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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이 무슨 수선을 해?/줄거리/2부 대학편/만법대학 연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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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1–665장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물의 경지·소속·생사와 사건의 결말이 직접 서술됩니다.

전체 줄거리

연기과 학생이 보는 만법대학

장우의 전과를 가장 크게 기뻐한 사람은 공수신이었다. 자기 두 손을 움켜쥐고 대사형을 축하한다면서도 입꼬리는 내려오지 않았다. 옥성한은 장우가 떠났으니 자기가 반 1등을 할 수 있어서 저러는 것 아니냐고 생각했다. 사운상도 이제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도 되겠다고 여겼다. 토목과의 상산을 때린 인간과 친하다고 하면 요족의 배신자 소리를 듣겠지만, 연기과 학생이 토목과 학생을 때렸다고 하면 요족들도 달리 볼 터였다.

공사장을 나선 장우에게는 길부터 달라 보였다. 사람들이 양옆으로 비켜섰고, 안구법해에는 고급 법해 광고가 떴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상점과 거리, 연기과 전용 반중력 통로가 나타났다. 도시가 넓어지고 편리해진 만큼 물건값도 비싸졌다. 장우는 앞으로 쇼핑은 토목과 친구들에게 부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장 감독들이 사과해 왔지만 금융과의 제재는 그대로였으므로, 회사가 669층 공사를 다시 맡을 수는 없었다.

토목반 채팅방을 나가야 하느냐고 묻자 초뢰진인은 토목은 영원히 네 집이라며 남아 있으라고 했다. 숭양 향우회에서는 묵천일이 장 총수의 토목 시절은 이제 그만 이야기하자고 단속했다. 회사에 들어오고 싶다는 사람도 늘었다. 낮은 해상도의 영계 숙소에 살던 조천행은 상교생과 하교생이 자기 일자리를 부러워하는 대화를 읽었다. 돈을 아끼느라 방도 옮기지 않은 그곳에서, 장우 일행과 시상대에 올라 찍은 사진만 비교적 선명하게 빛났다.

새 연기반에서는 취업이나 공사 대신 금단 시뮬레이션 점수를 비교하고 있었다. 장우도 금단 직지를 열었지만 유료 가입과 신체 감지 권한은 모두 거절했다. 도종과 연법도, 흑색 공법은 빼고 입력했는데도 81,372점이 나왔다. 학년에서 가장 높은 점수였으나, 전체 시드 순위 1위는 51만 점에 달했고 만법대학 도술과의 도건곤도 그 바로 아래에 있었다. 장우는 군용 공법과 법보를 더 갖추고 십대 리그에서 우승해 일찍 졸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무료 프로그램은 수련 결함 37가지를 찾아냈다며 법해와 수술, 공법을 쉴 새 없이 추천했다. 장우가 잔소리에 질려 하던 중 결과를 공유하면 유료 스킨을 준다는 알림이 떴다. 그가 점수를 올리자, 별도 채팅방에서 토목 출신을 비웃던 학생들은 조용해졌다. 자운진은 군용 토목 공법 덕분일 뿐 연기는 못할 거라며 기말고사를 기다렸다.

마침 야성리를 통해 용맥주보결 의뢰를 넣은 사람도 자운진이었다. 이제 신분을 숨길 필요가 없어진 장우가 직접 연락하자, 자운진은 먼저 연기 수업부터 들으라고 했다. 장우는 자신이 만든 20급 태을금액단의 정보를 보냈다. 제작과 2차 연제의 서명 모두 장우였다. 그제야 자운진은 자기 오행기를 보내며 이것이 최고 실력으로 만든 법보는 아니라고 변명했고, 3영폐에 강화를 맡겼다. 돌려받은 법보를 친구들에게 자랑할 때는 실력도 없는데 자극진군이 왜 전과시켰겠느냐고 장우를 두둔했다.

장우는 돈이 아까워도 야성리에게 소개료를 보냈다. 이제부터는 자기 이름으로 주문을 받아야 했지만, 인맥이 넓은 사저의 도움이 여전히 필요했다. 연습에 쓴 중고 법보도 팔았다. 처음에는 되팔기 힘들던 물건들이 어화신감 숙련과 함께 쓸 만해졌고, 특히 튼튼하고 저렴한 11급 토목 법보가 잘 팔렸다. 한때 법보가 너무 쉽게 낡는다고 불평했던 장우는, 수리도 교체도 필요 없다면 연기과가 무엇으로 먹고사느냐고 생각하게 됐다.

칠정신군이 허락한 통화

문무애를 통해 받은 백진진의 영상에 칠정신군이 끼어들었다. 장우는 몰래 연락한 것을 추궁하러 온 줄 알았지만, 칠정은 천 영폐를 주겠다며 백진진과 석 달 동안 먹고 자고 검술을 수련하라고 했다. 돈을 받으며 함께 지낼 수 있다는 제안은 솔깃했으나, 장우는 천검대학에 들어간 뒤 자기 운명을 맡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칠정은 조건을 바꿨다. 극정검도를 3년 안에 10급까지 익히면 백진진과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장우가 극정검도를 등록할 군사 면허가 없다고 거절하자, 칠정은 비급을 강제로 펼쳐 머릿속에 새겼다. 이제 검도가 감정처럼 저절로 자랄 테니 도망칠 수 없다며 매일 백진진과 30분씩 통화하도록 명령했다. 어기면 무허가 수련 사실을 폭로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우서에는 극정검도가 등록되지 않았다. 장우는 전해 받은 공법이 불완전한 것 같다고 짐작했고, 우서에 잡히지 않는 이 검도를 따로 수련할 생각도 없었다. 반면 백진진은 장우까지 자기 때문에 위험한 검도에 들어섰다고 믿었다. 그가 통제력을 잃으면 배상과 소송, 육신 몰수로 연기과에서 쌓은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었다. 백진진은 자신이 빨리 강해져 장우의 검도 수위를 폐하겠다며 연락을 끊으려 했다.

칠정은 통신을 다시 연결했다. 백진진이 무릎을 꿇고 엄마라고 부르며 부탁해도, 한 번만 더 절하면 오히려 만법대학의 장우 방으로 보내겠다고 했다. 두 사람을 영계의 비밀 공간에 들여보낸 칠정은 서로 안으라고 명령했다. 백진진의 몸에서는 붉은 검기가 치솟았지만 장우에게서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칠정은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보라며 백진진을 자극했다.

장우는 익히지 못했다고 설명하는 것조차 망설였다. 두 사람이 그의 무도 재능을 믿는 만큼, 감정이 부족해서 배우지 못한 것이라 여길 수도 있었다. 백진진의 검기가 거세지자 그는 품에 안은 그녀에게 말했다.

장우: 괜찮아 아진, 날 믿어. 내가 극정검도를 통제할 수 있어. 날 걱정하지 마. 백진진: 응, 믿어.

백진진의 검기가 잦아들었다. 칠정은 장우에게 따로, 평생 속이지 못하면 백진진이 검으로 제련되거나 네가 그녀에게 죽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장우는 백진진이 아무리 베어도 죽일 수 없을 만큼 강해지겠다고 다짐했다. 백진진도 장우가 앞으로 무엇을 하든 검도가 반동하지 않도록, 어릴 때 영근을 길들였듯 극정검도에 적응하겠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정해진 통화를 마치고 다시 각자의 수련으로 돌아갔다.

뇌극진군의 공사비

자극진군은 회사에 공장 증축 공사를 맡겼다. 장우가 감사 인사만 했을 때는 되물었고, 1영폐를 함께 보내자 수긍했다. 규모는 토목과 공사보다 작아도 장우가 며칠만 직접 일하면 직원들이 마무리할 수 있었다. 문제는 공사가 끝나도 대금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장우가 재촉하자 담당자는 다시 재촉하면 내년에 주겠다고 했다.

돈을 쥔 사람은 자극진군의 사제 뇌극진군이었다. 장우가 사숙이라 부르자 그는 학교를 망치는 인정 관계를 따지지 말라며 절차대로 기다리라고 했다. 그러나 야성리의 소개로 제자 변호에게 연락하니 공익 실험실에 10영폐를 기부하라는 링크가 왔다. 세전 공사비가 20여 영폐인 일에서 거의 이익 전부를 내놓으라는 요구였다. 장우는 실험비와 정산금, 가족의 상환금으로 버는 돈보다 3년간 쌓은 토목 기술과 직원들을 동원해 버는 돈이 가장 적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장편편은 다른 회사들이 더 큰돈을 내면서도 어떻게 이익을 남기는지 생각해 보라고 했다. 장우는 법보와 안구법해까지 벗고 백진진에게서 복제한 신령근의 은신 능력으로 공장에 잠입했다. 공사 비리를 찾으려던 그는 변호가 양질의 연기 재료를 저급품과 바꾸도록 지시하는 현장을 발견했다. 네트워크 연결을 끊은 옛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어 넘기자 장편편은 직접 신고하지 않고 연기과 내부의 반대자에게 증거를 보냈다. 장우에게는 자극 앞에서 좋은 제자이자 실험체로만 있으라고 했다.

자극은 실험 뒤 장우의 상처를 살피며 싼 재료로 수련한 탓이라 들었다고 말했다. 곁에 불려 온 뇌극은 총애받는 제자가 고자질했다고 여겼지만, 자극이 꺼낸 것은 자신이 투자한 공장의 재료 바꿔치기였다. 화신 심사를 앞두고 학과의 명성을 훼손한 일을 덮으려면 변호와 부하 다섯 명을 내놓고, 모은 돈 절반을 토해내야 했다. 뇌극이 노후 연명비라고 호소하자 자극은 돈 대신 직접 책임져도 좋다고 했다.

며칠 뒤 뇌극은 관리직에서 물러났고 변호 일행은 사라졌다. 학생들이 모르는 사이에 처리가 끝났다. 뇌극은 이번에는 장우를 사질이라 부르며 스승에게 좋은 말을 해 달라고 접근했다. 장우는 학교에서 사제 호칭을 쓰면 좋지 않다며 돌려주고 메시지 알림을 껐다. 새 담당 취성진인은 돈을 주려는 사람을 엄벌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제자는 지정 상점에서 1영폐만 쓰면 공사비가 들어온다고 안내했다.

장우: 과연 청렴한 관리로군.

공사비가 지급되자 회사도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장우는 토목 일과 법보 주문을 병행하며 천일황신 제작비를 모았다.

천일황신을 만들겠다는 전과생

옥성한의 법력을 축기 한계까지 끌어올려 준 장우는 함께 성장한 3급 삼안신통도 시험했다. 다른 사람이 무공을 펼치는 것을 보기만 해도 배우는 효과는 우서의 수련 횟수를 늘려 주지 못했지만, 미세한 법력 회로를 살피는 능력은 연기에 도움이 됐다. 옥성한은 일하면서 무공 영상을 틀어 놓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야성리는 만도장종의 지원으로 얻은 실험실 한 자리를 저렴하게 빌려 주었다. 장우가 그곳에서 여섯 공법을 완성하자 연기 기재가 처음 발현해 법보 제작 기술의 연습 효과가 두 배가 됐다. 그는 직접 만든 법보의 자료로 실력을 보이고 수업을 빠질 허락도 얻었다. 법해 가격에 따라 학생을 분류하던 구단진인은 장우를 데려다 일시키고 싶은 인재로 다시 표시했으나, 장우는 자기 계획이 있다며 조수 제안을 거절했다.

야성리는 천일황신부터 만들기보다 설계 대회에서 군용 공법을 얻으라고 권했다. 천일황신의 군사 자격은 한 학년에 보통 한 명만 받는 데다, 다음 학년에는 금준이 도전할 예정이었다. 금준도 장우의 수리 기술을 듣고 조수로 초청했다. 두 배의 급여와 전체 실험 자료까지 주겠다고 했지만 장우는 거절했다. 사람들은 그가 조건을 더 받으려 하거나 천일황신을 포기한 것이라 짐작했다.

장우는 그 오해를 남겨 두지 않았다. 훗날 심사에서 제작 과정과 기록을 보여 주어야 하니, 포기했다고 해 놓고 몰래 만들 수는 없었다. 그는 4학년에 천일황신 초호기를 만들어 금준과 경쟁하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금준은 어이없어하면서도 그대로 물러나면 체면이 깎일까 봐 모아 놓은 642영폐를 공개했다. 잔고를 인증하는 빛과 광고, 상품을 권하는 혼수들의 목소리가 실험실을 채웠다. 자극을 비롯한 교수들이 호평한 제작물도 펼쳐 보였다. 다만 막 실각한 뇌극의 평가는 지웠다.

소문을 들은 소운예는 두 사람이 짜고 금준의 프로젝트를 홍보하는 것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장우는 자기 일정대로 공법을 더 익혔다. 여덟 공법을 갖추자 제작 품질과 성공률이 올랐고, 7월 말에는 열 공법을 모두 20급으로 수련해 궁극 연기 기재를 완성했다. 이제 더 많은 도면을 높은 수준까지 익힐수록 제작 속도도 빨라졌다. 그는 태청경에서 천일황신에 필요한 법보들을 반복 제작하며 기술을 모으기 시작했다.

한편 자극진군의 도종 천공개물도 읽혔다. 복제하려면 스승과 함께 30급 이상의 법보를 만들어야 했지만, 장우의 기술로는 조수로 끼어들 자리조차 없었다. 장우는 화신음기 연구에 자기 양기를 본뜬 법해를 더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자극이 아예 그의 신체 일부를 떼어 법해로 만들려 하자, 그는 몸이 변해 실험이 실패할 수 있으니 자료만 참고해 다른 재료로 만들자고 황급히 고쳤다.

스승과 함께 만든 법해

장우는 백우의 네 사고를 나눠 쓰고 태청경의 시간 가속까지 동원해 천일황신의 기초 기술을 익혔다. 그 가운데 복보사리는 직원의 작업을 감시하고 법력을 벌금으로 거두어 회사 수익으로 돌리는 법보였다. 장우는 천일황신 제작에 필요한 기술을 얻으려고 이 도면도 연습했다.

자극과 공동 제작하는 법해도 진행됐다. 장우의 신체를 본뜬 부분은 아직 11급이었지만 연구처의 풍우한이 이를 문제 삼았다. 공사를 마치고 돌아가던 장우를 야외에서 붙잡은 그는 학교 자산의 지식재산권이 몸에 들어갔다며 해당 부위를 300영폐에 내놓으라고 했다. 외부 통신도 막혔으나 태청경을 통한 연락은 끊지 못했다. 장편편은 자극도 이미 상황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지금 탈출 수단을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

실제로 자극과 고 주임은 장우의 선택을 지켜보고 있었다. 고 주임이 중력으로 구속을 풀어 주자 장우는 빠져나왔지만, 자극 역시 같은 가격에 신체를 내놓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고등학교 때 돈을 위해 절육 수술을 받는 길을 거절했던 그는 이번에도 순순히 몸을 팔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스승에게 정면으로 대들지도 않았다. 원하시면 공짜로 드릴 수 있지만 더 강해진 뒤 드리는 편이 연구에 좋지 않겠느냐고 돌려 말했고, 자극은 그 대답을 받아들였다.

장우는 기말시험에서 답안을 일찍 끝내고 나왔다. 연기과의 같은 만점이라도 문제를 푸는 속도와 여유는 달랐다. 학과 순위는 39위가 됐다. 성적 발표와 함께 그는 4학년이 됐다. 반면 새내기들의 낙관적인 대화 곁에서는 졸업생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법보 재료값도 오르고 있었다. 뒤이어 열린 그해 십대 리그에서 백진진은 승리한 상대를 죽였다. 칠정신군과 백련신군의 충돌은 다른 화신들 사이의 싸움과 겹치며 대학 도시를 흔들었다.

금융과가 돈줄을 조이고, 공사가 멈추고, 약값과 법력 비용이 올랐다. 복희는 금융 풍재, 실업 수재, 생활 기반을 흔드는 지재, 범죄와 마교가 번지는 화재가 차례로 덮친다고 설명했다. 장우의 수입도 실험실 보조금 40영폐 외에는 거의 끊겼다. 향우회에서는 가족의 혼을 동결했다는 소식이 늘었고 회색으로 변한 계정도 많아졌다. 그런 가운데 연천희는 임신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고 주임은 소청현을 당분간 거두어 달라고 부탁했다. 1만 5천 영폐의 빚을 안은 소청현은 이력서에 빈 기간이 생길까 걱정해 명목상의 급여라도 받고 싶어 했다. 토홍강은 투자에 실패한 시회옥을 부탁했다. 묘지 밖에서 영기를 쬐던 시회옥은 장우도 살 곳을 잃은 줄 알고 옆자리를 내주려 했다. 오히려 자기 기숙사에서 공짜로 지내라는 장우의 말에 그녀는 놀랐다. 복희는 두 사람을 들이는 데 돈도 받지 않는다며 불평했다.

그 와중에 자극과 함께 만들던 법해가 31급에 도달했고, 장우는 천공개물을 복제했다. 시험 삼아 예전에 익힌 복보사리 도면의 원가를 줄이려 하자, 머릿속에서 설계가 빠르게 바뀌어 비용이 32% 낮아졌다. 대신 20급 도심이 19급으로 물러났다. 천공개물은 공짜로 새 기술을 만드는 능력이 아니었다. 자극과 장우가 쌓은 지식을 함께 써서 설계 문제를 풀고, 그 대가로 도심을 소모했다. 장우는 스승이 더 많이 연구해 줄수록 자신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사실에 고무됐다.

일곱 사람이 모인 기숙사

장우가 670층 공사장을 찾았을 때 사운상은 야윈 몸을 숨기듯 서 있었다. 육체를 팔아야 한다면 남에게 먹히기보다 장우에게 팔고 싶다고 했다. 영심은 가족의 혼을 동결한 데다 법해가 부서져 움직일 때마다 비용을 걱정했다. 장우가 법력을 나눠 주고 기숙사로 오라고 하자 두 사람은 무릎을 꿇었다. 영심의 법해는 장우가 고치고, 사운상의 몸은 소청현이 살폈다. 사운상은 치료비부터 물었지만, 소청현이 면허가 없어 돈도 받을 수 없다고 하자 오히려 안심하고 몸을 맡겼다.

장우의 방에는 옥성한과 악목람, 소청현과 시회옥, 사운상과 영심까지 일곱 사람이 모였다. 문밖으로 찾아오는 사람은 더 많았다. 잠들어 비용을 아끼는 소업도 있었고, 이소와 희원추도 도움을 구했다. 장우는 법력을 나누어 주었지만 모두를 방에 들일 수는 없었다. 악목람의 스승에게 씨앗을 팔아 약을 구하고 그것도 나눠 주었다. 얼마 뒤 희원추가 채무 집행에 몸을 찢겨 혼수로 바뀌는 것을 본 이소는 그가 죽었다고 받아들였다. 이소의 연락도 끊겼다.

도건곤과 광천경 사이의 결전 중계가 멈추자 옥성한은 시간을 정지시킨 것 아니냐고 놀랐다. 장우는 영상이 멈춘 것이라고 말했다. 곧 도시 전체의 통신이 끊겼다. 우화동자와 무업노인이 탈취한 임시 영계를 열고 마교의 가르침을 뿌렸다. 한 시간 동안 약탈해도 좋다는 메시지가 쏟아졌지만 복희는 재물을 훔치는 것보다 신도를 늘리는 것이 본래 목적이라 보았다. 교수들은 자기 실험실과 시설을 지키느라 학생을 돌볼 여유가 없었다.

묵상신은 학생들을 자기 사무실로 데려가려 했다. 그러나 이동 중 토홍강과 마교 금단의 전투에 휘말려 일곱 사람은 무리에서 떨어졌다. 그들 앞에 얼굴이 일그러진 이소가 나타나 무영진인을 안내했다. 이소는 장우가 자신을 충분히 돕지 않았다고 원망했다. 무영진인은 붙잡은 묵상신을 보여 주며, 허가와 자격에 묶이지 않고 군용 공법을 배울 수 있다며 입교를 권했다. 장우가 거부하고 공격하자 금단의 힘이 갑옷을 뚫고 들어왔다.

장우는 숨겨 둔 신령근을 쓰려면 동료들부터 물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가 자신들을 살리려고 남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옥성한은 왕윤과 싸우던 때를 떠올리고 다시 등을 돌리지 않기로 했다. 마사지하며 훔쳐 익힌 소삼합을 펼쳤고, 시회옥은 토목칠절을 완성하고도 군사증이 없어 억눌러 왔던 천곤륜이산신력을 터뜨렸다. 사운상과 영심은 땅을 파기 시작했다. 소청현은 고대 금단의 잔혼에게 받은 외단을 삼켜 금단의 힘을 끌어냈다. 손에는 고 주임이 위급할 때 자신과 장우를 보호하라고 빌려준 이산추가 들려 있었다.

소청현: 나도 금단이거든

사운상과 영심이 파 내려간 곳에는 원자 통로의 전력망이 있었다. 일곱 사람이 힘을 합쳐 무영진인을 그 흐름으로 밀어 넣었다. 장우는 망가진 팔을 떼어 내고, 의식을 잃은 묵상신의 팔 법해를 임시로 붙였다. 악목람은 잘린 팔을 챙겼다. 장우는 무도 세트를 공격에 맞춰 바꾸고 축적해 둔 힘을 터뜨려 무영진인을 전력망 속으로 떨어뜨렸다. 자신도 거의 죽을 뻔했으나 악목람의 혈약과 소청현의 치료로 버텼다.

시회옥은 변형된 마교도가 입을 열 틈도 주지 않고 죽였다. 그는 자신이 이소라는 것조차 알리지 못했다. 무영진인의 잔해도 부쉈지만 검은 구슬 하나만은 멀쩡히 남았다. 장우가 구슬을 집어 들자 복희는 그 안에 사신들의 암령계와 이어지는 정보가 담겨 있음을 알아보았다. 당장의 적을 쓰러뜨렸어도 일곱 사람에게는 무면허 군용 공법, 무허가 치료, 시설 파손이 남았다. 살아 돌아가도 제대로 조사받으면 버티기 어려웠다.

복신의 거래와 도시의 진압

복희는 이번에는 사신들과 접촉하는 까닭을 숨기지 않았다. 장우도 그녀의 과거와 장편편이 알고 있는 사정을 전보다 더 받아들이고 있었다. 둘은 공격이 허용되지 않는 옛 사신들의 교류 공간 암령계에서 한 몸의 그림자로 나타났다. 복희는 의자까지 만들어 앉아 자신이 여유 있는 거물인 듯 행세했다. 상대가 노리는 자산을 짚고, 장우나 자극 대신 풍우한을 표적으로 삼으라고 제안했다.

사신들은 그 제안을 받았다. 복희는 대학 도시에 남으면 정신들에게 행방을 드러내겠다고 위협했지만, 자신도 추적될 가능성을 느껴 오래 머물지 못했다.

장우는 함께 죽거나 함께 파산하게 된 사이라며 일곱 사람의 비밀을 지키자고 했다. 사운상과 영심이 전투 흔적을 지우고 시회옥이 시체를 확인하는 사이, 옥성한은 묵상신의 팔 법해를 돌려놓았다. 악목람과 소청현은 장우의 팔을 다시 붙였다. 돈도 받지 않는 뒤처리였지만 동료들은 서로의 비밀을 맡긴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복희는 장우가 마교를 만드는 데 소질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마교도들은 만화신군이 육신을 보관한 666층과 연구처 사무실을 공격한 뒤 철수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한 마교도가 약초밭을 불태우려 했다. 비가 불을 끄고 거대한 손이 나타나 도시 영계를 복구했다. 철수 중이던 외부 마교도들의 육신과 혼은 그 손 아래에서 일제히 갈라졌다. 도시의 질서가 돌아온 뒤에도 바닥에는 사지와 부서진 시설들이 남았다.

자극은 무업노인의 환영으로 장우를 시험했다. 사신들과 나눈 대화로 보아 자극이 마교에 가입하지 않았으리라 짐작한 장우는 이를 간파하고 입교를 거부했다. 일곱 사람은 간단한 조사로 넘어갔지만, 잡혀 갔다가 살아 돌아온 묵상신은 의심을 받았고 묘지에서 자던 소업은 재교육 대상이 됐다. 장우는 남들이 사라진 덕분에 학과 38위가 된 순위를 보았다.

풍우한은 마교에 맞선 영웅으로 발표됐다. 장우와 복희는 자신들이 사신에게 넘긴 사람이 멀쩡히 돌아온 데 의문을 품었다. 도건곤은 앞선 리그에서 광천경과 싸우며 강제로 맺힌 자기 금단을 열 차례 남짓 깨뜨렸지만, 남은 허단이 쌓이는 것을 막지 못해 끝내 금단으로 돌파하고 탈락했다. 학교는 이를 업무상 사고로 처리해 금단을 물릴 수 있게 했고, 그는 다음 경기를 준비했다. 화신들 사이의 분쟁이 수습되며 공황도 잦아들었지만 다음 십대 리그는 모든 군사 종목을 합쳐 치르게 됐다. 우승자는 정해진 한 종이 아닌 원하는 선문 공법을 고를 수 있었다.

통신이 돌아오자 장우와 백진진은 영계에서 다시 안았다. 칠정은 올해 십대 리그 군사 경기에서 모두 열한 명이 죽었다고 경고했고, 장우가 죽으면 백진진의 검도도 반동할 것이라 했다. 장우는 그 위험을 알아도 다음 리그에 도전하기로 했다. 종문에 들어갈 가능성을 높여 줄 공법을 얻으려면 앞으로 한 해 동안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했다.

재건 현장과 천일황신 실험실

도시의 재건은 토목과에 새 일감을 가져왔다. 토홍강은 교수들 숙소까지 무너지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했고, 사운상과 영심은 도시 전역의 원자 통로가 파괴됐다는 소식에 놀랐다. 자신들은 회로 하나만 망가뜨렸는데 나머지는 누가 터뜨렸는지 알 수 없었다. 장우는 동거인들을 회사 일로 모았다. 토홍강이 더 좋은 조건으로 불러도 그들은 장우와 남겠다고 했다. 악목람이 강한 약을 공급하고 소청현이 몸을 돌보며 옥성한이 마사지해 주자, 사운상은 전보다 더 많이 일하면서도 건강이 회복됐다. 토홍강은 이런 모습을 가혹한 사장이 직원들을 세뇌한 결과처럼 받아들였다.

