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이 무슨 수선을 해?/세계관·설정/혼수
제1~984장의 혼수 개념, 수련과 사후 노동 산업을 다룬다.
개요
혼수는 육신이 죽거나 제거된 뒤에도 혼백과 기억을 유지하며 수련·생활하는 존재다. 주로 영계에서 활동하고 법해·법보·진법의 제어, 정보 처리, 생산과 상담 노동을 맡는다.
혼수는 죽은 사람의 인격과 기억을 이어받는다. 인공적으로 만든 기령과는 기원이 다르지만, 기령이 모두 인공지능인 것은 아니다. 복선천처럼 자신을 제물로 바쳐 법보의 기령이 된 사람도 있다. 작품 안에서는 값싼 제어 인력이라는 뜻에서 ‘가난한 자의 기령’으로 불리지만, 계약을 맺고 임금을 받으며 경지를 올리고 의견을 표현하는 사람이다. 동시에 기업과 종문은 혼수를 장비·데이터·사후 자산처럼 취급한다.
혼수의 성립과 상태
혼수가 되는 데에도 전환 시설과 계약, 행정 절차가 필요하다. 죽기 전 보험과 대출을 묶어 전환을 준비하기도 하고, 형벌·증인 보호·재난 철수·가문 사업을 이유로 전환되기도 한다.
| 전환 경로 | 작중에서 확인된 형태 |
|---|---|
일반 사후 전환 | 육신 사망 뒤 혼백을 영계와 보관 시설에 연결한다. |
산업 전환 | 과로사한 노동자를 혼수로 바꾸어 같은 생산선에 다시 투입한다. |
형벌 전환 | 전 재산을 몰수하고 혼수로 전환해 피해 지역에서 채무 노동을 시킨다. |
재난 패스트트랙 | 수송하기 어려운 잔류자를 정해진 절차와 할인 가격으로 일괄 전환·매입한다. |
증인 보호 | 제829장 영애곤은 약을 먹다 사레들려 죽었다는 명목으로 혼수가 되어 천정의 상시 감시와 보호를 받는다. 태진선족을 상대할 증인으로서의 가치가 보호의 이유다. |
상층 가문 전환 | 살해된 고경지 수사를 혼수로 개조해 기억과 능력을 유지한 채 후손 조직에서 계속 일하게 한다. |
혼수의 인격이 이어진다고 해서 신분과 자산도 그대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육신, 계정, 기억 데이터와 보관 장소의 소유권이 나뉘며 전환 계약과 채무가 활동 범위를 정한다.
수명·감각과 심지융해
혼수의 혼백 수명은 유한하다. 사고 가속과 장시간 작업은 남은 수명을 소모하고, 영계에 오래 머물며 현실 감각을 잃으면 정신과 자아가 무너지는 심지융해에 가까워진다.
데이터 비용이 부족한 혼수는 영상·이미지·문자와 감각 채널을 차례로 끊고 작업 지시만 받는다. 값싼 음기나 양기에 여러 혼수가 함께 기숙하고, 공장에서 나온 오염된 법력 배출물을 받아먹으며 유지비를 줄이기도 한다. ‘똥을 먹는다’는 표현은 이 폐기물을 가리키며, 혼수 자신의 배설물이라는 뜻이 아니다.
제709장 조천행은 특별 승인된 축기 자격증과 고가의 가상현실 환경을 얻어 돌파한다. 이른바 ‘100% 가상현실’은 실제로 육신을 되찾은 듯한 감각을 제공해 심지융해를 늦추지만, 100%라는 수치는 홍보 문구다. 경지가 오르면 더 많이 벌 수 있는 대신 환경 유지비도 커진다.
법계의 기억 서비스도 심지융해 위험을 낮춘다. 제863장 장우 측이 사용 기록을 공개하는 혼수에게 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자, 수명 끝에 몰린 혼수들은 척살령을 무릅쓰고 가담한다. 심한법맥은 혼수 수명을 직접 연장하는 효과까지 보이지만, 윤회 사업의 기존 질서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공격 대상이 된다. 혼수의 수명이 늘면 윤회 사업의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수련과 경지
혼수도 공법을 수련하고 경지를 올릴 수 있다. 회사가 금단·원영·화신 자격증과 자원을 핵심 인력에게 배분해 승급시키며, 풍부한 연산력과 산지는 상위 경지 돌파 기반이 된다.
고경지 수사가 혼수로 전환되면 생전의 기억과 상당한 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 연허급 혼수와 비승경 대혼수도 등장한다. 따라서 혼수는 하급 보조 인력만을 뜻하지 않으며, 경지·출신·고용 계약에 따라 서로 다른 계층을 이룬다.
업무와 법보 제어
혼수는 상담, 생산, 감시와 전장 보조에 투입된다. 처리 능력과 수행 가능한 업무는 경지·훈련·접속 환경에 따라 다르므로, 모든 혼수가 여러 의식을 동시에 운용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혼수 기반 진령은 전장 데이터를 받아 진법·건축물·운송망을 자동 관리하고, 법보에 장착된 혼수는 전투 중 교체되어 제어 기능을 갱신한다.
대학 도시에서는 원자력 통로 감지, 스마트 광고와 안구 법해 전단 전송 같은 기반 서비스도 맡는다. 혼수 없는 전투를 장비 칸 하나를 비운 채 싸우는 것에 비유할 만큼 현대 수선 체계의 기본 인력으로 취급된다.
