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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이 무슨 수선을 해?/곤허의 역사/신세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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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818장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편은 제716~740장을 다룹니다. 후반 해설에는 기억몽경 제812·818장의 전언이 포함됩니다.

파천을 앞둔 사흘 동안 복선천이 세 차례 찾아와 밝힌 곤허의 정체와, 그가 제안한 신세계를 다룬다.

곤허의 기억 3부작 — 1편 신세계 계획 → 2편 황우대성의 기억 → 3편 기억몽경

개요

파천 카운트다운이 닷새 남았을 무렵, 정기맹 맹주 복선천이 사흘에 걸쳐 하루 한 번씩 장우를 찾아왔다.

첫날 그는 곤허가 어떤 곳인지를 말했고, 둘째 날에는 그것을 대신할 세계를 보여 주었고, 셋째 날에는 그리로 가는 방법을 말했다.

작중 전개

삼고 장우

5층에서는 십교와 정기맹의 화신들이 맞붙어 있었고, 후방의 장우는 파천추 생산 라인을 돌리며 완료 시각을 세고 있었다. 학교와 연구진이 판권과 지분을 다투면 그 숫자는 뒤로 밀렸고, 하늘에서 화신 하나가 꺼질 때마다 또 밀렸다.

그 카운트다운 한복판에 복선천이 나타났다. 만법의 원영들이 연구회로 달려오는 동안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영계를 넘어온 의념 한 줄기일 뿐이며 자기 힘은 지금 5층에서 십교의 화신을 진압하고 있다고 했다. 복희가 살펴본 결과도 같았다. 무력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수한 영상이다. 장우는 달려오던 원영들을 밖에 세워 두었다.

"솔직히 말해서, 내 판단대로라면 너와 어떤 대화도 나눠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사부님의 안목을 믿는다."

그 사부가 영신천이었다.

첫째 날 ― 곤허가 사람을 만드는 법

영신천은 6층을 뽑아내 천정을 막고 있는 선인이자, 장우에게 잠재력이 있다고 보고 그를 6층으로 데려가려 했던 사람이었다. 복선천은 눈꺼풀을 내리깔고 말했다. "네가 거절했지."

장우가 물었다. 도건곤이든 영신천이든, 2층에서 5층까지가 이런 꼴이 될 줄 알고 있었느냐고. 지금 같은 전쟁과 혼란에 기대서, 정기맹 안의 마교와 사신과 금융계를 데리고 대체 어떤 세상을 만들 수 있느냐고.

복선천은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대신 오래된 이야기를 꺼냈다.

정사대전 때 마도가 압도적으로 우세했고, 정도는 지지 않기 위해 마도의 수단을 빌려 쓰는 마도정용을 택했다. 영신천은 찬성한 쪽이었다. 그 방법을 쓰지 않으면 인족 전체가 가축만도 못한 것으로 떨어지리라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개혁에 격렬히 반대하던 사숙을 밖에서 막아섰다. 영신천과 사숙이 돌아왔을 때, 문중의 반대자들은 이미 도륙당한 뒤였다.

사숙은 원수를 갚으려 변혁파 한 명을 참살했다가 포위 공격을 받았다. 영신천도 그 포위에 가담해 자기 사숙을 진압했다. 사제가 서로를 해치고 부자가 적이 되고 부부가 서로를 죽이는 일이 그 무렵 셀 수 없이 많았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세계 변혁의 대가다. 변혁에는 영원히 충돌이 따르는 법이지." "변혁의 과정이란 일부의 이익을 해하고 타인에게 이득을 주는 것이니, 영원히 다툼과 살육이 따르고, 영원히 피를 흘려야 하며, 영원히 희생하는 자가 생기기 마련이지."

그는 통유리창 앞으로 걸어가 바깥의 연구 단지를 내려다보았다. 영신천은 이 계획을 위해 선인으로서의 자산을 전부 포기했고 그 자산의 가치는 2층부터 5층까지를 전부 합친 것보다 컸다고, 자신도 종문에서의 모든 것을 버리고 환생한 몸으로 와 있다고 했다. 그러니 지금 2층부터 5층까지의 손실이 대수겠느냐고 했다.

"장우, 나도 한때는 곤허 1층 출신이었다. 1층에서 한 걸음 한 걸음 기어 올라왔고, 곤허가 최근 몇 년간 어떻게 변해왔는지도 직접 목격했지."

그리고 그가 물었다.