시회옥은 토홍강에게 장우는 다르다고 거듭 말했다. 토홍강은 떠났다가 돌아와도 야근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위협했지만, 시회옥은 장우가 하루 스물네 시간 야근시켜 주기로 약속했다며 오히려 스승을 안심시켰다. 장우는 향우회의 파산한 혼수들도 채용했다. 회사 수입과 실험실 보조금이 다시 들어오기 시작하자 천일황신 제작에 쓸 시간을 확보했다.

태청경에서 도면만 올리는 것과 달리, 첫 군사증 심사에 제출할 천일황신은 현실에 제작 기록을 남겨야 했다. 자운진에게는 월 2영폐에 하루 열네 시간, 매주 열두 시간의 무료 야근 조건으로 조수를 제안했다. 자운진은 처음 거절했다가 법보를 공짜로 수리해 준다는 말에 일주일만 해 보기로 했다. 낡은 법보를 고치고 나면 떠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씻은 재료는 준비하는 대로 사라졌다. 처음에는 장우가 실패해서 낭비한다고 생각했으나, 실험대에서는 뼈대가 눈앞에서 완성되고 있었다. 자운진이 빨라지면 장우도 더 빨라졌다. 금준의 팀이 한 달 걸렸다는 골격을 일주일 남짓 만에 끝내고도 장우는 예상보다 느렸다고 했다. 품질 검사까지 통과하자 자운진은 이 프로젝트가 자기 이력서에 남을 성과임을 알아보았다. 떠날 생각을 잊은 그녀의 근무 시간은 열네 시간에서 열여섯 시간, 스무 시간, 마침내 스물네 시간으로 늘었다. 임금 인상이나 야근 수당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풍우한은 자극의 성과를 나누려 다른 원영진군 다섯 명의 연구를 끌어들였고, 장우에게도 각 실험실에 협조하라며 제작을 멈추게 했다. 자극의 대응을 한두 달 기다렸다가는 천일황신 심사와 리그 준비가 밀릴 상황이었다. 복희는 풍우한을 없애면 다음 담당자가 올 뿐이라며 차라리 자기편으로 만들자고 했다.

장우는 장편편에게 풍우한의 마교 연루가 학교에 해를 끼칠까 걱정하는 척하며 조사를 부탁했다. 누나는 처음에는 내키지 않아 했지만, 장우가 자신에게 150영폐를 빌려주느라 낡은 안구법해 교체도 미뤘던 일을 생각하고 움직였다. 돌아온 기록은 오히려 너무 깨끗했다. 복희가 이를 내부 수사 자료처럼 희신에게 내밀자, 풍우한이 이미 그의 신도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장우 뒤에 강력한 누나가 있고 풍우한을 조사 중이라고 말하자 희신은 풍우한에게 관계를 회복하라고 지시했다. 풍우한은 자극에게 50영폐, 장우에게 20영폐를 보내고 업무도 줄였다. 풍우한이 왜 갑자기 태도를 바꿨는지 자극이 묻자, 장우는 스승의 화신 승급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둘러댔다.

죽은 사람의 다음 생

한편 이소는 죽은 뒤 더 좋은 집안에서 다시 태어나길 기대했다. 그러나 윤회 절차에서 기다리던 것은 열다섯 번째 생이라는 기록과 마이너스 잔고였다. 남은 돈은 채무와 세금, 각종 비용으로 사라졌다. 장우의 비밀을 고발해도 처지가 나아지지 않았다. 돈이 없어 곤허 1층을 고르자, 좋은 가족과 재능뿐 아니라 성격을 바꾸는 항목에도 돈이 필요했다. 선인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없애는 것조차 유료였다. 거부하거나 자살해 벗어나는 길도 없이 그는 다시 태어나야 했다. 장우는 이 과정을 보지 못했다.

장우가 알아보는 것은 장편편의 정체였다. 다른 신도 전생자와 싸우는 누나의 행적을 두고 복희는, 거대한 신이 여러 몸으로 나뉘어 환생한 뒤 서로를 흡수하는 과정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강한 한 명이 남더라도 방대한 옛 기억과 의지가 되살아나면 지금의 성격은 사라질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복희가 사정을 해석한 것이었지만, 장우에게 중요한 사람은 과거의 대능이 아니라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한 누나였다. 지금은 그 과정에 끼어들 힘이 없었다.

복희는 옛 사신왕에게 들었다며, 환생 때 재산과 수위를 옮기는 데 천인오세가 붙는다고도 말했다. 경장신군은 종문 전생자들의 수위를 몰래 옮겨 그 부담을 피하게 해 주고 있었다. 장우와 복희는 당장은 거기에 끼어들지 않고 정보를 더 모으기로 했다.

금준을 앞지른 15급 초호기

한 달여 만에 1급 초호기를 완성한 장우는 공개 영상으로 진척을 알렸다. 금준은 거대한 대리 제작팀이 붙었을 것이라 의심했다. 재산의 절반 가까이를 쓴 프로젝트에서 전과생에게 패하면 대출과 투자, 명성이 함께 무너질 터였다. 그는 장기와 법해를 담보로 더 대출받아 장비를 빌리고 금단 교수를 일대일 지도자로 고용했다. 한편 사형 귀원자에게 부탁해 장우의 속도를 늦추려 했다.

장우는 현실에서 초호기를 제련하며 기록을 남기고, 자운진이 재료를 마련하는 틈에는 태청경에서 도면을 연습했다. 자운진은 횟수만 늘리지 말고 매일 보고서에 독창적인 사고를 담으라며, 사장이 성장한다면 자기 급여를 깎아서라도 돕겠다고 했다. 장우는 직원일 때는 사장에게 미래를 약속받더니 사장이 돼서는 직원이 감봉을 미끼로 들이민다고 어이없어했다. 그는 이유를 스스로 탐구할 기회를 주겠다며 작업 속도를 더 올렸고, 자운진은 다른 생각을 할 여유도 잃었다.

귀원자는 승인했던 휴가를 부인하며 연기 기술사 보충 강의를 1배속으로 들으라고 했다. 규정대로 출석하지 않으면 낙제라는 말이었다. 장우는 풍우한에게 이 때문에 화신 법해 실험에 지장이 생긴다고 알렸다. 풍우한은 귀원자의 예산 서류를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거듭 반려했다. 마침내 사무실 구석에 앉혀 다시 쓰게 한 자리에서, 장우를 반갑게 맞고 대출 승인을 약속했다. 귀원자는 그제야 사정을 알아차렸다. 수업에 오지 않아도 만점을 주겠다고 연락했으나 장우는 휴가만 정상 처리하고 성적은 실제 받은 대로 달라고 했다. 금준은 송금은 받아 놓고 자신을 친구 목록에서 삭제한 사형에게 더 연락할 수 없었다.

1월 중순 장우의 초호기가 11급이 됐다. 크기를 바꾸고 음뢰로 공격을 막았으며, 불꽃 속으로 몸을 옮겼다. 천일통감으로 감각이 연결되자 장우는 자기 몸이 하나 더 생긴 듯 느꼈다. 군사증의 최소 조건은 채웠지만, 간신히 신청했다가 떨어져 한 해를 기다릴 수는 없었다. 그는 더 제련해 15급으로 올린 뒤 심사를 신청했다. 금준은 그 무렵에야 11급을 완성했다.

자극과 경쟁하던 연구팀들도 흔들렸다. 한 팀에서는 학생 세 명이 쌍휴교에 들어갔고, 다른 원영진군들은 논문 조작과 세금, 위조품 문제에 걸렸다. 현음진군만 경쟁자로 남자 장우의 실험 부담은 줄었다. 천일황신의 제출이 끝나자 그는 자운진에게 그달 남은 근무 시간은 공사장에 가서 채우라고 했다. 자운진은 연기과 학생이 그런 곳에 갈 수 없다고 버텼지만,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리고 싶지 않느냐는 말에 나갔다.

소운예가 진척을 캐러 오자 자운진은 두 달 만에 1급을 15급까지 올렸다고 자랑했다. 자기는 작년부터 금준의 한계를 알아보고 토목 속에 묻힌 옥 같은 장우를 선택했다는 것이었다. 소운예는 그때 자운진이 장우를 냄새나는 토목이라고 부르던 일을 기억했다. 옆에서는 합환대학의 잠입 요원 부심약이 연기과 학생들에게 접근하려다 옥성한의 신고로 붙잡혔다. 옥성한은 부심약이 값싼 마사지로 사람을 유인해 몰래 쌍수하고 혈기와 법력을 훔친다고 고발했다.

심사 통과 소식이 오자 자극은 장우가 자기 직전제자라는 사실도 알리라고 했다. 거만하지 않게, 그러나 너무 겸손하지도 않게 처리하라는 지시는 아래로 내려갈수록 요란해졌다. 글씨와 밝기, 특수 효과가 계속 늘자 담임 연화진인은 학생들의 안구법해가 버티지 못할까 걱정했다. 그는 차폐 부적을 빌려 먼저 주변 시야를 낮췄다.

연화진인: 밝기 감소! 해상도 감소! 레이 트레이싱 끄기! 화면 디테일 최저!

사람들의 눈앞이 어두운 모자이크처럼 변한 다음에야, 선광과 거대한 글자로 장우의 군사 연기 자격증 갑류 취득이 발표됐다. 금준은 이를 보며 손에 든 작업을 계속할 힘을 잃었다. 장우의 이름이 알려지는 만큼 자신이 패했다는 사실도 함께 퍼질 것이었다.

장우는 반 1위, 학과 13위, 전교 44위로 뛰었다. 금융과는 즉시 대출 혜택을 제안했고 연기과는 실험실과 재료 할인, 학생들은 상위권 채팅방을 안내했다. 전교 50위 방에 들어가자 새로 51위가 된 학생이 먼저 퇴장했다. 환영 인사가 오가던 방은 도건곤이 한마디 하자 곧 그를 상대로 상품을 파는 장소가 됐다. 장우도 법보 수리를 제안했다. 북무봉은 도건곤은 고장 나면 새것을 산다고 말했지만 정작 도건곤은 수리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도 평소에는 수리해서 썼다. 경기를 할 때마다 새 법보와 법해로 바꾸는 정도일 뿐이었다.

새 눈에 보이는 도시와 북무봉의 계약

장우는 낡은 안구법해를 교체하기로 했다. 야성리의 빈민 시뮬레이터는 선물하거나 원가에 팔면 사제와의 감정적 유대가 깊어진다고 권했지만, 야성리는 이윤을 포기하는 조언까지 따를 생각은 없었다. 10%의 이익을 붙인 21영폐로 구유요동을 만들어 주었다. 새 눈으로 혼수 감지를 켜자 사람들의 법해뿐 아니라 통로와 광고, 상점 주변에도 혼수들이 빼곡하게 일하고 있었다. 야성리는 대형 브랜드보다 만법의 높은 혼수 밀도에 맞게 최적화했다며 화면이 끊기지 않느냐고 물었다. 장우는 만족했으나 법력이 아까워 감지를 껐다.

군사증을 자랑하며 주문을 받으려던 장우에게 향우회가 가장 크게 반응한 것은 혼수 채용 공고였다. 곤허 3층에 올라간 왕윤은 장우가 이제야 자기 옛 안구법해를 중고로 파는 것을 보았다. 다시 자극받은 그는 한 해 안에 금단증을 따기로 했다. 장편편은 다음 리그 대신 대학원으로 올라갈 예정이라고 알렸다. 장우가 군사증 두 개를 가졌다고 해도 반년 뒤 출전할 수준에 이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2월 중순 장우는 천일황신을 20급으로 만들고 군용 성능을 모두 해방했다. 실험실을 망가뜨릴까 봐 671층 현장으로 가져간 괴뢰는 황금빛 불꽃으로 몸을 바꾸어 건축 폐기물을 태웠고, 그 속에서 법력을 뽑아냈다. 손이나 용의 형상으로 바뀌어 벽돌과 시멘트를 운반하면서도 접촉면의 온도는 낮췄다. 장우와 자운진은 훌륭한 돈벌이를 보았고, 다른 인부들은 일자리를 빼앗으러 온 존재를 보았다. 장우는 폐기물 처리비까지 받으면서 연료를 보충할 수 있다며 회사 공사에 투입했다.

그 사이 금융과는 천요대학을 끌어들이려고 값싼 노동력과 고기, 자재를 수입했다. 토목 임금은 다시 내려갔지만 물가와 원가가 내려 이익을 보는 사람이 많았다. 고 주임은 도시 대진까지 동원해 항의한 끝에 핵심 시설의 고임금 일자리만은 만법 토목과에 남겨 두었다.

천요 학생들은 번식세를 내기 위해 임신해야 한다며 사운상을 강제로 눕혔고, 시회옥 일행이 막자 오히려 배상을 요구했다. 관리자는 학교 간 협력을 위해 참으라고 했다. 장우가 순위와 군사증 두 개를 펼치고 나타나자 요족들은 배를 드러내며 쓰러졌다. 그는 회사 사람을 다시 건드리면 먹어 치우겠다고 몰아냈다. 친구들은 허리를 폈지만, 관리자는 직원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는 사장보다 요족을 차별하는 사람이라고 이해했다.

뒤늦게 천요의 스승들이 항의하자 북무봉이 돈을 써서 잠재웠다. 그는 장우에게 요족을 싫어해도 티 내지 말라며, 본론으로 천일황신을 하루 50영폐에 빌려 달라고 했다. 장우는 자기 몸까지 빌려주고 하루 100영폐를 받을 수 없느냐는 생각을 할 만큼 솔깃했다. 그러나 사용 시기가 십대 리그라는 말을 듣고 거절했다. 자신도 출전할 생각이었다.

북무봉은 참가하려면 자신이나 야성리를 꺾어야 하며, 등록까지 다섯 달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원래 금준을 도와 천일황신을 빌릴 생각이었지만 금준이 실패하자 거래 상대를 바꾼 것이었다. 장우가 포기하지 않자 선발에 떨어지면 자신에게 우선 대여하라는 계약을 제안했다. 복희는 반대로 북무봉이 패하면 그의 법보를 빌릴 권리도 넣자고 했다. 어차피 대표팀 자리를 두고 충돌할 사이라면 지금의 과소평가를 이용하라는 말이었다.

장우는 자극과 야성리에게 규칙과 법보 조종 한계를 확인한 뒤 역제안했다. 북무봉은 무료 대여로 조건을 높여 받아들였다. 장우가 자신을 밀어내면 자기 군용 법보를 무료로 빌려주고, 장우가 패하면 천일황신을 공짜로 쓰겠다는 것이었다. 북무봉은 대여료를 아꼈다며 만족했고, 장우는 지면 하루 50영폐를 잃는다며 반드시 이기기로 했다.

전문대생을 위한 설계

장우의 다음 목표는 설계 대회에서 군사 연기 자격증 을류를 얻어 천지괴겁무형심병을 배우는 것이었다. 동시에 열두 비검으로 이루어진 태호성률검진을 제작하기로 했다. 천일황신이 현장에서 돈을 벌고 실험비와 상환금이 들어오면 매달 100~110영폐를 연기에 쓸 수 있었다. 그는 소운예 등 두 사람을 추가 고용해 자운진에게 맡기고, 태청경에서 검진에 필요한 열세 법보의 도면을 익혔다. 이번에는 첫 심사처럼 모든 수련 흔적을 공개할 필요가 없어 훨씬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

칠정은 백진진이 검도 돌파를 앞두었다며 선물을 보내라고 했다. 장우는 예전에 약속한 스타킹을 떠올렸다. 천공개물로 백진진에게 맞는 법보 도면을 고쳐 저작권까지 넘기고 천검의 연기과에 제작을 맡기라고 했다. 백진진은 그가 시간이 날 때 직접 한 켤레 만들어 주면 된다고 답했다.

한편 야성리의 영운기심을 복제하려면 함께 제품을 설계해야 했다. 장우는 처음에 그녀에게 어울릴 스타킹을 구상했지만, 야성리가 필요한 것은 자신을 위한 고급 법보가 아니었다. 학교의 육성 지원으로 팬은 늘었어도 대부분 전문대생과 하교생이라 비싼 상품을 살 수 없었다. 그들에게 팔 수 있는 저가 제품을 만들려던 것이다. 장우는 향우회에서 설문을 받았다. 오물을 빨리 삼키는 입, 배변할 필요 없는 신체, 손발이 도구와 바퀴로 바뀌는 법해 같은 요구가 쏟아졌다.

설문만으로 부족하자 둘은 전문대 생활을 체험하는 영계 상품을 샀다. 보안과의 보표는 자신도 대학생이라며 깨끗한 물과 화장실이 있고 잠들지 않고 일할 약을 주는 회사를 꿈꿨다. 그러나 선배의 법보를 손상시킨 뒤 생혼으로 제련되며 이야기가 끊겼다. 다른 시나리오의 아밍은 갖은 차별 끝에 선인의 잔혼을 내려받았다. 그 뒤 이어지는 회차 제목은 벽돌 나르기, 택배 분류, 배달 실적으로 상대를 놀라게 하는 성공담이었다. 대단원의 보상조차 편입해 대학생이 되는 것이었다.

장우는 실제 생활 자료를 찾으러 왔는데 사이다극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결국 쌍수 전공 연애물을 고른 그는 태상망정에서 태상다정과 태상심정으로 이어지는 합환의 기술사를 열심히 듣고 나왔다. 서로의 고통과 감정을 수련 재료로 돌리는 개량의 역사였다. 복희에게 배운 내용을 길게 설명했지만 제품 설계에 쓸 생활 정보는 부족했다. 야성리도 전문대생을 신기한 오락거리로 다룬 상품이라고 보았다.

둘은 각 종문 아래 전문대생들에게 실제 일상 영상을 사기로 했다. 고향 사람들은 화질과 분량을 물으며 몰려들었고 대학생들도 영상을 팔 수 없느냐고 나섰다. 장우는 전문대생 것만 받았다. 태청경에서 영상을 빠르게 보자 무너진 교실과 철거된 기숙사, 비검의 습격을 피해 지하로 달려가는 일상이 나왔다. 거대 기업에 약품을 우선 공급하느라 약값이 오르고, 길에서 쉬는 사람은 마교도로 의심받았다. 장우가 천공개물에 넣을 자료는 이렇게 채워졌다.

자극은 설계 대회 심사위원 네 명에게 100영폐 넘는 선물을 준비하라고 했다. 적게 주면 괴롭힘을 받고, 너무 많이 주면 시세를 망친다는 경고도 붙었다. 장우가 돈을 내면 군사증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묻자 자극은 다른 선물 준 사람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만 생긴다고 답했다. 그는 스승을 따라 접객실을 돌며 돈을 건넸다. 절차가 너무 빠르고 규격화되어 상대가 기령을 세워 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정도였다.

사신들의 장부와 작업 부츠

희신은 그 무렵 복희에게 더 큰 계획을 꺼냈다. 경장신군이 수위를 밀수해 준 종문 전생자 명단과 탈세 장부를 손에 넣어 그들을 협박하고 종문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것이었다. 복희는 위에 사신왕이나 종문 측 협력자가 있는지 물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 자기 역시 작은 사기를 거대한 계획처럼 설명해 본 적이 있어 어디까지가 실체인지 의심했다. 그래도 몇 년, 몇십 년에 걸친 과정 중 필요한 거래만 할 수 있다는 말에는 장우와 상의해 참여하기로 했다.

첫 의뢰는 금융과 자료를 되찾는 일이었다. 사신 측 인물이 이미 빼낸 자료를 정보센터에 숨겼으니 가져오라는 요구였다. 마침 장우의 회사는 고 주임을 통해 핵심 시설 복구 공사를 맡고 있었다. 그는 현장의 감시를 피해 영기 회로 사이에 떨어진 사리를 주웠다. 들어 있던 자금 흐름에는 천요대학과의 거래, 수상한 계좌들이 있었으나 일부 자료만으로 전생자 자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희신은 정보센터에 들어갈 수 있는 복희의 세력을 높게 평가했고, 대가로 외부에 보이는 대학과 순위를 위장하는 영계 대역 기술을 주었다. 정신의 정밀한 조사까지 속이는 기술은 아니었다.

장우가 사들인 영상 속 산해직업대학 학생 수해우는 성적을 올려 준다는 쌍수 동아리에 들어갔다. 그러나 수업을 빠지고 쉬게 하는 활동이 수상해 신고했다. 순찰대는 쌍휴교의 흔적을 찾지 못했고, 동아리를 나가자는 말에 친구와 다툼만 벌어졌다. 장우는 아직 판단할 수 없어 지켜보며 작업을 계속했다. 4월 하순에는 첫 태호성률비검이 11급에 올라 검의를 응집했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부덕하다는 통상적인 태호도덕검의와 자신이 만든 검의는 다를 수도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야성리가 택한 제품은 흙과 돌을 가공해 소화 부담을 줄이는 혼돈식양의였다. 장우는 완성된 도면을 대신 내놓지 않고 비용을 낮출 방향을 제안하며 함께 수정했다. 설계가 확정되자 영운기심을 복제할 수 있었다. 여러 도면을 융합하는 능력이었으나 아무 기능이나 무한히 더할 수는 없었다. 조합에 따라 장점이 사라지거나 쓸모없는 결과가 나왔고 영감도 소모됐다.

대회용 제품을 찾던 장우 앞에 인공 분변 제조기와 대학생 피부, 자동 광고 시청 기계, 치질 양식기 같은 도면이 나타났다. 그는 하나씩 버리다가 마침내 풍신 반법해형 작업 동력 부츠를 골랐다. 발과 정강이를 감싸는 외관은 고급 법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착용형 법보였다. 안구법해 하나만으로도 법력이 빠듯한 전문대생이 다리를 절단하고 새 법해를 달 필요가 없었다. 험한 길을 오래 걸을 때 마모를 줄이고, 충격을 받아 주며, 힘을 더 잘 전달했다. 햇빛으로 법력을 조금씩 보충하는 기능도 넣었다.

천공개물로 원가를 더 낮추자 장기간 사용 때 과열과 누전이 남았다. 이를 없애려면 외관이나 성능을 양보해야 했다. 장우가 자극에게 도면을 보내 방법을 구하자 스승은 더 고칠 것이 없다고 답했다.

자극진군: 뜨거운 거나 전기 흐르는 게 싫어? 전문대 학생들한테 진통제나 먹으라고 하면 되잖아.

설계 대회의 대필 의혹

풍신 반법해형 작업 동력 부츠의 도면을 살핀 자극진군은 좀처럼 손댈 곳을 찾지 못했다. 장우가 혼자 만들었다고 믿기 어려워 설계 과정까지 확인했으나, 여러 도면을 고치고 합친 흔적은 분명했다. 자극은 제자의 재능에 만족하며 조기 졸업을 시켜 대학원 실험실로 데려올 생각까지 했다. 다만 심사위원들이 같은 결론을 내릴 것 같지는 않았다. 자신의 제자가 이런 도면을 제출하면 대필부터 의심할 터였으므로, 장우에게 현장 시험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라고 당부했다.

장우는 설계와 함께 진행하던 첫 태호성률비검의 연성도 20급까지 마쳤다. 검을 시험하면서는 자신이 응축한 도덕검의가 흙이나 돌보다 사람에게 더 강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지구에서 지녔던 도덕관을 기준으로 삼은 검의였다. 장우는 곤허 사람들의 도덕에 그만큼 문제가 있는 것이라 여겼고, 더 높은 층으로 올라갈수록 오히려 검이 강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검진을 갖추려면 같은 수준의 비검이 열한 자루 더 필요했다. 조수들은 부지런히 일했지만, 장우가 원하는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다.

이에 북무봉의 실험실에서 일하던 유향교를 찾아가 기존 급여의 1.2배와 관리직을 제안했다. 7학년인 유향교에게는 아직 4학년인 장우의 실험실이 불안정해 보였다. 지금 당장의 조건보다 실험실의 장래를 따져 제안을 거절하자, 장우는 우선 기존 조수들로 작업을 이어가야 했다.

그 무렵 수해우가 보낸 전문대 생활 영상에는 쌍휴 동아리와의 충돌이 계속 담겼다. 동아리원들은 다른 학생을 속이거나 약물을 써서라도 쉬게 만들었고, 수해우는 그런 강제 휴식을 거부했다. 학교 간부들까지 매수당한 것 같다며, 자신이 붙잡힐 경우 영상을 증거로 정신에게 신고해 달라고 부탁했다. 장우는 학생 생활을 제품 설계에 활용하려고 영상을 샀다가, 동아리와 마교를 둘러싼 사건까지 지켜보게 되었다.

설계 대회의 심사실에서는 자극의 예상대로 대필 논란이 벌어졌다. 현음진군은 장우의 출품작을 높게 평가하고 다른 심사위원들 앞에서도 감쌌으나, 속으로는 자신 역시 자극이 도와주었으리라 생각했다. 다른 심사위원들이 녹화 앞에서 장우의 독자 설계를 보증하라고 몰아붙이자 그 요구까지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준화신에 가까운 자극이 학생 대회에 끼어들었다는 비아냥이 오갔고, 심사위원들은 열 명을 곧바로 확정하는 대신 열다섯 명을 뽑아 현장 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천정의 지시에 따라 모두에게 같은 과제와 여섯 시간이 주어졌다.

시험을 앞두고 장우는 야성리의 혼돈식양의 판매 방송에도 출연했다. 처음에는 전교 44위가 등장했다며 반기던 시청자들이 두 사람의 쌍수 소문을 꺼내자 분위기가 뒤집혔다. 야성리는 순수한 사저·사제 관계라며 선을 그었지만, 누군가 그녀의 법해가 장우 때문에 닳는 것 아니냐고 묻자 속으로 엉뚱한 부분에서 발끈했다.

내가 연성한 법해가 그렇게 쉽게 마모될 리가 없어!

야성리는 문제의 댓글을 차단했다. 소동 속에서도 혼돈식양의는 102대가 팔렸고, 장우의 팔로워도 늘었다. 장우는 남아 있는 설계도도 야성리를 통해 팔아볼 생각을 했다. 하지만 투자관리처가 내민 일괄 매입가는 두 사람이 기대한 액수에 크게 못 미쳤다. 야성리는 적어도 50영폐는 받아야 한다고 여겼고, 10영폐에 전부 넘기라는 제안을 거절했다.

수해우의 다음 영상은 훨씬 다급했다. 마침내 붙잡힌 그는 자신들을 왜 방해하느냐고 따지는 이들에게, 강제로 쉬게 만들어 다른 사람의 삶을 망치고 있다고 맞섰다. 육신으로 빠져나갈 수 없다고 판단한 수해우는 뱃속의 독약을 터뜨려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혼수로 변해 영계로 빠져나가려는 그를 보고 교도들은 당황했다. 장우는 영상을 장편편에게 넘겼다.