법보·법해에 기탁하거나 제어 기능을 맡는 혼수도 자신의 기억과 고용 계약을 지닌다. 다만 기업이 그들을 부품처럼 사고팔거나 교체하는 현실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구일분장의 혼수 산업
구일분장은 혼수 전환과 취업을 함께 거래하는 거대 산업 지대다. 사업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 산 사람을 혼수로 전환하는 사업: 맞춤형 죽음, 시신·신체 부품 가공, 보험·대출과 전환 시설.
- 이미 혼수가 된 사람에게 일자리를 연결하는 사업: 보관, 접속, 취업 중개, 임금과 수수료.
천마종·유명궁·백골교 계통의 구일연맹은 전환 시설과 일자리 시장을 함께 장악해 신규 회사의 인력 공급과 수요를 동시에 봉쇄한다. 만법종과 천마종의 다른 파벌은 법계의 기억 기술, 혼수 기술과 자본을 결합한 합자회사로 이 독점을 우회한다.
혼수 공급이 줄고 가격이 오르면 고지능 기령 산업이 성장한다. 반대로 종문이 기령의 지능·연산력을 제한하고 혼수 산업을 지원하면 관련 기업 가치가 즉시 뒤바뀐다. 혼수와 기령은 서로 대신 쓸 수 있는 노동력이다. 어느 쪽의 시장을 키울지를 놓고 상층 도통과 기업들의 이해관계도 갈린다.
계약·기억 관리와 노동 통제
법계 혼수 서비스는 직무 지식을 내려받고, 업무 중 생긴 기억을 보관한 뒤 퇴근할 때 지우거나 첫날 상태로 되돌린다. 기업 입장에서는 숙련의 인수인계 비용을 줄이는 표준화 기술이지만, 노동자의 경험과 자아를 회사가 관리하는 체계이기도 하다.
| 통제 수단 | 작동 방식 |
|---|---|
보관·접속권 | 혼백이 기탁할 법보·법해·시설과 영계 접속을 통제한다. 혼수의 거처는 살아 있을 때의 육신 보관과 같은 말이 아니다. |
봉살방·블랙리스트 | 다른 기업 취업과 이동을 막고 위반자를 척살 대상으로 만든다. |
기억 서비스 | 직무 지식·업무 기억을 저장·삭제·복원해 교체 비용과 노동자 기억을 함께 관리한다. |
데이터 요금 | 영상·감각·발언권을 비용으로 만들어 가난한 혼수를 보이지 않게 한다. |
임금·배당 | 기본급과 성과 배분, 법계 사용량을 묶어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늘린다. |
경지 자격증 | 회사가 희소한 승급 자격과 자원을 충성도 높은 인력에게 배정한다. |
임금전쟁과 발언권
장우 측 회사는 업무량과 법계 사용량에 따라 혼수 수익을 높이고, 무료 기억 서비스와 경지 상승을 채용 조건으로 내건다. 기존 기업은 봉쇄·해고·급여 박탈로 대응하지만 위약금을 낼 필요가 없는 임시직 혼수들부터 새 회사로 옮긴다.
임금이 오른 혼수들은 데이터와 감각 채널을 다시 사고 영계에 글과 목소리를 남긴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노동자들의 불만이 게시물과 증언으로 드러나고, 장우 측의 여론전에 힘을 보탠다.
기존 회사들은 직접 임금을 올리는 대신, 구매력이 생긴 혼수에게 서비스를 팔아 급여를 회수하려 한다. 혼수가 번 돈을 법계에서 쓰면 기업의 이윤과 선제의 도통에도 보탬이 된다. 혼수의 임금을 두고 벌이는 다툼에 상층 도통의 이해관계까지 얽혀 있는 이유다.
상위 혼수와 신분 문제
천기동자는 비승경 대혼수로서 영계 투영을 통해 상층 명령을 전달한다. 태성공은 연허급 기억과 능력을 유지한 채 후손의 지시로 정찰한다. 혼수가 된 뒤의 능력도 생전의 경지와 쓸 수 있는 자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혼수에게도 하계·상계 출신 구분이 있다. 제944장에서 상계 혼수 사칭 사건을 조사하던 조천행은 문제의 혼수를 왕해로 알아보고, 제945장에서 그의 종문행 경위까지 확인한다.
상하계 유통과 출처 관리
상하계 혼수 유통 프로젝트가 1층까지 알려지자 죽어서 종문에 들어가려는 사람이 몰렸다. 1층 지도부는 제945장 제1회 사망 대회를 열어 우수한 혼수만 종문행을 허가했고, 왕해는 대회 쿼터를 얻지 못했지만 장우의 옛 스승이라는 이유로 고등학교 금메달 교사 특수 인재로 분류되어 들어왔다. 제944장의 사칭 사건에서 발견된 혼수도 이 왕해였음이 이어서 확인된다.
왕해와 뇌균·주철진·남령·야능소·희원추·평한 등 장우의 하계 지인들은 일거리를 배정받고 24시간 감시를 받았다. 장우는 제947장 사비로 이들을 산 사람으로 부활시킨 뒤 원래 있던 하계로 돌려보냈다. 종문에서는 저경지 산 사람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대출로 부활하면 빚에 눌려 다시 혼수가 될 수 있었으므로 부활과 추방은 당사자들에게 형벌로 받아들여졌다.
부활시킬 때는 보상도 몰래 챙겨 주었다. 왕해와 뇌균의 수명을 늘려 주었고, 평한은 대학 층으로 돌아간 뒤 화신급 양기를 받았다. 이어 장우는 혼수의 출처를 엄격히 검사하고 모든 혼수에게 상계·하계 출신을 구분하는 추적 코드를 붙이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