"곤허에 왜 이리도 영근 없는 자가 많은지 아는가? 이미 누군가 천지윤회의 힘을 훔쳐, 억만 창생이 환생하고 새로 태어날 때 지니는 천부적인 영성을 뽑아내 자신과 자신의 문파만을 살찌우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해가 갈수록 더 많이 뽑아내고 있지." "종문의 기술이 왜 늘 십대 학교보다 월등한지 아는가? 선도 기술의 봉쇄 때문만은 아니다. 누군가 도통을 세워, 하계의 모든 창조와 발명, 영감…… 같은 것들이 가장 먼저 도장 위에 떠오르기 때문이다. 천하가 아무리 넓고 천재가 아무리 많아도 그 통제에서 벗어날 수 없지." "하층에 어째서 위로 올라가려는 자가 그리도 많은지, 또 왜 출생 인구가 줄지 않는다고 생각하나? 모든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그 쓰임새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아야 할 자는 아이를 낳고 싶어 하게 된다. 윤회할 때 한 올의 영성조차 남기지 않고 모조리 뽑히고 말지." "선도를 수행해야 할 자는 일심으로 도를 추구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온갖 규칙에 따라 영성을 한 차례 뽑히게 된다……" "장우, 우리의 결의를 이해하겠는가?" "곤허는, 이제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복선천은 내일 같은 시간에 다시 오겠다며 사라졌다. 장우는 창궁 쪽을 올려다보며 곤허 상층부가 자신이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어둡다고 생각했다. 그때 안구법해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선병대학 화신 하나의 신광이 5퍼센트까지 떨어지더니 완전히 꺼졌다. 십교의 화신은 서른일곱, 정기맹은 그대로 마흔넷. 파천 완료 예정 시각은 5일 12시간 3분 27초에서 5일 17시간 23분 8초로 밀렸다.

둘째 날 ― 퇴근과 주말이 있는 세계

그사이 장우는 후방에서 시간을 사들이고 있었다. 야성리의 생방송이 다시 열려 하교생과 전문대생이 몰려들었고, 1층 출신 혼수 학생 조천행의 편입 성공기가 광고로 뿌려졌다. 완료 시각이 4일 10시간대로 당겨졌다. 자극신군의 광휘는 71퍼센트, 청목신군은 59퍼센트였다.

복선천이 약속대로 다시 나타났다.

"장우, 이 세계는 병들었다. 선제들의 탐욕이 조만간 모든 것을 파멸시킬 것이다."

손가락이 허공을 누르자 화면 여러 개가 펼쳐졌다. 영신천이 설계한 미래의 제6층이었다. 한 화면에서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며 즐겁게 일하고 있었고,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새로운 세계의 사람들은 모두 주 2일 휴무가 있고, 휴일과 휴식이 있으며, 사회 보장도 받는다." "모든 이가 더는 이익을 좇기 위해 살지 않으며, 약하다는 것을 수치로 여기지도 않을 것이다." "인간은 더 이상 일을 하기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다."

주말과 휴식, 사회 보장을 누리며 약하다는 이유로 수치스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생활. 장우는 이런 세계가 마음에 들었다. 다만 정말 존재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천부와 타고난 자질을 조정해 자연의 상태로 되돌리고, 수위와 자산을 재분배하며, 새 윤회 체계에서는 마도 속성을 분리해 인위적 간섭을 막겠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복희가 경멸하듯 끼어들었다.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지만 결국엔 그게 그거 아닌가. 결국엔 영신천의 저 선인 마음대로라는 소리잖아. 온 세상이 어떤 모습이 될지는 순전히 그의 선택일 뿐인데, 그가 미래에 세상을 또 다른 새로운 곤허로 만들지 누가 알겠어?"

그다음이 수명이었다. 새 세계에서는 모든 존재에게 1500세 안팎의 상한이 걸린다고 했다. 장우가 물었다. 그러면 이미 1500세를 훌쩍 넘긴 당신과 당신의 사부는 즉시 죽는 것 아니냐고.

복선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복희 — "저 두 사람 미쳤군! 분명 거짓말이야. 어떻게 사람이 자살을 하겠어?"

복선천은 이어 탄식했다.

"오늘날 곤허의 파멸은 바로 장생, 이 두 글자에 있다." "수위가 하늘을 찌른다 해도 1500이라는 수를 넘을 수 없게 하여, 이 세상에 영원한 주인공이 존재하지 않게 해야만 천하가 비로소 영원히 번성할 수 있다."

마도가 창궐해도 한때일 뿐이며, 수명 제한 아래에서는 어떤 종문도 왕조도 결국 흥망성쇠를 겪고 정도를 회복할 후대인이 반드시 나타난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 계획의 한계를 스스로 말했다.

"장우, 나와 사부님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음을 알고 있으며,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려 하지도 않는다." "모든 것은 발전 속에서 변화하고, 모든 것은 변화 속에서 해결된다. 미래의 문제는 끝이 없겠지만, 변화가 계속되고 새로운 세대가 존재하는 한, 모든 것에는 희망이 있다……"

장우는 규칙이 너무 많아 그 자리에서 옳고 그름을 가리기 어려웠다. 그는 수명 제한을 알려 주면서 자신이 동의하지 않을까 걱정되지는 않느냐고 물었다. 복선천은 장우를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 찾아왔다며 답했다.

"만약 네가 장생을 탐하고 수위와 권력에 미혹되어 새로운 세계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것은 단지 너와 내가 갈 길이 다름을 증명할 뿐이며, 사부님께서 너를 잘못 보셨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게는 그저 한 명을 더 쳐부술 뿐인 일이다." "그뿐이다."