흙을 먹고 늘어나는 괴뢰

현장 시험은 외부 영계와 차단된 방에서 진행되었다. 장우에게 허용된 것은 내부 자료실뿐이었다. 과제는 복잡한 지형과 뇌전 속에서 여러 재료를 탐색하고 운반할 법보를 설계하는 것이었고, 제작비는 30영폐를 넘을 수 없었다. 빠른 비검은 운반량이 부족했고, 많이 싣는 수레는 이동 속도가 느렸다. 환경에 맞춰 탐색·채집·운송을 모두 해결하면서 비용까지 줄여야 했다.

다른 참가자들도 각자의 기술을 끌어냈다. 장성야는 값싼 요수 재료를 활용한 생체 모방 괴뢰를 내놓았고, 귀신공은 검은 구름처럼 흩어졌다 모이는 괴뢰로 지형의 제약을 줄였다. 심사위원들은 귀신공에게 452점을 주며 우승 가능성을 높게 보았다.

장우는 영운기심으로 도면을 합치고 천공개물로 손질해 모체 괴뢰를 설계했다. 이 괴뢰는 처음부터 모든 일을 혼자 하지 않았다. 주변의 흙과 돌을 먹어 필요한 괴뢰를 만들고, 그 괴뢰들이 구해 온 재료로 더 다양한 괴뢰를 생산했다. 환경과 확보한 재료에 따라 열여덟 종류의 괴뢰가 차례로 생겨나 탐색과 채집에 가세했다. 시험 시간이 끝난 뒤까지 버틸 필요도 없었다. 장우는 수명을 줄이는 대신 당장 필요한 성능과 생산량을 확보했다.

심사위원들은 현장의 자원을 생산에 다시 투입하는 방식과 설계의 폭에 놀랐다. 장우의 점수는 488점으로 귀신공을 넘어섰다. 현장 시험까지 이겼으니 부츠의 설계 능력을 부정하기도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심사위원들이 대필 의혹을 깨끗이 거둔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자극이 기억을 교환하는 기술로 경험을 주입했을 것이라는 설명을 찾아냈다.

장우가 실제로 치른 대가는 따로 있었다. 영운기심의 영감을 회복하는 데 한 달가량이 필요했고, 천공개물을 과용한 탓에 도심은 17급 88%까지 떨어졌다. 도심을 되돌리는 데에는 그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릴 전망이었다. 그는 우승의 이득을 챙기는 한편, 남은 비검의 연성과 회복에 쓸 시간도 계산해야 했다.

귀로에는 순찰대 제4처의 욱양진인과 운우청이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통신부터 끊은 뒤 수해우가 쌍휴교도였으며 파업을 조직하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장우가 본 영상에서 수해우는 쌍휴교에 끝까지 맞섰는데, 순찰대는 오히려 그를 교도라고 단정하고 있었다. 순찰대는 장우의 안구법해를 조사하려 했지만, 그는 전교 순위권 학생을 조사할 때 필요한 정식 절차를 요구했다.

운우청이 아직 전교 20위 안에도 들지 못한 학생이라고 압박하는 사이, 설계 대회의 결과가 반영되었다. 장우의 학과 순위는 13위에서 6위로, 전교 순위는 44위에서 19위로 뛰었다. 방금 들먹인 기준을 눈앞에서 넘어선 장우가 물었다.

학교 다닐 때…… 대회에서 상 받아본 적 없어?

두 사람은 더 밀어붙이지 못하고 물러났으며, 돌아가서는 상관에게 질책을 들었다. 한편 투자관리처도 장우의 우승 이후에는 태도를 바꾸었다. 만도그룹이 그의 설계에 관심을 보이자, 학교가 아무 몫도 얻지 못한 채 거래가 끝날까 걱정하게 된 것이다.

실험실의 인원과 쌍휴교의 침투

자극은 심사위원들이 만들어낸 기억 전수설을 듣고도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 장우에게도 먼저 인정하거나 부정하지 말라고 했다. 추궁받으면 화신법해를 통해 경험을 얻었다는 식으로 프로젝트를 홍보하라는 것이었다. 장우의 재능이 자극의 연구 성과로 받아들여진다면 자극에게도 이익이 있었고, 그녀는 그에 대한 보상도 생각해 두었다.

장우는 새로 얻은 군용급 공법 선택 기회로 천지괴겁무형심병을 골랐다. 연기 자체에 유리한 태허신기책도 있었지만, 십대 리그를 앞둔 그에게는 법보를 조종하고 전투에 활용할 수단이 더 급했다. 공법을 올리고 비검 열한 자루를 더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은 수백 영폐에 달했다. 우승했다고 돈 걱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거절했던 유향교가 다시 찾아온 것도 이때였다. 이제 그녀는 급여를 낮춰도 좋고, 대회 전까지 시험을 제외한 시간을 모두 실험실에 쓰겠다고 했다. 장우는 면담에서 그녀의 작업 관리 능력을 확인하고 받아들였다. 북무봉은 유향교의 이동 기록을 확인해 외출 시간을 문제 삼고 급여를 깎으려 했다. 유향교는 며칠 동안 일부러 불평하고 다툼을 벌여, 다른 실험실로 옮기려는 속내를 들키지 않은 채 북무봉에게서 퇴사 허락을 받아냈다. 처음에는 인수인계로 작업이 더뎠지만, 역할을 정리하고 조수들을 배치하자 생산이 빨라졌다.

고 주임은 전과한 장우가 자극의 실험으로 혹사당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자극은 제자가 자기 밑에서 더 즐겁게 지내고 더 강해지고 있다며 사진까지 보내 그를 약올렸다. 사진을 본 고 주임은 순찰 중이던 현장의 청소 상태와 자재 검사, 노출된 법력 회로를 잇달아 지적했다. 곁에서 시찰을 따르던 관리자들은 굳어지는 그의 표정에 초조해졌다.

자극이 화신법해를 통해 장우에게 경험을 전수했다는 소식은 백진진에게도 전해졌다. 백진진이 연천희에게 사제 사이의 쌍수를 물었을 때 돌아온 설명은 곤허다운 것이었다. 수련을 위한 거래는 문제가 없지만 사랑을 나누면 사제 윤리에 어긋난다는 식이었다. 문무애는 사제 사이의 수련이라는 말에 영감을 얻었다며, 자신이 장우에게 진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승이 그의 스승에게 진 것이라고 답했다. 상담을 마친 백진진은 인륜과 공공질서에 맞게 극정검도를 재정비하겠다며 칠정신군에게 새로운 수련 방안을 내밀었다. 칠정신군은 짐승 같은 놈이라며 호통쳤다.

설계도 거래에서는 투자관리처가 단순 매입자 대신 대리 협상자로 나섰다. 만도그룹과 직접 맞서는 데 필요한 학교의 힘과 법률·협상 지원을 제공하고 수익을 나누겠다는 조건이었다. 장우는 자극과 복희에게 의견을 구한 뒤 이를 받아들였고, 선금 60영폐와 이후 판매 수익의 2%를 받는 계약을 맺었다.

암령계에서는 희신이 쌍휴교의 전염 방식이 바뀌었다고 알려주었다. 법해에 들어온 정보가 육신으로까지 번지면 휴식을 향한 충동을 억누르기 어려워졌고, 의식을 통해 대응할 수는 있었다. 가장 간단한 예방책으로 거론된 것은 임금 인상이었다. 하지만 그런 전례를 만들면 다른 노동자들도 더 높은 보수를 요구하게 될 터였다. 기업뿐 아니라 정신과 다른 세력들까지 달가워하지 않는 방법이었다.

장편편의 조사도 수해우의 죽음을 확정해 주지는 못했다. 영상 자체에서 편집 흔적은 찾지 못했지만, 촬영된 사건이 연출되었을 가능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관련 기록은 지워져 있었고 정상적인 혼백 수거 기록도 없었다. 영상대로 죽었다면 혼백이 도중에 가로채였을 가능성을 따져야 했다. 그 무렵 장우는 비검 열두 자루를 완성했지만, 회사에는 더 가까운 위기가 닥쳤다. 옥성한이 쌍휴교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일을 할 의욕을 잃기 시작했다.

임금 인상과 공사장의 지진

장우는 회사 전체의 급여를 10% 올려 감염을 막기로 했다. 복희는 한 달에 드는 돈부터 일 년, 십 년 뒤에 나갈 돈까지 계산하며 반대했다. 이런 식으로 양보하다가는 유급 휴가까지 주게 될 것이라는 걱정이었다. 장우도 예상 비용을 듣고 속이 쓰렸지만, 직원들을 잃거나 순찰대 때문에 공사를 멈추는 편이 더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급여 인상 공지가 나가자 직원 단체방에는 충성 맹세가 쏟아졌다. 호운도는 장우를 아버지라고 불렀다.

아버지! [머리 박음] 하루 24시간 야근은 제 한계가 아니라 시간의 한계입니다!

장우는 감격하는 직원들에게 그만 떠들고 일하라고 했다. 임금 인상은 회사의 감염을 막는 데 효과가 있었지만, 이미 증상이 깊어진 옥성한에게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는 잠깐 의욕을 되찾았다가 다시 쉬고 싶어졌고, 급기야 계휴소에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장편편에게서는 순찰대가 회사를 조사하러 올 것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그때 상산이 이끄는 요예들이 공사장 지반을 흔들어 작업을 중단시켰다. 배후에서는 금융학과의 지원과 투자를 약속하고 있었다. 공사가 멈추면 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직원들에게는 즉각적인 손해였다. 상산은 토목 분야에서 요예의 우수함을 증명하겠다며 장우를 압박했고, 저항하면 차별 문제로 몰고 갈 태세였다. 소청현이 앞을 막자 상산도 그가 진 수만 영폐의 빚을 의식해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

장우는 공사장 전체를 인력으로 들어 올렸다. 발밑의 지반을 흔들어도 허공에 떠 있는 현장은 멈추지 않았다. 이어 천일황신의 열기로 요예들을 몰아붙였다. 상산 일행이 지하로 피하자 태호성률검진으로 통신을 장악하고 화염을 땅속에 전달했다. 상산도 천상골을 써서 비와 눈을 불러 맞섰고, 요예들은 사망 보험까지 들먹이며 버티려 했다.

장우는 힘겨루기만 계속하지 않았다. 영계의 시선을 흐트러뜨린 뒤 요예 공사장을 돌아다니며 방치된 오염물의 양을 더 늘리고, 자신이 유지하던 지반 안정도 거두었다. 상산 일행의 공격으로 암반이 깨지면서 폐기물과 오염수가 지하수로 쏟아졌다. 인근 약초밭까지 위협받자 정신 등병정이 나타나 책임을 추궁했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뭉쳐 있던 요예들은 벌금을 피하려고 서로와의 관계부터 부인했다. 장우는 자기 공사장을 복구한 뒤 천일황신을 남겨 작업을 지키게 하고 옥성한을 데리고 따로 움직였다.

순찰대가 조사했을 때 회사 직원들에게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급여 인상이 효과를 낸 덕분이었다. 그러나 옥성한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욱양진인은 추적을 멈추지 않았다. 장우와 옥성한은 도시에서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었고, 이번에는 자극이 제공한 40급 천일황신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욱양은 상대의 배경을 알면서도 체포를 강행하려 했다.

옥성한이 가장 믿는 사람

장우는 옥성한을 데려가기 전에 지하에서 의식을 준비했다. 자기가 믿어도 되겠느냐고 옥성한에게 묻자, 옥성한은 망설이지 않았다.

장우, 너야말로 내가 가장 믿는 사람이다. 솔직히 말해서, 내 제1성별이 여자였다면 진작에 네 아이를 가졌을 거다.

장우는 누군가 옥성한을 노려 자신과 자극까지 공격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 싸움에 끌려다닐 시간을 아끼려면 이제 일어날 일을 아무에게도 알려서는 안 됐다. 그는 법해를 모두 내려놓고 네트워크를 끊자고 했고, 법해가 많은 옥성한의 탈착도 도왔다.

장우는 사신과 관련된 비밀을 털어놓고 의식을 진행했다. 옥성한이 복희의 신도가 되자 쌍휴교의 침투에 대응할 수 있었고, 삼안신통에도 변화가 생겼다. 의식을 마친 옥성한은 장우에게 말했다.

장우, 오늘부터 우리는 같이 살거나, 같이 죽는다.

그런 뒤 순찰대와 마주한 장우는 조사 절차를 따졌다. 옥성한이 이미 조사 명단에 올라 있다는 답을 듣고는, 자리를 지켜두겠다고 약속하며 그를 보냈다. 자극은 제4처 책임자인 계명진군에게 직접 연락했다. 자신의 제자와 진행 중인 연구를 건드린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고, 계명은 천연신군의 의중까지 확인해야 했다.

욱양은 금융학과 쪽의 지원을 믿고 계속 밀어붙였다. 원영 자격을 얻고 승진할 기회가 걸려 있다고 여겼기에, 상관에게도 배후 사정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그러나 옥성한에게 시행한 세 차례 검사에서는 모두 음성이 나왔다. 심문실에서 금단의 위압을 받아도 옥성한은 고 주임을 불러 달라고 요구했다. 오히려 새로 변화한 눈으로 운우청의 법력 운행을 읽고 공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윗선의 판단이 내려지자 상황은 끝났다. 계명은 장우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욱양의 심문을 중단시켰고, 옥성한을 돌려보냈다. 옥성한은 무사히 나왔지만, 남의 공법이 자꾸 눈에 들어오는 새 능력을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잘못 배웠다가는 저작권료 때문에 파산할 수도 있어 고개를 숙여야 했다. 장우가 복제한 삼안신통도 급수는 그대로였지만 내용은 달라져 있었다.

욱양에게 돌아온 것은 기대했던 승진 대신 전문대로의 좌천이었다. 금융학과의 후원자는 나중에 더 좋은 자리를 주겠다며 달랬고, 욱양은 여전히 입을 다물었다. 장우에 대한 요예들의 비난은 영계에서 계속되었다. 북무봉은 장우를 방해하자는 금준의 제안에 동조하지 않았다. 같은 인간의 연기 기술보다 토목 요예들이 더 우수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는 요예를 인간처럼 보이게 하는 화면 보정까지 쓰는 인물이었고, 장우를 칭찬하는 게시물에는 기꺼이 호응했다.

욱양의 구조 요청과 북무봉의 비검

자극은 장우를 통해 욱양에게 보호를 제안했다. 구천원양탑의 힘을 제한적으로 투영할 수 있는 수단까지 맡겨 보냈지만, 전문대로 향하던 욱양은 배후를 불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고 주임이 주장하던 일상 검사를 받아들여 순찰대가 공사 전체를 멈출 구실을 줄였다. 노동자들은 검사 때문에 일할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싫어했고, 요예들은 쌍휴 문제를 앞세워 계속 시위를 벌였다. 반대로 장우에게는 요예를 싫어하는 발주자들의 일이 들어왔다.

복희와 사신들은 금융학과의 개입을 추적하면서 경장신군의 장부에 담긴 환생자와 탈세 문제도 논의했다. 복희는 욱양을 직접 붙잡기보다, 금융학과가 입막음을 하려 한다고 믿게 만들어 스스로 보호를 요청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이후 욱양은 감시와 위협을 겪고 다급하게 장우에게 연락했다. 영폐를 보내겠다고 하자 친구 요청이 받아들여졌고, 이후 거듭 송금하며 면담을 청했다. 마침내 연결된 장우의 투영 앞에서 목숨을 구해 달라고 매달렸다.

욱양은 금융학과의 우등생이 중간에서 지시를 전달했고, 그 뒤에 더 높은 인물들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을 죽이려는 것도 그쪽이라고 믿었다. 장우는 받은 정보를 자극에게 넘겼다. 이 일은 당장 공개적인 충돌로 번지지 않았지만, 이후 금광원이 퇴학당했고 요예들의 온라인 공격도 크게 줄었다. 복희는 선동에 들어가던 자금이 끊긴 결과라고 보았다.

7월이 되자 장우는 천지괴겁무형심병을 11급까지 익히고 대표 자리를 놓고 북무봉과 겨루게 되었다. 안진진군은 팀에 태호성률비검으로 통신과 지원을 맡을 학생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학교에서 떨어진 황야에서, 두 사람은 비검과 법해만 쓰고 다른 법보는 쓰지 않는 조건으로 승부를 시작했다. 비검을 상대의 10미터 안에 먼저 들여보내면 이기는 규칙이었고, 패자는 군용급 법보를 무료로 빌려주기로 계약했다.

북무봉의 준비는 만만하지 않았다. 검을 숨기고 흔드는 수법이 정교한 데다, 영계 동부에는 오랫동안 검술을 훈련한 검령인 검시 열둘이 있었다. 장우는 인력으로 검의 궤도를 바꾸고 영계의 통제권을 다투며 대응했다. 검시 열둘까지 나서자 열두 고수에게 동시에 포위당한 것처럼 압박을 받았다. 그는 삼안신통으로 검술을 관찰하고 무도성체로 따라 하면서 네 의념에 비검을 나눠 맡겼다. 그러나 북무봉이 영계를 압박하고 열두 비검의 힘을 하나로 모으자 장우는 다시 밀렸다.

장우가 준비한 것은 땅속에 있었다. 아홉 개의 석대가 솟아올라 일순간 통신을 끊었고, 그 틈에 인력이 북무봉의 비검들을 잡아당겼다. 장우는 검들을 산 아래에 묻어버리는 동시에 자신의 비검을 북무봉에게 보냈다. 안진은 종합적인 실력은 북무봉이 앞서더라도, 토목 기술까지 동원해 거점을 만들 수 있는 장우가 팀에 더 유용하다고 판단했다.

북무봉은 남들 앞에서는 결과를 받아들이고 비검 대여도 약속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떠나자 장우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자신이 실력으로 졌다는 사실만은 숨겨 달라는 부탁이었다. 대신 장우가 거액을 주고 대표 자리를 샀다고 말하자는 것이었다. 북무봉은 비검뿐 아니라 검시 열둘과 영계 동부의 관련 서비스도 제공하겠다고 했다. 장우는 계약을 맺었고, 바깥에서는 그가 자리를 사는 데 500영폐, 1,000영폐, 심지어 2,000영폐를 썼다는 소문이 돌았다. 금준은 그렇게 많은 돈을 낼 생각이었다면 왜 자신에게는 제안하지 않았느냐고 분해했다.

장우가 부자라는 소문에 연기 서비스 주문도 늘었다. 돈이 많으니 고객의 푼돈을 탐내지 않고 품질을 보장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는 주문을 실험실 조수들에게 넘겼다. 고 주임과 자극은 실제 사정을 알면서도 출전에 필요한 돈을 더 빌려주었고, 학교 대출까지 합쳐 새로 확보한 돈은 650영폐에 이르렀다. 장우는 늘어난 상환액을 계산하면서도 재료를 사들였고, 7월 말 천지괴겁무형심병을 20급까지 끌어올렸다.

십대 리그로 향하는 비주

벽수금정갑 제작에 몰두하던 장우는 고 주임의 부탁으로 반나절 공사를 도우러 나갔다. 묵상신이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느라 늘어난 대형 공사를 감당하지 못한 탓이었다. 요예들의 협조를 얻으려면 사납게 굴어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지만, 차별 시비가 다시 붙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장우는 사운상을 곁에 세워 자신이 점잖게 말을 시작하면 욕설과 위협을 대신 이어 붙이게 했다.

장우: 여러분…… 사운상: 이 새끼들아!

같은 요예를 괴롭힌다는 항의에도 사운상은 흔들리지 않았다. 장우는 마교 금단과 사투를 함께 벌인 동료였고, 무엇보다 월급까지 올려 준 사람이었다. 두 군사증과 전교 18위라는 표시, 사운상의 호통까지 앞세우자 공사는 별 탈 없이 끝났다.

천지괴겁무형심병을 완성하자 장우는 평범한 물질에도 일시적으로 법보의 성질을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 토목 대회의 상으로 받은 벽수금정갑 도면도 해독해 연성에 착수했다. 물을 만들고 생물을 번식시키는 기능에서 대성 전인과 관련된 흔적을 짐작했지만, 아직 그 안의 공법을 얻지는 못했다. 실험실의 일곱 조수가 매달려도 출발 전에는 10급까지 만드는 것이 고작이었다. 장우는 남은 작업을 계속하려고 실험실을 비주에 실었다. 운송비와 제작비가 빠져나가자 잔액은 다시 빠르게 줄었다.

다른 대표들은 이미 광고와 후원을 준비하고 있었다. 야성리에게는 팔로워가 많았으나 구매력이 낮다는 평가가 붙었고, 언천기와 구천류의 가치는 또 다르게 매겨졌다. 장우의 광고 자리는 좀처럼 팔리지 않았다. 도건곤은 돈 걱정보다 자신의 완성도와 우승에 신경을 썼다. 금단 직지의 점수를 끝까지 밀어 올려 광천경을 넘어설 준비를 했다.

천검대학에서도 대회 준비가 한창이었다. 문무애는 순천비검의 지휘권을 더 많이 확보해 광범위한 원거리 지원을 맡으려 했다. 백진진은 칠정신군의 검고에서 극정검도를 수련하다 비검으로 변한 선배들의 유해를 보았다. 수많은 실패 앞에서 공법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물었지만, 칠정은 공법에는 문제가 없고 자신들의 수련이나 전수 방식이 잘못됐을 것이라고 답했다. 본래 선문급이었던 극정검도는 지금 군용급에 머물러 있었고, 대회 우승으로 다른 극정검선의 전승을 얻으면 이를 보완할 가능성이 있었다. 백진진은 장우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유난히 조용하고 쉽게 응답하지 않는 비검을 골랐다.

출발을 앞두자 동료들도 잠시 야근을 멈추고 장우를 배웅했다. 악목람은 약을 챙겼고, 소청현은 돌파에 관한 경험을 전했으며, 사운상도 주의를 당부했다. 영심은 함께 가는 할아버지에게 장우를 잘 도와 달라고 했다. 비주에 실린 조천행과 다른 혼수들은 살아 있을 때는 꿈꾸기 어려웠던 십대 리그에, 죽은 뒤 장우의 법보 안에 들어가 참가하게 되었다.

고 주임은 마지막까지 돈이 모자라지 않는지 물었다. 장우가 토목과의 이름을 드높이겠다고 하자, 고 주임은 그런 것에 매이지 말고 쓸 수 있는 힘을 쓰라고 했다. 떠나는 제자를 보고 나서야 그는 장우에게 더 넓은 무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부공대륙에 도착한 장우 앞에는 광천경이 있었다. 여성의 육신을 갖춘 광천경은 여러 학교의 화신들에게 받은 가르침과 쌍수로 익힌 기술을 내세우며 상대들을 압박했다. 백진진은 먼저 맞서 말하며 그 기세를 끊었다. 장우는 고교 시절 함께 부잣집 학생들에게 맞서던 모습을 떠올렸다.

백진진은 장우를 보고도 검기가 다치게 할까 봐 1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멈췄다. 장우는 방어를 갖춘 채 검기를 받아내며 한 걸음씩 다가갔다.

아진, 우리 드디어 함께 십대연맹전에 들어왔구나. 장우, 네가 반드시 따라올 줄 알았어.

장우는 곁에 머무르는 데 드는 법력과 돈을 계산하면서도 백진진 바로 앞까지 다가갔다. 이를 공격으로 오해한 야성리와 도건곤이 두 사람을 떼어놓고 장우를 구해 냈다. 떨어진 두 사람은 영계로 대화를 이어갔다.

장우: 아진, 기다려. 나중에 내가 돈을 아주 많이 벌어서 하루 종일 널 안고 있어도 괜찮게 될 테니까. 백진진: 누가 하루 종일 안아달래? 일 안 해?

구천류는 백진진을 가까이했다가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며 경계했다. 장우는 당장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현실은 받아들였지만 백진진과의 관계를 끊을 생각은 없었다. 도건곤도 두 사람 사이에 특별한 유대가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흩어진 대표들과 광천경의 기습

첫 경기는 사흘 동안 이어지는 단체전이었다. 학생 백 명이 부공대륙 곳곳에 흩어져 출발하고, 상대를 포로로 붙잡아 끝까지 확보한 수로 학교 순위를 정했다. 한 사람이 한 번에 데려갈 수 있는 포로는 한 명뿐이었고, 도중에 빼앗거나 구출하는 것도 가능했다. 학교 순위에 따라 다음 경기에 내보낼 학생 수가 달라졌다. 만법·천검·금강·선병의 네 학교는 협력했고, 천마·유명·백골·합환도 한편을 이루었다.

대륙의 지자기 교란 때문에 장우는 위치를 파악하고 통신망을 다시 짜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도건곤은 다른 학생들에게 안전하게 숨어 있으라고 한 뒤 거대한 폭풍으로 자신의 위치를 드러냈다. 적이 들어오면 직접 공격하겠다며 만법 대표들을 그곳으로 불렀다.

장우는 집결지로 가는 길부터 노려졌다. 천요대학의 응우범은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는 그를 사냥감으로 삼아 습격했다. 장우는 인력과 천일황신, 태호성률검진을 엮어 맞섰고 땅속 함정을 준비했다. 그러나 응우범은 위험을 감지하고 비행에 유리한 형상으로 변해 빠져나갔다. 장우는 단순히 살아남는 것만으로는 다음 출전권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팀에 자신이 필요한 이유를 전투에서 보여주어야 했다.

백진진은 혈구유와 백경상의 협공을 받고 있었다. 혈구유는 육신을 터뜨리고 다시 회복하는 공격으로 밀어붙였고, 백골대학의 백경상이 뒤에서 치료를 맡았다. 장우가 가세하자 백진진의 검기를 검진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되었고,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검의 힘도 커졌다. 혈구유는 혈영을 흩어 달아났고 백경상은 항복하려 했다.

그때 광천경이 끼어들었다. 그녀는 백경상을 빼내는 동시에 환술로 장우의 감각을 어지럽혔다. 안구법해를 믿으면 육안이, 육안을 믿으면 법해가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광천경은 백진진 앞에서 장우를 강제로 쌍수시키겠다고 위협하며 두 사람을 몰아붙였다.

