 빠르게 돌고 사고도 맑아졌다. 그러나 야성리는 요금 안내가 보이지 않는 것을 걱정했고, 악목람은 비쌀까 봐 호흡 공법부터 멈췄다. 일행이 가진 선폐는 전부 합쳐도 0이었다. 성화가 마음껏 써도 공짜라고 알려 주자 모두 놀랐다.

만법종 신입 훈련 학교에 도착한 장우·옥성한·성화진군은 야성리·악목람·이설련과 함께 내렸다. 정식 종무원과 동행한 외주 인력은 그곳에서 두 주 동안 합숙 훈련을 받게 되어 있었다. 장우는 다음 목적지로 떠나는 백진진과 서로 조심하라는 인사를 나누었다.

학교에는 하루 네 시간 근무와 불필요한 초과근무 감축을 권하는 표어가 떠 있었다. 옥성한과 야성리는 연수원이 마교에 습격당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만큼 놀랐다. 성화는 종문에서 쓰던 옛 표어이며 지금도 내거는 곳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곧 신원 확인이 시작되었지만 일행에게 보내는 통지서가 거듭 연결에 실패했다. 훈련 교사는 법계에도 접속하지 못한 하층 출신들을 보고, 먼저 법계에 연결하고 만법 매니저를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벽법부를 준비해 둔 장우가 접속을 허용하자 텅 비었던 공간이 대출과 공력, 중고 수위 광고로 가득 찼다. 처음 안구법해를 달고 대학도시의 영계를 보았을 때처럼 눈앞의 세상이 바뀌었다.

만법 매니저는 경맥에 접근할 권한부터 요구했다. 이어 기혈과 장기의 조작, 법력 운용을 허용할 것인지 차례로 물었다. 종문에서 일하고 배우고 수련하려면 거절할 수 없는 절차였다. 장우는 하나씩 허용을 눌렀다. 그때마다 자신의 몸이 조각조각 나뉘어 넘어가고, 통제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분류: 줄거리 막간 막간: 종문 고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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