말하는 사이 경보음이 다시 울렸다. 천마대학의 화신 하나가 운락했고, 그 장면을 담은 영상이 암령계를 거쳐 영계로 퍼졌다. 파천 완료 예정 시각이 단숨에 6일 8시간 13분 22초까지 뛰었다. 하늘의 변화를 함께 지켜보던 복선천은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며 사라졌다.

셋째 날 ― 도살 계획

이튿날에도 예상 시각은 6일 2시간 8분 31초나 남아 있었다. 복선천이 세 번째로 나타나, 아직도 저항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설령 장우가 이겨도 천정이 돌아오면 공간 기술과 회사, 공장은 위에서 파견된 자들에게 침탈당하리라고 했다. 전쟁 중에 늘어난 금단과 원영은 재평가로 경지가 강등되거나, 남아도는 화신들과 함께 위로 끌려가 소나 말처럼 부려질 수 있다고 했다.

"곤허 2층부터 5층 전체가 그때가 되면 십대선제에게 사상 수정을 당할 수도 있다. 단절 시기의 모든 변화를 지워버리는 거지. 하지만 모든 손실은 각종 채무로 전환되어 살아남은 너희가 공동으로 짊어지게 될 것이다."

사상 수정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복선천은 십대선제가 각자 지고의 선기를 지니고 천도의 운행에 간섭한다는 전설을 설명했다. 뜻만 모으면 이론상 세상의 모든 사람과 사물을 자기들이 만족하는 상태로 뜯어고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만 그들 사이의 이익 충돌이 심해 한 번도 의견이 모인 적이 없으니 세상을 통째로 고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사상 수정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그래서 신세계를 창조하려면 반드시 곤허를 벗어나 십대선제의 통제에서 도망쳐야만 하는 것이다."

장우가 물었다. 그래서 6층을 데리고 떠나려던 것을 이제 2층부터 5층까지 전부 데리고 떠나려는 것이냐고,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여서라도 그러겠느냐고. 복선천은 죽음이라는 말을 되받고는, 도건곤이 십대 리그 시상식에서 했던 말을 꺼냈다. 윤회는 존재한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모든 이는 죽은 뒤에 윤회하여 다시 태어난다.

"장우, 그들은 죽은 게 아니다. 그저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것뿐이다." "이 세상에서 혼비백산이야말로 진정한 죽음이다."

그러고서 그는 문서 하나를 보냈다. 도장에서 제명된 전략급 선문 흑공법 《지옥세혼경》의 입문 부분이었다. 이 법대로 수행하면 전생의 숙세 기억을 각성할 수 있고, 그것만으로도 자기들이 이미 윤회의 힘을 장악했음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장우는 공법을 읽고 그들에게 윤회를 뒤흔들 기술이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리고 하나를 물었다. 신세계에서 환생하면 이전 생의 기억을 각성하느냐고.

"당연히 아니다." "만약 숙혜를 각성할 수 있다면, 우리가 1500세라는 수명 제한을 둔들 무슨 의미가 있겠나? 숙혜만 각성할 수 있다면, 미래의 신세계는 또다시 의념이 죽지 않는 늙은 괴물들이 대를 이어 천하를 착취하고, 세상을 죽은 듯한 침체와 썩은내로 가득 채우게 될 것이다."

복선천은 지금 2층에서 5층까지의 사람들에게 마성이 깊이 뿌리내려 있다고 했다. 이대로 신세계로 옮겨 가면 곤허의 악습을 반복할 것이므로, 윤회전생과 숙혜의 부재를 이용해 대청소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반드시 2층에서 5층까지의 억조창생을 전부 신세계로 환생시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함으로써, 현재 곤허에 남은 해로운 유산을 완전히 벗어던지게 해야 한다."

장우는 몸을 떨었다.

장우 — "그들을 전부 죽이겠다고? 2층에서 5층까지의 모든 사람을?" 복선천 — "죽는 게 아니라, 그저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장우 — "신세계로 환생한 뒤에 기억조차 남지 않는다면, 그게 죽는 것과 또 무슨 차이가 있나?"

복선천은 손을 크게 내저었다. 그들은 기억하지 못하고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너와 나는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들이 대대손손 고통받고 가난하게 살고 착취당하는 운명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복선천 — "세 살 이전의 일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나? 어머니의 뱃속에 있던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되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들이 어릴 때 한 번 죽었다고 할 수 있나?" 복선천 — "기억은 생명의 존재에 필수적인 증거가 아니다. 기억은 그저 일종의 자산일 뿐이다. 이 자산조차 버릴 각오가 없다면, 어떻게 신세계를 개척하겠는가?" 장우 — "기억은 우리의 과거 전부를 구성하는 것이자, 우리의 개성이고, 이념이며, 우리 자신을 이루는 근간이다. 육신뿐만 아니라 기억마저 완전히 지워버린다면, 미래에 환생한 몸이 지금의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장우 — "그건 결국 한 세계의 사람들을 도살해서 다른 세계의 사람들을 만드려는 것과 뭐가 다르지?"