장우가 예전에 쓰던 호흡 차단으로는 막을 수 없었다. 광천경이 새로 익힌 천마환신법은 공기보다 영기를 통해 작용했기 때문이다. 백진진은 광천경의 쌍수를 막을 수 없다면 아예 장우의 성기를 잘라 약점을 없애자고 했다. 검기를 치솟게 하며 그녀가 다가오자 장우는 다급하게 다른 방법을 찾았다. 자극이라면 어떻게 할지 떠올린 그는 백진진을 멈춰 세우고 천공개물로 환술에 대응하는 도구를 설계했다. 그 자리에서 도구를 만들 수는 없어도 설계 과정에서 필요한 대응 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영기의 토납을 끊고 나서야 실제 광천경의 손을 붙잡았다. 대신 몸에 남아 있는 법력만으로 버텨야 했다.

두 사람은 공격을 집중했지만 광천경의 현명귀허결은 공격을 흡수해 되돌렸고, 독은 장우의 법력 운행을 막았다. 독에 대응하려고 다시 영기를 받아들이면 환술에 노출되었다. 백진진은 광천경의 강제 쌍수에 분노했다. 자발적으로 돈을 받고 수련하는 것과 눈앞에서 벌어지는 모욕은 그녀에게 전혀 다른 일이었다.

장우는 광천경을 붙잡은 채 백진진에게 전력을 다하라고 했다. 아직 실제로 당한 것은 없었지만, 마치 모욕이 시작된 것처럼 반응해 그녀를 자극했다. 광천경조차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만큼 성급한 반응이었다. 백진진의 분노와 두려움이 검기에 스며들자 붉던 검이 검게 변했다.

검은 검기는 영기와 법력, 생기를 끊어 광천경의 흡수 능력까지 위협했다. 그러나 광천경도 바로 그 돌파를 노리고 있었다. 백진진을 극한까지 몰아붙인 뒤 검으로 연성하면 우승을 더욱 확실히 할 수 있다고 여겼다. 광천경이 천마허공법으로 장우의 방어를 빠져나가자 백진진은 급히 검을 돌려야 했고, 그 반동과 여파가 자신과 장우를 함께 다치게 했다. 장우는 크게 손상될수록 방어가 높아지는 토목성체로 버텼다.

장우는 싸우는 도중 이미 네 학교의 단체방에 광천경을 포위해 곧 쓰러뜨릴 것이라는 소식을 보내 지원을 불러두었다. 순천비검의 조정을 마친 문무애가 원거리 공격을 보내왔고, 다른 천검대학 학생들과 금강대학의 금납반도 가세했다. 광천경은 일단 물러나는 척했다. 흥분한 백진진이 쫓으려 하자 장우는 실제로 모욕당하지 않았다는 영상을 보여주고 끌어안아 검기를 가라앉혔다.

광천경은 두 사람이 치료하려는 틈을 노려 다시 기습했다. 장우는 그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었고, 토목성체로 공격을 받아내며 백진진의 검은 검기 잔여분을 되돌려 보냈다. 감보결로 찾아낸 군용 법해의 약점을 노린 일격에 광천경의 군용급 법해가 손상되었다. 지원 인원이 더 늘어나는 것을 본 광천경은 우승 가능성을 깎아먹으며 싸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이번에는 실제로 철수했다. 사흘 안에 장우를 붙잡겠다는 위협을 남겼지만, 장우도 생중계의 마지막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광천경! 이 싸움은 네가 졌다! 지금 도망치는 건 바로 너다!!! 뭘 잘난 척하는 거냐!

포로를 지킬 감옥

장우의 외침은 관중의 논쟁을 부추겼다. 광천경이 여러 명을 다치게 하고 포위를 빠져나온 것인지, 약한 장우를 처리하지 못한 채 도망친 것인지를 두고 여론이 갈렸다. 천연신군은 장우가 환술을 깨고 백진진의 돌파를 도우며 지원을 불러 전투의 흐름을 바꾸었다고 평가했다. 천마대학의 자재신군은 동료들이 없었다면 장우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느냐고 받아쳤다. 두 신군의 의지에 따라 영계에도 각기 다른 논평이 쏟아졌다.

천연은 안진에게 장우에 대한 추가 투자를 검토하라고 했다. 자극도 녹화 영상을 다시 받아 제자의 활약을 살폈다. 그러나 광고주가 매기는 장우의 가치는 아직 높지 않았다. 다음 경기 광고 견적은 66영폐로 38위였고, 일반 관중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술적 기여보다 마지막 도발의 효과가 컸다. 장우 자신도 다른 선수들의 몸과 비검에 붙은 광고를 보며, 그렇게 목숨을 걸고 싸웠는데 자기 몸에는 광고가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을 아까워했다.

금납반은 광천경이 계속 쫓아올까 봐 장우와 동행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녀의 기술 정보에는 관심을 보였다. 장우는 우선 친구만 추가하고 자세한 이야기는 치료 뒤로 미뤘다. 값진 정보를 공짜로 모두 넘길 생각은 없었다.

백진진과 함께 만법의 집결지에 도착하자, 폭풍 한가운데서 언천기의 괴뢰들이 땅을 파고 보루를 짓고 있었다. 도건곤은 이미 유명대학의 혈신자를 붙잡아 둔 채 장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우가 광천경의 전투 영상과 기술 정보를 건네자 도건곤은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다.

장우는 네 학교의 협력을 더 밀접하게 만들어 광천경을 약화시키자고 제안했다. 문무애의 비검은 멀리서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어도 포로를 옮겨 지키지는 못했다. 도건곤이 전면에서 협력하면 천검대학은 그 약점을 해결할 수 있었고, 다른 두 학교도 끌어들일 수 있었다. 장우는 그들이 데려올 포로를 자신이 지키겠다고 했다. 사흘이 끝날 때까지 빼앗기지 않으려면 감옥과 방어진지가 필요했다.

도건곤이 언천기도 그 정도 건설은 할 수 있다고 하자, 장우는 물러서지 않았다. 군용 토목 자격과 경진대회 우승 증서를 띄우고, 이 분야에서는 자신이 백 명 가운데 최상위라고 주장했다. 도건곤은 감옥을 맡겼다. 그 역시 광천경이 장우를 붙잡겠다고 공언한 점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장우를 방어가 겹친 거점에 남겨두면 광천경을 유인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곳에서 싸울 수 있었다.

백진진은 도건곤을 따라 전투에 나서기로 했다. 광천경의 기습을 경계하면서도 싸움 속에서 검술을 완성하려면 강한 동료 곁이 필요했다. 도건곤은 문무애와 협의를 마치고 금강대학의 장심옥, 선병대학의 천성공까지 불러 포로를 한곳에 모아 지키기로 했다. 적어도 각 학교의 1위 가운데 한 명은 거점에 남도록 정했다.

언천기는 전면에서 싸워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싶었으므로 건설 업무를 순순히 넘겼다. 장우는 그가 마련한 자재와 기초 시설을 인수한 뒤 규모부터 키웠다. 천일황신으로 광석을 제련하고, 설계 대회에서 만든 모체 괴뢰로 현장의 재료를 모았다. 산을 깎고 영맥을 끌어오며 방어탑을 세웠다. 흙을 먹고 재료를 가공하는 작업도 멈추지 않았다.

공사장의 시비와 마지막 날의 내기

이튿날 감옥은 수십 겹의 장갑과 안팎의 통신 차단 진법을 갖추었다. 도건곤과 문무애를 중심으로 출격한 연합은 포로를 늘려갔고, 각 학교의 강자들도 자기 기술을 보여주었다. 구천류는 상대의 공법 수련을 깎아내렸고, 천성공의 보루는 거대한 인형으로 변해 싸웠다. 광천경은 한 번에 한 사람만 기습해 데려가는 방식으로 손실을 안겼다. 그녀가 나타난 곳을 따라가도 포위할 틈을 잡기는 어려웠다.

장우의 거점에는 포로뿐 아니라 치료와 장비 정비가 필요한 아군도 모였다. 선병대학의 능파군은 장우에게 자기 연기 실험실까지 지어 달라고 요구했다. 장우가 담당 업무가 아니라고 거절하자, 자신들은 밖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데 장우는 안에서 편하게 공사만 한다며 몰아붙였다.

능파군은 위험한 전투에 나가는 대신, 이미 광천경 덕분에 관심을 받은 장우와 다투어 시청자를 끌어올 생각이었다. 극호패 법해와 광고를 더 밝게 띄우며 계속 비난하는 모습을 보고 장우도 의도를 알아차렸다. 광천경을 상대할 준비에 쓸 시간이 아까웠다. 그는 수련해야겠다며 공법을 직접 투영했다. 공법 내용이 화면에 드러나면 저작권 때문에 방송에는 모자이크와 음소거가 들어갔다. 카메라가 사라지자 능파군은 더 말할 의욕도 잃고 떠났다.

장우는 건설하는 동안에도 광천경과 다른 강자들의 전투 영상을 되짚었다. 자신에게 군용급 능력이 여러 개 있어도, 오래 다듬은 상대의 전투 체계만큼 잘 맞물리지는 않았다. 돌을 검 모양으로 뽑아 천지괴겁무형심병으로 강화하고 인력으로 쏘아보내는 식으로 조합을 시험했다. 천공개물에 쓸 수 있는 도심도 얼마 남지 않아 개조 대상을 골라야 했다.

사흘째에는 전장이 잠잠해졌다. 만법 측은 포로 열두 명으로 천마 측보다 넷 많았다. 장우의 광고 순위는 계속 공사만 하는 동안 45위까지 떨어졌지만, 그는 감옥 안에서 준비를 멈추지 않았다. 양측의 대표들이 병력을 모으자 위에서 관전하던 화신들은 광천경이 장우를 사흘 안에 붙잡을지를 걸고 도박판을 열었다. 학교의 공식 채널까지 홍보에 동원되었고, 통천로에는 막대한 판돈이 흘러들었다.

천검대학의 천성신군은 빚에 눌려 경기를 제대로 볼 시간조차 없는 하급 수사들이 화신의 판에 끼어드는 것을 한심하게 여겼다. 화신에게는 도박도 투자라고 생각한 그는 곧 자신도 참여하겠다고 했다.

경기 종료 여섯 시간 전, 야성리가 장우에게 총공격 가능성을 알려주었다. 상위권 학생들의 회의에서 나온 정보였다. 건설 담당인 장우는 그 회의에 불리지 않았지만, 자신이 예상한 공격이 다가온다는 것을 확인하고 마지막 준비를 서둘렀다.

광천경이 들어온 감옥

종료 세 시간 전, 광천경은 유명·백골·합환의 수석들과 함께 거점 앞에 나타났다. 염상이 부공대륙의 요수로 만든 시마 대군이 땅속에서 솟아올랐다. 시마가 외벽과 방어탑을 두드리는 동안 거점 안에서도 혼란이 터졌다. 광천경과 모견사가 앞선 전투에서 상대에게 심어둔 정사가 발동한 것이다. 이성을 잃은 학생들이 다른 사람을 찾아 쌍수하려 들었다.

광천경은 승리하면 자신도 참가하는 쌍수 대회를 열겠다고 약속하고 총공격을 이끌었다. 백골대학 수석이 외부 장갑을 부식시켰고, 다른 강자들이 후방과 측면을 막아주는 사이 광천경은 보루 깊숙이 파고들었다. 수십 명이 동시에 통신과 진법의 제어권을 다투자 영계는 뒤엉켰다. 장우는 이 혼전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통신상의 절대 우위를 얻는 데 자원을 쏟지 않았다.

도건곤이 광천경을 맞아 싸웠지만 그녀는 정면 대결을 피했다. 여러 동료의 기술과 위치를 정확히 활용해 길을 열고, 부상을 입으면 치료받았다. 도건곤은 가짜 포로를 둔 좁은 방으로 광천경을 유인해 출구를 막았다. 그러나 함께 들어온 광천경은 환영이었다. 외부 영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는데도 환술에 걸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도건곤이 다시 길을 뚫는 동안, 진짜 광천경은 실제 포로들이 있는 감옥으로 향했다.

그 앞에는 도망치지 않은 장우가 있었다. 광천경에게는 오늘 쓰러뜨릴 여러 상대 중 하나였지만, 장우는 그녀가 동료들과 도건곤을 다른 곳에 붙들어두느라 지금 자신 앞에서는 혼자 싸워야 한다는 점을 기다렸다. 광천경은 장우가 생중계에서 길게 말할 틈도 주지 않으려 곧바로 공격했다. 장우는 자신의 말만 끊는다며 투덜거리면서, 싸우는 동안에도 영계에 글자를 띄워 설명을 이어갔다.

장우는 천일황신을 갑옷처럼 둘렀다. 광천경은 이미 영맥을 오염시켜 두었지만 환술이 통하지 않았다. 장우가 처음부터 외부 영기에 기대지 않고 물질을 태워 법력을 보충하며 그녀를 경계해 온 덕분이었다. 벽과 장갑도 영계 명령 대신 단순한 기계 장치와 천곤륜이산신력으로 움직였다. 광천경의 천마번으로 통신을 눌러도 감옥은 계속 좁아졌다.

장우는 포로들의 법해와 뼛가루를 이용한 혈제로 건축물을 보강해 두었다. 여기에 천지괴겁무형심병을 더해 벽체를 일시적인 법보로 만들었다. 벽의 구멍에서는 비검이 쏟아졌다. 사흘 가까이 흙과 재료를 먹고 가공해 만든 일만 자루였다. 정교한 진품 비검은 아니었지만, 법보화와 인력의 추진력을 합치면 실질적인 공격이 되었다. 에너지를 삼키는 현명귀허결로도 날아오는 물질까지 없앨 수는 없었다.

천일황신도 개조해 두었다. 핵을 불안정하게 움직여 사방으로 화염 충격파를 일으키고, 쉽게 꺼지지 않는 불을 퍼뜨렸다. 천마허공법으로 몸 대부분을 허체로 만들어도 전신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장우는 남은 부분까지 불길로 덮었다. 감옥 안의 태호성률비검 열두 자루와 바깥의 열두 자루는 하나의 검진을 이루어 방어탑, 야성리, 문무애, 백진진의 힘까지 끌어왔다.

함께 법보를 조종하던 조천행과 혼수들은 광천경이 구석에 몰리는 것을 보고 흥분했다. 그러나 광천경은 광고 문구를 읊으며 주천만마좌를 가동했다. 인공 경맥이 온몸을 연결하고 천마허공법과 맞물리자 집중된 공격이 전신으로 흩어져 약화되었다. 수많은 비검과 불길을 맞고도 그녀가 걸어 나오자 혼수들은 후퇴부터 생각했다.

장우는 다시 천공개물로 대응 설계를 만들어 그 구조를 읽었다. 방어에도 한계가 있었고, 경맥을 점유하는 동안 다른 기술에는 제약이 생겼다. 그는 미리 만든 검환을 간이 원자 통로에서 가속해 쏘아보냈다. 비검과 화염에 검환까지 겹치자 마침내 미세한 상처가 났다.

광천경은 쌍수로 빌린 유명대학의 해체법과 백골대학의 재생법으로 응수했다. 팔을 터뜨려 공격을 막고 다시 만들어내며 전진했다. 장우는 약점을 알아도 그것을 꿰뚫을 개인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그때 도건곤의 힘이 태호성률검진을 타고 들어왔다. 장우가 아직 버티고 있고 도건곤도 가세했다는 사실을 본 다른 강자들도 지원을 보냈다. 언천기와 장심옥, 천성공의 힘이 합쳐져 광천경의 발을 붙들었다. 그러나 광천경은 모인 힘을 얼마나 다룰 수 있는지는 결국 장우의 능력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체내에서 만든 마태를 토해냈다. 빌려온 해체와 재생의 힘이 아홉 차례 순환하며 폭발하자 감옥 상부가 날아가고 천일황신도 반파되었다.

가장 단단한 시체

광천경은 도건곤이 직접 도착하기 전에 장우를 붙잡으려 했다. 혼수들이 당황하는 가운데 장우는 모두 물러나라고 했다. 아직 알리지 않은 마지막 준비가 남아 있었다. 그는 자신이 이기기 어렵다면 함께 지는 방법을 쓰겠다고 했다.

나는 죽을 수 있어도, 너는 죽을 수 없다. 왜냐하면 넌 너무 비싸니까. 목숨! 네게 주마! 이번 판은, 네가 져라!

장우의 몸이 생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토목성체의 방어는 더 강해졌고, 천지괴겁무형심병이 혈육과 뼈를 법보로 바꾸었다. 감옥 전체와 하나가 된 장우는 사방의 벽과 장갑을 거대한 손처럼 움직여 광천경을 가두려 했다.

광천경은 자신에게 들어간 돈과 배경을 들먹이며 격노했다. 화신 스승들과 막대한 영폐로 쌓아온 힘을 투지나 목숨으로 넘어설 수 있다고 여기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녀는 장우를 부수면 건물도 멈춘다는 것을 알고 맹공을 쏟아부었다. 싸움이 생중계되는 와중에도 두 사람은 글자 투영을 멈추지 않았다. 광천경이 돈이 향하는 곳이 하늘의 뜻이라고 선언하자, 많은 관중은 부자인 그녀가 이기는 것이 마땅하다며 응원했다.

그러나 장우의 몸은 부서지지 않았다. 생장화로 건축물에 피해를 분산하고, 죽음 직전까지 올라간 토목성체와 법보화를 겹친 육체였다. 의식이 꺼져가던 장우는 자신이 이 경기장의 최강 생존자는 아니어도 가장 단단한 시체는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마지막 인력이 벽과 장갑, 남은 검과 검환까지 끌어당겼다.

공사장에서는 옥성한과 동료들이 일을 멈췄고, 고 주임과 자극도 화면을 지켜보았다. 장우의 몸을 갖고 싶어진 구천류는 바깥 영계가 막혀 토목 주식을 살 수 없다는 사실까지 아까워했다. 마침내 광천경은 건물이 완전히 닫히기 전에 장우를 부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분노와 별개로 판단을 바꾸고 위쪽의 좁은 틈을 향해 물러났다.

그곳에는 도건곤이 기다리고 있었다. 장우는 미리 마지막 퇴로의 좌표를 보내두었다. 도건곤은 만령법력의 광고를 외친 뒤 음양의 뇌전을 합쳐 양극원자신광포를 쏘아내렸다. 오래 힘을 모은 일격이 피할 곳 없는 광천경에게 명중했고, 장우가 남긴 검들도 전광 속에서 공격을 보탰다. 건물이 다시 닫히며 두 사람을 삼켰다.

장우가 눈을 떴을 때는 동료들이 곁에 모여 있었다. 그는 자신이 죽어 혼수가 된 것인지부터 의심했지만, 장심옥이 응급 치료를 했다고 알려주었다. 장우가 쓴 것은 토목 대회에서 차우비가 쓰는 것을 보고 알게 된 가사생장이었다. 생장을 대신해 임시로 품질 검사를 넘길 때 쓰는 편법으로,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기술이었다. 그렇다고 안전한 도박은 아니었다. 광천경의 맹공과 도건곤의 일격을 받은 데다, 가사 상태로 적과 함께 갇혀야 했다. 부활 비용까지 각오했던 장우는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광천경은 사라진 뒤였다. 동료들은 땅굴의 흔적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갇히자마자 전장으로 돌아가려고 땅을 팠고, 아군이 잇달아 패했다는 소식을 듣자 곧 철수 방향으로 바꾸었다. 장우의 시신이 옆에 있어도 보복에 시간을 쓰지 않았다. 힘이 소진된 상태로 돌아온 도건곤 일행에게 포위되면 손해가 더 크다는 판단이었다.

경기가 아직 몇 분 남았다는 말을 들은 장우는 즉시 광천경을 불렀다. 다시 자신에게 졌고 두 번째로 도망쳤다고 외치다가 피까지 토했지만, 마지막 방송 시간을 그냥 보내지는 않았다. 실제로 근처에서 기습 기회를 찾던 광천경은 그 소리를 들었다. 장우를 향한 원한은 이제 그녀 자신의 광고 가치와 투자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는 이유까지 더해졌다. 전장 다른 쪽에서는 단정대학이 천요대학을 가로막고 있었다. 천요 학생들이 이제 만족하느냐고 항의하자, 단정 측은 인간들끼리의 싸움에 요예가 끼어들지 않는 편이 좋다고 답했다.

도건곤을 왕좌에 올리겠다는 인터뷰

경기가 끝나 학생들이 돌아오자 기자들이 광천경을 에워쌌다. 장우 앞에서 두 번 도망친 소감과 토목과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광천경은 욕을 내뱉고 지나갔다. 도건곤은 자신에게 모인 카메라 앞으로 장우를 불렀다.

장우는 만법대학이 일하고 돈 벌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하고, 자극의 프로젝트와 고 주임의 토목 지도를 차례로 언급했다. 고교 시절 도심과 진로를 이끌어준 성화진인도 빼놓지 않았다. 기자가 광고 견적 순위가 3위까지 올랐다고 알려주자 그는 그 순위가 무엇인지 도건곤에게 설명부터 들어야 했다. 광천경에게 하고 싶은 말로는 다음에는 자신을 보고 도망치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우승자를 묻자 장우는 만법의 우승을 확신한다고 답했다.

제가 도건곤 선배가 1등을 차지하도록 돕겠습니다. 저는 그를 십대 대학의 왕좌에 올려놓고 싶습니다!

광천경은 인터뷰를 자기 보관함에 저장했다. 설월식이 원래 자신을 거스른 사람의 자료를 하나하나 모아두는 성격이라고 설명하자, 광천경은 원한을 되새겨 도심을 단련하는 고대의 한심결이라고 항변했다. 다른 학생이 몰래 그게 속 좁은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묻자, 설월식은 더 말하다가는 너도 기록된다고 입을 막았다.

장우와 함께 싸운 혼수들에게도 연락이 쏟아졌다. 조천행은 인터뷰 화면 뒤의 검갑에 동그라미를 쳐 자신이 그 안에 있었다고 자랑했다. 모교는 조천행과 묵천일이 십대 대학 학생들과 겨뤄 우수한 성적을 냈다는 공지를 올렸다. 호운도에게는 장우에게 탈것이 필요한지 물어봐 달라는 부탁이 들어왔다. 차우비는 살아서 공사판을 전전하던 때보다 장우 밑에서 혼수로 일하는 지금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회사 직원들도 들떴다. 시회옥은 미리 사둔 주식이 오른 것을 확인했고, 영심은 할아버지에게 더 보낼 유골이 없는지 물었다. 옥성한은 장우가 성화의 이름을 언급한 부분을 보고 이설련에게 연락했다. 소청현은 자신이 알던 장우가 다른 사람을 왕좌에 올리겠다는 말에 만족할 인물인지 의아해했다.

토목과 사람들은 각자 장우의 활약을 받아들였다. 풍정정은 자신의 토목과 배치도 연기와 토목을 함께 익히라는 기대였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묵상신은 고 주임이 장우를 붙잡지 못한 것이 아니라 더 넓게 토목을 발전시키도록 보낸 것이라 이해하고, 토목과 추천 대학원을 포기해 연기과로 진학할 결심을 했다. 강의실에서는 장우의 전투를 틀어주며 토목의 미래가 밝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미 혼수가 된 희원추도 뒤늦게 영상을 보며 전과만 생각하던 과거를 돌아보았다.

반대편에서는 다른 결심이 자랐다. 평한은 일을 하며 장우의 활약을 보다가, 같은 토목과 쌍수를 거쳤는데도 자신과는 너무 다른 결과를 맞았다는 사실에 분해했다. 화신들의 시선이 리그에 쏠린 동안 경장신군의 지령을 실행할 기회라 여기고, 합환대학을 도와 만법대학을 무너뜨리는 일까지 감수하려 했다. 왕윤은 성화에게 가로막혔던 과거와 장우의 성장을 연결해 의심했고, 어머니에게 장우의 우승 가능성을 물었다. 돌아온 답은 대다수 화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우승자는 도건곤 아니면 광천경뿐이라는 것이었다.

돈보다 부족한 시간

천마대학에서는 광천경의 전투 자료를 다시 분석했다. 그녀는 자신의 선택보다 만법 토목과의 생장 기술을 파악하지 못한 정보가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학교는 장우를 상대할 공략과 법보를 새로 준비하겠다고 했지만, 다음에도 같은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광천경은 다시 수련에 들어갔다.

만도그룹은 장우의 인기를 제품 판매로 이어가려고 홍보 영상 촬영을 제안했다. 투자관리처는 판매 수익을 나누는 계약을 맺어둔 것을 기뻐했다. 안진도 천연의 지시를 염두에 두고 장우의 광고를 골랐다. 도건곤에게 더 많은 돈을 넣는 것만으로는 효과가 크지 않았으므로, 그를 보조할 장우에게 투자하는 것이 우승 가능성을 높일 방법이었다. 도건곤을 왕좌에 올리겠다는 인터뷰도 그런 판단과 잘 맞았다.

고 주임은 축하를 전한 뒤 돈과 어려움을 물었다. 장우는 이제 광고가 들어오고 도건곤도 잘 챙겨준다며, 돈보다 군용급 법보를 완성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고 주임은 자기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직접 자극을 찾아가 장우의 연성을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자극은 자신의 제자가 시멘트 바르는 데 가장 능하다는 소문이 났다며 투덜거렸다. 고 주임이 장우는 그녀의 실험도 홍보했다고 달래자, 자극은 자신의 연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길게 설명했다. 고 주임은 끝까지 듣고 나서 옛 제자들이 죽지 않았다면 장우처럼 훌륭하고 정이 깊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극이 돈을 주면 되겠느냐고 하자, 고 주임은 필요한 것은 그녀의 시간과 연기 실력이라고 거듭 부탁했다. 늙은 자신은 더 도울 수 없다는 말까지 꺼내자 자극도 결국 응했다. 다만 공짜 연성은 자신의 최저선에 어긋난다며 돈은 받겠다고 했다.

한편 장우는 도건곤의 약탕에서 몸과 도심을 회복하며 광고 목록을 살폈다. 안진이 추천한 것은 초식 명명권이었다. 도건곤은 기술을 쓸 때마다 광고비와 판매 수수료까지 받는다면 싸울수록 돈이 늘고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장우도 그런 초식을 갖게 되었다고 축하했다.

장우의 다음 경기 최고 광고 견적은 650영폐였다. 그러나 학교 몫과 세금을 제하면 실제 수령액은 200영폐 남짓일 것으로 계산했다. 도건곤은 명명권에도 사용 장소와 성과 조건이 있으며, 패배하거나 부진하면 지급액이 줄고 계약이 끊길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돈만 보고 광고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그는 장우의 목록에서 극호패와 요도각 등을 지우고 만도장종 등 몇몇 회사에 구체적인 광고안을 요청하라고 권했다. 장우는 일주일 뒤의 다음 경기를 앞두고 협의를 시작했다.

백진진에게도 준비할 일이 남아 있었다. 마지막 싸움 전에 장우에게 검은 검기를 주입하려 했을 때는 제대로 발동하지 않았고, 그가 죽어가는 것을 보며 다시 발동했을 때는 태호성률검진마저 손상시켜 전달할 수 없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중상 입은 장우를 실수로 죽일까 봐 가까이 가지 못했다. 남이 장우를 모욕하는 것도 막지 못하고 돈을 받는 쌍수로 도와줄 수도 없다며 자신을 책망했다.

백진진은 광천경이 장우를 모욕하던 영상을 되풀이해 보았다. 분노와 고통이 일자 붉은 검기는 다시 검게 바뀌었고, 영상을 끄면 가라앉았다. 장우를 향한 깊은 감정으로 생기를 끊는 힘을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한 그녀는 영상을 비밀 폴더에 넣었다. 그러나 칠정신군은 같은 방법을 쓴 선배가 있었다며 경고했다. 반복해서 보면 자극에 익숙해지고, 더 심한 영상을 찾다가 결국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이른다는 것이었다.

그럼 적어도…… 단기간에는 괜찮겠군요.

백진진은 횟수를 조절하겠다고 했다. 신령근의 적응력에 기대도 걸었지만, 장우와 다시 신령근을 교환하기에는 화신들의 감시가 너무 많았다. 그녀는 당장 할 수 있는 일로 검고에서 가져온 비검을 완전히 장악하려 했다.

성화는 자신의 이름이 다시 대학에 퍼진 것을 감개무량해하면서도, 옛 원한이 장우에게 옮겨갈까 걱정했다. 이설련은 그를 미워하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라며 옛 인연이 장우를 도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우가 자기 비주로 돌아왔을 때는 자극의 분신이 기다리고 있었다. 뜻밖의 방문에 장우가 달려가 인사하자 자극이 말했다.

내가 다시 오지 않으면, 내 제자가 토목과 학생으로 취급받게 생겼으니 말이다.

도건곤이 바꾸려는 세상

다음 경기까지 남은 일주일 동안 자극진군은 장우의 비행선 실험실에 머물렀다. 10급 벽수금정갑을 20급까지 연제하는 일은 자신이 맡겠다고 했다. 재료비는 여전히 장우의 몫이었고, 고맙다면 나중에 주문서 대금을 제때 갚으라는 당부도 붙었다. 고 주임이 끈질기게 부탁하지 않았다면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말에 장우는 돌아가서 인사드리겠다고 했다.

장우는 그동안 천일황신방을 고치고 태호성률비검 스물네 자루를 정비했다. 광고와 명명권을 팔아 받은 300영폐가 수리비에 보탬이 됐다. 학교에서도 지난 경기에서 드러난 영기 변화와 고충, 정사를 탐지할 법보를 보내왔다. 공격을 막아 주지는 못해도 미리 알아차리게 해 주는 장비였다. 상대 학교 역시 장우의 전술에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경고도 받았다. 묵상신의 칠절법해까지 경기 동안 빌리기로 하고 나니 수리비와 대여료를 치른 잔액은 100여 영폐였다.

장우는 도건곤의 약탕에 매일 들어가 도심을 20급까지 회복했다. 어느 날 별을 보고 있던 도건곤에게 왜 몸에 광고를 붙이지 않느냐고 물었다. 도건곤은 돈이 만능이라고 생각하느냐며 옛 친구의 이야기를 꺼냈다. 약했던 그 친구는 강함과 돈을 좇느라 많은 것을 잃었다. 도건곤은 그 생각을 바꾸려고 친구에게 예전에는 상상도 못 할 돈을 벌어 주었다. 돈이 있어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음을 알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돈이 친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버렸다. 장우는 할 말을 잃었다. 도건곤은 그래도 친구의 생각을 바꾸고 싶다는 자신의 마음만은 돈으로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우승하면 어떤 선문 공법을 고르겠느냐는 질문에 장우는 형님의 우승을 도우러 왔다고 답했다. 도건곤은 장우의 손을 잡아 자기 심장에 댔다. 자신을 이렇게 꿰뚫고 우승할 기회가 온다면 무엇을 원하느냐고 다시 물었다. 장우가 여전히 무모한 일이라고 피하자, 너무 오래 속박되어 재미없는 대답을 한다고 했다. 자신이 우승하면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가겠다는 약속도 했다. 여러 우승 후보가 전승과 기술, 속박에서 벗어날 길을 원하지만 자기 목표는 따로 있었다.

“나는…… 이 세상을 바꾸고 싶다.”

그 순간 장우는 도건곤의 가슴에서 도종의 잔영을 보았다. 어렴풋이 선이라는 글자 같았지만 제대로 읽지는 못했다. 경기 전날 자극진군이 완성한 벽수금정갑을 입었을 때에도 이상한 반응이 일어났다. 갑옷은 혈기와 법력을 주고받으며 몸의 일부처럼 움직였다. 장우는 잠깐 넋을 놓았다가 아무 문제 없다며 표정을 감췄다.

모두가 노리는 수중 계주

단체전에서 살아남은 진영별 성적에 따라 다음 경기에 나올 학생은 55명으로 줄었다. 이 가운데 포로 수 등을 기준으로 뽑힌 상위 열한 명이 주장이 되어, 나머지 학생을 차례로 지명해 다섯 명씩 팀을 꾸렸다. 대력신마 돌파, 이산, 잠행, 수중 경주, 날씨 개변을 이어 달리고 합산 시간이 짧은 여섯 팀 전원이 개인전에 진출하는 방식이었다.

첫 지명권을 가진 도건곤은 장우부터 불렀다. 다른 주장과 교수들은 더 안정적인 강자가 남아 있는데 왜 장우에게 첫 선택을 쓰는지 의아해했다. 천성공은 바로 금강대학 수석 장심옥을 데려갔다. 도건곤의 팀에는 언천기, 이식미, 문융각이 더 들어왔다. 장우는 이산에도 자신이 있었지만 20급 벽수금정갑을 활용할 수중 경주를 맡았다. 마지막 날씨 관문은 도건곤이 맡기로 했다.

바다처럼 넓은 인공 호수에 도착하자 경쟁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선병대학의 능파군은 지난 경기의 전우라도 이번에는 봐주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응우범의 형 응주범은 요예를 차별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자 다른 학생들까지 장우를 지키겠다거나 사과하라며 몰려들었다. 모두 장우와의 충돌에서 생길 화제성을 차지하려는 사람들이었다. 구천류는 그들의 말을 끊고 내려와 법력보 광고부터 내보냈다. 합환대학 수석 모견사도 경기 전에 함께 몸을 풀자며 끼어들었다.

장우는 사람들이 자신을 광천경만큼 강하지는 않으면서 인기만 높은 먹잇감으로 본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응주범에게 이번 관문은 자신이 이길 것이라고 했고, 검갑 안의 호운도도 끼어들어 욕을 보탰다. 모견사에게는 외모를 들먹이며 관심 없다고 잘랐다. 도발을 받은 사람들은 장우가 거꾸로 자신들을 이용해 화제를 모으려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장우 역시 이들의 인기를 차지하고 성장해 광천경과 도건곤을 넘어설 생각이었다.

계주가 시작되자 앞 관문에서는 언천기가 천일황신을 작은 화염 괴뢰들로 나눠 싸웠다. 전문대 혼수도 조종할 수 있게 만들어 운용비를 줄였다고 좋아했다. 천성공은 생말뚝을 산에 박아 이산에 나서며, 남의 기술을 베끼고 조합하는 재주를 스스로 자랑했다. 잠행 관문은 광천경이 먼저 뚫었고 백진진이 뒤따랐다. 백진진은 구슬을 팀원에게 넘긴 뒤 응주범과 모견사에게 장우를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장우에게는 모욕당하면 반드시 녹화해 보내라고 거듭 당부했다. 문융각을 기다린 장우는 네 번째로 물속에 들어갔다.

벽수금정갑의 수류 제어와 천곤륜이산신력의 추진력을 합치자 능파군을 곧바로 추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관문은 단순히 빨리 헤엄치는 경기가 아니었다. 정해진 열여덟 구역을 순서대로 지나며 검은 등록 구슬을 찾아 자기 계주 구슬과 접촉해야 했다. 등록 구슬은 한 번 쓰면 부서졌다. 장우는 비검 스물네 자루로 구역을 탐지해 첫 등록을 마쳤지만, 매번 직접 찾느라 시간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다음 구역에서 물고기 떼를 끌어모아 벽수금정갑의 요기를 주입했다. 물고기들의 몸이 커지고 팔이 돋아나는 동안 구천류의 구천신사가 장우를 지나갔고, 능파군도 다시 앞질렀다. 장우는 다섯 번째로 밀려나면서도 번식을 끝냈다. 갑옷과 영계로 연결한 어요들을 뒤쪽 등록 구역으로 보낸 뒤 다시 출발하려는데, 물속에서 백진진이 다가왔다.

장우는 멍해진 척하다가 상대의 가슴을 공격했다. 얼굴만 같았을 뿐 속부터 겉까지 백진진과 다르다고 쏘아붙였다. 변신한 모견사는 천지음양대락부에 조금도 반응하지 않는 장우를 이해하지 못했다. 손을 맞대는 사이 장우는 이미 모견사의 계주 구슬을 훔쳤다. 그것을 멀리 던져 버리자 모견사는 쫓아갈 수밖에 없었다. 장우가 다시 속도를 높여 능파군을 추월하자, 능파군은 앞질렀다 뒤처지기를 반복하는 그에게 성을 냈다.

이를 지켜본 백진진은 장우가 자기 모습을 한 모견사를 거절하는 영상에서 정념이 솟는 것을 느꼈다. 이어 광천경과 장우의 영상을 보자 검기가 한층 강해졌다. 정을 깊게 만든 뒤 무정의 힘을 터뜨리는 법을 깨달아, 두 종류의 영상을 번갈아 시험하려 했다. 광천경도 장우가 모견사에게 넘어가지 않은 이유가 도심만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주류와 다른 취향을 알았으니 다음에는 그 약점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뒤늦게 출발한 응주범은 용의 몸으로 물을 가르며 따라왔다. 산하주 열여덟 개와 초요번까지 동원했지만 장우를 쓰러뜨리지 못했다. 두 사람은 싸우면서 다음 등록 구역까지 들어갔다. 갑자기 바다 밑의 암반이 솟아오르고 진법이 켜졌다. 장우가 보냈던 어요들이 미리 정찰하고 기초 공사를 해 둔 곳이었다. 장우가 남은 대규모 작업을 마치자 해저의 돌기둥들이 임시 비검으로 바뀌어 응주범을 겨눴다.

몸이 검의에 붙잡히자 응주범은 물결로 몰래 협력을 제안했다. 요예 차별이라는 말은 화제를 모으려고 가난한 사람들을 속이는 구호였을 뿐이라며, 두 사람의 힘을 합치면 가장 빨리 갈 수 있다고 했다. 장우는 우선 검부터 받으라고 답했다. 영겁연으로 용을 가두고 비검을 쏟아 붓자 응주범은 겉으로는 죽어도 항복하지 않겠다고 외치면서, 몰래는 중상인 척할 테니 제압해서 데려가라고 부탁했다. 장우는 응주범의 입안으로 천일황신을 들여보낸 뒤 용의 머리에 올라탔다.

응주범은 결승점 앞에서 기습할 생각이었고, 장우도 그 속셈을 의심했다. 그래도 당장은 두 사람의 수류 제어와 인력을 합쳐 질주했다. 다음 구역마다 어요가 둘이 쓸 등록 구슬을 미리 찾아 놓았다. 구슬을 찾느라 멈출 필요가 없으니 모견사와 우운참을 잇달아 추월할 수 있었다. 싸우면서 갑옷에 묻은 응주범의 피는 또 다른 성과를 가져왔다. 잔우사신심결과 무량심내법신, 갑옷과 혈맥의 공명에서 요성만변신경의 단편이 해독된 것이다. 장우는 완전한 공법을 얻으려면 더 다양한 요혈이 필요하리라 생각했다.

마지막 등록 구역에서 구천류를 따라잡은 두 사람은 같은 출발선에 섰다. 만법 쪽 진영끼리는 함부로 공격하기 어려워 남은 승부는 속도로 가려야 했다. 탁 트인 물속에서는 구천신사가 앞섰다. 해저 동굴로 들어가자 거대한 용의 몸이 벽에 부딪혀 차이가 더 벌어졌다. 장우는 어요가 미리 조사해 둔 지형을 바탕으로 응주범의 실수까지 예측하고, 천곤륜이산신력으로 길을 조금씩 고쳐 충돌을 줄였다.

마지막 굽이에서 구천류는 암반을 뚫는 길로 바꾸었다. 법력이 바닥나기 전에 종점으로 솟구쳤지만, 표시된 순위는 2위였다. 장우가 용의 몸에서 뛰어올라 구천신사 위에 올라탄 다음 한발 먼저 선을 넘었다. 벽수금정갑이 망가질까 봐 미리 벗어 던진 그는 대신 온몸으로 신사와 암반의 충격을 받아 피투성이가 됐다. 장우에게서 구슬을 받아 든 도건곤은 수고했다고 웃었다.

응주범은 용의 외피를 찢고 나와 세 번째로 도착했다. 마지막에 인간형 몸만 빠져나와 두 사람을 앞지를 생각이었으나, 장우는 생명력이 줄어 사물이 되어 가는 용의 외피를 임시 법보로 바꾸었다. 천일황신의 화염으로 마지막 추진력을 얻으면서 응주범이 빠져나오는 것까지 늦춘 것이다. 장우는 바다에서 갑옷을 회수해 입고 상처를 다스렸다. 같은 용혈을 더 묻혀도 공법 단편은 늘지 않았고, 급하게 키운 어요들도 짧은 수명이 다해 하나씩 연결이 끊겼다.

이식미는 용의 도움을 받은 승리가 운 아니냐고 도건곤에게 물었다. 도건곤은 구천류가 돈을 챙겨 달아났다면 장우는 밀항한 셈이라며, 가장 빠른 사람을 밟고 올라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답했다. 이식미는 다음에는 자신을 밟고 가 달라고 했다. 한편 영계에서는 요예 차별과 장우의 취향을 둘러싼 논쟁이 번졌다. 칠정신군까지 크고 우람한 모습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발언했다. 다음 개인전의 광고 입찰에서 장우의 순위는 광천경 다음인 2위로 올랐다.

도건곤의 약속과 끊어지지 않은 도종

마지막 구간에 나선 도건곤은 흑백의 번개로 폭풍을 단숨에 걷어 냈다. 장우는 방금 자기 구간에서 일등을 했어도 도건곤의 실력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느꼈다. 응명리는 백룡의 몸으로 구름을 흩뜨리다가 지정 범위를 넘은 기상 변화로 벌금까지 물었다. 도건곤과 장우의 팀이 계주 일등을 차지했고, 상위 여섯 팀의 서른 명이 최종전에 올라갔다.

일주일의 준비 기간을 앞두고 도건곤은 장우와 야성리, 이식미, 언천기 등을 불러 식사를 했다. 광천경의 기묘한 팀 구성은 자기 진출을 확보하면서 다른 팀의 경쟁자 수를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천마사교의 화신들은 이미 광천경을 밀기로 뜻을 모았지만, 만법 쪽은 원하는 바가 서로 달랐다. 도건곤은 그들이 겨누는 공법이 수명을 만 년 늘리는 만고장춘경이라고 설명했다. 나이 든 화신들에게 수명은 공동의 관심사였고, 위에서 자리를 오래 차지할수록 아래 수사들의 앞길도 좁아졌다. 선문 공법은 군용 공법처럼 내용을 구해 읽을 수조차 없었으므로, 우승자가 공법을 얻으면 그것을 연구해 자기 판권을 가진 수명 연장 기술을 만드는 것이 그들의 계획이었다. 처음부터 가장 좋은 기술을 풀 생각도 없었다. 도건곤은 위쪽에서도 생각이 하나로 모인 것은 아니라며, 서로 다른 변화의 방향이 아래의 충돌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려 주었다.

장우는 자신이 우승하더라도 화신들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당장은 실력을 높이기로 하고, 요예를 상대로 한 신체검사 아르바이트를 모집해 여러 혈맥의 피를 모았다. 고등급 혈액은 응주범에게 물었다. 안부를 보냈을 때는 십 분 동안 답이 없던 응주범이 상급 요예의 피를 사고 싶다는 말에는 곧장 반응했다. 정혈뿐 아니라 육체와 혼백도 팔 수 있고 번식용이면 할인도 해 준다며, 먹이는 법과 기르는 법까지 알려 주겠다고 했다. 추천받은 세 종류의 혈액이 두 시간 만에 도착하자 장우는 천요대학 선수들의 피를 바로 뽑아 온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혈액을 더 사서 갑옷에 분석시키고, 모집한 요예들의 피까지 보태자 요성만변신경의 전문이 완성되었다. 이 공법은 피에 담긴 혈맥을 이용해 자기 육체로 요예의 화신을 만드는 기술이었다. 10급에는 두 개, 20급에는 네 개를 다룰 수 있어 심내법신의 사념 수와도 맞았다. 장우는 군용급에 버금가는 흑공법을 드러낼 수 없으므로, 벽수금정갑의 양식 기능을 겉의 설명으로 삼았다. 혈액은 양식뿐 아니라 공법 수련에도 실제로 필요했다. 방의 외부 연결을 끊고 법보를 개조하는 척하며 연습한 끝에 5급에 이르자, 머리카락이 작은 살덩이로 변해 여러 요수의 형체를 갖추었다. 머리카락만으로 만든 몸은 몇 분밖에 버티지 못했지만, 더 많은 살을 넣을수록 강해지고 오래 유지되었으며 장우의 신체 능력과 회복력도 이어받았다. 장우는 수중 요예의 혈액을 골라 화신을 만들고, 갑옷으로 기른 요수들 틈에 섞어 감추려 했다.

수련 중 백진진에게서 급히 오라는 연락이 왔다. 찾아간 비주에는 다른 사람이 없었고 벽에는 구멍이 나 있었다. 백진진은 장우의 얼굴을 가까이 보기만 해도 검기가 터져 버렸다. 얼굴을 보지 않고 영근만 교환하면 제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에, 둘은 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영근을 상대 단전에 넣었다. 과거 비검 대회 때는 백진진의 영근을 장우에게 넣었고, 천검대학에서는 장우가 복제한 청련검근을 백진진에게 넣었지만, 이번에는 두 사람이 실제로 영근을 맞바꾼 것이었다.

우령근과 진영근이 서로의 몸에 적응하고, 다시 상대 영근의 적응에 맞춰 변화하자 두 사람의 육체가 격렬하게 반응했다. 백진진의 검기는 장우 몸에 들어간 자기 영근을 따라 흘러들어 와 그를 자기 신체처럼 받아들였다. 많은 양을 쏟으면 여전히 장우가 다쳤지만, 시간을 더 들이면 흑색 검기에까지 적응할 가능성이 보였다. 백진진도 장우의 영근 덕분에 몸이 계속 강화되는 것을 느꼈다. 둘은 교환 상태를 유지하기로 하고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도록 헤어졌다. 곧 찾아온 문무애 앞에서 백진진은 안에서 요동치는 영근의 반응을 참아야 했다. 비주로 돌아온 장우에게도 야성리가 피곤해 보인다며 컨디션을 챙기라고 했다.

야성리는 이제 자신들이 광천경과 도건곤의 들러리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자신 역시 개인전 준비를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희망이 없어 보여도 끝까지 노력하는 성향이 뼛속에 박혔다는 말에, 장우는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었기에 여기까지 올라온 것이라고 답했다. 언천기는 주요 선수들을 닮은 괴뢰를 찍어 냈고, 구천류는 기운 모형을 보며 영상을 올렸으며, 천성공은 참가자들의 법보와 법해 자료를 수집했다. 광천경은 다른 학생들의 힘을 자기에게 모으며 우승을 장담했다.

개인전 전날 밤 장우가 도건곤을 찾아가자, 마침 화신의 신광이 떠나가고 있었다. 도건곤은 우승 뒤 고를 공법을 결정했지만 화신들과 뜻이 다르다고 했다. 장우가 세상을 바꾸려는 방향이 다른 것이냐고 묻자, 도건곤은 그 말을 많은 사람에게 했어도 마음에 담아 둔 사람은 장우뿐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장우 안에도 세상에 대한 불만과 언젠가 타오를 불씨가 있다고 보았다. 장우는 얼른 부인했지만 도건곤은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세상을 바꾸려는 생각은 선인과 화신만의 것이 아니며, 연기 수사나 범인도 품을 수 있었다. 모든 강자는 약자에서 출발했고, 그런 생각 역시 강해진 뒤에야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었다.

장우는 높은 곳의 선신들을 떠올리며 끝내 대답하지 못했다. 도건곤은 더 몰아붙이지 않고, 앞으로 대회가 위험해질 것이니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닥치면 도망치라고 당부했다. 쓸모 있는 몸을 보전하고 함부로 목숨을 버리지 말되, 자기 등 뒤로 도망쳐 와도 좋다고 했다. 힘닿는 데까지 보호하겠다는 말과 함께 가슴에 선인후예라는 네 글자가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러나 도종은 곧 사라졌고 장우는 아직 그 정보를 얻지 못했다. 돌아가는 길에는 광천경의 비주가 도건곤 옆에 정박한 것이 보였다.

다음 날 아침 도건곤과 함께 경기장에 가려고 찾아온 이식미는 텅 빈 비주에서 이상한 고요를 느꼈다. 잠기지 않은 방문 안에는 도건곤이 미소를 띤 채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지만, 몸에는 아무 기척도 없었다. 요성만변신경을 11급까지 올리고 출전을 준비하던 장우에게는 순찰대원이 찾아왔다. 대회가 연기되었다고 알린 그들은 전날 행적과 도건곤과 나눈 이야기를 물었다. 장우가 소식을 보내도 도건곤은 답하지 않았고 접속마저 끊겨 있었다. 온갖 소문과 시장의 동요가 하루를 휩쓴 뒤, 학교는 도건곤이 우화교에 현혹되어 자살했으며 혼백도 흩어졌다고 발표했다.

장우는 전날의 약속을 떠올리며 그 결론을 믿지 못했다. 화신들과의 의견 차이 때문에 살해된 것은 아닌지 의심하자, 격한 감정에 깨어난 복희는 만법사교에도 도건곤은 중요한 협상 카드였다고 짚었다. 누구의 소행인지는 몰라도 겹겹의 금제와 화신들의 눈을 피해 이런 일을 했다면 평범한 상대일 수 없었다. 바깥에서는 광천경의 우승이 사실상 정해졌다는 전망이 퍼졌다. 천마사교의 주가와 화폐 가치는 오르고 도건곤을 잃은 만법대학과 그 주변 학교들은 타격을 받았다.

장례식에 놓인 도건곤의 몸은 혈색도 좋고 상처도 없었다. 가문과 학교의 대표들이 성적과 경력을 추모하듯 소개한 뒤, 오른팔 경매가 시작되었다. 언천기와 구천류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값을 올렸다. 유명한 부자의 시신을 팔아 가문과 사문의 손실을 메우고, 높은 낙찰가를 망자의 체면으로 여기는 장례였다. 장우가 그 광경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을 때 광천경이 500영폐를 부르며 시체를 통째로 사겠다고 나섰다. 이식미는 마지막으로 도건곤을 만난 광천경을 범인으로 몰고, 그런 가격으로 시신을 모욕하지 말라고 화를 냈다. 광천경은 순찰대가 이미 자기 설명을 확인했다며 부인했다.

경매를 끝낸 것은 도건곤의 사문 어른이자 만도 그룹의 실세인 도추일이었다. 도추일이 개인적으로 시신을 전부 인수하겠다고 나서자 참석자들은 물러났다. 장우는 마지막으로 도건곤 앞에 다가갔다가 가슴에서 선인후예 도종이 여전히 빛나는 것을 보았다. 정말 죽지 않은 것인지, 죽은 사람에게도 도종이 남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등 뒤로 오라던 말을 떠올려 직접 가 보고 싶었지만 벽과 사람들 때문에 기회가 없었다. 도추일은 장우의 미련을 보고, 시신을 당분간 비주에 둘 테니 원하면 찾아와 곁에 있어도 좋다고 허락했다.

장례식장 밖의 인터뷰에서 광천경은 우승하면 만고장춘경을 골라 값싼 수명 연장 기술을 만들고, 10층 이하의 모든 수사에게 최소 300년의 수명을 더 주겠다고 선언했다. 더 오래 돈을 벌고 수련할 수 있다는 약속은 죽음에 관한 뉴스까지 덮었다. 광천경은 장우에게 이제 경기장에서 지켜 줄 사람이 없으니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수련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장우는 두 번이나 도망친 사람이 또 도망치지 않을 수 있을 때 그런 말을 하라고 받아쳤지만, 수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점만은 부정하지 못했다.

장우가 요성만변신경을 12급으로 올린 밤, 천정이 학교들의 논쟁을 누르고 다음 날 대회를 재개시킨다는 공지가 왔다. 도건곤의 빈자리는 계주 7위 팀의 모견사가 채웠다. 고 주임은 666층에 식량과 영양 물자가 대량으로 들어가고 있다며 조심하라고 연락했다. 만화신군이 육신을 보관하는 곳의 움직임이었다. 자극진군은 돌연 폐관 연기에 들어가 연락을 끊었다. 고 주임은 장우가 감당할 수 없는 일에 부딪히면 백진진을 찾아가라고 했다. 두 사람의 교류를 꺼리던 그조차 이번에는 칠정신군의 제자에게 기대라고 당부했다.

물고기와 극호 전술

최종전은 서른 명이 일대일로 싸우는 토너먼트였다. 첫 대결의 승자 열다섯 명 가운데 다음 회전에는 한 명이 부전승을 얻고, 이후 여덟 명, 네 명을 거쳐 결승에 이르렀다. 매 회전 뒤에는 치료와 정비를 위한 일주일이 주어졌다. 장우에게는 끝까지 살아남으면 네 주를 더 수련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첫 상대 능파군은 장우를 그나마 이길 만한 선수로 보았다. 장우는 공사와 양식을 준비해야 강해지는 유형이니 빨리 접근해 준비를 끊고, 자신은 이 한 번의 승리로 마지막 화제성을 얻겠다는 계산이었다.