복선천은 그 규정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렇다. 네가 그렇게 여긴다면 그래도 문제없다. 우리가 한 세계의 사람들을 학살하여 신세계를 이룬다고 생각해도 좋다. 천지창생의 과거를 희생시켜, 그들의 미래를 이룩하는 것." "내가 말했지 않았나. 변혁에는 희생이 따르는 법이라고. 너 좋고 나 좋고 모두가 좋아서, 모든 사람이 이득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장우가 물러서지 않자 복선천은 한숨을 쉬며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장우, 너 설마 내가 너를 정기맹에 가입시키고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면 네 동료들, 백진진과 옥성한, 악목람 같은 이들을 모두 신세계까지 무사히 살려 보낼 줄 알았나?"

그다음은 스승이었고, 자극신군과 청목신군이었고, 동문들이었고, 조천행과 묵천일과 사운상이었다. 스승의 제자들과 동문의 동문들과 고향 사람의 고향 사람들까지 가면 결국 그들이 깔고 앉은 탈것까지 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설령 그 전부를 데려간다 해도 문제가 남는다고 했다.

"좋다, 그들이 모두 너를 따라 곤허의 기억을 가지고 신세계로 갔다고 치자. 그렇다면 기억이 없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들은 어떤 존재가 되겠는가?" "그들은 새로운 천정, 새로운 종문, 새로운 선인이 될 것이다."

복선천이 한 걸음씩 다가서자 사방의 영계가 끊기고 법보와 법해가 멈추었으며 영상과 음성이 기록되지 않았다. 말은 소리가 아니라 장우의 뇌리로 직접 들어왔다.

장우가 물었다. 왜 모든 사람을 데리고 간 다음에 해를 거듭하고 세대를 거쳐 바꿔 나갈 수는 없느냐고.

"우리가 시도해 보지 않았을 것 같나?" "하지만 천정, 종문, 선인…… 이 모든 것이 그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한, 그들이 여전히 이것이야말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라고 여기는 한,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먼저 천정을 이기고 종문을 치고 선인을 무찌르자는 생각을 했던 자들은 이미 혼비백산했다고, 아직도 그러고 있다면 유치하고 오만하고 무지할 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탄식했다.

"그런 자들은 천정의 계단이 얼마나 높은지, 선인의 도행이 얼마나 깊은지 전혀 모른다."

마지막 질문이 왔다.

복선천 — "장우, 다시 한번 묻겠다. 너는 나와 함께 창생을 모조리 멸하고, 신세계를 창조할 뜻이 있느냐?" 장우 — "복선천, 나는 결코 네가 모든 사람을 죽이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

복선천은 고개를 저었다. 모습이 흩어지는 중에 마지막 말이 남았다. 너는 결국 신세계를 열 그릇이 못 되는구나. 하지만 사부님의 낯을 봐서 마지막 기회를 한 번 더 주겠다. 십교의 화신들을 모조리 멸한 뒤에도 고집을 부린다면, 사부님을 대신해 벌을 내려 너까지 함께 베어 버리겠다.

거절 뒤의 행동

장우는 복희에게 도살 계획을 정기맹 쪽으로 흘려 달라고 부탁했다. 증거도 없는 말을 사신이나 금융 계열이 믿을 리 없다는 답이 돌아왔지만, 작은 의심이라도 품게 해 달라고 했다. 이어 전사한 화신들의 동결 유산을 열어 주고 받은 수수료를 파천 공정에 쏟아부었다.

화신 전장에서 빛나는 복선천의 신광을 보며 장우가 중얼거렸다.

"변혁에는 반드시 희생이 따라야만 하는가?" "그럼 희생시키면 그만이다."

장우는 자신의 자금을 풀어 임금과 상여금을 올리고 고용을 늘렸다. 그래도 파천에 참여한 사람이 필요한 수의 12퍼센트에 그치자, 태허 홍바오를 뿌려 더 많은 사람을 끌어모았다.

홍바오의 비가 천궁을 두드리는 동안 복선천의 투영이 다시 나타났다. 자산을 전부 불태워서라도 막겠다는 것이냐고,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냐고 물었다. 장우는 가치를 따질 마음이 없으며 자신은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구하고 싶은 사람을 구할 뿐이라고 답했다.

복선천 — "네 스승을 구하겠다고? 네 동급생들을? 네 고향 사람들을? 이 천지창생을 구하겠다고? 만약 그들이 모두 틀렸다면 어쩔 텐가? 너 또한 잘못 구한 것이라면 어쩔 텐가?" 장우 — "그렇다면 나도 그들과 함께 틀리겠다!"

세 층의 천궁이 관통되고 보급이 복구되자 복선천은 원영 스물한 명에게 그 길로 올라온 사람들을 죽이라고 명령했다. 장우는 자신이 불러 모은 사람들을 지키러 나섰고, 정기맹의 원영 전선에서 복선천의 제자 참선진군과 맞붙었다.

참선진군의 기억 ― 일심향도

참선진군은 《지옥세혼경》으로 장우의 전생을 일깨우려 했다. 여러 생에 걸쳐 곤허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돌아보면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리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윤회와 소통해도 장우의 전생은 잡히지 않았다. 참선진군은 방법을 바꾸어 자신의 기억을 장우에게 주입했다.

어느 생에서는 함께 자란 일곱 동료와 서로 죽고 죽여 종문 입문 기회를 얻었다. 마지막에 스승이 그를 기습해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다른 생에서는 기업 전쟁의 소모품이 되어 사형의 종문 입문을 위한 발판으로 쓰였다. 연구 성과로 입문할 기회를 얻었을 때에는 친어머니가 그 성과를 빼앗았다.

그렇게 여러 번 실패한 끝에 종문에 들어갔지만, 집도 거주권도 정식 신분도 없는 비정규직이었다. 계약은 10년. 남으려면 수많은 경쟁자를 이겨야 했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뒤에는 수위를 유지하는 데도, 기억을 보관하는 데도, 목숨을 이어 가는 데도 돈이 들었다.

선도 기술이 발전할수록 일자리는 줄었고 임금은 떨어졌다. 수위와 수명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기억 저장 비용부터 줄였다. 어린 시절과 사문, 부모와 가족에 관한 기억이 지워졌다. 기쁨과 슬픔, 그리움도 사라졌다. 나중에는 왜 일하는지조차 잊고 업무 매뉴얼과 일일 임무, 고과 평가만 기억했다.

다시 죽어 윤회에 들어갔을 때, 자신에게 붙은 꼬리표가 보였다.

일심향도(一心向道: 오직 한 마음으로 도를 추구함)

그는 미친 듯이 웃었다.

참선진군은 자신들이 곤허라는 화로에 거듭 던져지는 땔감이며, 곤허 사람들은 이미 구제할 수 없다고 했다. 장우는 밀려드는 기억 속에서 백진진과 장편편, 옥성한, 자극과 청목의 모습을 붙잡았다. 그들이 살아가면서 변한 것이라면 다시 바꿀 수도 있다고 했다.

"살아있는 사람을 변화시켜야, 곤허(昆墟)를 바꿨다고 할 수 있는 법이다!"

참선진군은 그들에게 바꿀 가치조차 없다고 답했다. 장우가 모두 죽인 뒤에도 새 세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쩔 것이냐고 묻자, 만족할 때까지 죽이고 다시 태어나게 하면 된다고 했다. 최강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말이었다. 장우는 그런 세계를 그들만의 동물원이라고 불렀다.

전투 도중 천재지변이 멎자 정기맹의 원영들이 몰려와 장우를 짓눌렀다. 그때 백진진이 태허비뢰를 타고 포위망을 뚫었다. 1층 왕윤전에서는 돕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함께하겠다며 장우의 손을 잡았다.

천지의 힘을 검기로 바꾸는 참선진군도 백진진의 극정검기는 바꾸지 못했다. 전환하려면 그 힘을 이해해야 했으나, 여러 생에서 부모와 스승과 동료에게 배신당한 그는 더는 감정을 믿지 않았다. 장우가 백진진을 지키고 백진진이 앞길을 베어 내자, 참선진군은 물러서다가 두 사람의 합공에 무너졌다.

장우는 죽어 가는 참선진군에게 그의 기억 속에는 보살핌과 가르침, 친구들의 온정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를 착취한 사람들이 처음부터 그런 모습은 아니었다고. 참선진군도 한때 자신을 돌보던 그들을 떠올렸다. 마지막 순간, 그는 한 줌의 극정검기를 전환해 냈다.

그러나 끝내 장우와 백진진이 이긴 이유는 더 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했기에 자신들의 논리를 관철할 수 있었고, 그것이 곤허라는 말을 남긴 채 육신이 흩어졌다. 정기맹의 원영들은 패주했고, 십대 대학이 진안을 점령했다.

100억으로 하늘을 깁다

진안을 빼앗은 뒤에도 계획은 끝나지 않았다. 전쟁 전체의 힘을 축적해 온 《대적멸종경현인》이 발동하고, 2층부터 5층까지의 하늘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장우는 학력과 경지, 출신을 묻지 않고 평시 임금의 세 배를 내걸어 보천 인력을 모았다. 회사 자금과 십교 화신들의 투자금, 정기맹에서 빼앗은 자산까지 끌어다 썼다. 백억이 넘는 돈을 공사에 투입하고도 하늘을 막지 못하자, 이번에는 신력망을 가동할 돈을 빌리기로 했다.

장우가 발행한 회사채 우채의 이자는 시장 평균의 세 배였다. 자신이 갚지 못하면 회사 전체가 갚겠으며, 공유 운장과 대출 플랫폼, 건설 회사를 비롯한 모든 회사의 미래 수익을 걸겠다고 했다. 조천행은 사고를 유지할 영폐까지 보냈고, 악목람은 약제를 팔고 법해를 저당 잡혔다. 옥성한은 대출을 받았으며, 백진진은 정천검을 담보로 내놓았다. 장우와 원한이 있던 평한도, 살아남는다면 이익을 볼 수 있다며 우채를 샀다.

신력망에 백억 영폐를 쏟아부은 장우가 하늘을 밀어 올리자 복선천은 다시 《지옥세혼경》을 썼다. 종문에서 배신당하고 착취당한 기억들이 장우를 덮쳤다. 장우는 그 기억에 잠식된 분신들을 찢어 내며 외쳤다.