구릉 전장에 떨어진 능파군이 곧장 달려오자, 장우는 이미 벽수금정갑으로 만든 격류를 타고 정면으로 나왔다. 능파군은 토목과 출신을 조롱해 대중의 호응을 얻으려 했지만 장우는 그를 전형적인 극호인이라고 받아쳤다. 극호 학교에서 극호 법해와 공법을 쓰니 극호의 사고방식을 갖는다는 말에, 선병대학 학생인 능파군은 욕인 줄 알면서도 부정할 수 없었다. 자기만 장우를 화제성의 먹잇감으로 삼은 것이 아니었던 셈이었다.

격류가 전장을 삼키자 물고기 요수들이 핏물 속에서 자라나 능파군을 물어뜯었다. 맞아 죽은 물고기는 천지괴겁무형심병으로 즉석 법보가 되어 다시 덤볐다. 태호 계열의 스물네 비검이 그 틈을 오갔고, 몰래 섞어 둔 두 요예 화신도 물살을 강화했다. 벽수금정갑과 천곤륜이산신력을 결합한 물은 능파군의 움직임을 무겁게 하고 장우를 도왔다. 능파군은 장우가 이미 군용급 역량들을 한데 묶어 긴 공사 없이도 자기 전장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빠져나가려 했지만 사방의 물이 감옥처럼 막혔다.

장우는 물러서는 그에게 도망치는 것이냐고 묻고, 대답이 없자 극호 전술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만도검의로 물고기 시체들을 겨누고, 지살의 인력이 실린 용오름으로 능파군을 묶었다. 물고기 떼에 삼켜진 능파군은 몇 분 뒤 피투성이로 기절해 장우 손에 들려 나왔다. 장우는 승리했지만 경기장 밖에서 야성리를 보자 곧바로 상대를 내려놓고 그녀에게 달려갔다.

시신 곁의 수련과 벌금 고지서

야성리는 손발과 법맥, 법보가 따로 떨어진 채 쓰러져 있었다. 그녀를 해체한 천요대학 수석 응명리는 장우의 다음 상대이기도 했다. 장우가 법맥을 붙이고 법력을 넣어 깨우자, 야성리는 자기와 싸운 기록을 건네며 경고했다. 응명리는 영기를 제어해 법맥의 대량 소비를 압박했고, 물을 다루며 진룡의 혈맥으로 수중 요수 군단까지 지휘했다. 백진진도 뒤늦게 승리하고 돌아왔지만, 그녀를 지체시킨 것은 상대보다 뱃속에서 날뛰는 우령근이었다. 저항력과 회복 속도, 검술과 무도 이해까지 조금씩 좋아지는 대신 몸의 반응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장우가 가까이 오면 두 영근이 더 세차게 감응했다. 둘은 말없이 당분간 거리를 두기로 했다.

광천경의 수명 연장 약속에는 화신뿐 아니라 금단과 원영, 가난한 연기 수사들까지 지지를 보냈다. 반대 의견은 집단 공격에 묻혔다. 장우는 실제 지지와 조작된 여론을 가릴 수 없었고, 복희는 부작용을 몰라서가 아니라 일단 몇백 년 더 산 뒤 생각하자는 사람들도 있다고 보았다. 장우는 지금 자기에게 가능한 요성만변신경 수련에 집중했다. 이미 혈액 값으로 100영폐를 쓴 그는 도건곤의 시신이 비주에 안치되자, 조문과 수련을 겸해 곁을 지켰다. 카메라가 있어 시신을 함부로 건드리지는 않았다.

그곳에 광천경의 투영이 찾아왔다. 광천경은 도건곤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자신이 윤회가 실제로 존재하느냐고 묻자 도건곤은, 존재하더라도 선인의 통제 아래 있을 것이며 사람의 수명과 환생 주기는 통치와 이익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광천경은 그렇다면 윤회로 이익을 얻는 집단이 수명 연장을 억제할 것이라 추론하며 도건곤의 배후를 의심했다. 도건곤은 모두 가정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만법의 세 화신이 원하는 공법은 법계신조장이라고 밝혔다. 광천경은 그것이 대학의 뜻인지 종문의 뜻인지 되물었다.

도건곤이 사라진 뒤 지지를 독차지한 광천경은 오히려 자신이 모든 세력의 표적이 되었다고 느꼈다. 장우에게도 도건곤의 자살을 믿느냐고 떠보았지만, 장우는 도종의 존재를 밝히지 않았다. 광천경은 수명 연장으로 사회가 굳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지금의 화신 후보들이 더 과격한 이익과 성장을 내세워 종문의 후원을 경쟁하고 있으니 학생 입장에서는 차라리 늙은 화신들이 낫다고 말했다. 장우는 만법의 선택을 캐내려 했으나 듣지 못했다.

광천경이 시신을 살피는 사이 장우는 도건곤의 등 뒤로 가 보았다. 그것만으로는 아무 일도 없었다. 광천경이 어깨에 손을 대자 도건곤을 닮은 인영이 나타났지만, 조사 결과 일부 기억만 가진 기령이었다. 광천경은 실망해 떠났고 장우도 같은 말만 반복하는 기령을 상대로 더 얻은 것이 없었다. 그러나 시신의 도종은 다시 빛났고, 며칠 동안 곁에서 수련할수록 하루 한 번이던 출현이 여러 번으로 늘었다. 장우는 언젠가 복제 기회가 올 것이라 여기며 계속 찾아왔다.

혈액과 법보·법해 정비에 돈을 쓰니 잔액은 260여 영폐로 줄었다. 개인전에서는 경기 시간과 관심이 분산되어 다음 광고비도 70영폐 정도에 그쳤다. 야성리는 극호 팬들이 장우를 욕하는 지금이 방송으로 돈을 벌 기회라고 했다. 수련 중이라는 답에 돈 버는 것이 가장 좋은 수련 아니냐고 되묻자, 장우는 영당에서 사념 하나로 수련을 이어 가며 방송을 켰다. 야성리의 시청자까지 몰려와 욕을 해도 소액 후원만으로는 막노동보다 못했다. 야성리가 일 분에 0.1영폐를 받는 영상 통화를 제안하자 신청이 쏟아졌다.

장우는 극호를 왜 무시하느냐는 시청자에게 전문대생이냐고 되묻고, 만도 법보와 법력보를 사라는 광고를 섞어 자극했다. 요예 시청자에게는 극호요라고 놀렸고, 요예와 극호 팬들끼리도 싸움이 붙었다. 누군가 통화에서 무공 구결을 읽자 방송이 자동 종료되어 24시간 정지를 당했지만, 맞춤형 욕설 영상 주문은 남았다. 장우는 자기 학교 쪽 브랜드인 현지인을 욕해 달라는 부탁은 거절하고, 수련에 방해되는 원격 소환도 받지 않았다. 이 일로 하루 7∼8영폐 이상을 벌고 다음 경기 광고비도 90영폐로 올렸다.

응명리전 전날에는 요성만변신경이 20급에 올라 네 화신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그때 학교는 장우의 승률이 낮다며 남은 동료를 지원하라고 통보했다. 찾아온 구천류의 계획은 장우가 패배하면서 응명리의 정보를 최대한 수집해 자기의 다음 경기를 돕는 것이었다. 구천류는 도건곤이 죽은 이제 자신이 만법의 최강자이며, 지원만 받으면 광천경도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수명 연장 기술도 남에게 사정해 사는 것과 우리가 쥐고 파는 것은 다르다며, 광천경의 우승이 장우와 자신에게 더 긴 수명을 보장하리라는 기대를 버리라고 말했다. 장우는 돕겠다고 답하고 조건을 붙였다. 돈이나 법보 한 번 받는 대신, 금융과의 댓글 부대를 동원해 응명리와의 경기를 선전해 달라는 요구였다. 자신이 계속 이길 생각이었기에 앞으로의 승리마다 수입을 키울 인지도가 더 필요했다.

부전승을 얻은 광천경을 남겨 두고 선수들이 전장으로 흩어졌다. 구천류는 설월식의 정보를 이용해 공법을 20급에서 19급으로 떨어뜨리고 손쉽게 이겼다. 승리를 멋지게 보여 기운과 투자를 모으고, 광천경과의 결전에 맞춰 힘을 키우려는 계산이었다. 반면 설원에 내려선 장우 앞에는 먹구름을 두른 응명리가 덮쳐 왔다.

응명리는 용의 머리 때문에 인간에게도 고등 요예에게도 배척당했지만, 자신을 받아 줄 하등 요예는 가난하고 약하다며 멸시했다. 홀로 성장한 그는 인요동원론과 혈맥에서 깨달은 요성만변신경 조각을 바탕으로, 요예가 인간의 모습에 맞추도록 강요받고 있다는 의심을 품었다. 우승하면 인간의 혈맥을 요예로 바꾸는 선문 공법을 골라 인간들 스스로 요괴 형상을 추구하게 만들겠다는 목표였다. 그에게 장우는 꺾어야 할 차별주의자였다.

응명리는 도건곤이 살아 있었다면 뇌법과 날씨 제어를 겨뤘을 것이라며 폭풍을 일으켰다. 장우는 벽수금정갑으로 물을 모으고 천일황신으로 가열해 수증기를 계속 올렸다. 응명리의 비구름이 전장 밖까지 팽창하면서 기상 벌금이 날아들었다. 장우는 날씨를 건드린 것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싸웠을 뿐이라고 발뺌하고, 도건곤이라면 벌금을 겁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도발했다. 금융과가 퍼뜨린 장우의 참패 예고를 보고 요예 관중들은 계속 몰려들었다.

응명리는 무간요상대법으로 몸을 복제해 세 용으로 나뉘었다. 하나는 구름을 줄이고, 하나는 장우를 공격하고, 나머지는 수중 군단을 이끌었다. 용의 포효에 장우의 요수들이 위축되자, 장우는 싸우며 얻은 응명리의 피로 용수를 만들어 맞섰다. 자기 혈맥을 빠르게 이용하는 솜씨에 응명리는 요성만변신경을 의심하면서도 인간이 익혔을 리 없다고 부정했다. 혈액의 전투 판권을 사지 않았다며 항의하자 장우는 벌금은 경기 뒤에 내면 된다고 받아쳤다. 관중들은 목숨보다 돈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더 큰 기백으로 받아들였다. 응명리도 구름을 줄이던 용까지 불러들였다. 양쪽 눈앞에서 권리 침해 경고와 기상 벌금이 계속 쌓였다.

요수 시체가 충분히 모이자 장우는 임시 비검으로 세 용을 가뒀다. 응명리는 준비한 초요번의 혼백을 풀어 시체 비검의 제어권을 빼앗고 천요백변법으로 덮쳤지만, 갑옷 안의 장우는 이미 요수 분신으로 바뀌어 있었다. 장우는 비검을 시체로 되돌리고, 그 틈에 검계로 감각을 속여 빠져나간 몸으로 칠절법해의 인력을 걸었다. 세 용을 붙잡은 뒤 항일황염 속에 함께 뛰어들고, 수류와 스물네 비검으로 바깥을 막았다. 응명리는 아직 광고 문구를 끝까지 읽지 않았던 장우가 처음부터 이 소모전을 준비했음을 깨달았다.

불꽃 자체는 장우를 직접 태우지 않아도 고열은 그의 몸을 상하게 했다. 응명리는 자기까지 태울 셈이냐고 외쳤지만, 장우는 치료비가 두려우면 항복하라고 답했다. 요예의 몸이 더 강하다는 응명리의 자신감은 상대가 끝없이 버티자 공포로 바뀌었다. 빠져나가려는 용을 새까맣게 탄 손이 다시 끌어당겼다. 불길이 걷혔을 때는 장우가 반쪽만 남은 응명리를 들고 있었다.

패배한 응명리는 인간보다 우월하다는 믿음까지 흔들렸다. 그러나 장우가 자신을 보는 시선에서 요예와 비슷한 느낌을 받자, 장우도 인간 안의 요족 혈맥이 깨어난 것이므로 다른 요예에게 졌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실제 장우는 구워진 용 고기의 냄새에 침이 고여 견디기 어려웠다. 시선을 돌려 다른 전투를 보니 천성공은 학생들의 기술을 모은 거대 괴뢰로 언천기를 꺾고 있었다. 학교에 표절을 신고했지만 판권을 교묘히 피한 기술이라는 답이 왔다. 정작 두려운 것은 지금 기술들이 원본보다 약한 모사이며, 선병대학이 벌금을 지원하면 천성공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문무애는 무성의 몸으로 개조하고 백진진에게 감정을 지우게 한 뒤, 시각까지 조정해 모견사의 육체 쌍수를 견뎠다. 모견사가 영계로 공격을 바꾸도록 유도해 자기 전문인 통신 전장에서 이겼다. 백진진은 광천경과 장우의 영상에서 광천경 얼굴을 응주범으로 바꿔 보며 검기를 쌓았다. 가짜임을 알아도 감정은 움직였고, 검은 검기가 응주범을 꿰뚫으며 마지막 여덟 명이 정해졌다. 문무애는 이런 수련을 반복하다 허실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 극정검도 수행자들의 기록을 떠올렸다.

왕좌에 오르겠다는 선언과 구천류의 퇴로

구천류가 약속한 정보 수집은 어떻게 된 것이냐고 따지자, 장우는 상대를 직접 꺾었으니 싸울 필요도 없어졌다고 답했다. 이제 둘은 같은 자리를 다투는 경쟁자였다. 장우는 기자들 앞에서도 도건곤이 떠난 뒤 자신이 왕좌에 올려 주고 싶은 사람은 더 없으며, 스스로 모든 상대를 꺾고 십교 최강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요예와 극호 팬들의 비난, 혈맥과 신체에 관한 논쟁, 소송 예고가 한꺼번에 몰려들었지만 다음 경기 광고비도 200영폐를 넘었다. 학교는 소송 실무를 맡아 주되 배상금은 장우가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구천류와의 다음 경기에서는 어느 한쪽도 대대적으로 밀지 않고, 승자를 지원해 광천경과 싸우게 하기로 했다.

장우는 응명리의 용혈 전투 판권을 정식으로 사려 했다. 응명리는 번식권까지 묶어 300영폐를 요구했고, 장우의 혈액과 번식권을 받으면 싸게 해 주겠다는 제안도 했다. 자기 피를 내주는 것은 곧바로 거절한 장우는 대신 앞으로 만든 용에 응명리의 이름과 혈맥 출처를 표시하겠다고 했다. 결승에 자기 혈맥이 나가 인간이 요예의 힘으로 승리했다는 선전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응명리는 관심을 보였다. 협상 끝에 결승 전에 지면 전체 판권에 288영폐를 내고, 결승에 진출하면 1영폐만 내는 내기 계약을 맺었다. 광천경까지 꺾으면 이전 경기의 침해 건도 없던 일로 해 주기로 했다.

장우는 천일황신을 실험실에 남겨 정비를 맡기고 자신은 영당에서 수련과 방송을 이어 갔다. 기령이 죽은 사람들까지 광천경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며 혼수의 수명 연장은 가능하면서도 가능하지 않다는 모순된 말을 했지만, 장우는 여전히 반복하는 기령의 헛소리로 여겼다. 도종이 나타나는 빈도만 계속 늘고 있었다. 한편 구천류는 풍정정과 묵상신 등 장우를 알던 사람들에게서 정보를 모으고, 대규모 선전으로 자기 기운을 끌어올렸다. 요예 차별 반대를 내세워 지지를 얻고 금궐신군의 전망까지 더해지자 관중의 70퍼센트 이상이 구천류의 승리를 예상했다.

구천류의 힘 뒤에는 금융과 내부의 큰 움직임이 있었다. 금융과 핵심 학생은 비밀 섬에서 시험과 의식을 거쳐 사신의 신도가 되었다. 구천류가 대회 전 추가 투자를 바라자 사신은 자신들이 그에게만 투자하는 줄 아느냐고 되물었다. 금융과는 상대 학교들에도 자금을 나눠 넣고 있었다. 그런데 퇴학한 금광원이 지원금이 입금되지 않았다고 연락한 뒤, 구천류는 대량 인출로 학과 자금의 순환이 막힌 것을 발견했다. 금궐신군에게 묻기 위해 찾아갔다가 도건곤과의 대치를 보았고, 다음 날 사망 소식을 듣고는 사존이 손을 썼는지 의심했다. 다른 대학 금융과까지 돈을 움직이자 화신 위원 여덟 명의 곤륜회가 학교를 넘어 움직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용도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돈의 일부가 유일하게 8강에 남은 금융과 학생인 자신을 지지하는 데 흘러왔다.

경기에서 구천류는 기운과 영기를 태우는 원기무형대수인으로 장우를 내려쳤다. 장우는 분신을 남기고 땅속으로 피했지만, 군용 안구법해의 예측과 추적이 뒤따랐다. 장우가 피하는 장면을 본 관중의 승리 예상은 80퍼센트로 올랐고 두 번째 공격은 더 강해졌다. 장우는 도망칠수록 상대의 기운이 불어난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번에는 멋지게 받아내 관중의 믿음을 꺾기로 했다.

전투 시작부터 지하에서 길러 둔 네 용수가 올라왔다. 정식 판권 계약과 응명리의 기술 지원 덕분에 이전보다 빠르고 좋은 용을 만들 수 있었고, 요성만변신경의 화신과 결합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무상운강으로 금빛 갑옷을 두른 용들은 응명리의 출처를 드러내며 장우를 둘러쌌다. 장우는 천일황신의 불꽃, 용의 갑옷과 육체, 죽은 용을 임시 법보로 바꾼 방어를 차례로 내세웠다. 한꺼번에 최대의 타격을 받지 않고, 일부 공격으로 먼저 다쳐 토목성체의 저항력을 높인 다음 뒤따르는 위력을 견디려는 배치였다.

실제로는 장우의 내장과 뼈, 경맥이 망가졌다. 그는 상처를 얼려 피를 멎게 하고, 새어 나온 피는 불로 태워 카메라에 드러나지 않게 했다. 가까스로 첫 고비를 넘긴 뒤에는 이 자리에 서서 아홉 번을 더 받아 주겠다고 선언했다. 공격을 버틴 화면에 말까지 더해지자 구천류의 지지율이 내려갔다. 구천류는 장우의 수위를 깎는 도술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장우는 자기 동료들이 서로 믿기 때문에 매수되지 않았고, 구천류가 모은 정보가 틀린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몰아붙였다. 구천류는 일치하던 자료들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장우는 세 번을 넘기자 제대로 서 있기도 어려웠지만, 이산신력으로 몸을 지탱하며 공격을 받았다. 부상이 깊어질수록 몸은 단단해지고, 구천류의 공격은 여론이 무너지면서 약해졌다. 열 번째 공격 뒤 장우의 육신은 전투 능력을 잃었고 지지율은 40퍼센트로 내려왔다. 장우는 새로 만든 네 용수와 비검을 내보내 자기 대신 싸우게 하면서, 구천류 정도는 용 네 마리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구천류가 1500영폐 잔액을 내보이자, 장우는 같은 돈으로 더 큰 힘을 내는 것이 진짜 강함이며 상대는 전력을 다할 믿음도 부족하다고 받아쳤다. 자신은 전부 걸었다며 보여 준 계좌는 0영폐였다. 실제로 돈을 모두 쓴 것은 아니고, 이 장면을 위해 옥성한에게 옮겨 둔 것이었다.

장우는 구천류가 전문대생과 토목과 학생 등 여러 집단을 깔보는 발언의 투영까지 내보냈다. 지지를 얻으려고 끌어모은 사람들이 반발하면서 구천류의 기운은 더 떨어졌다. 지지율이 11퍼센트에 이르자 구천류는 기운의 반작용이 닥치기 전에 싸움을 끝내자고 제안했다. 장우도 한계였지만 곧바로 응하면 마지막 떠보기에 걸린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천일황신의 폭발로 움직이지 않는 몸을 밀어내고 남은 힘을 모아 돌진했다. 대수인과 공격이 함께 깨지는 모습을 본 구천류는 더 싸울 뜻을 잃었다. 같은 학교끼리 남 좋은 일만 할 필요 없다며, 장우의 우승 자격을 인정하고 자신이 왕좌에 올려 주겠다고 선언한 뒤 피험신사로 전장을 떠났다.

장우는 끝난 뒤에도 광고비를 더 올릴 수 있도록 잠시 더 버텼다. 대기 구역에 돌아와 긴장이 풀리자 얼려 막은 상처가 터지고 몸이 쓰러졌다. 그제야 연기를 확인한 구천류는 조금만 더 버텼다면 이겼을지 모른다고 후회했으나, 결국 마지막 압박에서 장우는 버티고 자신은 버티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칠정의 딸과 일곱 원영의 개조

다른 전장에서 문무애는 배운 기억이 없는 검초들을 떠올리며 광천경을 밀어붙였다. 전생의 기억처럼 솟는 검술로 축기 무적의 감각을 느꼈지만, 광천경은 손가락으로 검을 부쉈다. 여러 번 금단을 돌파했다가 스스로 폐하면서 축기를 넘되 금단에는 이르지 않는 힘을 발휘한 것이었다. 문무애는 패배했고, 영상을 본 장우는 광천경도 대회 내내 계속 강해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천성공과 염상은 자산을 소모하는 전쟁을 벌였다. 염상의 시마에는 각 부위가 어느 고수의 몸에서 왔고 남은 사용 기간이 얼마인지 보여 주는 이력 링크가 붙었다. 천성공은 괴뢰 요새 안에서 극호 부품을 조립해 시마의 약점을 노리는 저가 괴뢰를 계속 생산했다. 한정된 예비 시마보다 싸고 유연하게 현장에 맞추는 생산이 우세해지면서 천성공이 승리했다.

백진진의 상대 장심옥은 금강대학 최고의 손과 발, 장기를 법해로 받아 몸에 끼우고 있었다. 입학 때부터 신체 치수를 맞춰 온 학생들의 부위는 그에게도 잘 들어맞았다. 백진진이 흑색 검기로 하나를 파괴해도 예비 법해로 갈아 끼우면 되었다. 짧은 폭발력만으로는 이길 수 없자 백진진은 칠정신군이 준 욕환검과 소통했다. 우령근의 도움과 그동안의 수련 끝에 알게 된 검의 정체는 칠정신군의 딸 연욕환이었다. 이 검은 가까운 사람이 능욕당하는 환영을 보여 극정검도를 자극했다.

백진진은 장우가 검령에게 삼켜지는 거짓 장면을 보며 검과 하나가 되었다. 감정이 꺼지고 검기가 솟구친 끝에 장심옥은 다진 고깃덩어리가 되었다. 정신(正神)은 백진진을 강제로 제압해 욕환검을 떼어 냈고, 백진진은 그제야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장우에게 파산하는 꿈에서 깨어났을 때처럼 가짜여서 다행이면서도 공포가 남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둘이 마침내 4강에 올랐다는 사실을 기뻐했다. 고등학교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온 시간을 떠올린 장우도 자신들 두 사람의 진출을 실감했다. 다음 대진은 장우와 천성공, 백진진과 광천경이었다. 장우는 무리하지 말라고 했지만 백진진은 손해 보는 싸움을 할 사람이냐고 답하며 광천경과 다시 만날 것을 기다렸다.

극호와 선병대학이 장우를 꺾기 위해 천성공에게 거액을 지원할 상황에서, 만법도 장우의 요구를 받기 시작했다. 장우는 묵상신에게 빌린 칠절법해를 아예 사서 자기 소유로 만들고, 일곱 부품 전체를 개조해 연결할 것을 요청했다. 설계는 자신이 마련할 테니 최소 일곱 명의 연기과 원영이 동시에 작업해 달라는 요구였다. 자극진군이 폐관 중이고 남은 시간이 일주일뿐이었기에 필요한 인원이었다. 학교는 설계가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진군들을 모았다.

장우는 영운기심으로 기존 설계와 참고 설계를 융합해 가능성을 늘리고, 천공개물로 자기 전투에 맞는 방향을 골라 개조했다. 현음진군을 비롯한 원영들은 연구를 급히 멈추고 와서 축기용 기업 법해 때문이라는 사실에 불만을 품었다. 그러나 설계를 읽자 자극의 솜씨라고 짐작했고, 군용급에 가까워질 가능성을 보며 태도가 달라졌다. 실제 설계는 장우가 두 대도와 축적한 지식을 써서 만든 것이었다. 그가 기술의 모든 부분과 공정을 통솔할 능력까지 갖춘 것은 아니었으나, 경험 많은 원영들이 일곱 작업반을 나누고 조수들을 배치하면서 개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속으로 천공개물을 쓴 장우의 도심은 18급까지 떨어졌다. 학교에 신청한 약탕과 향으로 회복하고, 입욕할 수 없는 시간에는 도건곤의 영당에서 도종을 기다렸다. 며칠 뒤 선인후예가 더는 사라지지 않고 눈앞에 남아 복제 조건이 드러났다. 한편 천성공도 자기 괴뢰 요새의 실험실에서 다음 전투를 준비하다 현재의 것이 아닌 듯한 기억에 시달렸다. 그래도 장우와 약속한 합동 방송 시간은 놓칠 수 없었다. 둘은 극호가 싸다는 말을 칭찬과 모욕으로 주고받으며 경기 전부터 시청자를 모았다.

서로 다른 미래와 선도 태양

합동 방송에서는 천성공이 이기면 장우가 극호 법해를 쓰고, 장우가 이기면 천성공이 극호 제품을 쓰지 않겠다는 내기까지 나왔다. 천성공은 방송 수익에는 만족하면서도 이번만큼은 장우를 반드시 꺾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명을 화폐로 만들 천마사교의 계획도 싫었지만, 새로 떠오르는 기억 속의 법계는 더 끔찍했다. 법계에서는 돈이 곧 공법과 법보가 되고, 받은 피해가 자기 체력을 넘으면 다음 생에까지 갚을 빚이 되었다. 천성공은 법계가 생산하는 학교와 기업을 수탈하리라 보았고, 싸고 좋은 제품을 공급해 모든 사람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선병과 극호의 길을 지지했다.