"복선천! 너희들의 기억, 너희들의 경험으로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려 들지 마라!"

복선천은 《대적멸종경현인》을 자폭시켰다. 장우는 일자리를 얻으려 목숨을 걸고 자신을 믿어 전 재산을 내놓은 사람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느냐고, 그들을 뒤틀린 길로 이끈 자들이 잘못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복선천은 약함이 곧 잘못이라고 답했다.

백진진을 시작으로 수많은 수사가 하늘에 맞섰다. 살기 위해서, 계속 돈을 벌기 위해서, 장우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였다. 화신들까지 법보를 내던졌지만 하늘은 다시 내려앉았다. 그때 천 리를 가로지르는 균열이 열렸다.

복선천 — "네가 천정(天庭)을 불러온 것이냐?" 장우 — "내가 아니다. 그 백억 영폐(靈幣)가 부른 거지."

백억 영폐가 주입된 신력망은 천정이 이곳을 찾는 등대가 되어 있었다. 예정보다 일찍 강림한 천정의 거대한 손이 《대적멸종경현인》을 거두었다.

결국 내가 너무 약했다

천정이 대적멸종경현인을 거두던 순간, 장우의 시야에서 부서진 하늘도 강림하던 정신도 사라지고 밀실 하나가 나타났다. 복선천이 거울을 보며 말하는 기억의 한 조각이었다. 패배를 대비해 남겨 둔 유증이었다.

"장우, 네가 나의 이 기억을 얻었다는 것은, 아무래도 천정이 예정보다 일찍 강림하여 성공했다는 뜻이겠지. 그리고 나는 결국 실패했고." "내 개인의 실패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스승님의 계획에 누를 끼친 것이 안타까울 뿐."

그는 무거운 눈으로 거울을 보았다. 그 시선은 기억과 시공의 장벽을 넘어 지금 이 순간의 장우를 꿰뚫어 보는 듯했다.

"결국 내가 너무 약했다. 바로 그 약함 때문에, 나는 2층에서 5층까지의 사람들을 이끌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바로 그 약함 때문에, 시작의 그 순간부터 나는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누군가는 시도해야만 했다." "나의 시도와 비교해서…… 다른 선택지의 난이도는 훨씬 더 높다." "위로 올라가서, 이 곤허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위에서부터 아래로 곤허를 바꾸는 것. 이것이 아마 가장 올바른 방법이겠지만, 동시에 가장 어렵고 가장 불가능한 방법이기도 하다. 6층 사람들을 데리고 떠나는 것보다, 2층에서 5층까지를 파괴하는 것보다, 종문에 입문하는 것보다, 신선이 되어 승천하는 것보다…… 그 모든 것보다 훨씬, 훨씬 더 어려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경지다." "결국 곤허의 현재 체제하에서, 10대 선제의 도통이 세상을 뒤덮고 있는 상황에서, 곤허의 방식과 기술만을 사용하여 정점에 오르는 것은 이미 천난만난의 일이다." "게다가 그 과정 속에서 화광동진하면서도 초심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인내하며 버텨내는 것은 설상가상으로 더 어려운 일이지." "하지만 내가 방금 말했던 것처럼, 설령 실패할 운명이라 해도 누군가는 반드시 시도해야만 한다."

기억 속의 복선천이 한 걸음씩 다가왔다.

"네가 눈치챘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는 확실히 만 명 중 하나 있을까 말까 한 잠재력을 지녔다. 그런 잠재력을 가졌거나, 그 덕분에 선인들의 인정을 받은 수사들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잠재력을 지녔으면서도 곤허를 바꾸려는 사람은, 나는 너 하나밖에 보지 못했다." "만약 미래에 네가 다시 한번 도전해 볼 생각이 있다면, 오늘의 네 선택을 잊지 마라. 이 순간의 네 생각을 잊지 말고……"

마지막으로 윤회선제는 잠시 믿어도 좋다는 말이 남고 기억은 흩어졌다.

신세계가 겨냥한 곤허

영근을 훔치는 윤회

선협에서 영근은 태어날 때 정해지는 재능이며, 영근 없는 자는 선도에 들 수 없다는 전제로 흔히 등장한다. 본작에서는 그 재능에 값이 붙었다. 영근을 사고팔고, 돈이 없으면 대출을 받아 마련한다. 장우도 그렇게 수선을 시작했다.

복선천의 폭로는 왜 영근 없는 사람이 이토록 많은지를 바꿔 설명한다. 태어날 때부터 재능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누군가 윤회에서 영성을 빼앗아 자기 문파를 살찌우고 있었다는 것이다. 희소한 재능을 비싸게 파는 사회의 배후에, 그 희소함부터 만들어 내는 착취가 있었다.

발명과 욕망의 선점

기술 봉쇄를 뚫어도 문제가 남는다. 복선천의 설명에 따르면 하계에서 생긴 발명과 영감은 도통을 통해 가장 먼저 도장에 떠오른다. 종문은 아래에서 누군가 새 기술을 만드는 동안에도 그 성과를 선점한다.

이어지는 폭로는 태어날 사람의 욕망에 관한 것이다. 아이를 낳을 사람은 낳고 싶어 하게 되고, 수선할 사람은 수선하고 싶어 한다. 참선진군의 전생에서 일심향도는 이 안배가 남긴 꼬리표였다. 그는 종문에 들어가려다 여러 번 죽었고, 입문한 뒤에는 계속 일하려고 기억을 버렸다. 왜 그토록 수선하려 했는지 돌아볼 기억마저 사라진 뒤에도 꼬리표는 남아 있었다.

수명 제한과 자연 윤회

복선천이 제안한 신세계에서는 자질과 자산을 재분배하고, 영신천과 복선천을 포함한 모든 존재의 수명을 1500세 안팎으로 제한한다. 숙혜 각성도 막는다. 몸만 바뀌고 기억이 이어진다면 같은 사람이 지식과 권력을 쥔 채 다음 생에도 군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선천은 새 세계에서도 마도가 다시 번성할 수 있다고 인정한다. 다만 그 강자들도 언젠가는 죽는다. 후대가 다시 고칠 기회를 남기는 것이 수명 제한의 목적이었다. 신세계를 한 번 세우면 영원히 문제가 없으리라는 약속은 아니었다.

장우와 복선천의 차이

함께 가려는 사람

1층의 왕윤전에서도 장우가 더는 타협할 수 없는 지점은 동료들의 생존이었다. 왕윤은 조천행의 육신을 고기로 팔았고 백진진의 몸을 요구했다. 복선천 역시 백진진과 옥성한, 악목람을 예외로 둘 수 없다고 못 박는다. 그들만 기억을 가진 채 신세계에 간다면 새로운 지배층이 되리라는 이유였다.

그 뒤 참선진군과 싸우며 기억이 뒤섞였을 때에도 장우는 동료와 가족, 스승의 모습을 붙잡았다. 백진진은 직접 왕윤전을 언급하며 그를 구하러 왔다. 복선천이 버려야 한다고 한 관계가, 장우에게는 끝까지 남겨야 할 이유였다.

기억은 자산인가

복선천은 기억을 자산으로 부른다. 숙혜를 허용하면 장수자의 권력이 되살아나고, 일부에게만 기억을 남기면 그들이 남보다 앞선 출발점에 서게 된다고 본다. 기억을 버리라는 요구에는 그가 제시한 평등과 수명 제한의 논리가 들어 있다.

그러나 장우에게 기억은 재분배할 수 있는 재산으로 끝나지 않는다. 가족과 친구를 알아보고, 과거의 선택을 기억하고, 지금의 자신으로 살아가게 하는 근거다. 육신과 기억을 모두 없앤 뒤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게 한다면 그것을 구원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다. 복선천도 결국 한 세계의 사람들을 학살해 다른 세계를 만든다고 여겨도 좋다고 답한다.

복선천이 무엇을 없애는지 몰라서 벌어진 논쟁은 아니다. 그는 기억의 힘을 알았기에 모두 지우려 했고, 장우는 그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서 달라져야 한다고 맞섰다.

함께 틀리겠다는 답

복선천은 구한 사람들이 모두 틀렸다면 장우의 선택도 잘못된 것 아니냐고 묻는다. 장우는 그렇다면 자신도 그들과 함께 틀리겠다고 답한다. 구하려는 사람들이 언제나 옳을 것이라고 보증하지 않는다. 그들이 살아남은 뒤의 잘못까지 이유로 들어 지금 죽이는 데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장우는 곤허 사람들이 달라질 수 있는지를 두고도 계속 반박한다. 참선진군에게는 새 세계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다시 죽일 것이냐고 묻고, 복선천에게는 과거의 경험으로 남의 미래를 결정하지 말라고 한다. 보천에 모인 사람들은 신세계의 새 인간이 되지 않고도 함께 하늘을 막았다. 가족과 동료를 구하려는 사람도, 일자리와 수익을 지키려는 사람도 있었다.

장우에게 남은 부채와 권력

장우가 택한 방법에도 곤허의 대출과 독점은 그대로 쓰인다. 파천을 위해 태허 홍바오를 뿌리자 공유 태허의 이용자가 폭증했고, 보증금을 마련하려는 대출도 늘었다. 우선 연결되는 대출 플랫폼은 자극신군과 청목신군의 자산이었다. 두 신군을 구하러 나선 사람들이 두 신군의 사업에 빚을 지는 셈이다.

묘수진군은 이를 시장 독점의 기회로 보았다. 당장은 여러 학교와 기업, 이용자가 모두 이익을 얻지만 시장을 장악한 뒤에는 장우가 누구를 벌게 하고 누구를 망하게 할지 정할 수 있다고 했다. 천살진군은 천궁을 부수는 것 외에 그것이 장우의 진짜 목적이리라고 추측했다. 장우가 독점을 노렸다고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의 회사에 쌓이는 권력을 짚는 말이다.