광천경에게도 낯선 기억이 솟았다. 문무애가 갑자기 다른 사람의 검술을 쓰던 일과 연결해 윤회 그룹이 전생 기억을 건드린다고 판단했다. 그가 아는 선병의 혁명은 모든 사람의 법보와 법해를 연결해 법력부터 육체와 재능까지 상층에서 통일적으로 배분하고, 남는 자원을 하나도 두지 않는 체계였다. 광천경은 법계와 그런 혁명, 과격한 차세대 화신들에 비하면 현재 화신들의 수명을 늘려 질서를 유지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도건곤은 이 압박을 못 견디고 우화교를 통해 도망친 것이라고 의심하면서도, 자신은 남아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

칠정신군은 백진진에게 광천경전은 검도를 연마하는 기회이며 승산은 없다고 말했다. 절대다수의 화신이 이미 광천경의 우승을 전제로 그 이후의 각축을 준비하고 있었고, 우승자는 경기보다 훨씬 큰 회유와 압박을 받게 될 터였다. 그래도 백진진은 극정검도를 보완할 선문 검술을 고를 기회를 포기할 수 없었다. 여기까지 올라와 최강자와 싸울 자격을 얻었는데 시도조차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칠정신군은 정말 우승하면 전력을 다해 지켜 주겠다고 약속하고, 남은 일주일 동안 감정과 검세를 쌓는 방법을 가르쳤다.

칠정신군이 유정으로 무정을 움직이려면 좋은 감정과 감동부터 찾아야 한다고 하자, 백진진은 평소 사탕을 먹어야 똥을 먹는 자극도 강해진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사부는 잠시 침묵한 뒤 그렇게 이해하겠다면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백진진이 떠올린 것은 처음 어둠의 보충수업에서 높은 보수를 받고 장우 등에 업혀 돌아오던 날이었다. 집세를 걱정하면서도 아침 해를 마주하며 미래를 기대했고, 어설프게 처음 영근을 교환했던 기억이었다. 지금 상대 몸에 남겨 둔 영근도 서로 가장 소중한 것을 내주었다는 증표였다.

그 감정을 오래 붙드는 현대의 방법은 자발적 증여라고 적은 계좌 이체였다. 칠정신군이 한도를 풀자 백진진은 남은 50여 영폐를 장우에게 보냈다. 그러나 자산 대부분은 법해와 비검으로 몸에 걸쳐 있었고, 그것을 팔면 광천경과 싸울 수 없었다. 백진진은 유언장을 꺼내 전사하면 상반신은 투자 지분에 따라 사부가 처리하고 하반신은 장우에게 남기겠다고 했다. 결심을 본 칠정신군은 이제 승산이 0에서 일 할로 올랐다고 평가했다. 장우는 그녀가 자신에게 먼저 시신을 인수하게 하여 영근 교환의 비밀까지 지키려 했음을 알아차렸다. 말리고 싶어도 그녀에게도 다시없을 기회라는 것을 알았기에, 대신 죽는다면 빚을 져서라도 부활시키겠다고 결심했다.

도건곤의 도종이 요구한 것은 육신을 현재 도달할 수 있는 원만한 상태로 만드는 일이었다. 장우는 시신을 닦고 안마하며 관절을 움직여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기령이 법력 회로의 데이터 손실을 알리자 조사한 끝에, 시신과 법해가 잘 맞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러나 당장은 준결승이 다가와 미뤄야 했다. 새 칠절법해는 완성되었지만 충분한 시험을 거치지 못한 상태였다. 성능상 군용급 잠재력은 있어도 정식 군용으로 채택되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장우는 실전에서 조정할 각오로 장착했다.

천성공은 값비싼 제품을 사지 못하는 수많은 학생과 극호 사용자를 위해 싸운다고 선언했다. 거대 괴뢰에서 시공 괴뢰를 떼어 내 지형을 깨고, 산을 무너뜨려 장우가 만든 물을 메웠다. 열두 양의원자주는 이산신력에 맞서고, 통신 장치는 검계를 억눌렀으며, 표면에는 고온을 견디는 기술을 입혔다. 지금까지 장우가 드러낸 모든 역량에 대비한 구성이었다. 장우는 그가 브랜드의 성능을 내세운 이상 같은 분야의 정면 승부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점을 이용했다.

스물네 비검을 태을금액단의 강기로 감싼 이산역사들이 땅에 파고들어 극호 괴뢰와 공사 속도를 겨뤘다. 시공 효율에 이어 초당 운반량, 검계 통신 속도, 지살 인력의 출력과 내열 온도까지 화면에 나란히 떠올랐다. 묵상신은 토목과에 이런 경사가 없다고 감탄했고, 야근 중 훔쳐보던 상산은 현장에서 볼 수만 있다면 공짜 야근도 아깝지 않다고 했다. 북무봉은 자기 비검이 통신 속도에서 밀리는 것은 장우가 기르는 요수 때문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천성공에게 갑자기 벽수금정갑의 설계에 참여했던 것 같은 기억이 떠올랐다. 대기의 수분이 보충되는 방향을 토석으로 끊자 장우의 운반량이 떨어졌고 다른 항목도 흔들렸다. 천성공은 극호 초월 구동으로 출력을 200퍼센트까지 높여 마무리하려 했다. 그러나 장우는 개별 수치보다 전체의 결합이 중요하다고 받아쳤다. 이산역사가 파낸 지하수에 천일황신이 증발시킨 물과 비까지 합쳐지면서 공사장이 통째로 수중으로 바뀌었다. 장우의 분신과 요수 군단은 물의 도움을 받고, 극호 시공 괴뢰들은 소용돌이에 방해받았다. 물은 인력 싸움에도 힘을 보탰다.

천성공은 다른 법보의 힘을 모두 거대 괴뢰로 모으고 다시 열두 양의원자주에 집중했다. 표준화된 제품의 힘을 서로 옮겨 증폭한 뒤, 열한 구슬을 희생해 마지막 하나에 20배 초월 구동의 출력을 실었다. 장우는 새 칠절법해를 전력으로 운용해 인력장 안에 항일황염을 가두고 물을 넣었다. 지구에서 떠올린 발상과 자극에게 배운 기술, 여러 군용급 역량이 고온과 고압 속에서 결합해 인공 선도 태양을 만들어 냈다. 태양은 원자주를 찢고 거대 괴뢰까지 삼켰다.

괴뢰가 절반 이상 파괴되고 천성공은 더 싸울 힘을 잃었다. 어느 회사의 필살기냐는 질문에 장우는 또 베끼려 하느냐고 받아쳤다. 그러나 장우도 육신과 법해가 심하게 마모되고 과열되어 두 번째로 썼다면 죽을 수 있다고 느꼈다. 안진진군에게 중요한 것은 태양이라는 현상 자체보다 장우가 계속 성장해 광천경과 겨룰 가능성을 보인 점이었다. 천연신군이 경기 뒤 장우를 부르라는 연락을 보냈다.

백진진이 남긴 검

백진진과 광천경의 전장에서는 서로를 모욕하는 대화부터 이어졌다. 백진진이 생식 능력까지 없앴으니 쌍수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자, 광천경은 양기법해를 보이며 약점이 없으면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백진진은 대화와 교전 중 흘린 머리카락들을 검기로 삼아 전장에 깔았다. 칠정검기로 광천경의 감정을 깎아 움직임을 늦추고, 자기장과 뇌정법력으로 가속한 비검을 미간에 쏘았다. 광천경은 한심결로 증오를 되살려 피하려 했지만 낯선 과거의 기억이 밀려들었다. 정사대전과 마도가 판치던 시대의 생각이 지금 자기의 성별과 쌍수, 여덟 화신의 교습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했다. 광천경이 세상이 미쳤다고 외치는 순간 검이 몸을 꿰뚫었다.

치명상을 본능적으로 피한 광천경은 팔에 박힌 비검에 오염된 영기를 넣어 백진진의 제어를 끊었다. 백진진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욕환검을 꺼냈다. 숭양시의 아침과 장우의 기억, 광천경에게 당한 모욕을 검기에 실어 몰아붙인 끝에 팔 하나를 잘랐다. 광천경이 허상화로 피하면 흩어진 머리카락들이 검기를 받아 다시 돌려보냈다. 검세가 계속 쌓이는 동안 기억의 충돌까지 견딜 수 없던 광천경은 준비한 예비 육신을 입으로 토해 내고 그쪽으로 옮겨 갔다. 옛 기억을 남겨 둔 원래 몸은 마도를 죽이겠다고 외치며 본능적으로 싸웠고, 새 몸은 소년으로 자라났다. 광천경은 정체가 드러날까 두려운 상대 세력이 원래 육체에 남은 기억을 지웠다고 판단했다.

법해 없는 새 몸을 마주한 백진진은 자신에게 칠정검도를 써서 원망과 슬픔을 베고 장우를 향한 마음만 남겼다. 그 감정으로 극정검도를 끌어올린 뒤, 마지막에는 사랑까지 베어 순수한 파괴를 남겼다. 장우와 영원히 가장 좋은 친구로 있고 싶고 상처 주고 싶지 않다는 미련을 끊자 추억들은 빛을 잃었다. 그녀의 일검은 광천경의 새 몸을 핏빛 안개로 만들었지만 백진진의 오른팔도 터졌다. 광천경은 이미 원래 육체로 돌아가 있었다. 예비 몸으로 가장 강한 첫 검을 받아 낸 뒤, 금단 파쇄의 힘으로 약해진 다음 검을 막았다.

광천경은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도록 기다려 주겠다고 했다가, 그 말조차 오래된 기억의 영향임을 깨닫고 즉시 뒤집었다. 스스로에게 악독한 생각을 했다며 기습했고, 수정 형태의 법해와 천지음양대락부로 백진진의 검기를 빼앗기 시작했다. 광천경이 베어 낸 감정까지 빨아들이자 백진진은 정신을 되찾았지만 더 약해져 있었다. 그때 장우가 떠올랐다. 자신이 여기서 광천경을 못 막더라도, 자기 힘을 빼앗은 상대가 결승에서 장우와 싸우게 둘 수는 없었다.

백진진은 욕환검의 연욕환에게 힘을 빌렸다. 쌍수와 극정검도를 결합하려다 스스로 검이 된 연욕환의 힘을 써, 인간의 몸을 겨누는 쌍수에서 벗어나려 했다. 근골이 뒤틀리며 백진진은 순백색 나선형 장검으로 변했고, 혼백은 검령처럼 그 뒤에 나타났다. 육체가 변한 법해와 뇌정법력, 영계 신호를 통해 자기 몸인 검을 부리자 파괴를 넘어 희생의 백색 검기가 나왔다.

느려진 것 같은 세상 속에서 백진진은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았다.

“정말 그립구나…….”

그 빛은 숭양고중 시절을 불러왔다. 타고난 재능이 있어도 돈이 없어 진흙탕 같은 길을 걸었고, 출발부터 뒤처졌다고 여겼던 삶이었다. 장우를 만난 뒤 함께 축기증을 얻고 성적을 만들며 운명이 달라졌다. 대학에서는 화신의 제자가 되고 축기 정점까지 올라 오늘의 광천경에게도 도전했다. 백진진은 지금의 패배를 재산과 자원 차이만으로 돌리지 않았다. 쌍수와 성별 변경을 받아들이거나 더 많은 방법을 택했다면 승산이 높아졌을 수도 있고, 처음부터 질 각오로 적당히 물러났다면 살아남았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강해지고 싶지는 않았고, 일생에 한 번인 기회를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모든 것을 걸고 여기까지 온 것은 자신의 선택이었다.

이제 마지막 힘은 자기 우승을 위해 쓰지 않기로 했다. 목숨을 걸어 광천경을 막고 장우가 왕좌에 오를 길을 열어 주려 했다. 둘의 처지가 바뀌었다면 장우 역시 자신을 위해 같은 선택을 하리라고 믿었다. 백진진의 혼백이 나선형 장검을 쥐고 내리치자 광천경의 법력과 영기, 기혈마저 고요하게 멎었다. 검끝이 이마에 닿는 순간 법해와 주천만마좌가 자동으로 기동했고, 광천경은 금단 파쇄와 음기에 모은 네 학교 학생들의 힘까지 전부 터뜨렸다.

격돌이 끝났을 때 땅에는 나선형 검이 박혀 있었다. 광천경은 여덟 화신과 네 학교의 절학, 다른 학생들의 힘이 없었다면 백진진이 이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승해야 할 이유가 있다며 영계 신호로 검과 혼백의 연결을 끊었다. 사라져 가는 백진진은 대기 구역을 보며 마지막 연락을 남겼다.

장우, 나머지는 네게 맡길게.

광천경이 검을 가져가려 하자 칠정신군의 빛이 내려와 거두었다. 답장도 없고 백진진의 접속까지 끊기자 장우는 다급히 칠정신군에게 상태를 물었다. 모든 것을 불태웠다는 답에 놀랐지만, 이어 온 설명은 계좌 잔액과 영계 데이터가 모두 0이라는 것이었다. 저녁에 충전해 줄 테니 우선 접속해서 힘을 쓰게 하지 말고 쉬게 두라는 말에 장우는 겨우 숨을 돌렸다. 그렇다고 육신의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검으로 변한 몸을 부활시키는 데 얼마나 드는지 다시 물었다.

칠정신군은 그보다 다음 전투를 이야기하자고 했다. 장우가 승패와 무관하게 백진진을 부활시키겠다고 답하자, 백진진이 바로 그 검으로 장우와 함께 싸우고 싶어 했다고 설명했다. 유언에 따라 검의 절반은 장우의 것이었고, 사부도 남은 절반의 소유권을 잠시 빌려주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 검을 수리한 뒤 결승에 보내겠다는 말에 장우는 백진진과 함께 광천경을 꺾겠다고 결심했다. 옆의 천성공은 장우가 백진진에게 온 신경을 쏟느라 극호를 쓰지 않겠다는 내기를 잊은 것에 안도했다. 아직 서면 계약 없는 구두 약속이었지만 방송에서 추궁당하면 피할 길이 없었다.

장우는 백진진을 다시 만나 영근 문제부터 처리하고 싶었지만 천연신군의 호출을 더 미룰 수 없었다. 영계에서 만난 교장은 우승하면 어느 선문 공법을 고르겠느냐고 물었다.

결승까지 남은 일주일

천연신군은 법계신조장을 고르면 학교가 장우를 끝까지 지원하겠다고 했다. 법계를 만들면 영계를 통해 법력과 강기, 기혈, 영기, 기억과 수명까지 옮길 수 있고, 선도 산업의 효율도 수천 배, 수만 배로 높아진다는 설명이었다. 누구나 무료로 수련하며 필요한 힘을 나누는 미래와 화신의 자리까지 약속했다. 그러나 장우는 알지도 못하는 기술의 미래를 계약서만 믿고 결정할 수 없었다. 백진진의 검을 빌려 쓰려면 천검대학의 요구도 들어야 한다고 둘러댔다.

잠시 압박하던 천연신군은 오히려 협상할 줄 안다며 웃었다. 숨어 있던 칠정신군과 장우의 반응을 두고 내기까지 했던 것이다. 모습을 드러낸 칠정신군은 극정검도 창시자의 다른 검법을 얻으면 백진진의 몸을 회복시키고 유정천지를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 감정과 정신을 물질에 작용시키는 기술로 새 산업을 열겠다는 제안이었다. 장우가 백진진의 회복에 마음이 쏠리자 천연신군은 우선 우승한 뒤 이야기하자며 끊었다. 장우에게는 두 화신이 서로 견제한다는 사실 자체가 작은 여지가 되었다. 백진진이 없었다면 학교 한쪽의 뜻에 그대로 끌려갔을지 몰랐다.

결승 준비에는 금단을 깨뜨려 힘을 빌리는 천운쇄단경이 추가되었다. 장우가 떠올린 쌍수와 쇄단의 음란한 연상과 달리, 천연신군이 준 것은 실제 금단을 파쇄하는 공부였다. 학교는 금단직지 점수에 맞는 제품을 고르게 하고 의료진도 붙였다. 장우가 눈여겨본 십쇄금단은 하나로 열 번을 부술 수 있었다. 돌파에 실패한 수사가 재도전하도록 만든 기술이 축기 수사의 파쇄 수련에 쓰이게 된 것이었다. 장우는 위력보다 여러 번 연습할 수 있다는 경제성에 끌렸다. 개당 수백 영폐짜리를 할인받아 10영폐에 사고 한 다스를 준비해 첫 수련을 시작했다. 광천경의 공개 금단직지 점수는 80만을 넘었고, 숨긴 역량까지 생각하면 실제로는 100만에 이를지도 모른다고 경계했다.

한편 광천경은 자재신군에게 기억 봉쇄를 다시 점검받았다. 봉쇄된 과거의 그녀는 오래된 종문에서 내려온 인물이었다. 수명을 늘리려고 내려온 것이 아니라 새로운 윤회 체계를 보급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옛 기억으로는 지금 시대의 쌍수와 성별 변경, 마도 기술을 받아들일 수 없어, 본인이 기억을 봉인해 현재에 적응하는 인격을 기르게 한 것이었다. 기억이 풀리자 자재신군도 선배로 대했지만, 다시 봉쇄한 뒤의 광천경은 만고장춘경을 선택하려는 학생으로 돌아왔다.

장우는 도건곤의 시신을 관리하는 기령에게 수리 문제로 연락했다. 기령이 요구한 설계와 조건을 맞추는 과정에서 천공개물로 도면을 고치고 다시 제출했다. 단순히 시신을 얻어 마음대로 처리할 수는 없었다. 그는 요구를 하나씩 해결하며 선인후예를 복제할 기회에 다가갔다. 결승을 기다리는 동안 주변 사람들도 공법 선택에 말을 보탰다. 장편편은 구천윤회보를 택해 자기 안전부터 확보하라고 했고, 조천행은 혼수들을 구할 수 있는 공법에 기대를 걸었다. 장우는 어느 쪽도 가볍게 약속하지 못했다. 고 주임은 세상이 변하는 가운데 뒤를 돌아보지 말고 계속 나아가라고 했다.

둘이 함께 내지른 마지막 검

결승 날, 장우는 백진진이 변한 검을 쥐었다. 검에서 떠오른 백진진의 허상이 그의 몸을 감쌌다. 둘의 영근이 연결된 채 함께 싸우는 만큼 장우의 토목 역량도 검에 맞춰 육신의 파괴와 회복을 버텨야 했다. 광천경 역시 처음부터 전력을 드러냈다. 마태와 네 학교의 절학, 금단 파쇄가 뒤섞였고 두 사람의 군용 역량이 백여 차례 부딪쳐도 승부는 나지 않았다.

광천경은 과거에 장우를 굴복시켰던 일을 끄집어냈다. 장우는 그녀가 자신을 피해 달아난 일로 받아쳤지만, 광천경은 오래된 신분이나 모욕보다 지금의 안정된 세계가 자신을 원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수명이 늘어나길 바라는 사람들의 메시지도 장우에게 쏟아졌다. 무엇을 위해 싸우느냐는 질문 앞에서 장우는 예전처럼 살아남아 종문에 들어가겠다는 답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사람을 먹던 왕윤, 금융의 힘으로 모든 것을 집어삼키던 구천류, 제자를 지키지 못한 고 주임과 세상을 바꾸려던 도건곤이 떠올랐다.

그는 친구들과 회사를 지키고, 더 잘살고, 더 강해지고 싶었다. 자기 판단이 언제나 옳다고 보장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불공평한 일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씨발, 나도 이 빌어먹을 세상을 바꾸고 싶다. 아주 작은 사람 하나, 아주 사소한 일 하나라도 바꿀 수만 있다면.”

광천경은 세상을 바꾸려는 시도도 결국 강자의 욕망이라고 생각했다. 장우 역시 자기 생각이 더 옳다고 보장할 수 없으며, 결국 자신의 뜻과 이익을 관철하려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두 사람의 싸움은 열 시간이나 이어졌다. 장우는 토목의 방어와 기맥장류로 법력을 돌려 가며 버텼다. 광천경이 마지막 수단을 준비하는 가운데, 장우에게도 숨겨 둔 카드가 있었다.

결승 전 도건곤의 기령이 요구한 설계를 거듭 고친 끝에 선인후예 복제는 성공했다. 1급의 능력은 무생물만 넣을 수 있는 10세제곱미터의 공간이었다. 몸에 낼 수 있는 입구의 면적은 30제곱센티미터에 불과했다. 장우는 결승의 열 시간 격전 동안에도 이 힘을 감췄지만, 이제 그 작은 입구를 방어에 써야 했다. 광천경은 금단에 거의 도달한 육신을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이어 유명해체로 금단과 육체를 함께 터뜨려 장우를 먼저 죽이고, 자신은 준비한 마태로 버티려 했다.

고 주임은 장우가 열 시간 동안 구조물을 만들고 부수며 상대의 힘을 소모시킨 것을 알아보았다. 선도 태양도 천성공전의 큰 한 발에서 소형화해 여러 번 쓰는 형태로 달라졌고, 천운쇄단경은 십여 급에 이르렀다. 그러나 광천경의 마지막 자폭을 버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고 주임이 폐관 중인 자극에게 상황을 보내도 답은 없었다. 그는 장우가 백진진을 위해 너무 깊이 극정의 길에 들어선 것 아닌지 걱정했지만, 두 사람의 영근 사정은 알지 못했다.

장우가 공간을 감춰야 하는 이유는 또 있었다. 복제에 성공한 뒤 복희에게 물었을 때, 곤허의 서른여섯 층은 선인들이 정한 재산이며 공간을 다루는 권한도 극히 제한된 선문 공법에만 있다고 들었다. 복희는 혈맥만으로 공간을 다룰 수 있다면 태어날 때부터 밀수와 밀입국, 탈세에 재능을 가진 범죄 천재라며, 다른 선인들이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 장우는 도건곤의 정체가 더욱 의심스러워졌고 자신도 이 힘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작은 공간과 입구는 공간 구조의 변화를 감지당하지 않도록 제한된 크기였지만, 물건을 그 안으로 보내는 모습까지 가려 주지는 않았다. 장우는 마지막 격돌의 빛과 폭발로 사용 장면을 숨기려 했다.

장우는 네 사념으로 금단 네 개를 동시에 다루고, 육신이 찢어지는 가운데 가장 강한 태양을 만들었다. 광천경의 힘과 충돌하자 토목의 방어도 한계에 다다랐다. 그때 백진진의 허상이 그의 손과 검자루를 함께 감쌌다. 자기 감각을 따라오라고 한 뒤 말했다.

“우리가 함께 검을 내지르자.”

둘이 함께 낸 검이 폭발을 갈랐다. 장우는 그 틈에 손과 머리, 몸통의 위치를 맞춰 손등의 작은 공간 입구로 충격 일부를 흘려보냈다. 작은 공간이 공격 전체를 삼킨 것은 아니었다. 검과 태양으로 위력을 줄이고, 좁은 입구 뒤로 몸을 숨긴 뒤에도 육신은 죽음 직전까지 무너졌다. 백진진의 검에 금이 가자 장우는 검을 거두려 했지만 그녀는 자신을 신경 쓰지 말고 버티라며 더 세게 붙잡았다.

광천경은 원래 몸을 대부분 태운 뒤 마태로 의식을 옮겼지만 끝내 먼저 죽었다. 장우도 곧 생명이 끊길 판이었으나 승부가 확정되자 정신의 보호가 내려왔다. 백진진은 자신들이 이겼다고 외쳤다. 장우와 함께 시작한 승부를 마지막까지 둘이 버틴 끝에 얻은 우승이었다.

십대 대학의 화신들과 만민부의 중생천생대신이 나타나 다음 날 시상식과 선문 공법 선택을 알렸다. 장우에게 주어진 신비부는 하루 동안 공격자를 벌하고 반격하는 보호 장치였다. 공격하면 초당 100만 영폐의 벌금을 물고, 1,024종의 부주 반응과 정신의 전용선도 상대해야 했다. 보호는 강력했지만 24시간 뒤에는 끝났다. 천연신군은 대학원과 화신 지원을, 선병대학은 위약금 대납과 자료를, 천요대학은 교장의 약속을 내세웠다. 장우는 쏟아지는 제안을 들으며 천연신군이 보낸 비주와 의료진에게 인계되었다.

우승자에게 닿는 모든 관계

결승에 연결되어 있던 혼수들의 감정도 뒤늦게 풀렸다. 조천행은 마지막 공격에서 연결이 먼저 끊기자 전문대 출신인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패배하는 것 아닌지 겁을 먹었다. 승리를 확인하고 함께 오른 무대를 떠올리자 산지 요금 고지가 밀려들었다. 평소 같으면 요금이 아까워 생각을 줄였겠지만, 이번에는 고지도 무시한 채 기쁨을 나누고 싶어 했다. 예전 지인들은 다시 공부할 길과 대출을 이야기했고, 낯선 사람들은 그를 통해 장우에게 혼수 공법을 권하려 했다. 호운도는 1층에서 비난받던 혼수가 이제 우승에 기여했다며, 산 채로 있었으면 광천경을 이길 수 있었겠느냐고 자랑했다. 웅문무는 장우가 인족과 요예의 갈등을 끝낼 수 있다는 기대를 보냈다.

장우의 이름은 제품에도 붙었다. 야성리의 혼돈식양의는 우승자의 공동 설계라는 광고를 키우며 사저의 이름을 밀어냈다. 응명리는 장우에게 진 용족이라는 점을 상품의 근거로 삼고 천요전생경을 권했다. 천성공은 이제 우승자에게 진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극호의 홍보 모델을 맡으면 만도가 제시하는 값보다 1,000영폐를 더 주겠다고 했다. 장우를 반대하던 사람들까지 그의 우승을 팔 방법을 찾아냈다.

공수신은 가족들이 자신에게 토목을 열심히 배워 장우의 회사에 취직하라고 권한다며 축하했다. 묵상신은 학교가 칠절법해를 비싸게 사 준 덕에 연기 대학원에 갈 자금을 얻었다. 북무봉은 비검을 더 오래 써 달라고 했고, 시회옥은 어떤 기술보다 주가가 궁금했다. 영심에게는 지원서가 몰렸다. 장우의 우승은 친구들 개인의 진로와 수입도 바꾸었다. 그러나 고 주임은 오십 년 만의 천연신군 연락과 만화신군의 압박을 받으며, 우승 이후의 선택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장우는 원영 의료진에게 치료비부터 물었다. 학교가 낸다는 답을 듣고서야 안심했다. 편안한 치료에 긴장이 풀리자 두 시간 남짓 잠들었고, 잠을 막는 의식조차 작동하지 않았다. 잠을 약자의 잘못으로 여기던 학생들에게는 강자가 누리는 사치 같은 휴식이었다. 학교는 손상된 법보와 법해를 수리했다. 장우는 자기 비밀이 든 안구법해만 직접 손봤고, 백진진의 검은 칠정신군이 데려갔다.

천연신군은 다시 법계를 설득했다. 학교가 금단, 원영, 화신까지 키우고 종문에 추천하겠다는 제안에 장우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 물었다. 지원금을 받으며 연구 성과를 낼 때까지 묶이는 길이라면 자신의 종문 입문이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었다. 다른 정보를 제한하려는 교장에게도 더 알아야 판단할 수 있다고 버텼다. 신비부의 시간이 남아 있는 동안 천연신군은 장우를 직접 법계 모형으로 데려갔다.

한편 도건곤의 빈소를 찾은 이식미는 장우가 광천경을 이겼다고 알리려다가 텅 빈 제단을 발견했다. 시신이 도난당했다는 소문이 퍼졌지만, 크게 신경 쓰는 사람은 드물었다.

법계 모형 안의 선도 도박꾼들은 자기 수위와 경지를 거래했다. 손실을 만회하려고 몸을 팔고 다시 투자했으며, 재능 좋은 사람은 남의 힘을 사들여 더 빨리 성장했다. 광천경과 도건곤 같은 개인의 이름도 주식처럼 거래되었다. 천연신군에게는 성장과 거래의 새로운 시장이었지만 장우는 이 기술이 세계에 일으킬 변화를 쉽게 판단할 수 없었다. 교장은 총괄 엔지니어와 독점 사용권을 약속했다. 40급, 50급까지 공법을 수련할 장우가 필요하므로 학교도 그와 이익을 같이하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같은 시각 화신들은 서로의 자산과 본체를 겨누며 협상했다. 천검은 백진진을 통한 지분을, 금강은 데이터 관리권을, 선병은 기술 공개를 요구했다. 법계를 반대하던 쪽도 자기 이익이 생기면 참여할 수 있었다. 천연신군이 자재신군을 죽이고 환생한 뒤에도 죽이겠다고 위협하자 천마 코인이 오르며, 결승 패배 뒤의 하락에 큰돈을 건 공매도 투자자들이 무너졌다. 화신들의 담판은 전문대를 폐허로 만들기도 했다.

칠정신군은 자신의 기억으로 만든 옛 도시에서 장우를 맞았다. 백진진은 수복 비용을 물으려는 장우를 막으며 자신이 처리하겠다고 했다. 사부가 원하는 검법은 적심검결이었다. 극정검도와 함께 익히면 주화입마를 피하며 옛 선문의 길을 되살릴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서로 진심으로 연결된 수련자들이 마음을 합치는 유정천지를 내세우며, 법계의 이익이 아무리 커도 모사인 천연신군을 믿을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백진진은 따로 장우에게 자기 몸 때문에 선택하지 말고 안전을 먼저 생각하라고 전했다.

찾아온 고 주임도 적심검결을 고르지 말라고 했다. 감정에 움직이는 수련자들이 모두의 마음을 용납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자기가 옳다는 믿음을 죽을 때까지 바꾸지 않는 이들이 법보와 자원, 빚으로 남을 묶을 수도 있었다. 다만 고 주임은 그 설명에 학교가 준 자료의 과장이 섞였을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학교의 입장을 전하면서도 장우가 위험해지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장우가 양쪽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중개자가 되어 달라고 하자, 모든 공법의 정보를 구할 수 있다고 장담하지는 못해도 해보겠다고 했다.

스스로 고를 수 있는 길

장우의 옛 인연을 찾는 손길은 1층까지 내려갔다. 왕윤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장우와 연결된 사람들의 자료를 요구했고, 왕윤은 거듭되는 우승 소식에 과거의 패배가 더 깊이 마음을 누르는 것을 느꼈다. 숭양고중의 교사들은 수업료와 기록 영상의 가치를 다시 계산했다. 장우가 쓰던 책상과 교실도 촬영 대상이 되었다. 1층에는 아직 대회의 영상이 널리 풀리지 않았기에, 야근하던 남령은 인터뷰 요청을 받고서야 장우의 우승을 알고 과거의 괴롭힘을 걱정했다. 주철진은 원래 재능을 알아봤다고 했다가 둘의 갈등 이야기가 나오자 그만하자고 했다.

친구들이 장우를 기억하는 이유는 서로 달랐다. 묵상신은 장우에게 자극받아 토목을 떠났고, 풍정정은 토목 안에서 길을 찾으려 했다. 숙인극은 다른 강자도 돈을 빌려주지 않던 위기에 장우가 도와준 일을 기억했다. 사운상은 인종에 관한 생각과 별개로 높은 급여를 주는 장우를 따랐다. 소청현은 금단이 있다면 기꺼이 장우를 위해 터뜨릴 수 있다고 말했고, 옥성한은 목숨을 빚진 친구에게 무엇이든 내줄 마음이었다. 음구요는 경제 위기 때 장우의 약점을 이용해 물건을 빼앗은 일이 우승자 관련 뉴스로 번질까 두려워했다. 악목람에게 장우가 문제 삼지 않으면 보상하겠다고 전해 달라며, 연구 샘플을 나누고 논문에 이름을 올려 주겠다고 제안했다.

장우는 자재신군도 만났다. 자재신군은 신비부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천연신군의 감시를 피하려고 날씨를 바꾸고 그 벌금은 카드로 냈다. 법계의 총괄 엔지니어라는 이름도 사실은 새 지식을 번역하는 역할일 뿐, 다른 강자들이 기술을 익히면 장우를 앞질러 프로젝트에 묶어 둘 것이라고 했다. 반면 만고장춘경은 단순하고 혜택도 빠르며 친구들과 오래 살아 종문을 찾을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장우는 그 안정된 미래에 흔들렸지만, 만법에 남은 사람들을 버리는 결과가 마음에 걸렸다. 시상식까지 열두 시간이 남아 있었다.

천요대학의 부탁은 호운도를 통해서도 왔다. 부탁을 전달한 보상으로 웅문무는 1층 보호구역의 안안과 무료로 연락하고 돈을 보낼 수 있었다. 안안은 숙식을 제공받으니 돈 쓸 곳이 없다며, 대학까지 갔으면 아래로 돌아오겠다는 생각 말고 공부와 야근을 열심히 해 상사에게 인정받으라고 했다. 웅문무는 탈것으로 개조된 자기 몸을 내려다보고도 아무 말 하지 못했다. 장우는 호운도의 천요전생경 설명을 들으며 사방의 관계망이 자신을 덮어 오는 것을 느꼈다.

법보 수리를 마친 뒤 성화진인이 2층에 왔다는 연락이 도착했다. 성화진인은 옥성한, 이설련, 악목람과 함께 초청받았다. 옥성한은 장우의 어깨를 치려다 신비부의 주의를 떠올리고 황급히 물러섰다. 악목람이 가져온 상처약은 최고의 치료를 받은 장우에게 당장 필요하지 않았지만, 장우는 기쁘게 받았다. 스승을 보니 왕윤이 1층을 바꾸려던 때 그를 막았던 일이 떠올랐다. 자신도 어느새 여러 층의 변화를 결정할 위치에 와 있었다.

성화진인은 자신에게도 법계를 권해 달라는 부탁이 왔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법계는 위에서도 널리 보급되지 않은 기술이며, 퍼지기 시작하면 장우와 학교의 통제를 벗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다른 학교의 안을 고를 필요도 없었다. 모두에게 최대의 이익을 주려 하지 말고, 어느 쪽에도 조금씩 이익이 되는 공법을 찾으라는 제안이었다. 강자들이 100점의 추가 이익을 원하더라도 선택이 5점이나 10점으로 굳어지면, 그마저 없애기보다 자신이 차지하려고 협력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가 제안한 것은 단순한 공간 기술이었다. 하계의 기반 시설과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공간을 새로 열거나 자르고 꿰뚫는 공법은 선인들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었다. 휘거나 접는 정도로 제한해야 했다. 자기 공간을 가진 장우는 속으로 놀라면서도 모르는 척 들었다. 성화진인은 공간 공법을 골라도 화신의 압박은 남고,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공법은 없다고 못 박았다.

시상식 일곱 시간 전, 예비 육신에서 깨어난 광천경에게 옛 기억이 돌아왔다. 위로 연락해 아들이라고 부르자 상대는 강한 쪽이 아버지라며 호칭부터 바로잡게 했다. 광천경이 패배와 법계의 위험을 묻자 그는 도건곤과 장우 모두 자기편이며 새로운 윤회를 선택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네 시간 전에는 금단이 된 장편편이 찾아왔다. 구천윤회보가 장우를 가장 안전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친구들까지 지킨다고 보장할 수는 없었다. 장우는 자신에게 모든 것을 건 사람들을 최대한 보호하고 싶다고 했다. 장편편은 그 책임에 동생이 짓눌릴까 염려했지만, 1층에 남아 백진진의 축기증을 기다리겠다던 때와 같은 고집을 보았다. 공간 기술로 새 건설 시대를 여는 것도 임시방편이라고 보면서, 선택을 막는 대신 미리 공법을 알아봐 주기로 했다. 장우가 가능한 한 빨리 익힐 수 있는 무공, 특히 초식이 적은 것을 찾기로 했다.

두 시간 전, 구천류는 금융과 자금의 행방을 뒤쫓고 있었다. 여러 화신이 교섭과 투자 약속을 쏟아 내는데도 정작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낯선 회의 초청을 따라가자 십대 학교 금융과의 정예들이 모인 암령계가 나왔다. 금궐신군은 종문과 학교의 착취를 벗어날 신세계의 이윤을 말했다. 일곱 화신에 사신들, 무업노인과 우화동자까지 모습을 드러내자 구천류는 자신이 어디로 떠밀려 가는지 알 수 없는 작은 물고기처럼 느꼈다.

시상대에서 내린 선택

한 시간이 남자 장우는 비주 뱃머리에서 혼자 압박을 견뎠다. 옛 스승과 친구들의 축하 영상, 화신의 담판으로 폐허가 된 전문대의 뉴스가 함께 들어왔다. 복희에게도, 가족과 친구에게도 비밀을 전부 털어놓을 수 없었다. 자신의 선택이 옳은지조차 모르면서 그들의 삶까지 바꿔야 한다는 두려움이 쇠사슬처럼 몸을 죄었다.

곁에 온 옥성한은 장우가 택한 길을 따라가는 것 역시 자신의 선택이라고 했다. 함께 마교의 금단을 죽이고, 쌍휴 바이러스에 맞서 사신의 신도가 되었던 친구에게 마지막 성패까지 떠맡기려 하지 않았다. 빚을 지면 갚고 파산하면 다시 시작하며, 결과는 자기 책임으로 받겠다는 말에 장우는 고독이 조금 풀렸다. 다른 친구들도 사진을 찍으러 모였다. 시회옥이 만법 코인 시세를 묻자 장우는 자신도 모른다며, 섣불리 투자하지 말고 모든 경우에 대비하라고 했다.

시회옥은 자신이 고른 최고의 주식이 장우였다고 답했다. 소청현은 이번 선택이 틀릴 수도 있지만 그 뒤 다시 성공할 잠재력을 믿었다. 여섯 대째 토목을 해 온 영심은 어차피 혼비백산할 미래에서 더 나빠질 것이 있겠느냐고 했다. 악목람은 수명 연장 기술을 둘러싼 압박에도 장우가 심한법력의 비밀을 팔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파산하더라도 자기 돈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사운상이 장우처럼 생기도록 외모를 개조할 생각까지 꺼내자 장우는 황급히 말렸다.

성화진인은 곤허의 미래가 장우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선택이라고 전했다. 고 주임도 법계를 고르지 않을 생각이냐고 묻더니, 그러지 않아도 좋으니 뒤돌아보지 말고 나아가라고 했다. 그 메시지를 감시하던 천연신군은 고숭광도 길들여지지 않는 자라며 욕했다. 마지막으로 백진진은 적심검결이 없어도 자신의 재능으로 언젠가 극정검도를 완성할 것이라고 했다. 자기 때문에 공법을 고르지 말고 원하는 길을 가라는 연락이었다. 장우를 붙잡던 마지막 망설임이 풀렸다.

열 분 전 장편편은 두 공법을 보내왔다. 다섯 초식의 구중천궐보는 공간을 압축해 빠르게 이동하는 보신의 기술이었다. 세 초식의 장중곤륜은 발동이 조금 느린 대신 더 넓은 범위의 사람과 사물을 축소하거나 확대할 수 있었다. 장우는 이동 속도만 보면 구중천궐보를 더 빨리 익힐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새 기반 시설에 필요한 것은 장중곤륜이라고 판단했다. 마침 연법도의 도번곤륜 세트에 들어가는 여덟 번째 공법이어서 2단계 효과도 열 수 있었다.

시상식장에는 화신의 신광이 앞줄을 차지했고, 장우는 광천경과 천성공 등 선수들 곁에 앉았다. 몸을 회복 중인 백진진은 대리인이 상을 받았으나 장우의 차례에는 영계 투영으로 모습을 보였다. 상위 열 명의 시상이 끝나고 장우가 호명되자 순위가 확정되며 전교 1위가 되었다. 중생천생대신이 트로피를 건넸고, 화면에는 광고가 꽃처럼 터졌다. 도장 목록이 강림해 열리는 동안 사회자가 장우에게 말을 걸었다.

눈앞에 떠오른 것은 죽은 도건곤의 계정이었다. 상대는 자신이 상층의 선인이라며, 대학의 힘을 빌려 쌍휴교와 무업교, 윤회교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마도를 바르게 써서 곤허를 고치려 했지만 제자와 도려, 동료들은 이익을 포기하지 않았다. 윗사람이 같은 한 어떤 기술과 제도를 내려도 다시 착취로 흐르니, 그들의 간섭에서 벗어난 새 세계를 만들겠다는 말이었다. 장우에게 최신 윤회 기술이 담긴 육도연세서를 골라 함께 투자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장우는 갑자기 나타난 상대의 정체도, 계획도 믿을 수 없었다. 천정과 종문이 허락할 리 없다고 반문했지만 도건곤은 비밀을 더 공개할 수 없으며 판단은 장우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자기 혈맥의 힘을 갖고 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선인후예를 복제한 사실까지 들킨 장우는 심장이 내려앉았다. 그때 중생천생대신이 공법을 고르라고 불렀다. 신비부의 시간도 서른 초밖에 남지 않았다.

장우는 도건곤에게 그만의 선택이 있듯 자신에게도 길이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이들의 삶까지 걸고 근거 없는 신세계를 따라갈 수는 없었다. 무대 아래의 친구와 스승, 가족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 그가 선택을 마치자 도장 목록이 하늘로 돌아갔고, 곧 하늘에서 굉음이 터졌다. 3층과 4층, 5층, 6층의 세계가 층층이 드러났다.

건곤을 훔친 사람

장우가 사용권을 얻은 공법은 장중곤륜이었다. 선택 전까지는 화신들이 더 큰 이익을 요구해 압박하더라도, 되돌릴 수 없게 확정되면 작은 이익을 지키려고 협력하리라는 판단이었다. 늘 싫어하던 곤허 강자들의 이윤 추구를 이용해 자기 뜻을 남긴 선택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각 대학에는 마교와 사신의 습격이 번졌고 금융과도 움직였다. 2층에서 6층까지 이어진 대규모 폭동에 대응하려고 천정이 계층 사이를 관통시켜 직접 개입하려던 것이 하늘이 열린 이유였다.

정신들의 신광이 6층 위에 가득 찼다가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6층과 7층 사이의 공간 구조가 일시적으로 끊기면서 2층의 정신들도 모두 접속을 잃었다. 중생천생대신 역시 사라졌다. 사회자가 도건곤의 모습으로 변하며 장우 앞을 가로막았다. 원래 자신이 우승자의 자리에 서려 했으나 추적이 이 육신까지 닿아, 도건곤이라는 신분을 잠시 없애야 했다고 설명했다. 장우가 광천경을 이길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도건곤은 육도연세서를 골랐든 아니든 새 세계가 완성될 때까지 자기 등 뒤에 숨어도 좋다고 했다. 이어 높은 영계 권한으로 모든 방송을 장악하고 윤회가 존재하며 죽음은 끝이 아니라고 선포했다. 광천경은 처음에는 자신들 계획인지 의심했다가, 정신을 끊어 버리는 행동은 윤회 그룹도 바라지 않는 일임을 깨달았다. 도건곤이 일부러 새 윤회의 이름을 앞세워 여러 종문과 선인이 윤회 그룹을 경계하게 만들고 시간을 벌고 있다고 추측했다. 자신조차 윗선의 계획을 의심한 만큼, 다른 세력도 서로를 쉽게 믿지 못할 터였다.

하늘에서는 어둠을 찢으려는 힘이 부딪쳤고 2층부터 6층까지 흔들렸다. 시상식장의 화신 투영들도 모두 사라졌다. 한편 산림의 공사 현장을 보던 구천류는 그동안 사라진 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알았다. 금융과는 여러 층의 토목 현장을 장악하고 거대한 준비에 투자해 왔다. 종문에 수익을 빼앗겨 성장의 한계에 다다른 자신들에게 세계 하나를 얻는 이윤이라면 선인에게 도전할 위험도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6층에서 화신들의 본체를 습격하는 전쟁이 시작되자 물가는 오르고 대학 주가와 시가는 폭락했다.

도건곤은 옛날 요마를 물리치고 곤허를 얻기까지 죽은 스승과 장문을 이야기했다. 당시에는 윤회가 없어 죽은 이들이 돌아올 수 없었다. 그런데 함께 싸운 도려와 사형제, 제자들은 더 끔찍한 착취자가 되었고, 이제는 죽은 스승들마저 되살려 계책에 이용하려 했다. 그들에게 완성된 세상을 보여줄 낯이 없다는 말에 도건곤은 외로운 소년처럼 울었다. 위의 강자들이 남아 있는 한 곤허는 도살장을 벗어나지 못하므로 2층부터 6층까지 떼어 내 신세계로 떠나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었다.

장편편은 장우가 장중곤륜을 골랐는지 확인한 뒤 도건곤은 실패할 것이니 믿지 말라고 전했다. 허공으로 사라지던 6층도 잠시 멈췄다. 도건곤은 이제 떠나야 한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장우는 누나를 믿고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도건곤은 다른 공법을 골랐다면 남겨 두었겠지만, 자기 혈맥의 힘에 장중곤륜까지 가진 장우가 남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했다. 이번에는 무력으로 데려가려 했다.

고 주임과 성화진인, 장편편의 공격은 뒤틀린 공간을 통과하며 빗나갔다. 장편편은 상대가 6층의 싸움을 주도하느라 아래에 더 힘을 나눌 수 없고, 이 육신에서는 도건곤 본래의 힘만 쓸 수 있다고 알려 주었다. 바깥에서는 무증 강자들이 대학 측을 막아섰다. 장편편은 계속 공간 방어를 두드리라고 하면서 방송도 켰다. 장우가 도건곤과 한편이 아니라 함께 대항했다는 증거를 남겨야 했다.

장우는 장중곤륜의 수납, 축소, 확대 세 초식에 정신을 집중했다. 첫 일격에 갑옷에서 몸이 튕겨 나가고, 다음에는 천일황신과 스물네 비검을 빼앗겼다. 세 번째에는 몸이 축소되며 도건곤의 손바닥으로 끌려갔다. 그 순간 장중곤륜 1급을 익힌 장우가 공간 봉쇄에서 튀어나왔다. 고 주임과 성화진인은 선문 공법을 한 번 펼쳐 보고 익힌 속도에 경악했다.

도건곤은 오히려 장우를 더 데려가야겠다고 하며 무증으로 금단에 돌파했다. 강해진 공간을 1급 장중곤륜으로는 흔들 수 없어, 장우도 불법 돌파를 각오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그때 도건곤의 공세가 느슨해지고 바깥의 공격이 예상보다 일찍 들어왔다. 옥성한이 그의 무공을 일 할 익혀 공간에 간섭한 탓이었다. 도건곤은 더 붙잡지 않고 허공으로 몸을 옮겼다. 하늘로 올라가 6층으로 향하는 동안 세계의 허화가 다시 빨라졌다.

남겨진 세계의 금단증

도건곤이 오르는 여러 층에서는 학생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도시와 자산이 불탔다. 영계에 들어가지 못한 혼백들은 물질 세계에서 사라졌다. 6층의 화신들은 감옥이 된 세계를 공격하며 절규했다. 도건곤은 가장 높은 곳에서 아래 세계들을 등 뒤에 감싼 거대한 모습을 보았고, 다른 유성들과 함께 6층으로 들어갔다. 위에서 들린 여성의 목소리가 그 남자를 영신천이라 불렀다.

영신천의 육신은 선광에 찢겨 먹히고 있었다. 그는 자기 자산까지 층층의 곤허에 흩뿌려, 힘과 살과 피를 다투어 차지하는 강자들의 손을 붙잡았다. 아래에서 천지가 바뀌어도 좋은 물건부터 챙기려는 그들에게 수선의 목적이 고작 그것이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답 없이 쟁탈만 더 거세졌다. 그는 마지막 육신과 힘으로 일격을 냈다. 수위와 가산, 몸과 가문을 잃고 벌레들에게 잠깐 시간을 벌어줄 가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자신이 그렇게 하기를 원했으며 이런 대가 없이 기회를 얻을 수는 없다고 답했다.

빛이 흩어졌을 때 6층은 사라져 있었다. 남은 목소리는 증서에 막히지 말고 축기와 금단, 원영, 화신 그 이상으로 마음껏 돌파하라고 외쳤다. 3년 뒤 돌아와 모두 데려가겠다는 약속도 남겼다. 2층부터 6층까지 전부 떠나겠다는 처음의 계획과 달리 실제로 사라진 것은 6층이었다.

연결이 완전히 끊기기 직전 천정은 마지막 명령을 보냈다. 2년 안에 5층과 7층 사이를 다시 잇겠다는 공지와 함께, 만법대학에는 자극을 임시 총장으로 삼으라는 지시가 왔다. 화신증 다섯 장, 원영증 쉰 장, 금단증 500장, 축기증 5,000장의 배분도 맡겼다. 본체가 6층과 함께 떠난 화신들을 대신할 새 강자가 필요했다. 자극은 증서를 받자마자 화신으로 돌파했다.

그러나 달인 장야경궐은 먼저 사신에게 넘어갔다. 피처럼 붉어진 달에서 천정과 종문은 돌아오지 못하며 누구나 돌파해도 된다는 광고와 공격이 쏟아졌다. 밤의 영계 접속은 마교도나 사신 신도로 바뀔 위험을 품게 되었다. 자극은 달 안에서 방금 무증 돌파한 화신의 기운을 느꼈다. 이미 빼앗긴 달에 시간을 쓰는 대신 태양인 순일준오를 지키러 방향을 바꿨다. 장우의 장중곤륜은 반란 세력이 여러 층에 남긴 시설을 파괴하는 데 필요하므로 그에게도 자신의 분신 하나를 보냈다.

각 대학은 영계 장벽을 세우고 고립된 섬처럼 버텼다. 천요대학 밖에서는 사신의 선동을 받은 하층 요예들이 무증 돌파를 시도했고, 주변 요예들의 공격에 죽었다. 서로를 감시하면서 대학 안으로 피하려 했지만 장벽이 그들을 막았다. 웅문무는 끝없는 피난민을 보며 미래를 알 수 없다고 느꼈다.

시상식장의 장우는 도건곤이 남겨 두고 간 법보들을 다시 착용했다. 늘 자신을 옭아매던 천정과 종문의 속박이 정말 끊기자 오히려 망연했다. 고 주임을 따라 탈출하려 했지만 우화교의 무증 강자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몰려왔다. 장편편은 일부는 선인 권한으로 신분을 숨겨 왔고 일부는 정신이 사라지기 직전에 돌파한 자들이라고 했다. 장우는 도건곤과 싸울 때 느낀 제삼자의 공간 파동을 생각하며 옥성한의 삼안신통을 떠올렸지만, 자세히 물을 틈이 없었다.

핏빛 달의 공격으로 법해 수치가 흐트러지고 혼수 운용이 지연되자 대학의 강자들도 접속을 끊어야 했다. 그때 구천원양탑의 허상이 내려와 사신의 정보를 쓸어 냈다. 화신이 된 자극의 탑은 벌써 41급이었다. 고 주임은 증서만 있으면 곧 돌파할 경지였다는 것을 알면서도, 본인과 법보가 함께 올라선 속도에 놀랐다. 탑은 무증 강자들의 법해까지 터뜨리고 길을 열었다.

자극은 장우와 옥성한, 악목람, 야성리, 언천기에게 금단증을 나눠 주었다. 다른 대학의 선수들은 부러워했고, 고 주임에게는 화신증이 내려왔다. 고 주임이 돌파할 물자가 없다고 하자 이미 대학성에 마련해 두었다며 학생들을 데리고 돌아오라고 했다. 장우와 야성리의 원영증도 따로 맡아 두겠다고 했다. 다만 현재의 자극은 영계를 넘어온 투영이어서 오래 머물 수 없었다. 본체는 다른 전장에 있고 별도의 분신이 오는 중이니, 학생들은 남은 경기 물자로 돌파하며 숨어 있으라는 지시였다. 혼수를 포함해 다른 이와 접촉하지 말고 영계 연결을 최대한 끊어야 했다.

다른 학교 학생들이 자기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자극은 각 대학에도 새 교장과 증서가 내려갔다고 했다. 정식 돌파에서는 자신이 가장 빨랐을 뿐 다른 화신들도 뒤따를 것이었다. 이제 전쟁은 만법 네 학교와 천마 네 학교의 대결이 아니라, 십대 대학이 금융과와 마교, 사신, 그리고 아래에서 올라오려는 수사들을 상대하는 싸움이라고 선언했다. 하위 학교와 전문대, 고등학생을 함께 진압하면 된다는 설명에, 방금까지 불안해하던 명문대 학생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돌아왔다.

자극의 투영이 떠난 뒤 학교들은 경기장에 남은 물자를 나눴다. 대회를 위해 마련한 자원은 축기용이라 금단과 원영에게는 큰 쓸모가 없었지만, 이제 증서를 받은 학생들에게는 돌파의 밑천이었다. 야성리와 언천기는 비주에 조용한 방을 잡았다. 그러나 장우는 바로 금단에 도전하지 않고 천검대학의 배로 갔다. 함께 학교로 돌아가고 싶으냐는 문무애의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백진진이 어디 있는지 물었다. 그녀를 데리고 함께 가려는 것이었다.

분류: 부별 줄거리 만법대학 연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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