우채는 다시 장우 쪽의 빚을 늘렸다. 사람들은 그를 믿거나 투자 수익을 기대하며 돈을 빌려주었고, 장우는 회사의 미래 수익으로 갚겠다고 약속했다. 천살진군은 막대한 부채 때문에 종문이 회사를 쉽게 빼앗기 어려워졌다고 보았다. 장우가 신력망에 지출한 돈은 천정에도 이익이 되므로, 천정이 그를 보호하리라는 계산도 나왔다. 살아남은 뒤의 장우 역시 이 채무와 회사, 천정과의 관계를 떠안게 된다.

영신천의 전언과 이후의 경고

이 절은 기억몽경 제812·818장의 전언을 함께 다룬다.

영신천과 복선천은 신세계 계획을 함께 추진한 사제다. 복선천은 영신천이 설계한 세계를 설명했고, 자신과 스승 모두 수명 제한을 받는다고 했다. 실패에 대비한 유증에서도 스승의 계획에 누를 끼친 일을 안타까워한다.

이후 장우가 기억몽경에서 읽는 영신천의 글에는 군현책과 나눈 과거의 대화가 담겨 있다. 영신천은 회한이 많지만 다시 돌아가도 마도정용을 지지하겠다고 말한다. 당시에는 정도를 살릴 방책이 그것뿐이었으며, 이제는 다시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세대가 못 바꾸면 다음 세대가 이어 고칠 것이라는 말도 남긴다.

복선천도 둘째 날에는 새로운 세대가 있는 한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제안한 도살은 그 후대가 살아갈 세계를 만들기 위한 첫 조치였다. 영신천의 전언을 복선천과 반대되는 점진 개혁론으로 읽기는 어렵다. 두 사람 모두 앞선 세대의 잘못을 고치겠다고 나서면서,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이 치를 대가까지 자신이 결정하려 했다.

같은 기억몽경에서 여봉은 장우의 선택을 의념으로 전해 듣는다. 답변의 내용은 독자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여봉은 그 선택에 동의하지 않지만 막지는 않겠다며 경고한다.

"이 길을 선택한 이상, 제2의 운태진이 되지는 마라."

지금 사람들을 구한 선택이 훗날의 장우까지 보증해 주지는 않는다. 이 경고는 파천과 보천에서 커진 그의 힘을, 그가 앞으로 어떻게 쓸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 읽을 수 있다.

작품 내 의의

신세계 계획은 대학 전쟁에서 드러난 위협을 천정과 윤회까지 넓힌다. 처음에는 달을 잃고 5층과 단절된 상황을 해결해야 했다. 파천에 성공하면 보급을 복구할 수 있었고, 진안을 빼앗으면 화신들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뒤에는 아래층의 사람들을 모두 환생시키려는 계획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을 막으려 불러온 천정은, 복선천이 곤허의 착취를 설명하며 지목했던 지배자들이기도 하다.

이 문서는 곤허의 현재에서 제시된 진단과 대안을 다룬다. 곤허의 층 구조가 처음 생겨난 과정은 황우대성의 기억, 현재 체제의 산업과 정마 구분이 만들어진 과거는 기억몽경에서 이어진다. 세 시대를 함께 놓고 보는 관점과 작품 바깥과의 대조는 알레고리와 해석에서 다룬다.

대학 전쟁에서 설명되지 않은 부분

가장 쉬운 길

복선천은 유증에서 자신이 너무 약했기에 2층부터 5층까지의 사람들을 데리고 신세계를 만드는 길을 택했다고 말한다. 곤허의 정점에 올라 위에서부터 세상을 바꾸는 방법은 그보다 훨씬 어렵다고 했다. 정점에 도달하는 것부터 천난만난이며, 곤허의 방식에 어울려 살아가면서도 초심을 지키는 일은 그 어려움을 더한다.

그가 첫날 꺼낸 정사대전의 회고에도 같은 문제가 있었다. 정도는 마도를 이기려고 마도의 수단을 받아들였다. 영신천은 그 변혁을 밀어붙이기 위해 반대하던 사숙의 진압에 가담했다. 그렇게 살아남은 문파들이 후대에 무엇이 되었는지는 복선천 자신이 폭로한 곤허의 모습에서 드러난다.

복선천 역시 1층에서 기어 올라와 곤허를 고치려 했으나, 마침내 억조창생을 도살하는 계획에 이르렀다. 그에게 가장 쉬웠다는 길조차 성공한 길은 아니었다. 그는 실패를 인정하면서, 오늘의 선택을 잊지 말라는 말을 장우에게 남겼다.

수선과 승천을 체제 안에서 위로 올라가는 과정으로 읽으면, 이 유증에는 혁명 이후의 권력이라는 문제도 겹친다. 아래에서 부조리를 겪으며 변혁을 외쳤던 사람이 권력을 얻은 뒤에도 그 뜻을 지킬 수 있는가. 한때 개혁을 위해 택한 수단이 후대에는 당연한 통치 방식이 되고, 개혁자가 새 질서의 지배자가 되는 일이 정사대전과 현재의 곤허 사이에 놓여 있다.

위로 올라가면서도 처음 오르려 한 이유를 잃지 않는 것. 복선천이 장우에게 남긴 길은 2층부터 5층까지의 사람들을 전부 죽이는 것보다도 어려웠다.

다음 문서 → 황우대성의 기억

분류: 곤허의 역사 신세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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